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참새
목록

겨울철은 황량하고 힘든 시기입니다. 바람이 가져온 매서운 추위가 감돌 때 몸은 절로 움츠러들고 상냥한 햇빛이 가져다준 약간의 온기만이 주위에 감돌 뿐입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 운 없게도 저는 여태껏 저를 학교로 데려다주던 통학버스를 더 탈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침 수능이 끝나서 운동을 해볼까 생각했으므로 호기 좋게 걸어 다니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결국, 부모님과 의견을 조율하여서 해가 나는 낮에만 학교에서 걸어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그 후로 계속 걸어서 하교하고는 했는데, 추운 날 하굣길을 걸어 다니다 보면 편한 버스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걸어 다니다 보니 버스에서는 몰랐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풀어볼 이야기는 그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새 중 하나인 참새의 이야기입니다.

 

참새, 참새라는 이름답게도 어디 특이한 점도 없는, 우리가 생각하는 새 하면 아마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색도 화려하지 않고 이 나무 저 나무 숨기 좋게 등이 갈색이고 배가 흰색인 이유는 아마 날아다닐 때 작은 구름 같이 보이려 고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크기는 가지 사이사이로 돌아다니기 좋도록 아담하고 어른 손안에 쏙 들어가는 크기에 항상 부산스러워 보이는 모습은 약간 정신사납기도 하지만 활기차 보여서 귀엽습니다.

 

어른들은 요즘은 참새가 없다 참새가 없다 하는데, 아직도 저희 동네에서는 수가 많습니다. 물론 학교 근처에서 걸어 다닐 때에는 한 두 마리 정도나 볼 수 있어서 이것이 줄어든 것이라고 하는 것일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희 동네나 시골의 참새들은 수십 마리가 몰려다니면서 아주 시끄러우니 그 풍경을 기억하던 어른들에게는 요즘엔 참새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될 만도 합니다. 아니면 그들이 어릴 때와는 달리 너무 바빠져서 참새라는 작은 새를 신경 쓰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닐까라고도 생각해봅니다.

 

제가 길거리에서 본 이들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몸은 한껏 둥글둥글해집니다. 그런 참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수풀 속이 있습니다. 집으로 가는 도로변에는 마치 성처럼 흙을 비스듬하게 높여 쌓고 그 위에 철판으로 둘러친 곳이 있는데, 그 언덕에는 억새풀과 키 작은 나무가 자라고 있고 그 위를 덩굴이 살짝 덮고 있습니다. 물론 때는 겨울이라 셋 다 말라붙어서는 갈색 옷을 입고 얽혀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사각사각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는데, 대부분은 그 옆을 지나는 자동차 소리에 묻혀버리지만, 이따금 조용할 때 들으면 분위기가 꽤 좋습니다. 이 소리를 덮어서는 또 다른 소리가 참새 소리입니다. 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많은 수가 째잭짹짹 거리며 수풀 속에서 울고 있습니다. 제가 지나다니면 동요하는지 바삭바삭 소리를 내면서 약간 움직이는데, 가끔 한 두 마리가 튀어나왔다가 다시 수풀 속으로 들어가고는 합니다.

 

하지만 집으로 가면서 그렇게 숨어있는 참새들을 보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제가 참새들을 더 많이 만나는 곳은 의외로 강가에 커다랗게 서 있는 나무입니다. 저희 동네에 들어가려면 대로변에서 작은 천을 넘는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이 다리를 접하는 삼거리에서 다리를 건너려 돌다 보면 옆쪽에 커다란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데, 지나가다 잘 보면 나무에 둥그런 열매들이 몇십 개씩 재잘거리며 열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이가지 저가지 옮겨 다니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앞쪽의 키 작은 나무들을 좀 빼면 네다섯 그루의 나무가 있는데 대로 쪽에서 첫 번째 나무를 지나면 그곳에 앉아있던 새들이 두세 번째 나무로 날아갑니다. 제가 또 두세 번째를 지날 때면 네다섯째로 이동했다가 제가 또 그곳으로 가면 다시 저를 피해 첫 번째 나무로 날아갑니다. 일부는 하천을 건너 반대쪽에 있는 작은 나무로 날아가 버리지만 제가 그곳에 가면 다시 저 반대편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지저귑니다. 이 광경을 함께 보는 건 다리 위 전깃줄의 비둘기나 까치인데, 아무 말도 않고 꼬리를 흔들고 있는 까치를 보자면 저쪽도 이 광경이 재미있는가 봅니다.

 

물론 수풀이나 나무에서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집으로 가다가 주차장 근처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주워 먹고 있는 참새 떼를 본적이 있습니다. 열 마리가 안 되는 무리였는데, 바닥을 연신 쪼다가 제가 오는 걸 알았는지 바로 옆에 있는 자동차 밑바닥으로 폴짝폴짝 뛰어서 들어가 버립니다. 가까이 있던 참새는 몇 걸음 안가지만 차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참새는 풀쩍하고 빨리 날아올라서는 어서 착지해서 차 아래로 들어가는 수고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고는 자동차 아래에서 짹짹 지저귀다가 제가 그 앞을 지나가서 좀 간 후 뒤를 돌아보자 다시 슬금슬금 기어 나와서는 다시 무언가를 주워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재미있고 귀엽습니다.

 

이들은 저를 마치 같은 극끼리 만나는 자석인 양 취급하며 일정 거리를 항상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고 울음소리를 쫓아가다 보면 곧 그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보입니다. 부지런히 주위를 돌아다니고, 자기 몸을 손질하고, 무엇인가를 먹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 겨울날에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익숙한 짹짹 소리를 들으면 잠시 발길을 멈추고 소리를 따라가 보십시오. 물론 비슷하게 생긴 다른 새가 반겨줄 수도 있지만, 만약 그 새가 당신이 아는 참새라면, 비록 몸이 떨리긴 하겠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 그들을 바라보아주세요. 그들이 아직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

목록

첫번째 댓글을 올려주세요!


3 개월 25 일 전
맛쵸님의 글들에는 참새라던가 까치, 까마귀, 거미와 같이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작은 생명체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일상적인 풍경 속의 동물들을 섬세하게 관찰하는 시각이 좋았어요. 전부터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어제 이 글을 보고 잠깐 나갔다가 참새 무리를 봤습니다. 평소에 전혀 신경쓰지 않던 울음소리가 왠일로 귀에 선명하게 들리더라구요. 앞으로도 거리를 걸을 때면 이 작은 깃털 뭉치 친구들을 은근히 찾아보게 될 것 같아요. 저는 맛쵸님의 글을 읽고 주위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되었어요. 평소엔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넘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작은 생명들의 또다른 세계를 인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제… Read more »
wpDiscu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