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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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다! 나는 재빨리 녀석이 사라진 너머를 살피기 위해 주방 창문에 매달렸다. 싱크대가 가로막고 있는 그곳에 머리를 밀어 넣고 까치발을 했다. 가로 오십에 세로 삼십 센티미터가 될까 말까 한 좁은 창밖에는 인근 건물의 외벽이 완고하게 막아서 있었다. 중화반점과 부동산 그리고 미용실이 입점해 있는 상가 건물은 내가 사는 5층짜리 빌라보다 꼭 한층 낮았다. 그래서 맨 꼭대기 층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대의 베란다는 상가 건물에 막혀있어 낮에도 저녁처럼 컴컴했다. 목을 뽑고 위를 살피자 건물 사이로 가려졌던 하늘이 손바닥만 하게 드러났다. 그나마 건물에서 건물로 가로지르는 각종 전선에 의해 하늘은 여러 조각으로 분할되어 있었다.

 

나는 위로 향했던 고개를 돌려 급하게 아래를 살폈다. 그리고 녀석이 달아났을 법한 곳을 열심히 찾았다. 거리의 반대편에 가려진 건물의 외벽은 지저분했다. 햇볕이 닿지 않은 곳이라 곳곳에 검은 곰팡이 얼룩이 보이고 옥상 물통과 연결된 호스를 감싼 보온재는 낡을 대로 낡아 흉측한 뱀의 허물 같았다. 아래로, 혹은 위로 이어진 전선과 배관을 훑어나가던 내 시선이 3층의 창틀에서 멈추었다. 녀석이었다. 야옹! 에어컨 외기에 도사리고 앉은 녀석은 시선이 마주치자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 밝은 노랑에 흰색 줄무늬에 어울리지 않게 녀석의 울음은 어딘지 침울한 분위기가 담겨있었다.

 

어젯밤에도 녀석은 찢어진 방충망을 통해 뒤 베란다로 숨어들었었다. 밤사이 은밀하게 움직였지만 나는 녀석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녀석을 내쫓기 위해 일어나지 않았다. 너무 추워 이불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체온으로 덥혀놓은 온기를 잃지 않으려면 가능한 이불 속에서 웅크린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가스는 장기연체로 공급이 중단된 상태였다. 고지서는 매달 배달되지만 나는 어떤 식으로 어디에 납부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수도세와 전기요금도 잔뜩 밀려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물과 전기는 아직 공급되고 있다. 대신 수도 검침원과 한전직원이 여러 차례 초인종을 눌러 엄마를 찾았다.

 

어른 안 계시니 어른?

 

나이보다 체격이 작은 탓에 그들은 중학생인 나를 초등학생처럼 취급하려 들었다. 나는 가능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시선을 깔았고 잘근잘근 손톱을 씹었다. 대답 대신 고개만 가로 저었다. 입술 위의 상처나 눈두덩의 멍 자국은 없는데도 나는 아직 사람들과 똑바로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어른이라면 엄마를 이야기할 터였다. 아빠가 없는 우리 집은 엄마가 유일한 어른이다. 그렇지만 엄마는 육 개월 전에 집을 나갔고 나는 정말 엄마의 행방을 몰랐다.

 

엄마 어디 가셨니? 언제 오셔?

 

검침원이 재차 물었지만 나는 역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더욱 고개를 숙이고 몸을 흔들어 댔다. 알고 있다면 진작 알려주었을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나의 출입과 우리 집을 감시하는 그 험상궂은 아저씨에게도 실토했을 것이다. 그러면 그는 자기의 말대로 엄마를 어딘가로 끌고 가거나 감옥에 처넣을지도 모른다. 자식으로서 품어서는 안 될 생각이지만 나는 한때 그렇게라도 해서 엄마와 격리되고 싶은 적이 있었다. 엄마의 매질은 언제부터인지 부모가 딸에게 가하는 정상적인 체벌의 수준이 아니었다. 함부로 던진 물건에 맞아 입술이 찢어지고 멍이 드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아빠가 돌아가셔서 이제는 소용없어진 구두주걱으로 사정없이 후려쳤다. 그러던 엄마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지난 초여름의 일의 일이었다.

 

뭐 생각나는 게 없어? 어디로 간다든가. 평소와 다르게 한 행동 같은 거 말이야?

 

아저씨는 집요하게 엄마의 행적을 깨물었고 작은 단서라도 얻고자 어르기까지 했다. 그는 엄마가 큰돈을 빌리고 종적을 감추는 바람에 자기의 입장 곤란해졌다고 했다. 엄마가 끝내 나타나지 않으면 나를 대신 끌고 가 팔아버리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쳐 문을 박차고 신을 신은 채로 집 안 구석구석을 뒤지는 횡포를 일삼았다. 그런 아저씨도 최근 들어서는 많이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나도 엄마의 행적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믿는 눈치였다. 그렇지만 잊을만하면 나타났고, 그는 나에게 말을 시키며 내 얼굴에 나타난 변화를 관찰하려 들었다.

 

이제 오지 마!

 

나는 내뱉듯 쏘아댔다. 분명하게 내 의사를 드러내야겠기에 주변에 던질만한 물건이 없나 하고 둘러보았다. 싱크대와 개수대 근처에는 며칠째 방치한 설거지 감과 일회용 라면 컵 용기만이 흩어져 있었다. 어디선가 쾌쾌한 곰팡내가 올라왔다. 사기로 된 머그잔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물을 가득 담아 창문 밖으로 냅다 뿌려댔다. 그리고 재빠르게 고개를 내밀고 녀석이 앉았던 곳을 살폈다. 야옹! 물은 녀석의 근처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았다. 녀석은 여전히 도사리고 앉아 이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오지 말란 말이야.

 

창밖으로 주먹을 흔들어 보였다. 녀석을 보고 있으면 집 나간 엄마가 생각났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녀석을 부르던 엄마의 음성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나비야!

 

엄마는 가끔 생선 남긴 것이나 음식 찌꺼기를 담은 그릇을 베란다에 구석 놓아두곤 했다. 그리고 녀석을 불러댔다. 기르는 고양이가 아닌데도 녀석은 그때마다 용케도 엄마의 소리를 듣고 나타났다. 고장 난 새시문과 뚫린 방충망은 녀석을 위해 마련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벽체 어디를 타고 오는지 녀석은 소리 없이 나타나 베란다 안을 기웃거렸다.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나풀거리듯 뛰어내려 얌전히 자신의 몫을 해치우고 사라졌다. 그것이 이곳으로 이사를 한 이후 녀석과의 관계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엄마와의 관계였다. 녀석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는 사람은 엄마였고 애초에 녀석을 불러들인 사람도 엄마였다. 나는 아직 한 번도 녀석에게 먹이를 챙겨 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엄마는 사라졌다. 더는 먹이를 챙겨주는 사람도 없는데 녀석은 왜 집요하게 나타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창문을 닫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뭔가 챙겨 먹겠다고 나갔는데 녀석과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생각이 달아나 버렸다. 배가 고프지만 참기로 했다. 게다가 뒤늦게 떠오른 것이지만 선반에는 컵라면이 더 이상 남아 있지도 않았다. 아침에 먹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가스 공급이 끊긴 이후로 컵라면으로만 끼니를 유지해 왔다. 더운물은 전기 포트로 끓일 수 있었다. 물만 부으면 간편히 조리할 수 있는 컵라면이야말로 지금의 내 처지를 위해 마련된 음식 같았다. 그러나 컵라면이 딱 떨어졌다. 라면을 사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 나는 나가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이상한 눈으로 나를 살피는 이웃도 슈퍼 아줌마도,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제대로 씻지 못한 탓이겠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불결한 물건을 대하듯 나와 거리를 두려 했다.

 

침대로 돌아가 이불을 뒤집어썼다. 난방을 할 수 없는 집은 이불만 벗어나면 그대로 한대나 마찬가지였다. 이불 속에서도 오들오들 한기가 느껴졌다. 체온으로 이불 속을 덥히려면 얼마간 시간이 필요했다. 밤에는 끓인 물을 두세 겹 싼 비닐봉지에 넣어 수건으로 감싸 안았다. 그러면 어느 정도 견딜 만했다. 말랑말랑한 그것은 어릴 적 만지고 놀던 엄마의 젖을 생각나게 했다. 부드러운 향기가 맡아지는 그곳에 살짝 입술이라도 갖다 대면 엄마는 죽는다고 간지럼을 탔다. 다 큰 지지베가 이게 무슨 짓 이래 그래? 깔깔깔…그러면서도 싫지 않은지 꼭 나를 끌어안았다. 정확히 아빠가 사망하기 전까지의 엄마의 모습은 그랬다. 늘 다가가서 안기고 싶은 존재였고 실제로 엄마는 나를 그렇게 감싸주었다. 민정아, 엄마는 우리 사랑스러운 딸을 가진 것이 너무 행복해. 민정아 사랑한다.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주었다.

 

민정아…

 

나는 예전에 엄마가 내게 하듯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 보았다. 그렇지만 이내 나비야! 하는 길고양이를 부르는 엄마의 음성과 겹치면서 나도 모르게 데구루루 눈물이 흘렀다. 나는 훌쩍거리며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아빠의 사망은 교통사고였다. 그리고 누구나 교통사고를 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가족인 엄마에게 슬픔의 사유가 될지언정 어째서 분개할 만 일이 되는지 그때까지 나는 알지 못했다. 나에게는 아빠의 사망이 악몽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한시바삐 악몽에서 깨어나고자 발버둥을 쳤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엄마의 태도였다. 엄마는 아빠의 사고 소식을 접하던 처음을 제외하면 장례 기간 내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퍼렇게 날 선 눈으로 영정 사진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 혼란스러운 상황이 나를 더욱 서럽게 만들었는데 놀라운 것은 그다음의 일이었다.

 

이년아, 안 그쳐! 뭔 잘난 애비 뒀다고 그렇게 서럽게 우니?

 

갑자기 훌쩍이는 나를 엄마가 밀쳐버렸다. 나는 바닥에 나뒹굴었고 엄마는 넘어진 나를 올라타고 앉았다. 엄마가 사정없이 내 머리를 낚아채 흔들기 시작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놀란 문상객들이 엄마를 뜯어말리기 위해 달려왔다. 나는 갑작스러운 아빠의 죽음으로 엄마의 머리가 일시적으로 이상해 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머리카락이 뜯기는 아픔조차 못 느끼고 가슴이 철렁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마당에 엄마까지 정신 줄을 놓아 버린다면… 그야말로 나에게는 끔찍한 상황이었다. 중학생인 내가 감당하기로는 너무 가혹한 형벌이었다.

 

민정이 엄마, 참아. 애가 무슨 잘못 있다고 그래.

 

그래 어쩌겠어. 산 그냥 사람은 살아야지. 이게 무슨 짓이야.

 

도무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나는 막연하게나마 떠난 아빠가 우리 가족에게 남긴 것이 단순히 슬픔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날 이후로 모든 것이 변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동안 살고 있던 아파트를 비워야 했으며 엄마는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 전전했다.

 

배가 너무 고팠다. 잠시 잠이 들었던 것인데 배고픔에 못 이겨 다시 깼다. 잠이 들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악몽과도 같은 현실 속에 놓인 나를 발견하게 된다. 현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거실을 내다보았다. 그곳에는 도둑이 다녀간 것 마냥 어수선했다. 문짝이 떨어진 안방의 풍경도 을씨년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치 급하게 짐을 싸서 달아난 피난민의 집 같았다. 문짝의 경첩이 빠진 것은 엄마와 연락이 안 된다고 찾아온 아저씨가 신경질을 부리며 발로 찬 까닭이었다. 그는 재산이 몽땅 털린 사람처럼 흥분했고 거실과 안방, 그리고 침대 하나만 달랑 놓인 내방까지도 구석구석 뒤지고 다녔다. 그가 찾는 게 무엇인지는 몰라도 나는 시종 거실 중앙에 꼼작 못하고 선 채로 공포에 질려 오들오들 떨어댔다.

 

발밑이 축축한 것을 깨달은 것은 그렇게 한 시간가량 난봉꾼이 휘젓고 돌아간 이후였다. 오줌을 싼 것이다. 나는 별안간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한번 터진 울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엄마가 없으면 매 맞을 일도 없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서럽기만 한지 모를 일이었다.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밤마다 무서움에 떨었다. 돌아올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가 되었다는 것이 그토록 끔찍하고 두려운 일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고아로 버려졌다는 외로움에 견디기가 어려웠다. 좁은 거실과 방 두 개에 불과한 공간이 마치 깊은 산 속처럼 광활하게 느껴졌다. 공포가 밀려왔다. 밤새도록 TV를 켜 놓았다. 자그마한 소리에도 소름이 돋아 몸을 도사렸다. 현관 밖에서 발소리가 날 때마다 살금살금 문 쪽으로 다가갔다. 화장실에 있는 목욕 의자를 가져와 딛고 서서 단추 구멍에 눈을 갖다 댔다. 어두컴컴한 계단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희미한 비상등 아래에 있는 사람은 엄마를 찾는 아저씨였다. 나를 감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언제이고 돌아올 엄마를 기다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그곳에서 서서 종종 담배를 태우며 새벽까지 머무르곤 했다.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거실의 소파에 이불을 감고 누워있던 나는 흠칫하며 TV의 볼룸 소리를 낮추었다. 그리고 귀를 기울였다. 분명히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잠잠했다. 나는 불안하게 주방 쪽을 살폈다. 소리가 난 곳이 주방과 연결된 뒤 베란다였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숨을 죽이던 소리가 다시 사각사각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현관으로 다가갈 때와 마찬가지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렇지만 빈손이 아니라 빗자루를 든 채였다. 짐작대로였다. 녀석이다. 녀석이 휴지와 라면 봉지 등속을 버리는 종이 상자에 들앉아 있었다. 잠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엄마가 사라진 후 먹이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녀석도 한동안 종적을 감춘 상태였다. 그러다가 불현듯 나타난 것이다. 반가운 동시에 녀석의 등장은 나비야! 하는 다정한 엄마의 음성도 동시에 떠오르게 했다.

 

민정아… 엄마가 내 이름을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던 적이 있었던가. 이곳으로 이사 온 이후부터 나는 한 번도 사랑스러운 엄마의 딸로 대접받지 못했다. 그런데 녀석은 다르지 않았든가 말이다. 엄마는 예전의 엄마가 아니었다. 아빠의 교통사고가 보상 한 푼 기대할 수 없는 음주 상황인 데다 함께 사망한 동승자가 젊은 여자였다는 사실 하나가 엄마를 그처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엄마의 체벌이 점점 폭력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생계를 위해 이런저런 날일을 하면서부터였다. 주로 식당일인데 엄마는 늦은 밤 지친 모습으로 돌아왔다. 술에 취해 오는 날도 늘었다. 그러다가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매질을 해댔다. 내 존재가 아빠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 이유 같았다. 던진 물건에 머리가 터지고 멍이 드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어야 했다. 그러나 막무가내였다. 죽은 듯이 매를 받아들이면 그제야 엄마의 흥분은 조금씩 가라앉는데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그다음 순서였다. 조금 전과 달리 엄마는 막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전혀 딴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아, 어쩌면 좋아. 민정아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를 용서해줘.

 

딸의 몰골을 보고는 어찌하지 못해 끌어안으며 후회의 말을 쏟아냈다.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엄마가 나를 때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매질을 가한 것은 아닐까하고 착각이 들 정도였다. 눈물을 흘려도 소리 내어 울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오히려 소리 내어 통곡하는 쪽은 엄마였다. 엄마는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망가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몇 년 사이 피부는 거칠어지고 잔주름이 늘고 있었다. 하지만 후회와 반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흘이 멀다고 엄마의 미친 듯한 발짝은 재발하였다. 학교에 갈 수 없게 된 것도 그럴 무렵이었다. 얼굴에 난 상처와 멍 자국을 감추려면 그 방법 외는 없었다. 무단결석이 잦자 담임선생님은 나를 행실 나쁜 결손 가정의 문제아로 분류한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거의 일 년이 다되어 가도록 휴학 상태에 있지만 학교에서 연락이 온 것은 두 차례 담임선생님의 전화가 전부였다. 나이가 육십에 가까운 선생님은 자신의 반이었던 학생의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민정이라는 이름을 몇 차례 ‘정미’로 했다가 ‘민영’으로 부르기도 했다.

 

정미, 아버지가 없구나. 네 장기 결석에 대해 엄마는 알고 있는 거니?

 

민정이예요.

 

그래 민영이, 엄마한테 연락이 안 되는구나. 전화번호가 바뀌었니?

 

선생님 저 민정이예요. 김민정.

 

그래. 알았다. 민정이. 근데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니. 너 되게 버릇없구나. 어른 말에 토나 달고 말이다. 아무튼, 몇 시쯤에 전활 해야 엄마랑 통화가 되는 거지? 아니다 네 엄마한테 전해라. 학교에 오시든지 선생님한테 전화 좀 넣어 달라고 말이야.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한 학년이 이미 끝났지만, 학교에서는 더 이상 연락이 없었다. 차라리 홀가분했다. 어쩌면 진작 퇴학처분이 내려졌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녀석이 야옹! 하고 다정한 울음소리를 냈다.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나에게 알리는 것 같았다. 나는 녀석이 그곳에 머무는 것을 손톱만큼도 허용하고 싶지 않았다. 불현듯 꼴도 보기 싫어진 것이다. 그것이 질투에서 비롯된 감정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녀석이 빤히 올려다보았다. 나는 높이 비를 치켜들었다. 여차하면 확 던질 기세였다. 낌새가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챈 녀석이 휙! 하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리고 뚫어진 방충망 사이로 사라졌다.

 

머그잔으로 두 컵 가득 물배를 채우고 나니 조금 살만했다. 한낮 기온은 많이 풀어졌다. 거실 창으로 건너온 햇살이 실내의 차가운 기온을 걷어내고 있었다. 나는 해바라기를 할 요량으로 햇볕을 받기 쉬운 소파 위로 올라가 앉았다. 이불은 여전히 어깨에 두른 상태였다. 고개를 빼고 밖을 내다보았다. 골목 안에 지어진 건물이라 3층인데도 바라볼 수 있는 바깥 풍경은 아주 제한적이었다. 이웃 건물의 외벽과 얼기설기 엉킨 전선만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무슨 소리라도 들리는가 싶어 골목을 향해 잔뜩 귀를 기울여 보았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난 게 있어 벽시계를 힐끗 살피고 TV 리모컨을 찾았다.

 

뉴스 하는 시간이었다. 며칠 전 저수지에서 발견되었다는 변사체의 소식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시신은 훼손과 부패 정도가 심해 신원 파악에 애를 먹는다고 했다. 다만 주변에서 수거한 옷과 구두로 볼 때 40대 초반의 여성으로 보인다며 민소매 재킷 하나와 붉은색 구두 한 짝을 화면에 공개했다. 첫눈에 보기에도 엄마의 것은 아니었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는 어쩌면 엄마가 스스로 죽음을 택해 집을 나갔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집을 나간 당시를 떠올려 볼 때 충분히 있을 법한 상상이었다. 이틀이 멀다고 반복되던 엄마의 매질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어느 날 나는 개수대로 옮기던 그릇 하나를 그만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린 적이 있었다. 엄마는 식탁을 훔치던 중이었다. 감전이라도 된 사람처럼 나는 어찌하지 못하고 엄마의 눈치만 보았다. 이어질 엄마의 고성과 매질을 감안할 때 숨도 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엄마는 조용히 나를 한쪽으로 밀쳤다. 쭈그리고 앉아 깨어진 조각을 모았다.

 

민정아 비와 쓰레받기 좀 가져 다 줄래.

 

잔뜩 긴장해 있던 나는 오히려 낮은 엄마의 음성에 화들짝 놀랐다. 엄마가 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외의 다른 변화도 눈에 띄게 드러났다. 평소 같지 않게 술을 마시거나 늦은 귀가도 없어졌다. 아침저녁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엄마의 모습에서는 우리 모녀에게 불어 닥친 불행 이전을 단란함을 떠올리게도 했다. 하지만 불안은 쉽게 걷히지 않았다. 곁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그것은 언제든지 부서지고야 말 위태로운 안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는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무엇인가 불순한 것이 잠재되어 있었지만, 그 정체를 분명히 알 수 없는 것이 답답했다.

 

나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엄마의 동태를 끊임없이 살폈다. 한 곳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거실과 내 방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엄마의 눈가에는 확실히 깊은 우수가 서려 있었다. 그것은 노상 엄마의 이마 끝에 머무르던 근심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나는 그것이 알고 싶었다. 도대체 뭘까? 나는 안절부절못했다. 엄마는 한숨 소리와 함께 밤잠도 쉽게 들지 못했다. 그렇게 일주일가량이 흘렀을 때 그 불안의 정체는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저녁 시간이었다. 외출준비를 마친 엄마가 내 방으로 건너와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나는 벽에 등을 기대고 무릎을 감싸고 안았다. 불안하게 흔들리던 시선이 엄마의 눈과 마주쳤다. 엄마의 표정은 전에 없이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결심을 굳힌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나는 얼마 동안 이어진 평화가 마침내 끝났음을 깨달았다. 막연하나마 나는 엄마가 나와의 이별을 준비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엄마는 단 한 번도 먹던 쌀이 동이 나기 전에 미리 새 포대를 들인 적이 없었다. 싱크대의 수납장에는 라면과 즉석조리 식품으로 가득 채워졌다. 냉장고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손에 쥔 무엇인가를 내 발끝에 놓았다. 끈으로 칭칭 동여맨 비닐로 감싼 물건이었다. 무엇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감춰! 절대로 빼앗겨서는 안 돼.

 

엄마의 음성은 단호했다. 나는 불안해서 울음이 터지려 했다. 함께 데려가 달라고 떼를 쓰고 싶었지만 어쩐지 엄마가 용서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전처럼 매질을 할지도 몰랐다. 파랗게 질려 어찌하지 못하는 사이 엄마는 일어났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거실로 달려 나갔다. 그러나 엄마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가방만 챙겨 들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나는 바들바들 떨면서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으나 목이 잠겨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감청색 블라우스에 밤색 줄무늬의 칠보 바지를 입은 엄마가 흰색 샌들을 꿰신었다. 그것은 엄마가 식당일을 갈 때 입는 평소의 복장 그대로였다. 선체로 오줌을 싼 것을 안 것은 계단을 내려가는 엄마의 발소리가 아주 사라진 다음이었다. 나는 찔끔찔끔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나 보았다. 보도 내용은 어제의 것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162 센티미터의 키에 40대 초반의 여성이라는 인상착의와 민소매 재킷, 붉은 구두 한 짝을 반복적으로 화면에 내보냈다. 제보자를 찾는 중이라고 했다. 재킷과 구두로 볼 때 엄마는 아니었다. 비록 집을 나간 지 시간이 지났다고는 해도 민소매와 하이힐은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나는 불안한 심정을 가누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렸다. 뉴스는 각 채널마다 비슷한 시간대에 했다. 일반 방송에서 종편에 이르기까지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던 나는 잡자기 놀라서 손에 들린 리모컨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요란하게 초인종이 울렸던 것이다.

 

나중에는 쾅쾅! 발로 차기까지 했다. 엄마를 찾는 아저씨였다. 우리 집 현관문을 저렇게 함부로 발로 찰 수 있는 사람은 그 아저씨밖에 없었다. 초인종이 울리면 대개 나는 숨을 죽이고 내다보지 않는 편이었다. 빈집인 척 가장을 했다.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찾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엄마였다. 끝끝내 가지 않고 초인종을 눌러대 단추 구멍으로 내다보면 한전 직원이나 수도 검침원일 때도 있었다. 그들은 수차례 단전과 단수에 대해 경고를 했으나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차라리 안 만나는 편이 나았다. 꼭꼭 숨어버렸다. 그러나 그 아저씨라면 상황이 달랐다. 아저씨한테는 그와 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신을 벗지 않고 들어왔다. 발자국을 남기는 그의 구두가 신경이 쓰였으나 그렇다고 그에게 신을 벗어 달라고 말할 처지도 못되었다. 다른 사람이 와도 거실의 상태는 신을 벗고 들어오라고 하기에는 너무 지저분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그를 맞이했다. 밖에서의 염탐 정도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의 방문은 뜸해진 편이었다. 그렇지만 보름에 한 번 꼴로 집안을 둘러보고 갔다. 자식이 있는 한 어떻게든 어미 된 처지에서 연락을 취하지나 않을까 하는 의심에서 비롯되는 것 같았다. 그는 주방이며 안방, 화장실을 기웃거리며 살피고 다녔다. 나는 시종 그의 손에 들린 커다란 봉투에서 시선을 때지 않았다. 해가 지면 사오려고 했던 컵라면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것을 보자 참고 있던 허기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나는 현기증에 비틀거렸다. 주방을 둘러보던 아저씨가 손에 든 것을 내밀었다.

 

먹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구나. 끼니는 제대로 때우는 거니?

 

나는 봉투를 받아들고 허겁지겁 주방으로 내달렸다. 포트에 물을 붓고 전원을 넣는 손이 와들와들 떨리고 있었다. 급하게 물이 끓기 시작했다. 컵라면 하나를 식탁에 두고 뚜껑을 땄다. 끊은 물을 날라 와서 붓는 동안 아저씨는 의자 하나를 당겨 먼지를 툭툭 털었다. 그리고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면발이 제대로 불기도 전에 덮어 둔 뚜껑을 들추었다. 치솟는 김을 헤치고 젓가락질을 했다. 너무 뜨거워 입에 넣은 것을 도로 쏟았다. 입으로 바람을 불어 면발을 식히느라 후우- 후우- 소리를 냈다.

 

천천히 먹어. 아무도 뺏어 먹을 사람 없으니.

 

나의 그러한 행동을 측은하게 지켜보던 아저씨가 한마디 했다. 그리고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한숨을 쉬듯 그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그는 이제 내가 제 어미로부터 버려진 고아에 불과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모양이었다. 그가 고개를 치켜세우고 천정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무슨 생각인지 골똘한 표정이 되어 간간이 손에 들린 담배만 입술로 가져가 빨았다. 나는 후루룩 거리며 면발을 빨아들이며 빈속을 채우기에 정신없었다.

 

참 독한 년이다. 네 어미란 년 말이다.

 

아저씨가 천정에 시선을 둔 채 혼자 말을 했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젓가락질을 멈추고 거실에 켜 놓은 TV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그곳에는 앞서 본 채널의 뉴스와 같은 변사체에 대한 보도가 가로 늦게 보도되고 있었다. 내용은 전과 같았다. 다만 앞선 보도와 달리 자살로 추정되지만, 타살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소식이 추가되어 있었다. 민소매 재킷과 빨간 구두가 화면에 확대되고 있었다.

 

저기…

 

천정을 향했던 아저씨의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는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따라갔다. 그곳엔 제보를 기다린다는 나이 든 수사관의 인터뷰와 함께 피해자의 유품이 화면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저거… 제 엄마 것이에요.

 

불현듯 나는 저 변사체가 엄마가 맞다. 고 단정을 해버렸다. 모르지 않는가? 엄마가 집을 나간 지 육 개월이 넘었다. 민소매와 하이힐이 엄마와 연결 짓기 어렵다고 해도 사람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아빠의 죽음 이후 엄마는 하루아침에 딴사람이 되었다. 그것을 감안할 때 육 개월이란 시간은 사람의 취향도 변화시켜 놓을 만한 충분한 시간이 아니겠는가. TV를 향하고 있던 아저씨의 동공이 크게 열리고 있었다.

 

엄마가 나가던 날 입은 옷과 구두예요.

 

나는 어째서 나 자신이 그와 같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아저씨의 입에 물려있던 담배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나는 글썽거리며 눈물을 삼켰다. 그러면서도 감싸고 있는 라면 용기를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허기는 가셨지만 바닥이 드러나도록 국물을 삼켰다. 그릇을 내려놓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더는 엄마를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 게 분명하다. 아빠의 사망이후 엄마도 충분히 고통 받았다. 엄마한테 기회가 있다면 나 때문에 포기하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나도 더 이상 배를 곯지 않을 작정이다. 숨어 지내지도 않을 것이다.

 

낭패한 표정의 아저씨가 허둥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쫓기듯이 현관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무슨 까닭인지 그는 곧 되돌아왔다. 우물쭈물하던 아저씨가 지갑에서 몇 장의 지폐를 꺼내 식탁 위에 놓았다. 그리고 뜸을 들인 후 속엣 말을 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이 유감이다만 네 알다시피 나도 피해자다. 복잡하게 얽히고 싶지 않구나. 알지? 내가 네 엄마의 죽음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거?

 

나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날이 저물고 있는지 실내가 어두워졌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는 것 같았다. 혼자 살아갈 일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떠난 엄마는 돌아오지도 않을 것이다. 엄마는 철저히 준비했다. 만약 돌아올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준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비닐에 감싸인 그것을 확인했다. 육 개월 동안 한시도 내 주머니를 벗어나지 못한 그것은 내 명의로 개설된 통장이었다. 한 번도 찾아 쓴 적도 없었다. 그냥 그대로 지녔다. 마치 그것을 놓치면 영원히 엄마를 만나지 못할 거라는 불안 때문에 잠들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고 잤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불을 켰다. 실내가 밝혀짐과 동시에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 베란다였다. 녀석이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모두가 떠났는데 녀석만이 고집스레 되돌아왔다. 이번에도 녀석이 웅크린 곳은 같은 장소이다. 야옹! 녀석은 내 반응이 어떨지 몰라 다정하게 우는 소리를 내면서도 시선을 때지 않았다. 나는 뒤로 물러섰다. 굳이 가지 않으려는 녀석을 내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대신 포트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녀석에게도 몫을 챙겨주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녀석과 한 식구로 어울려 살면 덜 외로울 수도 있을 것이었다.

 

뜨거운 물에 불은 면발을 걷어 찬물에 헹궈 냈다. 접시에 담아 조심스럽게 베란다로 갔다. 웅크리고 있던 녀석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바닥에 접시를 밀어 놓으며 엄마가 그랬듯이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 작지만 다정한 음성이었다.

 

나비야. 밥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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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개월 20 일 전
* "아빠의 사망은 교통사고였다." – 아빠의 사망 원인은 교통사고였다, 혹은 아빠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구어적 표현으로 아빠의 사망이 교통사고였다고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직접 화법을 빼고는 가능한 문법에 맞게 쓰는 것이 옳습니다. 비교적 서사나 구성이 잘 구축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 아무도 가둔 사람은 없지만 갇혀있는 소녀라는 것을 느끼는 것은 공간에 대한 묘사 때문이겠지요. 최근 작품들을 읽으며 든 생각이 바로 이 공간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설정된 인물이 존재하는 공간에 대한 배려가 없어 인물이 제대로 형상화 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퍽 칭찬해주고 싶은 소설입니다. 또한 최근 '지금 이곳'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충분히 있음직한…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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