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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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서강현. 은퇴한 로봇 공학자이다. 나는 한때 촉망받는 로봇 공학자였고, 지금 세계 여러 각국에서 시도하고 있는 휴먼 로봇을 인간에 가장 가깝게 만들 수 있는 공학자였다. 하지만 나는 그 기술을 절대로 남과 공유하지 않았고, 오로지 나 혼자만 알고 있었다. 남과 현저히 차이나는 뛰어난 경쟁력을 절대로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실도 가장 구석진 곳에 마련했었다. 그때 그 행동은 유치한 마음에서 우러나왔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그건 참 잘한 짓이다. 물론 다른 의미에서지만….

 

이쯤에서 여러분은 궁금할 것이다. 그렇게 뛰어난 과학기술을 가진 로봇 공학자가 왜 은퇴했고, 왜 기술을 퍼트리지 않은 게 잘한 짓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는 내 친구이자 내가 지금 말할 이야기의 주인공인 박지경 때문이다.

 

 

처음에 박지경은 정말 밝고 활기찬 아이였다. 연구실에서 로봇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 그야말로 음침한 공대생인 나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아이였다. 그러나 그 아이의 기술은 그 당시 나와 엇비슷하거나 조금 앞섰다. 내가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어야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을 그 아이는 너무나도 쉽게 깨달았다. 포장지는 별 거 없을 것 같은데 알맹이는 예상 외로 크고 꽉 찬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에게 끌렸다. 그 후로 그 아이와 나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던 기술을 그 아이에게만 털어 놓았다. 박지경은 나조차도 몰랐던 문제들을 쏙쏙 집어냈다. 그러는 동안 내가 가진 기술이나 경쟁력은 점점 더 완성도가 높아졌다.

 

몇 년 후.

 

나는 로봇 공학 쪽에서 일하게 되었다. 내 성격과 맞는 곳에서 일하니 능률은 쑥쑥 올라갔다. 내가 열심히 일하는 사이 박지경은 아내를 만들었다. 아내 분은 정말 예쁘셨다. 성격도 박지경과 정말 통하는 부분이 많아 박지경이 이 분에게 빠진 이유가 납득이 되었다.

 

“결혼 정말 축하한다”

 

“고맙다 자식~잘 살게”

 

결혼식 날. 박지경은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 세상 누구도 그렇게 행복할 수는 없을 거라고 감히 자부할 수 있을 만큼 그 아이의 표정은 정말 행복해보였다.

 

그로부터 또 몇 년이 흘렀다. 로봇 공학 쪽에서 나는 이제 어느 정도 연륜이 생겼고, 그 만큼 내 능력 또한 쌓여갔다.

 

때문에 나는 사람과 매우 흡사한 로봇을 만들고 싶어졌다. 어찌 보면 그건 내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도 무관하다.

 

어쨌든 나는 사람 같은 로봇을 만들기 위해 사람에 관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공부했던 건 사람의 내장이었다. 사람의 몸에서 어떤 장기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그걸 대체할 수 있는 부품을 찾을 수 있을테니…

 

사람의 내장을 대체할 만한 부품을 찾는 건 그럭저럭 할 만 했다. 사람의 심장이라고 치면 로봇의 심장 부근에 건전지를 넣을 장소만 만들면 됐다.

 

그러나 사람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게 제일로 힘들었다. 도대체 무슨 호르몬이 이리도 많은지….게다가 호르몬의 성분을 아무리 파헤쳐 봐도 호르몬을 대체할 만한 용액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감정을 배제하자니 그저 그런 휴먼 로봇일 것만 같았다. 사람과 똑같이 생겼는데 감정이 없는 것은 인형과 다름없었다. 내 로봇을 인형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나는 호르몬을 대체하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관찰 센서와 표정 센서를 섞은 칩을 로봇의 심장 부근에 꽂았다.

 

관찰 센서로 상대방을 관찰하고 입력을 시킨다. 그가 어떤 것에 기뻐하고, 어떤 것에 슬퍼하는지…그런 다음에 그가 기뻐하는 것에는 기쁜 표정을, 그가 슬퍼하는 것에는 슬픈 표정을 짓는다.

 

‘됐다!’

 

로봇을 드디어 완성했다. 나는 곧바로 박지경에게 연락했다. 연락하면 그는 내 로봇을 보고 칭찬을 해 주거나, 문제점을 짚어내 줄 터였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경아, 지금 뭐하고 있니?

 

-…..나 지금

 

갑자기 말을 얼버무렸다. 곧이어 전화기 너머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녀석이 우는 건 본 적이 없었기에 난 당황스러웠다.

 

“야, 왜 그래?”

 

-내 아내가….내 아내가 흐으으

 

녀석에게 어디냐고 묻고 나는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텅 빈 쓸쓸한 장례식장에 그 녀석은 벽에 기대 멍한 눈빛으로 아내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조심히 그 녀석 곁에 가 앉았다. 그제서야 내가 왔다는 걸 인지한 녀석이 고개를 돌렸다.

 

“하아….미안해”

 

“네가 뭐가 미안한데?”

 

“그냥 너 이러고 있는 것도 모르고….병신 같이 들떠 가지고”

 

“뭐래…”

 

그냥 우스갯소리처럼 넘겼지만 진심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아내를 잃고 슬퍼할 때 나는 혼자 로봇을 만들어 놓고 좋다고 환희에 차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절망에 빠졌을 때 나는 그저 너에게 로봇을 봐 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전화나 걸고 있었다.

 

“강현아”

 

“응?”

 

“나 이제 어떻게 사냐…..”

 

“왜 못 살아? 그냥 살면 되지”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표정은 지독하게 아파 보였다. 하지만 나는 위로조차 건넬 생각을 않고 그저 잘 살아가면 된다고 녀석을 부추겼다.

 

그렇게 내가 부추기면 녀석이 다시 내가 기억하는 밝은 박지경으로 돌아올까봐…..

 

언제나 넘어져도 툭툭 털고 있어났던 녀석이니까…

 

하지만

 

“강현아 사람에게서 심장을 떼어내면 어떻게 되지?”

 

“인공심장을 이식하지 않는 이상 죽지…그런데 그건 왜?”

 

“내가 지금 딱 그 상태인 것 같아….지금 너무 아프고 힘들어”

 

어느새 녀석은 모르는 새 많이 변해 있었다. 사랑이라는 녀석이 그 녀석을 좀먹고 있었던 것 같다. 그 감정은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그 녀석에게서 가져가 버렸다.

 

그 녀석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그늘밖에 남지 않았다. 슬픔조차 그늘에 밀려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에서 가장 불행한 곳으로 내려간 것 만큼 비참한 것도 없을 것이다.

 

그 녀석이 딱 그 꼴이었다. 높은 곳에서 밑바닥까지 끌려 내려간 녀석. 그러나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철퍼덕 주저앉아 버려 더욱 더 안타까운 녀석.

 

그 녀석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도움을 줄 만한 게 없었다. 내가 신이 아닌 이상 죽은 그 녀석의 아내를 되살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그 녀석을 일으킬 수도 없었다. 살 의욕이 없는데 억지로 일으켜 봐야 뭐하겠는가….역효과나 안 나면 다행이다.

 

“에이, 알 게 뭐람. 내 까짓 게 도움이 될 리가 없잖아”

 

그렇게 포기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녀석의 눈빛 때문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그 녀석의 눈빛이 눈 앞에 아른 아른거렸다.

 

절망에 빠진 그 눈빛은 정말 아픈 사람이 아니면 감히 흉내 낼 수조차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그 녀석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열흘 동안 고민했었다.

 

‘혹시….저 로봇을…’

 

거의 완성된 로봇이었다. 외형만 완성하면 완벽한 것이었다. 그 녀석에게 주면 실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일단 시도는 해보자는 생각이 더 강했다. 어차피 그 녀석은 그대로 놔두면 땅에서 뽑힌 나무처럼 하루하루 말라갈 테니….

 

그 녀석이 예전에 보내준 사진을 찾기 위해 갤러리를 뒤졌다. 그 녀석과 그 녀석 아내의 사진이 나왔다.

 

나는 그 아내분의 외형을 본떠 로봇의 마스크를 만들었다.

 

살결은 실리콘을 겉에 붙여 만들었다. 아내분 같은 로봇이 완성 되었다.

 

‘제발….그 녀석의 희망이 되어줘라’

 

내 바램은 로봇의 배송할 때까지 계속 되었다. 그 녀석의 반응은 어떨까 생각하면서 나는 계속 초조해 했다. 설마 내 로봇을 부쉈을까…아니면 아내 대체품으로 그냥 가질까…

 

며칠 후. 그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녀석의 핸드폰으로 내 로봇이 전화를 걸었다.

 

“그래, 그 녀석은 어떻니?”

 

-이 사람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한데?”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들이 오갔다. 설마 로봇을 진짜 사람으로 인식한 걸까….설마 환상을 본 거라며 스스로를 다그칠까….

 

-계속 저를 보며 울면서 웃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떨 때는 행복해하다가 어떨 때는 저를 보면서 화를 냅니다.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자세히 말해 봐”

 

-아침에 일어날 때는 저를 보면서 ‘여보?’라고 말하고는 웃으며 저를 꽉 껴안습니다. 그러나 제가 ‘저는 당신이 선물로 받은 로봇입니다’라고 말하면 그때부터 울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제가 그분의 서재 같은 곳에 들어가면 갑자기 저에게 ‘넌 내 그녀가 아니야!’라며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분이 울고 있을 때 제가 손을 내밀면 저를 껴안고 ‘사랑스러운 여보’라며 중얼거립니다.

 

“그래서…..전체적으로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아?”

 

-이분은 지금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불안과 슬픔 기쁨 행복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섞여 혼란을 초래합니다.

 

전화를 끊고 나는 처음으로 내 선택에 후회했다. 보내기 전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지 않는 내 조급함이 원망스러웠다. 그저 내 입장에서 도움이라고 준 이기심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그 녀석에겐 선물을 뜯은 순간부터 악몽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겨우겨우 아픔을 참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보란 듯이 아내를 닮은 로봇이 있으니 얼마나 상처가 쑤셔왔을까….

 

그렇게 혼자 자책할 때쯤 다시 로봇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주인님. 이 사람이 이상합니다.

 

“왜? 무슨 일인데?”

 

-저를 보더니 ‘넌 내 최고의 선물이었어’ 라고 말하고는 자신의 목숨을 끊어 버렸습니다. 병원으로 이송 해도 워낙 급소라 결국 살리지 못했습니다.

 

콰쾅-!

 

누군가가 내 머릿속을 강력하게 내리친 것 같았다. 내 무지함이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사실 며칠 전 로봇에게 전화가 걸려왔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그 녀석이 위태롭다는 것을…..하지만 나는 당황하느라 그것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빨리 정신과로 데려 가라고 그 한 마디라도 했으면 그 녀석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순간 나는 너무 무서워졌다.

 

그 녀석과 같은 사람들이 또 생겨날까 봐…

 

내 무지함이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어낼까 봐….

 

어떤 사람들은 너무 한 가지 경우에만 국한된 게 아니냐고 한다. 그 사람이 이상한 거라고….겨우 그까짓 일로 로봇 공학 기술을 퍼트리지도 않고 그냥 숨겨 놓냐고….

 

하지만 그 당시도 그렇고 나는 지금도 너무 무섭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실험하기 위한 의도로 로봇 공학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아니, 사실은 그 일이 내게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트라우마로 너무 깊이 남아 버려서 그렇다.

 

이런 비극을 다시 접할 그날은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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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월 13 일 전
* "하지만 나는 그 기술을 절대로 남과 공유하지 않았고, 오로지 나 혼자만 알고 있었다. 남과 현저히 차이나는 뛰어난 경쟁력을 절대로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실도 가장 구석진 곳에 마련했었다. 그때 그 행동은 유치한 마음에서 우러나왔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그건 참 잘한 짓이다. 물론 다른 의미에서지만…." => "하지만 나는 그 기술을 아무와도 공유하지 않았다.(남과 공유하지 않았다, 나 오로지 나 혼자 알고 있었다, 둘 중 하나만 쓰는 것이 낫습니다. 어차피 아무와도 공유하지 않았다에는 나 혼자 알고 있다는 진술이 포함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남과 현저히 차이가 나는 내 연구 성과를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생각은 없던 거다.(차이가 나는 것은 경쟁력이 아니라 실력, 혹은 연구 성과입니다.)…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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