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들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4천원 인생'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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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공장이 넘쳐나는 다른 나라와 다름없이 공장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수없이 많다. 그들은 4천원이라는 시급을 받고 하루 종일 일한다. 말 한마디 하기도 벅차는 혹독한 노동에 땀 닦을 시간조차 없다. 여름엔 땀띠가 겨울엔 털옷을 입어도 난로 하나 없어 떠는 노동환경에서도 불평조차 할 수 없다. 공장에 들어와서 4일뒤면 보이지 않는 사람도 대다수였다. 과연 이러한 환경이 적절하다 말할 수 있을까.

‘9번 기계’ 노동일기는 한달간의 실험을 토대로 쓴 일기다. 난로 기계에 배치되어 한달간 노동하는 실태를 그대로 기록했다. 작성자는 마지막 단락에서 실험이라 다행이라는 말을 썼고 첫 단락에 “오전 10시가 되자 허기로 멍해졌고, 11시가 되자 다리를, 오후로 들어서자 머리를 떼어내고 싶었다.”라는 말을 썼다. 글로 써도 느껴지는 노동의 고통을 우리나라 국민들은 겪고 있다. 시급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도 일하며 노동 환경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도 일한다.

이러한 노동 실태에 대해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다. 노동자들이 학창 시절을 보낼 때 성실하지 않았던 것 때문 아니냐며 그들의 성실성과 게으름을 판단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른 방향에 있다. 그들의 학업이 어찌되었던 전 직장이 어디였건 그들은 공장이라는 ‘직장’에서 알맞은 대우를 받을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비정규직 문제는 아직까지도 논란이다. 비정규직이 없어지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당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질타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다른 방향의 시선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우리들은 그들을 같은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들 중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여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간 사람들도 있다. 사업이 부도나서, 학자금 대출이 벅차서, 가족 중 한 명이 아파서 등 자세히 귀기울여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상황들 말이다.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사회 구조는 지독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매듭지어져 있다. ‘틀’에 갇힌 삶을 살며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저 지금 당장의 금전적 상황을 쫓으며 살아간다. 그것이 사회 구성원들이 노동자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이다. 예를 들어보자. 전깃줄 보수공사를 하는 한 아버지가 있다. 공사를 하다 두 팔이 잘려나간 아버지는 한없이 무너져 내렸다. 어머니는 시장에 내몰려 장사를 시작했고 공부를 출중히 하지는 못했던 아들은 전기관련 학과와 소방관련 학과에 지원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아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냈다. 두 팔을 잃고서도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것이 노동 상황의 그림자이다.

앞서 말했듯이 노동을 하다가 신체적 피해를 받는 상황에서 기업은 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 어쩌면 ‘피해보상’의 개념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러한 상황은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노동자들이 데모를 일으킨다고 해봤자 소용없다. 우리는 다 함께 일어서 소리쳐야 한다. 그래야 이 끔찍한 사회의 매듭을 풀어나갈 수 있다. 한 번 엉켜버린 실타래를 푸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과같이 이러한 사회 노동자들의 상황을 풀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바꿔나가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점에는 사람들의 인식이 있다.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을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은 이런 아주머니들을 막 대해도 된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반말은 물론 언성까지 높여가며 노동자들을 몰아세운다. 이것도 하나 못해주냐는 마인드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건지 머릿속으로 이해조차 할 수 없다. 그저 오래된 한국의 인식인지 군중이 만들어낸 심리적 인식인지를 떠나 이것은 바뀌지 않는 우리의 인식에 달려있다. 고생하신다는 말 한마디가, 나갈 때 수저 조금 간추려놓는 배려가 그들의 마음을 울린다. 그런데 이러한 작은 노력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도대체 우리는 어떤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 인식에는 많은 힘이 담긴다. 사람들의, 군중의 인식은 사람을 만들고 환경을 만들고 사회를 만든다.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

4천원 인생의 저자는 머리말에 ‘가장 본질적인 모순에 대한 생살 그대로의 기록’이라는 말을 썼다. 그렇다. 우리는 ‘본질적인 모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면 나머지 것들은 절로 본질에 따라갈 뿐이다. 우리는 언제가 되어야, 몇세기가 되어야 사람과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에 살아갈 수 있을까. 단순히 노동자 뿐만이 아닌 사회 약자 모두가 따뜻한 사회 속에 살아가는 그날까지 우리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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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월 7 일 전
황혜정님 안녕하세요?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우선 우리 시대의 노동 문제에 이와 같은 관심을 가지셨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많은 격려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노동은 소수의 사람만 신경 쓰는 주제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지요. 대다수 사람이 노동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그런 점에서 저도 노동자 중 한 사람이지요), 부당한 노동 조건과 환경을 개선하는 데 커다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그럼 이 글을 고칠 때 황혜정님이 고려해주었으면 하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다루는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 필요성 황혜정님이 이 글에서 다룬 책은 『4천원 인생』입니다. 2010년 출간된 이 책은 한겨레21 기자들이 “경기 안산의 가전제품 공장, 서울의 갈비집과 인천의 감자탕집, 경기 마석의 가구공장, 서울 강북의…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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