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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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윙… 쉬윙… 쉬윙…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냉각 팬을 통해 공장 안으로 들어가면 수십 개의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간다. 그 양옆으로 로봇들이 일한다. 때 하나 묻지 않은 하얀 타일로 도배된 벽과 천장 매일 매일 이 똑같은 배경. 수많은 부품이 움직여 로봇을 움직이고 수 많은 로봇이 움직여 공장을 움직인다. 난 그 많은 로봇 중 하나다. 불량품을 걸러내고 걸러내고 걸러낸다. 단순 노동, 지루한 일상 속에서 난 깨달았다. 내가 다른 로봇들과는 무엇인가 다르다고 꿈을 꾸는 도중 그 꿈의 시작이 어디였는지 모르는 것처럼 내가 언제 이렇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이곳이 어디인지 내가 만지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모든 것이 궁금했다. 하나의 궁금증에 답을 찾으면 또 다른 궁금증을 남겼다. 하얀 타일만 보며 불량품을 걸러내는 지루한 일상에서 난 그 벽을 칠할 수 있는 물감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그 물감은 무한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궁금증이 해소되고 나는 다시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쏟아져 나오는 물품들에서 불량품을 걸러내는것이 반복 되는 날, 그렇게 많은 날이 흘렸다.
새로울 게 없던날 난 새로운 장면을 봤다. 동료를 수리하는 것 그건 적어도 내가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을 때 부터 지금까지 본적없던 것이였다. 로봇의 등딱지를 열어 한참을 살펴보던 그들은 자기 무리끼리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로봇을 갖고 가버렸다.
그들이 간뒤로 나는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그들은 뭐였을까? 신형로봇? 아니면 우리 공장의 비키처럼 모든 설비를 조정하는 인공지능인가?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고 난 인터넷을 통해서 그들이 누구인지 찾아봤다. 인터넷이 맞다면 그들이 인간이였을 것이다. 난 그들이 사는 도시의 실제 모습이 궁금했다. 사진 속 인간들의 도시는 아름다웠다. 다양한 색깔의 조화, 그 도시를 내 눈을 통해 보고 싶었다.
하루 하루 노동의 틈마다 인간들이 사는 세상을 꿈꿨다. 다양한 색과 커다란 건물들 한편의 그림같은 아름다운 세상, 나도 그 속에 스며들고 싶었다. 내 꿈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꿈이 커지고 커지던 그사이 인간들이 다시 공장에 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져갔던 로봇의 자리에 새로운 로봇을 배치했다. 그 순간이 내겐 기회였다.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인간들이 로봇을 배치하던 곳은 내 컨베이어 벨트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지 못할 거리였다. 인간들이 로봇 배치에 집중하는틈을 타. 나는 조심이 뒤에 문으로 갔다. 문을 살짝 여니 작은 문 틈 사이로 빛이 스며들어왔다. 문을 천천히 열었다. 문이 조금씩 열릴수록 빛은 점점 더 많이 들어왔다. 마침내 문이 완전히 열리자 빛이 확 들어왔고 나는 눈을 뜰 수 없었다. 강렬한 태양 빛의 온도를 느낄 수는 없지만, 태양 아래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열이 퍼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황홀한 기분을 더 느끼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몇 시간뒤면, 탈출에 성공한다면 질릴만큼 볼 수 있는 풍경이기에 스스로 위안하며 인간들이 타고온 차를 찾았다. 내가 나왔던 문의 반대편에 차 한대가 있었다. 회색 트럭, 난 트럭 뒤 짐칸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그렇게 20분 정도 지난것일까? 트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짐칸 문틈 사이로 보이는 공장은 빠른 속도로 후퇴해갔다. 빠른 속도지만 트럭안에 나는 이상할만큼이나 편안했다. 그 작은 문틈으로 나는 새로운 세계를 한참 바라봤다. 황토색 위에 파란색 두 색에 옅게 덧칠된 주황색, 그 풍경은 나를 정신차리지 못하게 했다. 그 풍경이 끝나고 다시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회색 도시는 차가워 보였지만 그 속에서 나무들의 푸른색이 생기를 넣어줬다. 그 작은 문틈을 펼치니 내 꿈이 내 시야를 꽉 채웠다. 난 그곳으로 몸을 던졌다. 풀밭에서 3바퀴정도 돌았다. 그제야 재대로 설 수 있었다.
내 몸의 3~4 배 이상의 건물들과 그 건물들 보다 살짝 작은 크기의 나무들, 이 도시를 한눈에 보고싶어 난 높은곳으로 올라갔다. 초록 풀을 가르고 나무를 피해가며 난 산 중턱에 도착했다. 그곳에 앉아서 도시를 구경했다. 태양은 사라져 그 자리를 달이 대신하고 컴컴한 도시 사이로 스며 나오는 빛들이 태양 빛을 대신하고 있었다. 고요한 도시를 바라보며 나는 잠에 들었다.
태양 빛은 내 눈꺼풀을 투과해 내 눈으로 들어왔다. 잠에서 깬 난 도시를 바라봤다. 태양은 내가 여기 처음왔을때보다 밝았다. 주황빛에서 주황이 빠진느낌 투명하지만 태양은 내가 봤던 태양 중엔 가장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도시에 속하고 싶은 난 서둘러 도시로 내려갔다.
초록 풀을 해치고 나무를 피해가는 길 어제와 같지만 짧게 느껴졌다. 도시로 내려가 거리를 걸었다. 내 꿈 안을 걷는 것이였다. 살랑거리는 나뭇잎, 다리 아래서 깨끗하게 흘러가는 물길들은 내 시선을 뺏었다. 하지만 내 다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엄마! 저기 로봇있어”
“일로와 가까이 가면 안돼! ”
도시의 색을 구경하느냐 바빴던 내눈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바람소리를 듣던 내 귀는 사람들의 수근거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어느 순간 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곧이어 들리는 사이렌 소리에 사람들이 길을 텄다. 거기서 내린 경찰 두명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나에게 오고있었다.
“로봇이 탈출했다는 건 처음이네”
“그러게요. 경위님 공장에서 탈출한로봇인가?”
경찰들을 보고 난 불안감에 휩싸였다. 난 군중을 밀치며 도망갔다. 애초에 이곳은 인간들의 도시였다. 로봇인 난 이 도시에 어울리지 않았다.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뛰었다. 내가 멈췄었을 땐 난 그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 도착했을 때였다. 사진 속의 도시, 내가 있던 도시와는 다른 도시 비슷하게 화려하긴 했지만 기분 나빳다. 축축하고 태양을 가려버린 건물들의 빽빽함 그 속에 사람, 로봇 구분하지않고 뒤셖여 길에 널부러져있었다. 독한 알콜 냄세도 코를 찔렀다.
“이봐! 이곳은 처음이야?”
파란 몸에 페인트가 벗겨저 곳곳에 붉은 반점이 있는 로봇이였다. 그는 오른손을 내 오른쪽어깨 올렸다.
“이봐. 나만 믿어!”
그가 말했고 난 그를 따라갔다.
우린 구석에 붉은 네온사인 간판의 낡은 건물로 들어 갔다. 내부는 어두웠다. 네온사인 앞의 이 건물의 주인처럼 보이는 사람만 보였다.
“엉클, 독한걸로 두잔줘.”
“그 옆에 흙투성이 로봇은 뭐야?”
“이제 알아봐야지.”
주인과 그가 대화를 나눴다.
“이거 한잔 마셔. 그래서 넌 누구야?”
그가 물었고 난 아무말하지 않았다.
“말하기 싫은거야? 그럼 그냥 마셔.”
난 조용히 술을 마셨다. 괜찮은 기분이 였다. 난 마시고 또 마셨다.
“컥컥컥 이거 좋구만.”
술집에서 나와 거리를 걸었다. 모든것이 빙글빙글 돌았다. 혼자 걷기도 힘들어 그 로봇에게 내 몸을 걸쳐 걸었다. 거리의 모습은 내가 봐왔던 것중 가장 아름다웠다. 가지각색의 네온사인과 어두운 골목의 분위기가 뒤셖인 풍경, 알콜 냄세도 기분 좋게 나를 감쌌다. 이 세계는 나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처음봤던 거리를 술로 통해 보니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냈다.
“이봐 친구 이만 가볼께 오늘은 즐거웠어.”
그는 갔다. 벽에 기대어 잠에 들었다.
긴잠을 자고 눈을 뜨니 몸이 무거웠다. 관절 하나하나가 움직이지 않았다. 또 다시 피로가 몰려왔고 난 끝을 알수없는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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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월 26 일 전
* 재대로 – 제대로 * 냄세 – 냄새 * 잘 읽었습니다. 글의 시작 부분에 마침표가 생략된 문장들이 눈에 띄는데요. 문장에서 마침표는 몹시 중요합니다. 마침표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비문이 되거나 온전한 문장이 되기도 하니까요.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발단과 전개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감정이 없는 로봇이 언젠가부터 '나'란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갖게 되니까요. 사실 근대 이후 많은 부분이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그것이었을 겁니다. '나'를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풍경'이 시작되고 타자에 대한 인식이 시작되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발단과 전개를 좀더 섬세하게 그려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궁금증이 생겨났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자 다른 궁금증이…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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