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숲 동물들의 자유와 해방감
목록

옛날에 겁쟁이에다가, 연약하고 순딩순딩해서 이용당하기 싫어 혼자 다니는 도마뱀 소녀가 살았어요. 사실 그 도마뱀은 평범했어요. 남들보다 잘날 것도 못날 것도 없었는데, 타고난 성격이랄까 자라온 환경이랄까 여러 이유로 마음을 못 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소녀가 살던 '작은 숲' 동물들 사이에 소문이 퍼졌어요. 소문에 따르면, 신이 발 달린 육상동물들에게 마라톤을 주최했다는거에요.

이 마라톤에서 도착점에 도착하는 동물들은, 순위에 상관없이 해방감과 자유를 선물로 맛볼 수 있다는거였어요. 다만, 빨리 도착한 순서대로 영웅대접을 받을 분위기였죠.

도착점은 '작은 숲'과 아주아주 멀리 떨어진 '큰 숲'이었어요. 작은 동물들에게 이 거리는 유럽배낭여행 수준이었죠.

다만, 신이 여는 거라 그런지 어떻게 가든, 상관 없었어요.

동물들은 어떻게 하면 빨리 도달할까 고민하며 지름길을 설정했어요. 그들은 마라톤 초중반은 같이 도우면서 달리자고 했어요.

서로가 협동하면서 새들에게 물어봐서 지도도 만들고, 지름길도 짜보고, 작전을 세우고 끝나면 뒷풀이도 했어요. 그들은 행복했지요. 점점 마라톤이 아니라 거주지 이주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그 때, 작은 숲 동물들과 동떨어진 이 소녀 도마뱀은 마라톤에 참가할지 말지도 고민했어요.

하찮은 자신이 참가하면 동물들이 자신을 놀릴것 같다는 아무 근거 없는 생각으로 지레 겁을 먹었거든요. 그래도 소녀는 신이 생각하는 자유와 해방감이 굉장히 궁금했어요. 그래서 참가하기로 마음먹었지요.

바닷가를 거닐던 중이었어요. 누가 민 듯이, 파도가 특이하게 생긴 돌껍질을 소녀 도마뱀의 앞에 내놓고 갔지요. 그 도마뱀은 그걸 자신의 몸에 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끼면 뭔가 엄청 안전할것 같았죠. 적어도 남한테 피해보면서 살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근데 딱 봐도 한 번 끼면 영영 못벗을 것 같았고 또 엄청 무거워보였어요. 청춘을 즐기라는 할아버지의 말씀과 완전 반대되는 행동이었죠. 남자의 말이나 다른 것에 의존한 안전한 삶 말고 도전해서 사회에서 성공하라는 할아버지의 멋있는 말씀이었어요.

할아버지의 말씀을 한참을 되뇌이다, 인생은 온마이웨이라고, 일단은 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근데 또 멈칫한게, 남들은 다 빨리 가기 위해서 안달일텐데 자신은 이 무거운걸 끼고 가도 되나 생각했어요.
그때 호랑이가 떠올랐어요.
'도중에 빨리 가려다 물리거나 다쳐서 죽는 것 보다야 늦게나마 도착하는게 낫겠지.'
소녀는 합리화에 능했어요.

마라톤 당일날이었어요. 이상한 걸 몸에 끼고 온 도마뱀을 보고, 동물들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봤어요. 그제야 도마뱀은 자신이 사회활동을 안 하다가 '저 아싸에요.'라고 몸에 도장을 찍어버리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했어요. 동물들은 이내 자신들끼리 떠들기 시작했어요. 그때 저 멀리서 내 또래의 소년 도마뱀이 자신을 동정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어요. 눈을 마주치자마자 소년은 시선을 피했어요. 한 때 좋아했었는데, 늦어버렸어요.
'큰 숲에는 멋있는 남자 도마뱀들이 있을거야'
소녀는 합리화에 능했어요.

동물들은 나름의 의식 절차를 통해 출발했어요. 하지만 그 와중에 주최했다는 신이란 동물은 없었어요. 소녀는 생각했어요.

'신이 호루라기를 불어주거나 깃발을 펄럭여주는 게 아니네. 그저 누군가가 소문낸 거짓말이 아닐까?'
일단 음모론적이면서도, 나름 멋있는 선험적 가정을 세우고, 마라톤을 시작하는 소녀 도마뱀이었어요.

시작하자마자 동물들은 재빨리 뛰쳐 나갔어요. 그때서야 다른 동물들에 비해, 작은 숲 집단에 비해 자신이 턱없이 느리다는 걸 알았지요. 왜냐하면, 저 앞에 그와 같이 느린 동물들은 빠른 동물의 등에 얹어 타며 협동하면서 달리고 있었거든요. 소녀의 등껍질은 보란듯이 중력에게 자신을 내맡기고 있었어요.

소녀 도마뱀은 울었어요. 완전히 혼자가 되었거든요. 그녀도 작은 숲 동물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마음을 열었다가 상처받는 것이 너무 괴로웠을 뿐이었거든요.

할아버지 말씀을 따를걸.

주위를 둘러봤어요. 동물들은 어디에나 있었어요.
'작은 숲 동물들도 친해지지 못했는데 저 동물들이라고 다를까?'
이런 생각이 들 뿐이었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그녀는 그저 천천히 계속 걸었어요. 확실히 등껍질 덕분에 건드리는 동물도 없었지만, 말 걸어주는 동물도 없었어요.

더 이상 마라톤에 뒤쳐지는 것은 고통은 아니었어요. 왜 자신이 이 마라톤을 뛰어야 되는지가 고통이었죠. 그래서 다른 숲 동물들 집단으로 들어갈까했지만 겁났어요. 그냥 계속 걷는 수밖에요.

어느덧 그녀가 자신이 마라톤을 뛰고 있다는 사실도 까먹었어요. 어딘가로 가야한다는것만 알았어요. 낮에는 해의 방향을 보고, 밤에는 별자리를 보며 그들이 떠난 방향으로 걸었어요.

그때였어요. 저 멀리서 자신과 똑같은 돌껍질이 보였어요. 알고보니 출발선에서 눈을 피한 소년 도마뱀이, 그걸 매고 있던 거에요. 그제서야 마라톤을 상기한 그녀였어요.

이유인 즉슨 그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뒤쳐진 그녀가 마음에 걸렸는데, 마침 바닷가에 그녀가 맸던 똑같은 돌껍질이 보이더래요. 그래서 그는 그걸 매고 그녀를 위해 출발점을 향해 바라보며 기다린 거에요. 길이 엇갈리는 두려움을 무릎쓰고요.

그들은 같이 걸었죠. 그가 옆에 있으면 아침과 낮과 밤이 똑같아 보였어요. 늘 혼자였던 그녀가 처음 느낀 강렬한 감정이었어요. 그것은 소속감보다도 더욱 뜨겁고 끈끈한 사랑이었죠. 마라톤을 한다는데 무거운 걸 지는 바보들은, 세상에서 그들 밖에 없었거든요.

서로는 깊은 사랑에 빠졌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그녀가 새끼를 밴거에요. 남편이 된 도마뱀의 도움으로 마련된 한 곳에 잠시 정착해 알을 낳았죠. 알에서 부화된 아이들은 놀랍게도 태어날때부터 등껍질을 매고 있었어요. 그들은 울었어요. 할아버지의 말씀 무시하다가, 사랑을 쫒다가 특별해진 그들의 존재가 세상에 인정받는 기분이었죠. 그들은 아이를 위해서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죠. 이 아이들의 이름은 '거북이'야.

애지중지 키웠지만, 새끼 거북이들은 얼마 후 말 없이 떠나가 버렸어요. 하지만 서럽지 않았어요. 그저 민들레 홑씨를 바람에 날리고 남은 풀이 조용히 흙에 잠기는 기분이었지요. 하지만 새끼 거북이들은 온 세상에 퍼지면서 그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려줄 것이었어요.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지 몰라요.

둘은 다시 걸었어요. 근데 작은 숲 동물들과 마주치기 시작했어요. 그들이 이 두 거북이를 보면서 놀라 했어요, 드디어 둘이 도착했다면서요. 놀랍게도 작은 숲 동물들은 큰 숲 입구 앞에서 모여 살고 있었어요. 놀랍게도 아주 멋진 마을을 꾸미며 살고 있었어요. 편의시설, 관광사, 심지어 종교도 만들고 있었죠.

한 동물에게 정황을 물어보니 다음과 같았어요. 소문이 퍼졌던 거예요. 저 어두컴컴하고 장엄하여 아우라가 넘치는 큰 숲에서 도저히 신이 말한 자유와 해방감은 찾아볼 수 없다고요. 그렇다면, 저 숲은 죽음에 이르는 저승일 것이라고, 죽음이 온전한 자유와 해방감을 준다며 말이죠. 만약 그렇다면 가장 뒤쳐져서 세상을 경험하고 온 거북이들이 1등이라는 거죠. 다른 동물들은 그 소문이 무섭고도, 거북이들에 대한 질투심에 결승선도 못 넘고, 뒤늦게 쫒기듯 세상을 구경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그들은 연못이 흐르던 큰 숲 입구를 떠나지 못하고 마을을 건설했어요. 그러다 그들은 인간들처럼 창조하는 재미를 안 거에요. 죽음이 가까이 있다고 생각해서 일까요? 발전되는 문명에서 자유와 해방감은 현실이 아닌 이상에 존재해야 했어요.

작은 숲 동물들은 그제서야 삶을 즐기려고 노력했죠. 거북이 둘은 큰 숲에 들어 가려했어요. 다른 동물들은 그걸 보고 두려움에 떨었어요. 혹시 죽으면 어떡하냐고. 꼴지가 되고 싶냐고.

하지만 한 때 연약했던 겁쟁이 도마뱀이,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는 거북이가 된 것은 마라톤 덕분이었어요. 그리고 마라톤을 위해 걱정하다, 신이 주신 돌껍질로 많은 걸 느꼈죠.

덕분에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고 나무라며 무겁고 힘든 고독감을 짊어지게 해줬고.

그렇게 기나긴 시간 혼자로 존재한 존재를 인정해주고 같이 길을 걸어준 남편의 사랑을 느끼게 해줬고.

그리고 그들 자신을 세상 전체에 '거북이'란 이름으로 존재하게 해준 자식들을 향한 모성애를 품게 해줬죠.

그 감사함을 잊으며 살 수 없었어요.

큰 숲 입구에 가장 가까이 있던 가장 권력있던 호랑이는 다가오는 그들을 쳐다보며 말했어요. 삶을 즐기다 죽음을 마주하는 것이 더 큰 자유와 해방감이라고.

사실 거북이들은 신이 말한 자유와 해방감이 어떤 것이든 가볍게 넘을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관성의 법칙으로 계속 평범하게 걸어온 그들이 신을 사랑하는 방식의 길에는, 종교의 교리나 편견이 막아설 수 없었던 거죠.

그 둘이 큰 숲에 들어갔어요.

근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 모든 동물들이 허탈했지만 또한 방방 뛰어대며 좋아했어요. 동물들은 거북이들을 영웅대접해줬어요. 하지만 그녀는 그냥 태어난대로 살다보니 도움이 될 때도 있다고 말했죠. 동물들은 큰 숲에서의 삶을 준비했어요.

'작은 숲 동물들이 자유와 해방감을 느낀 건 어찌되었든 사실이 되었군.'
그녀는 합리화에 능했어요.

목록

첫번째 댓글을 올려주세요!


wpDiscu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