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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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동안 광주, 부산, 서울에서 있었던 문학창작 아카데미에 참가했습니다. 비록 촉박한 시간 탓에 오랜 시간을 같이 하지 못했지만 그곳에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주로 방에서 글을 쓰거나 강의실에서 제한된 인원만을 대하며 지낸 저에게 그 기간은 특별했고 조금은 뭉클한 시간이었습니다. 여전히 이렇게 많은 분들이 글을 쓰고 싶어하신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이 일(글틴에서 소설 멘토를 하겠다고 한 일)을 너무 가벼이 여긴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했습니다.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 한 달 동안 꽤 여러 편의 작품들을 읽었습니다. 댓글을 달 때마다 이런 조언이 지나치게 일방적인 것은 아닌지, 기존의 질서에 누가 되는 것은 아닌지, 혹시 누군가 상처를 받는 것은 아닌지 하는 조심스러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하면 '대체로 잘'이라든지 '그만하면 꽤'라는 식의 조언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순간적인 위안은 될 수 있을지언정 결코 도움은 되지 않는 조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발전적인 글쓰기에 도움을 주는 일이 제가 할 일일테니까요. 그래서 한 달 동안 제가 느낀 점을 정리하여 몇 가지 당부를 드리려고 합니다.

 

 

1. 매수를 지켜주세요.

이곳은 소설을 쓰는 공간입니다. 소설의 구성 요소로는 인물, 사건, 배경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언제 어디서 누군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허구의 글쓰기가 소설이라는 말이겠지요. 그런 모든 요소를 만족시키는 글쓰기가 단 번에 완성되기는 어렵습니다. 기승전결과 인물, 사건, 공간을 형상화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 매수 이상의 긴 글을 쓰는 훈련도 동반되어야 합니다. 간혹 단상이나 습작 메모 형식의 글을 올리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소설을 시작하기 전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올리는 작품은 15매(200자 원고지 기준)- 20매 (장편, 혹은 엽편 소설이라고 합니다), 혹은 50매-90매(단편 소설)의 완결된 형식의 작품으로 올려주세요. 쓴 글을 읽고 그에 대한 조언을 하는 일이 제가 할 일이지만 습작 메모까지 일일이 제가 조언을 한다는 것은 여러분에게 별 도움이 안 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각자가 고민하고 궁리하는 과정이 생략된 원고가 완결성 있는 글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2. 댓글을 달아주세요.

글은 혼자 쓰는 과정의 연속이지만 그 '글'에는 독자가 필요합니다. 습작기의 학생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조언이 필요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그 시간을 '합평'이라고 칭합니다. 합평에는 틀린 것과 옳은 것이 없습니다. 서로 다른 입장과 생각만이 있을 뿐이겠죠. 또한 그 다른 입장과 생각을 통해 시야를 넓혀가고 안목을 길러가는 것입니다. 그 과정이 합평입니다. 이 공간을 방문하고 글을 올리시는 여러분 모두 그런 합평에 좀더 적극적이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댓글을 다는 건 저 뿐인 것 같은데, 여러분도 서로의 작품을 읽어주고 조언을 해주는 것에 인색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타인의 작품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조언하고 또 조언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작품을 점검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게 글쓰기의 유기적 훈련 과정입니다. 기회가 되는 대로 좋은 '댓글'도 추천할 생각입니다.

 

3.  올린 작품을 지우지 말아주세요.

간혹, 공들여 읽고 댓글을 단 원고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자신이 쓴 글을 자신이 지운 것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고 여겨 자신의 글을 지우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건 특정 개인에 국한된 감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저마다 조금씩 그렇게 의기소침했다가 또 쓰기를 반복하겠지요. 저는 여기가  일방적으로 글을 올리고 일방적으로 댓글을 다는 것으로 끝나는 공간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아카데미에 참석했다가 여러분처럼 한때 이곳에 시를 올리고 소설을 올리며 글쓰기를 하던 선배들을 만났습니다. 아마 그 선배들의 선배들도 있겠지요. 그 말은 역설적으로 여러분의 후배에 후배들도 생기리라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곳에 작품을 올리며 타인의 작품을 읽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그 작품에 붙은 댓글도 읽으며 자신의 글쓰기를 교정하는 시간을 뺏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이곳이 소모적인 공간을 넘어 '보물창고' 같은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꼭 필요하다 여겨집니다.

 

*

본격적인 추위가 곧 시작되겠지요.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따뜻한 겨울을 시작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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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월 14 일 전

공감해요^^ 저도 애정 어린 '댓글 달기'와 공들여 써서 '올린 작품 지우지 말기' 부탁드립니다.

1 개월 14 일 전

죄송합니다. 정성 들여 쓴 댓글이 날라가는 건 제가 잘못한 일인 것 같아요. 부족하다 여겨 글을 지웠었는데 나중엔 댓글까지 복붙하고 지우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말 하진 않았지만 그때의 충고는 굉장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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