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월 통합 월장원 심사 결과
목록

안녕하세요? 문학 평론 쓰는 허희입니다. 9~10월은 감상&비평을 올려주신 분이 적어 통합하여 월장원을 선정했습니다. 처음이다 보니, 글의 내용보다는 형식에 대한 코멘트를 많이 했습니다. 글을 쓴 순서대로 한 분씩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조앤킹, 「김숨의 ‘숨’을 쉬는 그들」

 

조앤킹님의 글은 김숨 작가의 소설집『국수』(창비, 2014)를 읽고 썼습니다. 그런데 본문에는 “네 번째 소설집인 이번 작품집을 통해서”라고만 되어 있어서, 서지 사항이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감상&비평을 쓸 때는 정확한 서지 사항을 적어야 합니다.

 

감상&비평도 시와 소설과 마찬가지로 첫 문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런데 “김숨을 생각하면 이상문학상 수상집에 실린 <뿌리 이야기>를 읽다 만 것이 생각난다.”라는 시작은 독자에게 특별한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첫 문장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와 더불어 지나치게 감정적인 표현들-“정말 좋았다” 등의 서술어는 글의 밀도를 떨어뜨리니 사용을 자제해야 합니다.

 

조앤킹님이 개별적인 작품평을 하는 시선은 날카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막차」 「국수」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에 대한 분석이 개별적으로 나열되어 있을 뿐, 유기적으로 엮여 있지 않습니다. 한 편의 글은 서로 연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감상&비평 역시 그렇게 해서 내적 내러티브를 만들어야 그 자체로 읽을 만한 글이 됩니다.

 

 

(2) 윤별, 「부조리와 비논리를 직면하며 한국문학의 전통을 깨뜨리다 : 『미나』, 김사과」

 

윤별님의 글은 김사과 작가의『미나』(창비, 2008)를 비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앤킹님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서지 사항이 빠져 있습니다. 서지 사항은 ‘작가, 책 제목, 출판사, 출판연도’의 순서로 표시하되, 본문을 직접 인용할 때는 큰따옴표 부호를 사용하고 괄호 안에 해당 쪽수를 쓰면 됩니다.

 

예) 서지 사항 : 김사과, 『미나』, 창비, 2008.

직접 인용 : “이것은 장난이다. 이것은 장난이다. 이것은 장난이다.”(10쪽)

 

윤별님은 자신의 논지를 세우고 글을 끌어 나가는 힘이 있습니다. 김사과 작가의『미나』는 한국문학의 전통(“이별의 정한을 담고 있거나 자연친화적이면서 여운을 남기는 글”)을 깨뜨리고 있는데, 이것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 긍정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곰곰 따져보면 윤별님의 논지 전개 방식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예컨대 “최근까지 규율은 없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평론가와 독자들 모두 열거한 원칙들에 부합하는 작품을 대작으로 인정한다.”라는 구절이 그렇습니다.

 

최근까지 어떤 평론가와 독자들이 “이상향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지조와 절개를 담고 있으면서 풍자와 해학으로 미의식을 드러내는 수준 높은 글”을 옹호했을까요? 이 문장에는 단정만 있을 뿐 근거가 없습니다. 은별님이 이런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예증을 하셔야 합니다. 가령 2000년대 평론가와 독자 모두에게 사랑을 받은 김영하 작가와 김연수 작가의 작품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일까요? 또 황정은 작가의 작품은 어떨까요? 한국문학의 전통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일까요? 이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아보시기를 바랍니다.

 

윤별님은 전문 용어와 고급 어휘를 글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런 단어를 쓸 때에는 그 맥락과 의미의 결을 주의해야 합니다. 잘못 쓰면 글이 무척 어색해집니다. 가령 다음과 같은 문장은 어떨까요.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는 김사과의 소설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사회에 기반을 둔 디스토피아적 신념과 아방가르드적 예술성은 한국문학의 전통성을 부정한다.” ‘디스토피아와 결합한 신념’은 대체 무엇이며, 김사과 작가의 어떤 부분이 ‘아방가르드적 예술성’일 수 있는 것일까요? 필자가 감당하지 못하는 어휘가 글에 너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소 평범해 보이더라도 정확한 단어로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기 바랍니다.

 

 

(3) laurie, 「곤 사토시, <퍼펙트 블루>」

 

laurie님의 글에서 먼저 아쉬운 점은 제목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글에는 자기의 주장을 포괄하는 제목이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글을 쓸 때는 제목을 꼭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불어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임을 명기하고 2004년에 개봉한 작품임을 본문 안에 밝혀야 합니다.

 

laurie님은 상당히 꼼꼼하게 작품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문장도 안정적이고요.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듭니다. 왜 10여 년 전에 개봉한(일본에서는 1998년, 한국에서는 2004년 개봉), 그것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애니메이션을 2016년에 한국 청소년이 새삼 다시 이야기하는가?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아무리 본질적인 것이라 해도, ‘지금 여기’에서 이 작품을 논하는 이유는 서술되어야 합니다.

 

한편 영화 포스터에 나와 있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문구를 이 글의 마지막 문장으로 사용한 것은 나이브해 보입니다. (영화) 비평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말하지 않는 것을 나의 관점으로 보여주고 말하는 장르입니다. laurie님의 언어로 이 작품의 주제 자체를 재해석‧재구성했다면 더 좋은 글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상 심사한 결과, 윤별님을 9~10월 월장원으로 뽑았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본인의 목소리를 가장 뚜렷하게 갖고 있는 글이라는 점을 높이 샀습니다. 월장원이 되신 윤별님을 비롯해, 조앤킹님과 laurie님께도 수고했다는 말을 전합니다.^^

목록

첫번째 댓글을 올려주세요!


4 개월 19 일 전

심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다음 월장원도 11월과 12월 통합해서 발표하실 예정인가요? 작품 수가 적다면 그렇게 하실 건지, 아니면 따로 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wpDiscu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