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같은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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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자리를 잡은 너에 대해 생각해 나의 안에 스민 채로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을

우리는 내부에서 분리되어 있다 가장 가까이서 가장 멀리 나는 너를 만질 수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동일한 음악이 흐를 거야

 

나는 너를 만질 수 없지만 나는 너의 뜻에 따르기로 해 네가 누우면 나도 눕고 네가 뛰면 나도 뛰고

나는 너의 자세

 

너는 그때와 똑같은 여름을 품은 채로 있지

관절만을 움직이면서 끄떡도 안한 채

나를 붙들고 지탱하며

 

네가 없으면 나는 영혼처럼 흘러버리고 말텐데 나는 가끔 너처럼 죽어버린 다음에 너와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싶어

 

나는 왜 네가 드러날 때 마다 두려움을 느낄까

나는 점점 야위어 가고

네가 계속 드러난다는 것은 너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일까 너와 가까워진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뜻일까

 

살이 모두 찢어지고 땅 속에 묻힐 때 서야 나는 너와 만나

끝내 네가 나의 외곽이 될 때

내가 죽고 나서도 네가 내 곁에 남기로 할 때

나는 너의 안으로 들어가 영원한 잠을 청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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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월 4 일 전

읽으며 황순원 작가의 단편 소설 소나기가 떠올랐습니다. 소녀가 죽은 뒤 소년이 소녀와 교감하는 것 같달까요. 내 안에 자리 잡은 너와 교감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너는 이미 죽어버린 존재인 것 같아 더욱요. 다만 너라는 존재가 나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러니까 너가 내 안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면 조금 더 공감이 쉽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생각이 들었습니다.

1 개월 6 일 전

재밌게 읽었어요. 뼈와 살의 관계를 내밀하게 표현한 시였답니다. 시적화자 안에 '너=뼈'가 있다면 죽어서야 뼈 안으로 화자가 들어간다는 것이 시적이랍니다. 그럼에도 툭툭 튀어나온 시어들이 걸리기도 해요. '여름', '파도', '외곽' 등이죠. '영혼처럼 흘러버리고'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무형의 영혼이 어떻게 흐르는지 감이 오지 않거든요. 오히려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모습은 형상화가 되니 괜찮답니다. 그러나 제목이 '뼈 같은 너에게'라고 했기 때문에 창작자는 '너'를 '뼈'로 비유했다고 못 박는 느낌이랍니다. 차라리 '뼈'라고 했다면 '너'에 대한 의미의 확장력이 있었을 듯해요. 독자는 뼈를 보면서 뼈와 같은 누군가를 상상할 테니까요. 좀 더 내밀한 '너'를 상상하면서 감상하겠죠. 직유법을 자제하면서 시를 써보면 묘사가 더 좋아질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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