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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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 사이 책상 간격에는 유독 먼지가 많았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먼지가 왜 네 주변에만 많았는지 나는 알고 있다. 너의 책가방이 항상 쏟아질 듯이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너의 하루는 균형이 맞지 않아 조금씩 열리는 문을 닫으며 시작됐다. 문이 닫히면 너의 인사는 십 원짜리 동전처럼 요란스럽게 땅에 떨어졌다. 아이들은 너의 말이 사라지는 걸 보며 아무도 주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고장 난 자판기라도 된 듯 너의 입에선 실없는 인사말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안녕. 반가워. 지금이 몇 시야? 밥 먹었어?

너는 항상 시간과 관계된 말을 내뱉었다. 방금 눈이 마주쳤던 것뿐인데 오래 못 본 사이처럼 살갑게 굴었다. 하지만 가끔 네가 사실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문 바로 앞 너의 책상을 선생님이 호의라고 말하자 네가 단어를 반죽하듯 책상 속에 손을 넣어 천천히 배려라고 대답했을 때의 눈빛처럼 말이다. 너는 다운증후군이었다. 다운증후군이 뭔지는 몰라도 눈이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건네는 너에게 시간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게 단지 너에게서 나던 고소한 냄새에 감춰져 있었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너의 어깨 너머 책상 안에서는 제빵이라는 단어가 가장 밝게 빛났다. 너는 수업시간마다 그 책을 꺼내 올렸고 나는 네가 책을 꺼내면 선생님을 바라봤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쳐다봤고 그 중 나는 없었다. 그리고 너도.

어느 날 네가 내게 빵을 건넸다. 내 옆에 있는 아이에게도. 아이는 빵을 받곤 작게 고맙다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더 작게 시발, 더럽게. 라고도 중얼거렸지만 너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네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는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나도 그 빵이 왠지 더럽게 느껴졌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나는 네가 쓰레기통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던 그때를 기억한다. 이동수업에서 돌아오고 나서 너는 한 번 쓰레기통을 쳐다봤을 뿐이었을 것이다. 그 안에는 네가 준 빵이 있었다. 너는 그것을 본 채 한참을 멈춰 있었고 우리에게 중요했던 건 네가 한참이나 문을 막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수업종이 칠 때까지. 마치 알람이 고장 나 수업이 시작됐다는 것을 못 들은 것처럼. 아이들은 너를 밀며 들어왔고 너는 끊임없이 밀려나갔다. 반항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고장나보였다.

이제야 말하지만 너는 듣지 못하는 게 많았다. 그리고 너는 그걸 항상 내게 물어왔다. 하지만 사실 난 고장 난 알람이다. 네가 수업종마다 뒤를 돌아봐도 정확한 시간을 알려줄 수 없다. 내 알람을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 울렸다. 나는 너의 시간이 아니었다. 나는 네게 시간이 되어 줄 수 없었다. 나는 자리를 옮겼다.

너는 그 이후로 벽에 등을 붙이고 지냈다. 내가 없는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내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고 네가 사라진 것도 몰랐을 무렵에 선생님이 네가 빵집에 취직했다며 더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탁에 선 널 지켜봤다. 네가 돌린 팥빵에서는 너에게서 나던 냄새가 났다. 너는 처음으로 선 교탁이 어색한 듯 떨었다. 네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팥빵을 쥐었다. 따듯했다. 분명 너에게 앞문 바로 앞자리는 반의 전부였을 것이다. 네가 가본 전부였을 테고 네가 느낀 전부였을 테다. 너의 자리는 항상 아이들의 책상으로 둘려 쌓여 있었으니까. 그들의 시선은 너에게 울타리였을 테니까. 너의 고소한 냄새는 또 다른 보호색이었을 테고 나는 너의 울타리를 막아주지 못했다. 네가 문 밖으로 나가는 게 보였다. 네가 울타리를 넘고 있다. 사실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았다. 문득 동정은 내가 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심리에서 나왔다는 말이 생각났다. 나도 어쩌면 너의 또 다른 울타리였을지도 몰랐다.

무심코 네가 사라진 네 자리에 앉았다. 칠판이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앞만, 분필가루를 털어내는 기계만 보였다. 책상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차가운 날붙이가 잡혔다.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놨다. 커터 칼이었다. 네가 이것을 쥐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차가운 철이 오래 쥐니 축축해졌다. 문득 운다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 용서라고 생각했다. 커터 칼을 책상 깊은 곳에 놓아주었다. 그리고 너처럼 주변을 둘러봤다. 너의 자리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책상들 너머 철창이 보였다. 블라인드에 가려진 철창의 그림자는 울타리로 막혀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너는 우리가 아니라 저걸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걸 안다는 눈빛으로 무언가에 둘려 쌓여 갇힌 건 내가 아니라 너희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물어보기에 너는 여기 없다. 답변을 하듯 네가 준 팥빵을 뜯어 입에 우겨넣었다. 팥이 마냥 달지는 않았다. 쓰기도 하고 목이 멨다. 하지만 왠지 더 달다고 느껴졌다. 네가 나간 앞문을 바라봤다.

네가 준 팥빵 팥이 유독 붉다. 네가 지금껏 견뎌낸 선혈처럼 나의 손 위로 팥이 뚝뚝 떨어진다. 너는 지금 울타리 밖 세상에 있다. 수업종이 울렸다 그친다. 차마 일어서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앉아 앞 문 밖을 내다본다. 손에 들린 빵에서 고소한 냄새가 계속해서 난다. 나도 저 울타리를 넘을 수 있을까. 시간이 이미 지났는데도 알람 소리가 끈질기게 귓가를 맴돌고 있다. 온 몸이 자명종처럼 덜덜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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