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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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잠

 

물 때 묻은 짐을 싸는 시리아의 밤
수면 위에 뜬
시린 뭇별 사이로
유영하는 소년의 그림자가
곤히 잠들어 있다
소년은 닻이 없는 난파선이여서
파도의 쉼표에 밀려난다
새벽 마다 들리는 총성소리가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사이로 떨어지고
밀물과 썰물이 달빛에 기울어지고 있다

수평선이 땅 끝에 맺혀있는 보드룸 해변
소년이 움켜쥔 손에는
아직도 난민들의 지문이 묻어있다
파랗게 멍든 파도들이 입술 끝에서 갈라지고
갈 곳 잃은 포말들은 국경에 밀리고 밀려
미처 닿지 못한 땅 끝에 맺히고 있다
모래빛 속 영원한 잠에선 국경을 넘고 있을까
소년은 싸늘한 체온이 되어 바다의 색을 닮아갔다
소년의 자라지 않는 날개 뼈 위로
갈매기들이 원을 그린다
없어진 발자국 위에
포말들이 흰 꽃으로 아른아른 맺히고
소년은 움츠린 채 둥근 꿈을 품고 있다

 

저번에 가입했던 아이디가 제 휴대폰으로 본인인증을 한게 아니여서 제 휴대폰으로 본인인증 하여서 다시 만들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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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개월 21 일 전
지난 9월 초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한 장의 사진이 떠오르는 시군요. 시적화자의 차분하고 담담한 묘사가 인상적이랍니다. '소년은 닻이 없는 난파선'이라는 은유가 '파도의 쉼표에 밀려난다'는 표현도 가슴에 꽤 날카롭게 다가옵니다. '시리아의 밤'이나 '새벽 마다 들리는 총성소리'는 구차한 설명 없이 시적논리의 핵심으로 작용해요. 내전이라는 현실 때문이죠. 물론 읽는이들의 관심사에 따라 다소 피상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어요. 어쨌든 화자는 어린 소년의 죽음을 최대한 객관적인 문장으로 전하는 데 진폭이 꽤 크답니다. '소년이 움켜쥔 손에는/아직도 난민들의 지문이 묻어있다'는 구절 역시 소년의 죽음 이후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화자의 직접적인 발화가 절제되어 있어서 좋았고 화자는 해변과 소년의 죽음을 영상으로 제시해준 점도 좋았어요.…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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