신호등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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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위치에서 너를 내려다본다
직선의 자세. 나의 그림자가 너를 덮는다

 

빨강

 

나는 너의 목적을 부정한다 너는 나를 올려다보는가 내 발 근처에서의 너의 움직임은 반듯하다

 

파랑

 

너의 목적을 허락한다 너의 그림자가 짧아진다 너는 어디로 향하는가 너는 나를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는가
뒤돌아보지 않는다 나의 자세는 굳건하다
여전히 직각의 자세를 유지한다

 

보라

 

나를 지나친 너를 부정하고 싶다 나의 감정은 이 세계에 없는 색이다 뒤통수에 빨간불을 달고 구급차처럼 소리를 내며 너를 멈춰 세울 수 있다면

 

빨간불이 없이도 당신과 나란히 서고 싶습니다 자세를 낮추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막을 걷어내며 하나의 이름을 가질 수 있다면…

 

침묵

 

경적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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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월 5 일 전

멜랑콜리다성님의 시는 툭,툭, 던지듯 뱉는 시어들이 인상적이에요. 저는 그 부분을 몹시! 좋아하고요. 또, 배우고 싶은 부분이기도 해요. 시 잘읽었습니다.

1 개월 7 일 전
누군가를 잡아두고 싶은 감정이 잘 녹아있습니다. '나의 감정은 이 세계에 없는 색이다'가 시적이군요. 감정을 사유하는 멜랑 님의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더 구체화된 느낌도 좋았어요. 그러나 '구급차처럼'이 침묵 후 경적과 함께 빨강과 파랑이 교차하는 것은 어떠한 의도일까 궁금해집니다. 시적화자 신호등의 감정을 대변하는 걸까 싶기도 합니다. 또 화자가 신호등이라면 '너'라는 대상이 특정한 인물이 아닐 듯한데 창작자의 감정과 의도가 앞선 게 아닐까 싶어요. 떠나간 누군가를 잡아두고 싶은 감정이 도드라집니다. '빨간불이 없이도 당신과 나란히 서고 싶습니다 자세를 낮추겠습니다'에서 감정이 완전 노출됐어요. (더욱이 종결어미가 ~니다체가 ~습니다체로 바뀌면서 화자의 목소리가 개입된 것도 걸립니다. 종결어미 통일과 시적 거리를 유지하는 객관적이랍니다.) 그럼에도 신호등이라면 이런 감정이 왜 생겼을까 고민해봐야…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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