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장원발표 (1.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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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장원 발표 (1월 17일~31일)

 

 

안녕하세요 손미입니다. 요즘 날씨가 정말 춥습니다. 여러분이 계신 곳은 어떤가요? 어디에 계시든, 무엇을 하든, 따뜻한 겨울 보내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울릉도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가 풍랑주의보로 배가 뜨지 않아 일주일을 기다리면서 어영부영 못 갈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보냈던 2주였습니다. 이상하게 책도 안 읽게 되고, 글도 안 쓰게 되고, 어슬렁 어슬렁 동네 산책만 하면서 보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겨울을 보내고 계신가요? 여러분의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지만 게시판에 올라오는 시를 보면서 여러분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의 삶을 엿보는 기분입니다. 따뜻한 친구들이 생긴 것 같아 글틴 게시판에 올 때마다 마음이 좋아요. 남은 방학 건강하게 보내시고요. 틈틈 좋은 책도 읽으시는 겨울이 되시기 바랍니다. 돌아오는 명절도 행복하게 보내시고요 ^^

 

1월 후반에는 중학생들의 작품이 눈에 띄었는데요. 정말 중학생이 쓴 건가 싶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월장원을 선정할 때마다 정말 고민이 많은데요. 시를 가지고 등수를 매기는 것도, 우열을 가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방식이지만, 저의 생각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여러분의 작품을 또 파고들어보겠습니다.

 

청울, <필라멘트 오류>

– 청울님은 어느 정도 시의 완성 궤도에 오른 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올려주시는 시마다 고민한 흔적이 있고 완성도가 있어요. 그 안에 진지함도 엿볼 수 있고요. 여기에서 이제는 구체적인 문장과 이미지에 대해 고민할 때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2에서 시계를 뱃속에 집어넣는다는 구절이 참 좋았어요. 새롭기도 했고요. 그래서 3에 가서는 그것이 야생마가 되는 장면도 좋았고요. 시를 확장할 줄 아는 친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습작하면 더욱 좋은 작품들을 쏟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첫 연에서 바스러지는 찰나 속 이를 갈고 있는 시곗바늘 이라고 쓰셨는데요. 바스러지는, 찰나, 이를 갈고 있는, 세 가지의 수식이 과연 필요할까 의문이 생겼습니다. 찰나의 시곗바늘이라는 이미지가 좋은데요. 그 찰나의 순간에만 집중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1에서 시곗바늘이 움직이기 전 최후의 보루로 남은 이빨, 초침의 얇은 몸통이 너를 관통했다 인데요. 이것도 너무 수식이 많고 길어요. 시곗바늘이 움직이기 전 최후의 보루로 남은 이빨, 초침의 얇은 몸통이 너를 관통했다 짧게 쳐주면 더욱 확실해지고 긴장감이 커져요. 퇴고할 때 이런 점을 생각하신다면 더욱 좋은 시가 될 수 있어요.

 

소낙, <휘발성 기체>

– 소낙님 역시 시를 잘 써주는 분인데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는 분인 것 같습니다. 시를 보면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소낙님은 감각이 뛰어나요. 감각을 타고난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입니다. 특히 시를 쓰는 사람에게 그 감각이라는 것은 언제나 무뎌지지 않게 갈고 닦아야 할 장점이지요. 감각이 살아 있을 때 다양한 작품을 쏟아내는 것도 좋은 시의 저장고가 되겠네요.

 

이 시는 첫 문장부터 좋았어요. “색깔을 나누고 있었다”에서부터 뭔지 모르지만 느낌이 왔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문장, “삭제되는 알코올의 찬 숨결이 싫어서 유리를 들이켜고 연기를 내뿜었다” 알코올이 휘발되는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왜 찬 숨결일까. 그리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왜 유리를 들이킬까 그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 두 줄은 없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요. 2연이 특히 좋았어요. 아이스크림 콘으로 줄넘기를 하고 달콤하게 키가 자란다니요. 이런 표현이 몹시 귀엽고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또 그 다음문장 “씁쓸하게”는 삭제하는 것이 좋겠고요. 그 다음에 이어지는 연인시계라는 문장이 붙어 있는데 연인의 시계라는 것인지 연인시계라는 명사를 쓴 것인지 구체적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어요. “눈물지으며”도 삭제하면 좋겠고요. 다른 연에 비해 4연이 풀어진 것 같아서 힘이 빠졌어요. 4연을 조금 더 단단하게 수정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여전사 캣츠걸, <어제는 태풍이 왔다>

– 여전사캣츠걸님 역시 좋은 시를 쓰는 분인데요. 이미 어느 정도 시의 완성 궤도에 올라있는 분이라 늘 작품이 궁금한 분 중 한 분입니다. 올려주신 시는 <어제는 태풍이 왔다>인데요. 이 시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서사입니다. 이야기가 있어요. 그래서 시의 연과 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그 안에서 독자로서 길을 찾아 갈 수 있어요. 그 점이 좋았고요. 2연에서 “잠가 놓았던 난민들이 쏟아졌다”에서 아 하고 감탄했어요. 호우주의보와 난민들, 그리고 301호 302호 303호 등과 같이 호수에 맞춰서 화자를 설정한 점 등이 노련해 보였어요. 호우가 휩쓸고 지나간 그 도시가 머릿속에 축축하게 그려지는 것 같았고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성공했다는 겁니다. 또 이 시에서 좋았던 것은 감정의 절제였습니다. 충분히 슬프고 화가 나는 상황일텐데 다만 “폭풍처럼 눈꺼풀을 내린다”라고 담담히 써주었거든요. 시를 쓰다보면 내가 쓴 시를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할까봐 지나치게 설명하기도 하고 감정을 과잉해서 전달하기도 하죠 이를테면 “시리고 아픈 당신” 뭐 이런 구절들로요. 그런 것을 모두 참아내고 서사와 이미지 그리고 절제로 시를 이어간 점이 좋았습니다.

 

 

1월 중등부 월장원은 매주 발전된 시를 보여주는 여전사 캣츠걸의 <어제는 태풍이 왔다>에 드릴게요!!!!!!!!!!축하합니다.

 

 

 

고등부

 

고등부에서는 두 작품을 가지고 왔는데요. 크게 지적할 부분은 없지만 디테일한 구절들을 체크해야 하므로 시 전문을 가져와 보았습니다. 색을 잃어버리고, 그것이 투시된다는 상상력이 참 좋았는데요. 시를 수정하실 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동굴 속에 사는 혈거동물에 집중해보세요. 어둠뿐인 동굴 속에서 사느라 눈도 없고요. 빛이 들지 않아 색소도 없어서 온통 하얀색이에요. 새우도 있고, 물고기도 있어요. 우리가 아는 그 생물들의 모양과 똑같은데 색깔만 없어요. 이 시를 보면서 그 동물들이 생각났는데 동영상이나 과학도서, 백과사전 등을 통해서 찾아서 보세요. 그럼 분명히 이 시를 수정할 때 도움이 되실 겁니다. 다음은 작게 수정할 부분들을 체크했는데 참고해보세요.

 

윤별, <출생의 투시도법>

 

인큐베이터 안에서 화재가 끊임없이 자라났다

나는 하얀 피가 온몸으로 번지는 변종입니다

 

수학적으로 정의하는 방법을(공식을) 알지 못해서

다만 우는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웠습니다

자꾸만 사물의 말투를 흉내내면서

계단에 발을 올리고 신발끈을 묶었다

끊임없이 떨어지며 번져가는 우리의 빨갛고 노랗고 검은 피

 

긴밀하게 고상한(?) 사람들아  – (긴밀하고 고상한 이라는 의미가 쉽게 들어오지 않습니다)

원근법을 줄지어 그려

이 좌표에서 가장 더러워지려고

눈을 감으면 속눈썹이 빗물처럼 녹아흘렀다

사과는 색소를 죄(죄다) 잃고 무리하게 부풀었다 -( 죄(罪)로 읽히기도 하기에 죄다로 바꿔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색깔을 잃어버린 모든 것이다

속이 다 투명하게 비치면서 바스러지는 빛무리

소실점으로 향하는 직선만 여전히 반듯하고

색을 잃는 순간 나는 사물과 구분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불필요해 보입니다. 색깔을 잃었고, 사물과 구분되지 않는다는 표현이 이어진다면 더욱 충격을 줄 것 같습니다)

우리는 파도처럼 헤집어져도 서로의 색깔을 탐하면서

피가 몽땅 증발하게 놓아두었다(누워 있었다- 누워있었다는 말이 더욱 무기력하게 보여서 수정하면 어떨까 체크해보았습니다)

 

첨탑처럼 높아지는 옥타브

밀폐된 유리 상자 안에서 기꺼이 따라 부르겠습니다(따라 가겠습니다)

연기 사이로 없어진 것처럼 보이는 흉터들을

희게 우둘투둘 매만지면서

 

발이 달려 달려가는 머리카락을 지탱하면

나는 다 녹아서 불타버린 산소 호스를 희게 뒤덮었다

갓 태어난 비눗방울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어요

피는 흐르고 공중의 중력은 가볍고

허공을 보아도 가지런한 치아가 보여요(치아가 참 가지런합니다)

 

 

김수2, <돌의 무늬>

 

개인적으로 돌을 심었는데 아버지가 자라난다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시선이 머물렀어요. 아버지가 무럭무럭 줄어든다는 표현도 그렇고요. 시에서 추구하는 새로움이 무엇인지 아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에 빠지는 꿈을 꾸면 베개 가득 꽃이 핀다는 표현도 새로웠고요. 돌과 아버지의 연결도 좋았고요. 이성복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라는 시집도 생각나고요. 우리들의 아버지는 늘 돌부리 같은 존재지요. 그런 접근도 좋았고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이 있어요. 이것이 김수님의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덤덤하고 솔직하게 진술하는 힘이 있어요. 이런 점을 꾸준하게 끌고 나가면 좋은 시인이 될 것 같습니다. 입안에 돌이 가득 쌓인다는 표현도 좋았어요. 그러나 조금 진부한 표현들이 눈에 띄어 아쉬웠어요. 이를테면 “실패의 뒷모습” “헛된 꿈” 그리고 꽃의 등장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보세요. 아버지가 불안할 때 마다 돌을 쥐었으므로.에서 시가 끝나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윗 문장에 나는 옷을 한 겹 더 입는다.를 써 넣으면 꽃병을 빼더라도 뒷 문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겠지요. 잘 다듬어 보세요. 등단작이 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이번 달 고등부 월장원은 윤별님의 <출생의 투시도법>에 드리겠습니다. 축하합니다!!!!!!!!!!

 

 

모두 명절 잘 보내시고, 다음다음주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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