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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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최근 연달은 일 때문에 피곤했기 때문에 몸은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피곤한 눈을 겨우 떠서, 알람을 계속 울리고있는 스마트폰을 보았다.

'긴급재난문자' 그 여섯 글자에 정신을 차리고 아직은 멍한 상태의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보았다.

거실은 '재난' 그 자체였다. 창문은 깨져있었고,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오는 시점의 약간 선선한 바람이 악의를 품고 공격하듯 강하게 날아들고있었다. 그 사태를 제대로 보기위해 안경을 찾아서 썼다.

안경을 쓴 뒤 보이는 거실은 '재난'보다 더 심했다. 창문은 완전히 깨져서 파편이 되어 집을 공격하였으며, 그 공격을 미처 방어하지 못한 여린 가구들은 깨져버렸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웃는 모습을 담아 놓은 액자는 떨어져서 창문의 파편처럼 바뀌어있었다. 이건 '재앙'이었다.

방으로 돌아가 시계를 봤다. 7시 20분. 더 이상 보고있을 시간이 없다. 서둘러 씻기 시작했다. 씻으면서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지금 몸으로 쏟아지는 따뜻한 물줄기처럼, 그저 평범한 일상이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평범을 깨버린 이 '재앙'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결국 씻고 나올때까지 결론을 짖지 못하였다.

 

 

 

 

 

회사는 울산에 있다. 나는 부산에 살기 때문에 매일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을 해야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 흔한 차도 없어서 매일같이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해야한다. 9시까지 출근이 원칙이기 때문에 8시에는 버스를 타야한다.

옷을 입고 깨진 창문을 뒤로한 채 집에서 나왔다. 버스터미널 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라 10분정도 여유가 있다. 집 앞에서 창문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전화를 받은 창문회사 사람은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그 목소리에 왠지모를 짜증이 밀려왔다.

"저 창문이 깨져서 연락드렸는,"

창문회사쪽 사람은 내 말을 끊고 말했다.

"지금 바빠요."

그의 태도에 화가났다.

"저 아직 말도 다 안했는,"

다시한번 말을 끊고 답변하였다.

"저기요, 지금 한 두곳이 그런줄 알아요? 저희도 바빠 죽겠으니까 나중에 연락주시던지 다른곳 알아보세요."

전화가 끊겼다. 아까 밀려온 짜증과 화가 겹쳐서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켰다.

 

 

 

 

 

어머니는 평범하지 않으셨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서 날 키우셨다. 돈은 부족했지만 열심히 일을 하셨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게, 다른 아이들 부럽지 않게 나를 챙겨주셨다. 다른 아이들이 받는 부모님의 사랑만큼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어머니는 50대가 넘어가도록 나를 아끼며 키워주셨다. 그러나 자식에게 준 사랑의 크기만큼, 자신의 몸이 낡고 있었다는걸 알게된건 50대 후반이 다 되어서 였다.

어머니는 결국 쓰러지셨다. 큰 병원에 입원해서 제대로 된 검사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돈이 없어 그러지 못했다. 할 수 있었던건 아르바이트를 통해 얼마 안되는 돈이라도 벌어서,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드리는 것이었다. 학교에 가서 늦게 돌아오기 때문에 어머니를 보살필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고 어머니를 혼자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 이었지만 지금 나는 그 선택에 대해서 후회한다.

어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신 첫 날, 휠체어에 앉아서 말씀하셨다. 누구든 도울 수 있으면 도우라고. 도와줄 능력이 있는데도 돕지 않는건 사치라고. 그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을 줄곧 가슴속에 품고있었다.

이건 수능시험날 아침의 일이다. 누군가 쓰러져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데도 주위에 걸어가는 사람들은 아무도 돕지 않았다. 도우려고 하지도 않았다.

내가 그 사람을 도와주었다. 인공호흡을 하고, 119를 불렀다. 전화에서 말하는 지시에 따라 행동하였다. 기도를 확보하고, 가슴을 압박하고, 숨을 불어넣어라. 그 사람은 앰뷸런스에 실려갔고, 나는 경찰차를 타고 수능시험장으로 향했다. 사이렌을 울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시간이 멈춘 듯 나만 지나가는 주위의 풍경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빠르게 달렸다. 그러나 결국 시험시간에 맞추지 못하였다. 그래도 그 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시험 잘 치고 돌아오라는 마지막 말만 남기신 채 떠나버리셨다. 절망적 이었다. 어머니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고, 떠나가는 마지막을 옆에서 지켜봐 드리지 못했다.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는 그 절망적인 사실에 빠져 눈물만 흘렀다. 그때 요양원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다.

"분명 네 어머니는 너를 자랑스러워 할거다. '도우면서 살아라' 네 어머니가 남긴 그 말이 가장 중요한거야."

절망적인 그 날 이후로 나는 강박적으로 어머니의 말씀을 따르게 되었다.

'요양보호사' 가 되었다. 자격증을 따자마자 어머니가 계셨던 울산에 있는 요양원에 취업했다. 조금이라도 어머니를 가까이서 마주하고 싶었다. 어머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를 도우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아직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간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머니께 사죄하고 싶었다.

수능시험날 있었던 사건은 '누군가 도와주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이 가져온 결과이다. 그리고 그 안일한 생각은 우리 사회 전체에 녹아들어 있었다.

그런 어머니의 말씀을 가슴속에 각인시킨 나였기에, 창문회사 사람의 태도는 나를 화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냥 창문이 깨져버린게 아니라고요. 이건 재앙이라고요."

설명을 하기도 전에 사치를 부리며 앉아있는 모습은 분노를 자아냈다. 안일한 생각의 결과이자 안전에 대해 민감하지 못한 결과였다.

전화통화 때문에 예상보다 늦어졌다. 서둘러 터미널로 움직였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간판이 강한 바람을 원망하듯이, 일렁이는 촛불이 누군가가 내뱉는 숨을 원망하듯이, 나는 자연스럽게 사회를 원망하고 있었다.

 

 

 

 

겨우 도착한 터미널에서 절망을 마주했다. 버스가 떠나버렸다. '요양보호사' 라는 직업의 특성상 한명이 없으면 여러사람이 힘들어진다.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바람을 원망했다. 아침부터 정신을 쏙 빼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나를 화나게 만든 원인도, 내가 늦게된 원인도, 다른사람이 고통받는 원인도, 모두 바람 때문이다.

바람은 그런 나의 마음도 모르는 채 더욱 거세졌다. 이제 밖에서 걸어다니는 사람은 똑바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바람에 온 몸을 일렁이며 한 발자국씩 조심스럽게 떼고있었다.

하늘에서 헤엄치는 현수막을 봤다. 날아가는 새처럼 하늘을 돌아다니는 쓰레기들을 봤다. 평소에는 평범하게 느껴지던 바람이 이제는 무섭다. 추리소설 속 탐정이 '네가 범인이야' 하며 누군가를 가리키듯이, 모든 사건들의 결과가 '바람'을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밖에 서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터미널 건물 안으로 사람이 몰려들었다. 사람이 많아 까치발을 들어야만 겨우 보이는 창문에서 상가의 골목사이로 위태롭게 걸어오는 여자가 보였다.

눈으로는 그녀를 쫓으며, 손으로는 지각하게 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요양원에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강한 바람 때문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신경쓰는듯 한걸음 걷고 거울을 보기를 반복했다. 다리가 아파 까치발을 내렸다가 다시 들 때마다 한걸음씩 움직이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높은 상가건물의 간판이 위태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위태롭게 걷는 그녀와, 강한바람에 흔들리는 간판이 겹쳐보인 순간, 간판이 떨어졌다.

수능시험날의 기분이었다. 누군가 간판에 맞아 쓰러졌다. 사람이 이렇게나 붐비는데 아무도 못봤을리 없다. 모두 쓰러진 그녀를 보고있다. 그저 보고만 있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수능시험날과 같다. 누군가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어도,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있는 어둡고, 차가운 생각들이 내 생각보다 훨씬 깊숙히 들어와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렇게 있으면 안 돼.'

'안일한 그들과 똑같이 되어버리면 안 돼.'

'어머니의 말을 기억해야지.'

지독하고 고독한 혼잣말. 이유없는 눈물이 눈에서 흘러내리며 몸이 움직였다.

연결 된 전화를 무시한 채 손에 들고,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달려가는 동안 내 뒤통수를 관통하는 수많은 시선들이 느껴졌다. 구경꾼들을 뒤로하고 달렸다. 도와야 해. 구해야 해. 깊숙한 심연에서 나 혼자 외롭게 소리치더라도, 소리치는걸 멈추면 안 돼. 스스로에게 요구했다. 제발 그녀를 구하라고.

가까이에서 본 그녀의 상태는 절망적 이었다. 그녀는 죽었다. 간판이 머리에 직격했다. 형체를 알 수 없게 바뀌어버린 머리 속으로 처음보는 덩어리가 나와있었다. 바람은 이제 그 덩어리 조차 날려버리려 하고있었다.

 

 

 

 

스마트폰을 꺼내보았다. 전화는 연결된 채였다.

"여보세요."

흐르는 눈물에 끓어오르는 목소리가 제어되지 않았다. 바람은 강하게 불고있고 '재앙'은 끝나지 않았다는걸 확실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움직이는 수 많은 쓰레기들이, 재앙을 몰고오는 까만 까마귀 떼처럼 보여 상황을 더욱 절망적으로 만들었다. 나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주시하며 웃고있었다. 이제 하늘에서 '재앙'이 떨어진다. 아아 어머니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죄했다.

"아, 드디어 연결됐네. 오늘 요양원 안 와도 돼. 강풍주의보라서 여기까지 못 올거 같아서 가까운데 사는 사람보고 오늘 하루만 해달라고 부탁했어."

떨어진 스마트폰은 슬픔에 젖어, 불러도 답 없는 메아리를 울리고 있었다. 계속 울리던 아침의 알람처럼, 계속해서 울리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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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월 2 일 전
'나대신 누군가 하겠지'하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생각이 사회에 팽배해있다는 건, 간혹 뉴스에 나오는 '의인'들을 보며 알 수 있죠.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기꺼이 손을 내민 그들은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말하고, 사실 정말로 당연한 일이기도 해요. 당연한 일이 빛나는 사회에 살고 있다니 씁쓸하네요. 주인공 연달 역시 그런 의인 중 하나군요. 비록 뒤에 어머니가 평소에 하던 말로 인하여 강박적으로 남을 돕게 되었단 서술이 나오지만 기본적인 마음씨가 고와요. 다들 착하게 살아라, 도우며 살아라 하는 말은 듣고 자라지만 실천하지 않는 사람도 있잖아요. 다만 수능 당일을 회상하며 '그래도 그 선택은 후회하지 않았다.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하고 말하는데, 이 부분 덕분에 연달이 도덕책에 나오는 착하기만 한 성인군자가 아니라 인간으로… Read more »
4 개월 1 일 전

이 댓글은 보지 말아주세요ㅠ 제가 정신을 놨는지 '연달은' 이란 표현을 주인공 이름으로 착각하는(ㅋㅋㅋㅋㅋ) 실수를 해버렸는데 댓글 수정도 안되고 삭제도 안되네요… 애초 삭제 버튼이 없는 것 같고… 흑흑 모바일로 쓴 댓글은 왜 수정이 안되나요 아무튼 안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 개월 1 일 전
'나대신 누군가 하겠지'하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생각이 사회에 팽배해있다는 건, 간혹 뉴스에 나오는 '의인'들을 보며 알 수 있죠.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기꺼이 손을 내민 그들은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말하고, 사실 정말로 당연한 일이기도 해요. 당연한 일이 빛나는 사회에 살고 있다니 씁쓸하네요. 주인공 역시 그런 의인 중 하나군요. 비록 뒤에 어머니가 평소에 하던 말로 인하여 강박적으로 남을 돕게 되었단 서술이 나오지만 기본적인 마음씨가 고와요. 다들 착하게 살아라, 도우며 살아라 하는 말은 듣고 자라지만 실천하지 않는 사람도 있잖아요. 다만 수능 당일을 회상하며 '그래도 그 선택은 후회하지 않았다.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하고 말하는데, 이 부분 덕분에 '나'가 도덕책에 나오는 착하기만 한 성인군자가 아니라 인간으로 느껴져서… Read more »
3 개월 24 일 전
* "최근 연달은 일 때문에 피곤했기 때문에 몸은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 "최근 연달아 일어난 일 때문에 몸은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혹은 "최근 연이은 일 때문에 피곤해서 몸은 몹시 지친 상태였다.": 이 문장에는 '때문에'가 연달아 나옵니다. 같은 말을 한 문장 안에서 겹쳐 쓰는 것은 어색합니다. * "알람을 계속 울리고있는 스마트폰을 보았다." – "알람이 계속 울리는 스마트 폰을 보았다." :이 문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 길지 않은 문장에서 ~을이라는 조사가 두 번 쓰입니다. 소리내어 읽어 보세요. 어색한 것을 느끼실 겁니다. *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오는 시점의 약간 선선한 바람이 악의를 품고 공격하듯 강하게 날아들고있었다." : 이런 설명적 문구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냥 '선선한 바람이' 정도로도 충분할…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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