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간 날
목록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0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직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냉혹한 추위는 온몸을 으슬으슬 떨리게 만들었고, 쌀쌀한 바람은 마음속 빈 공간을 싸늘하게 훑고 갔습니다. 교회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이 저와 형 누나에게 노숙자 식사 배급 봉사를 부탁해 지하철을 타고 가는 중이었습니다. 바깥의 풍경은 시리도록 황량하기 그지없었지요. 지정된 장소에 도착했더니 입구에 노숙자분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었고, 계단을 따라 주욱 내려가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 반가워. 저기 가서 앞치마 입으면 된단다.”

이곳에서 늘 봉사하시는 아주머니가 말했습니다. 저희는 초록색 앞치마를 두르고 길쭉한 장화를 신은 다음 노숙자분들이 들어오길 기다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노숙자분들은 줄지어서 우루루 들어왔지요. 저는 서둘러 그릇을 가져다놓기 시작했고, 아주머니들은 노숙자분들에게 식사를 부지런히 배급했습니다.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자 식당 안은 저절로 따뜻해지기 시작했고,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차갑던 체온이 따뜻하게 올라갔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움직임은 늘어나고, 저는 앞치마가 흠뻑 젖은 것도 잊은 채 컵을 정리했습니다. 국그릇, 밥그릇을 갖다 놓고 컵은 충분히 찼다 싶으면 통째로 가져가 드리곤 했지요. 옆에서 함께 봉사하는 아저씨가 컵 갖다놓는 요령도 가르쳐주셨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제 몸은 땀으로 젖었고, 노숙자분들의 움직임도 차츰 뜸해졌습니다. 끝날 때가 된 것이지요. 각자 뒷정리를 하고, 고무장갑을 벗어 걸어놓고, 손을 깨끗하게 씻어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노숙자분들도 떠날 채비를 끝마쳤고요. 저희는 곧장 집에 갈 준비를 했습니다. 봉사하시는 분들은 서둘러 앞치마를 끄르고는, 기념으로 함께 사진을 찍자며 모였습니다. 저희도 그 가운데 끼어들어 기념사진을 한방 멋지게 찍었지요. 찰칵! 사진 속에 봉사하는 사람들의 따스한 얼굴이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끝나고 나자 한 아주머님이 식사를 하자고 하시는 바람에 얼떨결에 따라가서 시원한 국밥 한 그릇을 뚝딱 들이켰습니다. 그때만큼 국밥이 맛있었던 적이 있나 싶습니다. 후루룩 다 마시고 나니 온몸이 봄처럼 따뜻해졌지요. 밖으로 나오자 하얀 구름 같은 입김이 뿜어져 나왔고, 저희들은 지하철로 내려가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그 뒤에도 저희는 가끔씩 봉사를 하러 갑니다. 어떤 땐 밥솥을 씻고, 어떤 땐 식판과 수저를 빠른 속도로 씻어내지요. 노숙자분들은 부지런히 밥을 가져가 드시고, 저희는 다 끝나고 나면 개운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갑니다. 비록 갈 때는 추위가 엄습하지만, 올 때는 훈훈한 감정이 마음속 한 자리에 자리 잡고 있기 마련이지요. 뭐랄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애틋한 정이랄까요. 그런 마음이 저희와 노숙자분들, 봉사하시는 분들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기분입니다.

목록

첫번째 댓글을 올려주세요!


wpDiscu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