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kyll-내면의 악을 마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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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박사와 하이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쓴 이 소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상세히 다룸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고, 2차 창작물 역시 다양하게 제작되었다. 오늘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리메이크작 중 하나인 6부작 영국 드라마 <지킬>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지킬>의 주인공 닥터 톰 잭맨은 일정한 주기, 혹은 특정한 자극에 반응하여 의식을 잃고 하이드라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된다. 그는 변화 후 자신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는 이 새로운 존재와 녹음기에 녹음된 음성으로 소통하며, 기이한 공생을 시작 한다.

 

이중인격을 다룬 다른 창작물과 달리 톰 잭맨은 단순히 정신적 변화 뿐 만이 아니라 신체적 변화 역시 겪는다. 갈색이었던 눈동자와 머리카락은 검어지고, 머리카락의 라인, 턱선, 키나 몸무게, 어깨 넓이 등에서 미세한 변화를 보인다. 또한 톰 잭맨과 달리 하이드는 월등한 힘과 체력을 가졌으며, 신체나이도 톰 잭맨 보다 젊다.
따라서 톰 잭맨과 하이드는, 아주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달라 보이는 생김새로 하나의 신체에서 생활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 새로운 인물 하이드가 매우 충동적이고 본능에 충실해서 언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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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잭맨 일 때의 갈색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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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일 때의 검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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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잭맨 일 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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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일 때의 모습)

 

시간이 지나면서 톰 잭맨은 점점 스스로를 통제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규칙하게 하이드로 변화하기 시작하자, 실험소를 만들고 자신과 하이드를 동시에 지켜봐 줄 정신과 간호사 캐서린 라이머를 고용한다. 캐서린 라이머는 양 쪽 모두를 동등하게 대우하며, 톰 잭맨과 하이드 사이에서 균형을 지킨 채 연구를 시작한다.

 

하이드가 범죄 행위를 저지르면 톰 잭맨이 자수하고, 톰 잭맨이 치료법을 연구하면 하이드가 자살해 버린다. 이 둘은 이렇게 서로를 협박하고 대립하면서 계속 살아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이드가 술을 마시고 밤새 떠돌아다니면, 정신을 차린 톰 잭맨이 숙취에 괴로워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꾸만 수상한 행동을 하는 남편을 감시하기 위해 톰 잭맨의 아내 클레어는 사설탐정을 고용하고, 캐서린 라이머의 도움으로 자신이 감시당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톰 잭맨은 사설탐정에게 찾아가 그들이 찍어놓은 사진에서 하이드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톰 잭맨은 오래 전 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던 검정 밴의 정체가 실은 사설탐정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아내가 고용한 탐정 외에도 자신을 감시하는 또 다른 존재가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한편, 하이드로 변한 그에게 정체불명의 조직이 찾아와 그들이 하이드를 소유한 주인이라는 황당한 주장하기 시작한다. 톰 잭맨은 그를 따라다니던 사설탐정, 의문의 조직, 그를 연구하는 캐서린 라이머와 속고 속이는 관계를 이어가며, 점점 더 괴물같아지는 하이드와 그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의 실체를 파헤치게 된다. 과연 그는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사랑하는 아내와 쌍둥이 아들들이 기다리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호빗에 출연했던 제임스 네스빗이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보기 시작한 이 드라마는, 어느새 정신없이 몰입하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주연 배우의 소름 돋는 1인 2역이었다. 제임스 네스빗, 그는 말투, 표정, 걸음걸이, 움직임 등 세세한 부분에서 끈질기게 상반된 이 두 인물을 연기 해 냈다. 정신과 간호사 캐서린 라이머에게 웃기는 하냐는 질문을 받는 심각하고 진지한 톰 잭맨에 비해 하이드는 항상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또한 하이드는 계산적이고 의도한 악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아니라, 단순히 어른의 욕구를 가진 충동적인 어린아이 같이 행동한다. 따라서 하이드는 칼을 들고서도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4살짜리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그 표정이 어찌나 순수한지 처음엔 두려움을 느끼며 몸을 움츠리다가도 서서히 그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 적응하게 되고,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된다. 제임스 네스빗은 이러한 ‘순수하고 정제되지 않은 악함’을 매우 잘 표현 해냈다. 반대로 진지하고 가족적이며 끝까지 선함을 유지하려는 톰 잭맨 이라는 역할에서 역시 그에 준하는 연기를 해 냈는데, 톰 잭맨이 숨기고 있던 그의 가족을 하이드가 발견한 후 자신을 톰 잭맨의 사촌인 '빌리' 라고 속이며 톰 잭맨의 가족들에게 접근하자, 정신을 차린 톰 잭맨이 녹음기를 향해 “그들은 너의 가족이 아니야!”를 외치며 눈물을 삼키는 모습은 가족에 대한 그의 사랑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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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들고 아이처럼 웃는 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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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지키려 하이드에게 경고하는 톰 잭맨)

 

배우의 연기 못지않게 감탄하면서 본 점은 이 작품이 아주 매력적으로 원작을 재해석 해냈다는 것이었다. 이 드라마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라는 소설 속 지킬 박사가 실존인물이었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빅토리아 시대에 실존했던 지킬 박사와 현대에서 동일한 질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톰 잭맨 사이엔 과연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던 것일까? 게다가 지킬 박사에게는 가족도 후손도 없었다.<지킬>에서는 반복적인 질문을 통해 보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이야기를 뒤튼다. 톰 잭맨은 지킬 박사와 너무나도 흡사한 외모로 그가 지킬 박사의 후손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지킬 박사에게는 가족도 후손도 없었다.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 톰 잭맨은 지킬 박사의 복제 인간일까? 지킬 박사가 죽지 않고 살아있던 걸까? 혹은 이 둘은 전혀 관련 없는, 그저 동일한 질병을 가진 닮은 사람일 뿐일까?

 

혼란스러움을 정리하기도 전에 드라마는 쏜살같이 흘러간다. 그 안에는 선악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도, ‘나’라는 존재에 대한 모호성도, 과학의 발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탐욕과 무자비함에 물든 인간들에 대한 고찰도 들어있다. 이는 단순히 중첩된 사건을 추리하는 즐거움을 넘어서서, 여러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1. 하이드, 그는 과연 악마였을까?

 

-불이 켜져 있고 카메라가 켜져 있는 한 넌 안전해, 불이 꺼지면…넌 내 밥이야.

 

위 대사는 하이드와 정신과 간호사 캐서린 라이머의 대화 중 일부이다. 이는 하이드를 잘 표현해 주는 대사 중 하나이다. 밥, 하이드는 모든 인간을 자신의 밥 또는 장난감 정도로 취급하며, 사자를 때려죽일 정도의 강력한 신체능력으로(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그는 극중에서 실제로 사자를 죽이고 라이언 킹의 주제가를 흥얼거렸다.)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인간에게 잔인한 폭력을 서슴지 않고 행한다. 그의 잔인함과 사이코패스같은 행동들은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한다. 그러나 ‘하이드’ 라는 존재의 시작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그의 본질은 매우 놀랍게도 ‘사랑’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사랑과 사이코패스, 언뜻 보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두 감정의 연결성을 <지킬>은 설득력 있게 풀어간다. 톰 잭맨에게 처음으로 하이드가 등장했던 순간은 그의 아내가 불량배들에게 습격을 당한 순간이었다. 극중 지킬 박사의 이중인격 역시 원작 소설에서처럼 약물복용으로 인한 것이 아닌, 사랑하는 하녀로 인한 것이었다. 톰 잭맨의 어머니는 톰 잭맨의 아내 클레어와의 대화에서 하이드의 존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람들은 하이드가 분노라고 생각하지. 증오, 탐욕, 정욕이라고. 하이드는 더 나쁜 거야. 자네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처음 생각한 건 언제인가?

-제 아이를 처음 안은 날이요.

-인간의 가장 오래되고 끔찍한 충동이지, 다른 생명을 희생하고서라도 자기 것을 지키려는 충동, 게다가 우린 그 충동에 아주 멋진 이름을 붙여 줬지 않나? 하이드는 사랑일세, 그리고 사랑은 사이코패스적인 거지.

 

실제로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의 하이드는 후반부를 갈수록 톰 잭맨의 아내와 그의 아이들을 보호하기 시작한다. 그는 살인을 저지를 경우 톰 잭맨이 자수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망설임 없이 그의 가족들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후반부에서는 수십 발의 총알을 맞는 것 까지 감수한다. 하이드는 어째서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그저,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충실하게 톰 잭맨의 가족을 지켜낼 뿐이다. 초반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성격은 변함없지만,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그의 처절한 노력은 조금은 짠해 보이기까지 한다.

 

 

2. 톰 잭맨과 하이드, 그들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

 

하이드는 톰 잭맨을 꾸준하게 ‘대디’, 즉 아빠라고 부른다. 초반에야 하이드가 톰 잭맨의 이름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는 톰 잭맨의 이름을 알고 나서도 꾸준히 톰 잭맨을 아빠라고 부른다. 과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처음 시작할 당시 <지킬>에서는 그들의 신체적 변화를 강조하며 그 둘이 동일인물이 아님을 강조한다. 하지만 후반으로 내용을 전개 할수록, 톰 잭맨과 하이드 사이에는 무시 할 수 없는 상관관계가 존재했다. 하이드는 분명 폭력적이고 제멋대로 였지만, 그가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거나 반쯤 죽을 정도의 심각한 폭행을 행사 한 것은 모두 톰 잭맨에게 시비를 걸거나 위협을 가한 경우에만 해당했다. 또한 하이드에서 톰 잭맨으로 돌아온 후, 정신을 차린 톰 잭맨이 처음으로 했던 말은 기분이 끝내주게 좋았다는 것이었다. 하이드가 이유 없이 톰 잭맨의 가족들을 지켰듯, 톰 잭맨 역시 하이드의 폭력행위 이후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았다. 이는 이 둘이 어떤 방식으로든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명시하며, 하이드가 어느 외딴 섬이나 우주같이 동떨어진 공간에서 느닷없이 나타난 악마가 아닌, 톰 잭맨의 내면에서 일정한 영향을 받아 탄생한 인물임을 나타낸다.

 

 

3.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과학에 대한 탐욕의 끝은 어디일까?

 

마지막으로 이러한 하이드의 능력을 이용해 인류의 진화를 이륙하려했던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앞서 말했다 시피, 톰 잭맨에게는 악마같은 하이드, 그를 쫓는 사설탐정, 정신과 간호사 캐서린 라이머 이외에도 정체모를 의문의 조직이 싸워야 할 대상으로 등장했다. 그들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소설의 지킬박사가 실존한다는 사실을 알아내자 그의 능력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반인륜적인 실험들을 하기 시작했다. 약물로 변화한 소설 속 지킬 박사를 보며 동일한 약물을 개발하려다 12명이나 되는 사람을 죽이기도 했고, 실제 지킬 박사가 약물이 아닌 사랑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알고는 지킬 박사와 같은 증상을 지닌 톰 잭맨의 일상, 가족, 직장, 친구 등 모든 것을 조작하고 통제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톰 잭맨 속에 내제되어있는 하이드를 불러내기 위해 톰 잭맨의 아들을 사자 우리에 집어넣기도 하고, 폐쇄공포증이 있는 그를 상자 안에 가둔 채로 기절조차 하지 못하게 전기 충격을 주는 잔인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엄청난 정신적 충격으로 몸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톰 잭맨, 그러나 그들은 이것을 '인류의 진화'라고 부르며 기뻐했다. 또한 자신들의 행위를 대의를 위한 것이었다고 정당화하며, 그에 따른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초반, 끔찍했던 하이드의 악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광기어린 실험에 묻혀버릴 지경이 되었다. 오히려 수없이 톰 잭맨의 가족을 납치하고 무자비하게 약물을 투여하며 하이드를 불러내는 사람들과, 톰 잭맨의 가족을 지켜내기 위한 하이드의 대립을 통해 하이드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까지 생기게 된다. <지킬> 은 하이드라는 개체를 통해 개인의 내제된 악함과 잔인함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어쩌면 이보다 더 무서운 집단적인 폭력과 과학에 대한 탐욕을 비중 있게 다루어 다양한 ‘악함’에 대해 깊이 있는 탐구를 이루어냈다.

 

비록 다양한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이지만. <지킬>역시 아쉬운 점과 단점이 있다. 몇 가지를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다음과 같다.

 

 

1. 분량의 한계.

 

어쩌면 짧은 분량이 득이 된 것일 수도, 실이 된 것일 수도 있다. 수많은 반전과 다양한 인물의 출현으로 <지킬>은 흡입력 있는 전개와 완성도를 보여줬으나, 다소 설명이 부족하거나 불친절하게 넘어간 부분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지킬 박사가 하이드로 변화하기 시작한 이유가 사랑하는 하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내용이 나올 때, 구체적으로 무슨 상황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초월적인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지킬 박사의 경우 신체적 능력과 인격이 모두 변화한 거의 최초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적어도 <지킬>이라는 드라마 안에서는 말이다.)이에 대한 설명의 생략은 의구심이 들게 한다. 그저 하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몇 백 년 동안 과학적으로 설명 할 수 없을 정도의 진화를 이루어 냈다는 설정은.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뛰어넘어간 것 치고는 너무 비약적이다.

 

 

2. 반전을 위한 무리한 설정

 

톰 잭맨은 지킬 박사의 직계 후손이다. 그러나 지킬 박사에게는 자식이나 가족이 없었다. 그들은 놀랍도록 닮았고 동일한 질병을 앓고 있다. 이러한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 <지킬>은 하이드를 이용한다. 지킬 박사는 총각으로 죽었지만 하이드는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많은 자식을 낳은 것이다. 그들은 다중인격이나 샴 쌍둥이 같은 불완전한 모습으로 지킬 박사의 증상을 물려받았다. 그 중 유일하게 톰 잭맨 만이 지킬 박사의 증상을 완벽하게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해 할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서 <지킬>은 톰 잭맨의 아내를 지킬 박사가 사랑한 하녀의 유전자를 본뜬 클론으로 만들어 버린다. 톰 잭맨은 분명 지킬 박사의 후손이지만 지킬 박사 그 자신은 아니다. 그가 사랑에 빠지는 대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러니 굳이, 그의 아내가 복제인간이었다는 과도한 설정이 필요했던 것일까?

 

 

3. 제목의 아쉬움, 아무것도 담지 못한 <지킬>

 

<지킬>, 어찌 보면 영리한 이름 일지도 모른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이 잘 드러나고, 또한 그것과 완벽히 같은 내용은 아니라는 암시 역시 원작의 제목을 변형함으로서 나타냈다. 그러나 훌륭한 제목이란 주제의식을 담은 제목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킬>의 주인공은 톰 잭맨, 하이드, 혹은 이들을 둘러싼 거대한 ‘악’그 자체이다. 그저 잠깐의 과거회상으로만 등장했다 사라져 버리는 지킬 박사를 제목으로 내세운 것은, 홍보차원에서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원작의 제목을 그대로 따랐다면, 선과 악을 균형적으로 다룸으로서 괜찮은 제목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지킬>이라는 제목만을 보고나서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라는 원작 속 지킬박사의 선의에 집중하여 인간의 원초적인 악함과 대항하여 싸우는 지킬의 영웅적인 모습을 집중하여 재해석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따라서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내용에 처음에는 당황했다. <지킬>은 전체적으로 인간의 ‘악함’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어쩌면 <하이드>라는 제목을 짓는 것이 작품의 주제의식과는 더 부합하는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킬>은 내게 인간의 내면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방면으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하이드’라는 악마적 본성은 어쩌면 모든 인간에게 남아 있을 지도 모른다. 끔찍하고 비인간적으로 톰 잭맨을 괴롭혔던 과학자들을 보며, 그들 또한 하이드 못지않은 악마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과 톰 잭맨의 차이는 톰 잭맨은 끊임없이 의지를 가지고 하이드를 통제하고 가족과 주변사람들을 지키려 싸웠다는 것이고, 그들은 ‘대의’라는 보기 좋은 명분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악행을 정당화 한 것이다. 내면의 악함을 마주했을 때, 그 끔찍함과 악랄함 앞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6부작짜리 짧은 드라마 <지킬>은 나에게 많은 고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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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개월 18 일 전

드디어 11월의 첫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틴 회원 여러분께서 투또우님의 글을 어떻게 읽으셨는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자기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댓글(이것 자체가 비평적 행위이지요.)을 다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이 글이 좋다면 왜 좋은지, 좋지 않다면 왜 좋지 않은지 여러분의 비평적 관점을 보여주십시오. 앞으로 월장원을 선정할 때, 댓글도 본글과 동일한 대상에 놓고 평가하겠습니다. – 허희 드림

5 개월 5 일 전

안녕하세요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소설 원작과 해당 드라마 모두 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글을 읽고 왜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지금까지 읽히고 계속해서 리메이크 되는지 어느정도 공감이 갔습니다. 그것은 하이드가 단순한 광인이 아니라 그 내면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이라는 요소가 그 이유가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한번 원작 소설을 접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며, 이 작품이 여지껏 사랑받고 드라마로 리메이크 될 만한 작품인지 읽어보고 확인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포일러는 모두 당한것 같지만요.

5 개월 2 일 전
투또우 님의 잘 읽었습니다. 사진 자료까지 첨부하면서, 열심히 글 쓰려고 한 점이 눈에 보입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의 장점과 단점도 나름대로의 관점으로 적절하게 짚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앞으로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한 조언을 해드려야겠지요? 1. 줄거리 소개에 대하여 : 투또우 님은 이 작품의 줄거리 요약을 잘했습니다. 하지만 글 앞부분에 줄거리가 나열되는 것보다는, 투또우 님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 속에 줄거리가 녹아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이 작품의 줄거리를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투또우 님이 이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메시지가 전면적으로 부각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2. 장점-단점을 나눈 글쓰기 방식에 대하여 : 감상&비평에서 장점과 단점을 뚜렷하게 나누어 글을 쓰는 방법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감상&비평은 어떤…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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