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월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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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한 달 모두 잘 보내셨나요? 아무래도 새 학기가 시작되고 중간고사 기간도 있어서 소설 쓰기가 부담스러운 한 달이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달에 올려주신 작품 수는 조금 적었는데요. 심사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하신 두 작품 외에 총 4작품을 올려주셨습니다. 모두 고등부 작품들이었는데 각각의 작품에 댓글을 달기는 했지만 다시 가져와 보겠습니다. (여러분의 호기심을 조금 자극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에요.^^)

잠깐 빛났던 당신의 얼굴은 (Lyeok)

-단편에 비해 분량이 상당히 짧습니다. 단편보다 짧은 분량에 이야기를 제대로 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걸 저도 최근에 자주 느끼고 있어요. 압축의 미란 함부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제대로 깨닫고 있는 중인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에 대해 제가 느낀 걸 말씀드릴게요. 우선 플롯에 대한 이야기에요. 아무리 짧은 소설이라도 플롯은 중요합니다. 이 소설은 과거의 어떤 한 지점을 회상하고 있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중요한 배경이 되는 시간은 과거일까요 아니면 현재일까요? 이런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소설에서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전개되고 있는데 그(과거나 현재의) 행동(손자가 발견한 이니셜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왜 " 나이가 나이임에도 사람은 이런 유치한 일을 저지르고 마는 것이었다"는 문장이 등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어서 주인공이 회상하고 있는 사건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알 수 없습니다)에 대한 개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시 말해 분명 숨은 서사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게 뭔지 알 수 없는 독자로서는 그저 화자인 '나'의 행동을 막연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분량이 짧다고 해도 분명히 드러내야 하는 갈등 구조(과거의 '그'와 '나', 혹은 현재의 나와 나의 행동)가 있어야 하는데 그 또한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은 시제에 대한 얘기를 드리고 싶네요.

" 당신의 모습이 역광으로 검게 물들고 있었다. 그것이 인류최초의 비행이었다. 지금도 믿어의심치 않는다. 당신은 하늘 높이 날아, 영겁처럼 긴-어쩌면 찰나일지도 모르는- 시간을 만끽했다. 나 역시 마치 꿈결 속에 있는 듯했다.
아직도 고향의 옛 집에 머무는 동안이면 창고에서 자주 시간을 보냈다. 당신의 흔적이 남아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내가 갈무리한 당신의 날개가 바로 그것이었다."

서두에 등장하는 이 부분은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과 현재의 '나'를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제는 모두 과거형이에요. 이런 경우 앞의 경우(과거를 회상하는 진술부분)은 "물들고 있었다. 비행이었다. 만끽했다. 듯했다"로 뒷부분의 시제는 "보낸다 곳이다. 그것이다"로 정리하면 한결 깔끔하고 자연스러워질 것 같네요.

양치 (지일영)

* " 그 쌉사름하면서도 철가루 비슷한 그 자전거 쇠가 녹슬었을때 비슷한 맛이난다." – "쌉싸름하면서도 철가루 비슷한, 마치 녹슨 쇠에 혀를 갖다 대었을 때와 비슷한 맛이 난다."

* 이어서 후편을 쓰실 때는 띄어쓰기, 비문 등에 대한 퇴고가 좀 필요해 보이네요.^^ " 하지만 아침을 안먹고 나가기엔 너무 배가고프고 후자는 나의 귀찮음을 못이기고 양치를 다시하느니 그냥 생명에 직결되는 의 식 주의 '식'을 포기하는 일이다." – "하지만 아침을 안 먹고 나가기엔 너무 배가 고프고 후자를 선택하기에는(후자가 아침을 먹지 않고 가는 것이고 전자가 밥을 먹고 다시 양치를 하는 것입니다만) 나는 너무 게으르다. 밥을 먹고 다시 양치를 하느니 차라리 거르는 게 낫다."

=> 간혹 글의 서두만 올려주시거나 전, 후편을 나눠 올려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되도록이면 전편을 다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문장이나 띄어쓰기, 맞춤법은 몰라도 전편을 다 읽지 않고는 플롯이나 캐릭터등, 섣불리 조언을 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어요.

멜서리 다시 한 번 (비행선)

감각적인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글의 서두 부분에서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라는 소설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안 읽어 보셨다면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해드립니다.) 종종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글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왜 소설적 공간을 지금으로부터 먼 일제시대로 정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 배경이 꼭 그때여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드리는 이유가 히카루나 멜서리나 화열의 만남과 배경과 갈등과 우정이 그런 공간과 상관 없이도 그려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더불어 그 공간(일제시대라는)이 이 작품에서 그닥 생생하게 그려지지도 않고요. 물론 멜서리가 가진 배경이나 화열의 배경이 일제 시대의 그것과 관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지금'으로 옮겨 와도 무관할 거 같거든요. 이 작품 속 공간은 그저 주인공들의 배경에 개연성을 주기 위해 설정한 추상적인 공간으로 보여요.
다음으로 제가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이 소설도 서사가 다소 약해 보입니다. 감각적인 문장들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그 감각이 서사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거든요. 소설은 이야기입니다. 밑의 낭큼낭큼 님이 말씀하신대로 감각적인 이미지로 쓸 필요도 있지만 세 주인공의 관계와 갈등을 분명하게 그릴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왜 멜서리가 갑자기 도심 한 복판에서 춤을 추다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는지, 멜서리와 화열의 관계는 어떤 식으로 발전한 건지, 그 둘의 관계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가 모호하게 그려져서 결말 부분의 멜서리의 자살이 그닥 설득력 있게 보이지 않네요. ㅠ

"네가 조금은 소년일 때. 당신은 약을 가끔 먹고 자주 아프다고 했습니다." – "당신이 소년이었을 때(조금은 소년이라는 표현은 어색합니다), 당신은 가끔 약을 먹고 자주 아프다고 했습니다" 처럼 호칭을 통일할 필요도 있고요.

부서지기 직전 (Mono)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M0no님의 글에 타자가 등장한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여태 쓰지 않았던 의성어들도 보이네요. 삐빅이라든지 꼬르륵이라든지 하는. 의성어는 가능하면 묘사로 대신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문 완료를 알리는 진동벨이 울렸다,라든지 뱃속에서 밥을 달라는 신호를 연신 보냈다 라든지 와 같이. 절대 쓰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의성어를 그대로 옮겨 적는 건 어쩐지 그 상황을 너무 쉽게 넘겨 버리는 듯한 인상을 주거든요. 각설하고, 이 소설은 열등감에 휩싸인 '나'에 대한 이야기로 읽힙니다. 그런데 그 열등감은 성적에 기인한 것인가요? 아니면 영민이라는 인물에 기인한 것인가요? 그 둘은 같은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입니다. 작품 내용으로 보건대 나(성민)도 서울대에 진학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나가 시골에 살고 있는 이유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나보다 사교적이고 활발하여 쉽게 타인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마는 영민에 대한 적개심이 그리 크게 드러나지도 않는 것 같고요. 소설 말미에 등장하는 귀뚜라미들의 싸움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귀뚜라미를 죽여 버린 것으로 그 갈등을 해소하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좀더 주인공의 내면이 설득력 있게 그려질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저는 가끔 단편 소설이 여러 개의 톱니바퀴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단어를 쓰는 순간 그 단어는 분명 그 소설 속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역할을 맞게 된다는, 그래서 정확히 톱니와 톱니가 정확히 맞물려야 한다는 그런 생각 말이에요. 그리고 시계의 톱니가 두 개든, 세 개든, 숫자판은 언제나 1부터 12까지인데 게다가 시간은 정확해야 맞아야 시계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죠. 소재가 무엇이든,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든, 그게 선한 것이든, 악한 것이든 상관 없어요. 중요한 것은 충분히 이해와 공감이 가능한, 충분한 개연성이 있고 재미있는(새로우면서도 납득가능한)이야기여야 한다는 게 관건 거죠. 소설 쓰기의 어려움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여러분이 올려주시는 소설들을 보며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은 '납득 가능한' 이야기여야 한다는 거예요. 우선 소설을 쓰기 전에 머릿 속으로 자신이 구상한 얘기들을 펼쳐 놓아 보세요. 인물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여 어떤 사건과 마주치고 거기서 어떤 갈등을 만들어 어떤 결말에 이를 건지. 쓰는 건 그 다음 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과정들이 힘들겠지만 조금씩 익숙해지실 수 있을 거예요. 꾸준히 작품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그런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 같아 기쁘기도 합니다.

지난 달에도 그랬듯 비행선님의 <멜서리 다시 한 번> 작품을 두고 고민을 했어요. 댓글에서도 얘기했듯 비행선님의 작품은 감각적이기는 한데 아직 서사가 약해서 소설적 완결성이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아쉽지만 이 번 달 장원은 다음 달로 넘기겠습니다. 비록 작품을 뽑지는 못했지만 다들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5월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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