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글틴 수상작, 퇴고작 후보작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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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요일입니다.

 

이 방을 맡은 지 벌써 2년이 되었네요. 2년 동안 이곳에서 글틴 벗님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여러분이 경험과 고민을 나눠준 덕에 내 마음이 여러 뼘 자랐습니다. (아직도 한참 자라야 하는 건 안 비밀입니다. 마음은 평생 자라나 봅니다.)

나는 늦된 사람입니다. 여러분 나이였을 때, 나는 내가 무엇이 될지 몰랐습니다. 스무 살 중반까지 한껏 게으름을 피우며 지냈어요. 실패도, 실수도 잦았어요. 이런 일 저런 일 하다가도 끈기가 부족해 쉽게 포기하곤 했어요. 그 게으름피우고, 실패하고, 방황하고, 불안해했던 시간이 나를 이루는 소중한 화소가 되었습니다. 내 삶에 어떤 시간도 무의미할 수 없더군요.

지금도 나는 느림보예요. 여전히 더디게 걷고 있어요. 돌아가기도 하고, 쉬어가기도 하면서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게 내가 세상을 걷는 방식이니까요. 여러분이 자기의 속도로 세상을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1월의 글틴 수상작은 곧님의 <변두리>입니다.

퇴고작 <문장청소년문학상> 후보작은 서윤호님의 <죽음과 한 뼘 가까이>입니다.

 

 

낭큼낭큼님 <현재를 유예하지 않는 삶>

현재를 유예하지 않는 삶을 고민하며 길 찾기를 하고 있군요. 고민을 무겁지 않게, 발랄하게 표현해 전체 분위기가 유쾌합니다. ‘생활은 개판~’ 단락에는 라임이 있네요. 시도가 좋습니다. 다만 이 글은 산문이니 만치 문장을 정확하게 써주면 좋겠습니다.

낭큼낭큼님은 자신의 마음을 고요히 들여다보는 사람일 겁니다. 마음의 우물에서 건져낸 마음결을 글로 보여주세요. 사람은 누구나 복잡하고 깊은 내면을 지니고 있어요. 우리는 타인의 내면을 모두 들여다보지 못하고 그가 보여주는 면에 기대어 평가합니다. 내가 남에게 그러하고, 남도 나에게 그러하죠. 온전히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글은 그 거리를 좁혀줄 수 있어요. 자신을 더 드러내세요. 이 글의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중2의 겨울방학부터 지금까지 변해온 낭큼낭큼님의 내면을 보다 섬세하게 드러내길 바랍니다.

 

 

낭큼낭큼님 <무상>

<현재를 유예하지 않는 삶>과 시간 일부를 공유하는 글일까요? 잘 읽었습니다. 두 글의 색깔이 달라 좋았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에서 비롯된 우울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기까지의 과정이 잘 담겨 있어요. 이 글의 표현이 새로워지면 좋겠습니다. 여느 글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표현이 글의 우울한 색조를 단조롭게 만듭니다. 새로운 표현을 시도해주세요. 화자가 찾아낸 상징을 더 많이 활용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묘지 같은 도서관과 죽은 이의 관, 저자가 죽은 뒤에도 남아있는 책과 여전히 남아있는 죽은 이에 대한 기억 등이 일회성으로 쓰여 아쉽습니다.

너무 사적이다 싶은 얘기는 잘 뺐습니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걸 쓰지 않을 자유가 우리에겐 있어요. 그래도 언젠가 그 사건을 솔직하게 툭 말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지났을 때, 같은 사건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겁니다.

 

곧님 <변두리>

문체가 담담한 문장 속에 곧님이 가려는 길, 곧님의 생각이 잘 담겨있어요. 변두리의 상징성이 아주 좋아요. 화자가 말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글이에요. 문학은 어릴 적에 시작해야 빛을 발하는 스포츠와 다르더군요. 남보다 일찍 시작하지 않아도 꾸준히 노력하면 어느 날 무르익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어요. 전문 분야에 있으면서 빼어난 글을 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곧님이 선택한 길을 가는 동안 쭉 글과 함께하리라 믿습니다.

 

 

잇몸님 <은반지>

같이 수업을 받았던 한 아이에 대한 기억을 잘 담았어요. 잇몸님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일이기 때문인지 글이 생생합니다. 화자의 솔직한 마음도 인상적입니다. 화자가 이 솔직한 마음을 발전시키면 좋겠어요. 왜 그 아이를 동경했고 또 싫어하게 됐는지, 왜 그 아이가 훔쳤다고 밝히고 싶었는지, 왜 그 아이가 은반지를 훔쳤을지 더 다층적으로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나를 알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글을 한층 아름답게 만듭니다.

 

 

깨비미호님 <별>

깨비미호님의 마음을 네 문장에 담은 소박한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이런 글에는 어떤 말을 덧붙이기가 조심스러워요. 짧은 글일수록 한 문장, 한 단어가 지니는 가치가 무척 큽니다. 게다가 단 몇 줄만으로 독자의 마음을 건드려야 하니 여간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이 글은 문장이 평이합니다. 표현을 더 고민해주세요. 그리고 문장에서 필요치 않은 낱말, 조사 등을 빼주세요. 입으로 읽을 때 리듬감이 살도록 직접 읽어보고 걸리는 부분을 다듬어주세요.

 


퇴고작

 

서윤호님 <죽음과 한 뼘 가까이>

서윤호님 퇴고작 잘 읽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처럼 발견한 언덕의 무덤들에 대한 풍경묘사,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고민이 인상적이었던 글이에요. 장소가 주는 매력이 대단해 계속 기억에 남았던 글인데 잘 다듬어주었어요. 삶과 죽음의 순환에 대한 화자의 생각이 흩어진 봉분 너머 밭에 심어진 파란 배추를 통해 자연스레 다가옵니다. 기쁜 마음으로 <문장청소년문학상> 후보작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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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월 2 일 전

코멘트 감사합니다. 그리고 2년동안 정말정말 수고하셨습니다..!

2 개월 28 일 전

좋은 멘토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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