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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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는 평소에도 몇 번이고 죽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건 '죽고 싶다' 따위의 말이 아니었다. 죽겠다고 말하는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멍한 얼굴이었다. 죽겠다, 는 그에게 당연한 말이었다. 당연한 행위였다.

그의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고, 형제는 보기 드문 정도로 많았다. 학원이나 과외는커녕 문제집을 사기도 어려워 버려진 문제집을 주워 풀었으며,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급식을 제외하고는 식사도 제대로 챙겨먹기 어려웠다. 그는 반지하에 방 두 칸짜리 작은 집에서 두 명의 부모와 열 명의 형제들과 함께 살았다. 방을 나누는 기준은 간단했다. 수가 많은 남자들은 큰 방에, 여자들은 작은방에. 어느 쪽이든 빽빽하게 사람이 차서 뒤척이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A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A는 항상 그랬다. 모든 것에 관심이 없다는 듯이 행동했다.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대부분의 것들이 그에게는 사치였다. A는 도전하는 법보다는 체념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가난은 사람을 예민하게 만든다고, 그는 말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그들이 나쁜 사람인 것은 아니니까, 상황이 그렇게 만든 거니까. 나는 괜찮아. 그는 몇 번이고 괜찮다고 말했다.

*

목을 맸다고 했다.

'나는 최대한 끔찍하게 죽을거야.'

그는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목을 맬거야. 혀는 쭉 빠지고 흰자만 보이는 눈은 빠질 듯이 튀어나오고, 얼굴은 퍼렇게 퉁퉁 부어서 온 배설물을 다 흘리면서,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그렇게 죽을거야.'

그는 그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죽었을까. 그의 시체를 처음으로 발견한 이가 충격으로 쓰러진 뒤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의 바람은 이루어졌던 것 같다.

목을 매달아 죽으면 무척이나 고통스럽다고, 그는 연이어 말했다. 왜 하필이면 그런 방법으로 죽고 싶어 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드물게 웃는 얼굴이었다. 그렇게 고통스러우니까, 호흡이 막혀서 완전히 죽기까지 걸리는 시간, 그 시간동안 나는 살고 싶어 할 거야. 죽음을 선택한 것을 후회할지도 모르지. 피가 온통 머리로 몰리고, 목을 누르는 압력에 꺽꺽대며 발버둥 치다가 살려고, 살고 싶어서 애를 쓰다가, 결국은 그 발버둥도 잦아들며 죽어버리겠지. 나는, 그걸 원해.

그가 유일하게 살고 싶어 했던 순간은, 죽기 직전 그 순간뿐일 거라고. 그때라면 삶에 대한 집착이, 의지가 무엇인지 자신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A는 항상 죽고 싶어 했다. 그리고 죽음 직전에서야 삶을 바랐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지.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

*

“죽고 난 뒤에는 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말을 꺼낸 건 나였다. A의 환경을 아는 나는 그를 말릴 수가 없었다. 다만 네가 죽는다면 많이 슬프고, 외로울 거야. 라며 말했다. 그런 말에 A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 A가 죽는다면, 죽어서는 행복하길 바랐기 때문에. A는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아무것도…….”

“어?”

“아무것도 없길 바라.”

그런 표정의 A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렇게도 절박한 표정,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것 같이, 무언가를 간절히 갈망하는 표정. A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A의 장례식은 조촐하게 진행되었다. 장례조차 제대로 치루지 않고 화장해 버리려던 것을 B가 화를 내며 말렸다. B는 A의 친구 중 하나였다. B는 조곤조곤 설명했다. 저소득층에게 장례 지원을 해주는 곳이 있다고, 그곳에 연락해보라고. 죽은 사람을 이렇게 취급하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니라고. A의 부모는 혀를 차며 정말로 귀찮고, 짜증난다는 듯이 장례식을 준비했다. 장례식 내내, A의 부모와 형제들은 울지 않았다.

A는 살아생전 친구가 별로 없었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사지는 않았지만 호감을 사지도 않았다. 먼저 말을 거는 일이라고는 절대 없고, 항상 멍한 표정으로 허공만 바라보는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A의 장례식의 찾아오는 조문객은 무척 적었다. 나는 한구석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A는 왼쪽에서 다섯 번째, 가장 아래에 있는 납골당에 담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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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월 4 일 전
* " 그는 반지하에 방 두 칸짜리 작은 집에서 두 명의 부모와 열 명의 형제들과 함께 살았다." – "그는 반지하의 방 두 칸짜리 집에서 부모와 열 명의 형제들과 함께 살았다." : "방 두 칸짜리"에 작은 집이라는 의미가 포함되고 "부모"라는 단어에 두 명이 포함됩니다. 문장은 가능한한 간결한 것이 좋습니다. * 따개비님. 오랜만이네요. 반갑습니다 작품도 잘 읽었고요. 우선 이 작품은 군더더기가 없는 작품이라 여겨집니다. 적당한 간격을 유지함으로써 A라는 인물의 죽음을 대하는 화자(나)의 태도가 오히려 긴장감 있게 읽히기도 하고요. '죽음'을 대하는 인물들의 건조한 시선이 오히려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도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아쉬움도 거기에서 비롯됩니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의 이 작품에서 실제…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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