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월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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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모두 평안하셨나요? 새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지고 다시 새 꽃이 피는 계절입니다.

어제 작약 두 송이를 선물 받았는데 꽃 선물이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이었어요.

삶이 계속되어야 하는 것은 늘 삶 속에 숨어 있는 의외성에 있다는, 어디선가 읽은 문장이 떠오르는 밤입니다.

이번 달에는 총 5분이 작품을 올려주셨어요. (많이들 바쁘셨나봐요. ㅠㅠ)

작품을 올려주신 5분 모두 고생하셨다는 말을 전하며 이번 달 총평을 하겠습니다.

단편의 묘미는 압축, 그리고 정교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더 이상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상태. 그런 상태의 글에서 좋은 소설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겠죠. 다섯 작품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든 생각이에요.

예를 들어 볼까요?

화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려고 해요. 수줍음이 많은 그(그녀)는 말로 하는 대신 글로 자신의 말을 전달할 결심을 하죠. 작은 선물과 함께 말이에요. 카드에 뭐라고 쓸까요?

  1. 나는 너를 사랑해.
  2. 나는 너를 너무 많이 사랑해.
  3. 네가 너무 너무 너무 좋아.
  4. 영원히 사랑할게.
  5.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 같아.
  6. 너를 볼 때마다 숨이 멎을 것 같아.
  7. 사랑해

너무 유치한 문장들이라 모두 웃으시거나 혹은 자신이 생각한 문장은 없어 답 없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그래도 이 중 답을 고르라고 하면 답이 너무 뻔할 겁니다. 7번. 사랑해가 정답이에요. 소설도 마찬가지에요. 슬픈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그 슬픔을 어떻게든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슬프다 슬프다 슬프다 죽을 거 같다 슬퍼 죽겠다… 등등의 말을 반복적으로 쓰는 것보다 슬프다는 표현을 아예 쓰지 않고 슬픔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예를 들면 인물이 바라보는 풍경이나 사람들의 표정, 타인을 대하는 태도,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는 인물의 행동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말이죠.

또한 단편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에는 반드시 의도가 필요합니다. 수업을 하다보면 간혹 그건 그냥 트뤼거에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단편에서는 가급적 자제해야 합니다. 영화와 문학은 엄연히 다른 장르니까요. 게다가 단편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이 모든 것들이 말처럼 쉽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여러분이 글을 쓰며 겪는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저도 거친 시간들이니까요) 저로서는 매번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는 잔소리쟁이가 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작품을 읽다보면 노력한 흔적들이 보이고 달라지는 모습들이 보여서 오늘도 또 잔소리를 하고 맙니다. ㅠㅠ

 

각설하고 이번 달 장원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무제로 올려주신 29251314님의 글은 정말 감각적이고 가독성이 좋은 작품이었어요. 그러나 위에서 말한 압축에 대한 고려가 좀더 필요한 작품으로 여겨져요. 그래서 이번 달 장원도 다음 달로 넘기겠습니다.

간단히 29251314님의 작품에 쓴 댓글을 소개하며 물러갑니다. 제목은 "무제"입니다. (앞으로는 가급적이면 꼭 제목은 붙여주세요.)  6월에도 좋은 작품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우선 문장에 대한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감각적이면서 결코 질질 끌지 않는, 단문의 문장들이 가독성을 높이네요. 이런 훈련은 쉽게 되는 게 아닌데 무척 잘 읽혔어요. (칭찬입니다^^) 그런데 부모를 잃은 상실감에 젖어 있는 설희의 아픔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절망의 과정이 다소 느슨하게 전개되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 부분은 좀 단단하게 줄여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러니까 아주 큰 스폰지를 단단하게 압축하는 느낌으로 문장들을 덜어내면 훨씬 더 좋아질 거 같다는 말이에요. 다음은

"너는 온기에 녹은 근육을 쭉 펴며 화장실을 나선다. 갑작스러운 현기증에 비틀거린다. 흔들리는 시선사이로 말끔해진 바닥이 보인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너는 책상을 향해 달려간다. 쿠당탕 소리를 내며 넘어진다. 너는 두 팔로 기어 책상의 밑을 본다.

아직 남아있었다. 지울 수 없는 행복이."
이 부분에서 고개가 조금 갸우뚱해지는데 설희는 책상 밑에서 뭘 본 거죠? 그건 아마도 가족사진인 것 같은데 그 가족 사진이 하필 왜 책상 밑에 붙어 있는 건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이 장면은 설희가 자신의 내면과 겪는 갈등을 해소하는데 아주 중요한 장면으로 여겨지거든요. 그 가족 사진이 왜 거기 있는지, 그 시절의 기억이 왜 설희를 일어서게 만드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해 보여요. 마지막으로, 조금 조심스럽지만 인물이 가진 전형성에 대한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인자한 부모, 그런 부모를 사랑하는 착한 딸과 그의 오빠 또한 선하고 좋은 사람들이죠. 물론 이런 가족은 이 지구상에 백 만명도 넘을테지만 문제는 백 만명도 넘는 그런 인물들은 하나 같이 평면적으로 보일 위험도 있다는 뜻이에요. 물론 소설적인 측면에서 말이죠. 이런 점만 보완된다면 이 작품은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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