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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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면서 한번도 사귀어본 적이 없어
사귀지 못한 사람만이 이 마음을 알 거야
이런걸 흔히 모태솔로라고 하더군 나도 알아,
사귀려면 멋있어야 하고 잘 꾸며야겠지
멋있게 꾸미려면 돈이 필요하겠지 돈을 가지려면
돈을 벌어야겠지 돈을 벌려면 얼른 커야지
무럭무럭 자라서 독립을 해야겠지 독립을 하려면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야겠지 그러려면 돈을 벌어야겠지
돈을 벌고 벌어서 차넘칠 때까지 벌어서
보란듯이 자랑해야지 식구들 비웃으며 독립해야지
나 혼자 살면 한결 자유로울 거야 한결 편안할 거야
간섭하지도 따지지도 잔소리하지도 아무 소리도
들을 필요없어 아무도 없으면
사귈 수 있겠지 친구도 우정도 가족의 사랑도
집어치우고 사람을 사랑해야지 자유를 사랑해야지
지긋지긋해서 벗어나고 싶어, 다 치우고 싶어
몇 년만 기다리면 될 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내가 원한 것 사랑하는 것 얻고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모두 이룰 거야
아무도 오지 말라지, 나는 나 혼자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 받아야지

이곳은 여섯 명이야, 나 더하기 여섯은 일곱이야
그런데 말이지 이 지옥 같은 걸 빠져나간다 해도
진정 네가 원하는 자유를 만질 수 있을까?
어디에도 진짜 자유는 없어 자유는 희망일 뿐이야 그저 덜 종속될 뿐이야
그런데도 왜 난, 나가고 싶어하는 걸까 무엇을 위해
오직 날 위해? 나는 사랑 받고 싶은 거야 사랑은
사랑하는 것보다 사랑받는 게 더 좋아 나는 사랑받고 싶어 그러나
이미 사랑받는데도 저기 길가에 거지를 봐 너처럼 사랑 많이 받니
난 만족하지 못하는 거야 사람들은 만족할 수 없는 거야
여기가 좋은 곳인데도 난 가고 싶은 거야 그냥 무작정
어디론가 가버리고 싶은 거야 어디든가 상관없이 어디든

나는 사람에 고프고 자립에 고프고 돈에 고프지만
사랑만은 고프지 않았으면 – 싶은 거야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일 테지 그래 난

이런 보잘것없는 소망이라도 품어야 조금이라도

안정하는 것일 테지 그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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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월 7 일 전
시적화자가 참 외로워 보입니다.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고요. 분명한 사실은 (이성과) 사랑을 해본 적이 없고 사랑을 준 적이 없는 상황에서 무수한 예측만 나온 듯해요. 지금 상황이 사랑에 고프기 때문이겠죠. '올해에는 정말 멋진 연애를 해야겠습니다'라고 노래한 기형도 시인의 '쥐불놀이'가 떠오릅니다. 첫 행 '나는 살면서 한번도 사귀어본 적이 없어'를 보면 화자가 누구와 한번도 사귄 적이 없는지 밝혀야 해요. 물론 뒤에 이성이라고 나오지만 문장의 완성도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나는 살면서 한번도 여자와 사귀어본 적이 없어'라고 써야겠죠. 그리고 시가 자기논리로 가득하고 너무 설명적인 게 아쉽습니다. 지금 그렇게 생각한 것이 화자의 안정을 위한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러나 끊임없이 자신의 사유를 검증하고 의심해봐야 합니다. 객관적으로…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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