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볼링 [광산 탈출] : 빛 한 줄기 없는 어둠 속에서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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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란 어떤 것일까? 주변 사람들의 힐난과 강요가 모든 희망을 억누르는 세상일까? 아니면 모든 상황이 비참하고 견디기 힘들지만 절벽 끝에 한 줄기 희망이 있는 따뜻한 세상일까?

제인 볼링의 <광산 탈출>은 바로 후자를 말하는 청소년문학이다. 이 작품은 한없이 어둡지만 시간이 지나면 환해지고, 절망이 있기에 희망이 있으며, 아무리 괴롭고 모진 노동을 한다 해도 결국 끝에는 새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인공 '레길레'는 불법 폐광에 강제로 이끌려온 18세 소년이다. 레길레는 짧으면 세 달, 길면 여섯 달 정도를 어둡고 갑갑한 광산 속에서만 보낸다. 사방이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전등으로 돌만 캐야 하는 고통은 '자마자마(불법 폐광 채굴에 동원된 사람)'의 피치 못할 운명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레길레는 괴로움에도 적응돼 친구와 가족 모두를 잊어버리려 한다. 레길레는 갈수록 심해지는 구타와 핍박에도 묵묵히 일만 하다 어느 날 열세 살 소년 '타이바'를 만나게 된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는 타이바는 광산을 빠져나갈 생각에 희망을 품는다. 레길레는 그런 타이바를 철 들지 않았다며 한심하게 내려다보지만, 친구 '카테카니'의 설득으로 타이바를 도와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작품은 광산 안의 일과 광산 밖의 일, 두 가지로 분류된다. 광산 안의 일은 레길레와 어린아이들의 극대화된 답답함과 고통스러움을 표현한다. 책임자 '페이스맨'의 계속되는 구타, 총알의 타격으로 무너져 내리는 돌에 깔려 심한 상처를 입게 되는 등 어둠 속에서의 외적 파괴와 내적 파괴를 뼈저리도록 생생하게 포착한다. 광산 밖의 일 역시 안의 일과 다를 게 없다. 살아 숨 쉬는 공기가 가득한 세상이라는 것만 빼면, 지배자 '파파'의 삿대질과 모욕은 광산 안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레길레에게 세상은 갇혀있어도 괴롭고, 나와 있어도 불편한 공간이다.

 

레길레는 이미 희망을 저버린지 오래지만, 타이바는 자마자마들을 구해주었다는 '스파이크'라는 인물을 통해 살아갈 희망을 얻는다. 숨 막히는 광산에서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건 영웅 스파이크뿐이다. 레길레는 불행 속에서만 답을 찾으려 하지만 타이바는 가망 없는 환상 속에서 미래를 찾으려 한다. 레길레가 광산 밖으로 나와 만난 친구 카테카니는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굳센 희망을 갖고 있다. 레길레는 계속되는 친구들의 설득에도 너무 오랫동안 세뇌되어 있던 탓에 잠시 주저하지만, 자신의 마음속에 아직 한 줄기 빛이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고 타이바를 돕는다. 이렇듯 작가는 희망은 혼자 있을 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쳤을 때 나타난다는 사실을 타이바와 친구들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청소년들은 가족을 위해 광산에서 살아가는 레길레처럼 불편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까, 아무리 고통스런 상황이라 해도 희망을 잃지 않고 탈출을 포기하지 않는 타이바가 되어야 할까? 꼭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레길레가 되든, 타이바가 되든 각자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힘써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무참한 광산의 현실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학대당하며 임금을 위해 노동하는 어린 소년들은 여전히 실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그들과 거의 다를 것이 없으며, 우리 역시 레길레이자 타이바 둘 모두에 해당된다. 우리 청소년들은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정말로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 현실이란 무엇일까? 무조건 부모님의 말씀만 따르고 올바르며 씩씩한 청소년으로 자라야하는 세상일까, 어느 누구의 말도 믿지 말고 자신의 길만 직행해야 하는 세상일까?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너무나도 비참한 현실과 부딪쳐야한다.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 돈을 많이 버는 것, 그것이 진정 청소년들이 바라는 희망이자 꿈일까? 선생과 부모의 강요로 학교를 다니지만 그것이 과연 자신의 의지일까?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21세기의 청소년들은 모두 이러한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자신을 스스로 달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작가 제인 볼링은 그러한 청소년들에게 끝까지 희망을 잃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레길레와 타이바 모두가 될 수 있지만, 그 누가 되든 희망은 잃지 말아야한다는 것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람이다. 그러므로 우리 청소년들은 아직 저 끝에 희망의 빛이 있으며, 그것을 잡기 위해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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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개월 11 일 전
우선 STICKMAN님 덕분에 좋은 소설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광산 탈출]의 중심 소재인 아동과 청소년을 동원한 불법 광물 채굴은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자행되는 일입니다만, 이것이 ‘인권 유린’의 행태를 고발한다는 점에서 한국 독자에게도 많은 의미를 준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는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범죄 피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안을 다룬 소설에 주목했다는 것만으로도, STICKMAN님의 글은 상당한 사회적 의의를 확보하게 됩니다. 다만 조금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문제를 두 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논지 전개의 일관성에 대하여 : 이 글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이 작품은 한없이 어둡지만 시간이 지나면 환해지고, 절망이 있기에 희망이 있으며, 아무리…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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