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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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을 하고, 수화물을 부치고, 엄마 아빠와 인사를 하니, 어느새 공항에 혼자 남겨졌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또 비행기 안이더군요.

 

나는 여행이 낯선 사람은 아니지만, 홀로 된다는 사실은 퍽 낯설었습니다. 자동출입국 심사를 통과하고, 게이트를 통과하는 내내 말할 사람이 없었기에 두근거리는 기분을 홀로 삭여야 했습니다. 공항이 참 넓구나,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이 여행이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수능을 정확히 일주일 앞둔 목요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나는 갑작스런 아빠의 여행 제안에 역시나 갑작스럽게, 그리고 충동적으로 대답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과 같이, 약간의 나른함에 취한 채로요. 비행기를 12시간이나 타야하고, 오래 머물러야 하고, 무엇보다 혼자 가야했지만, 수능이 아직 끝나지 않았던 그 상황에서는 무엇이든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빠는 그날로 비행기 티켓을 끊었습니다. 12월31일 오후 2시 비행기로요.

 

그리고 나는 지금 여기 있습니다. 머나먼 이국,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나라에요.

 

비행기는 12시간 내내 기류로 인해 흔들렸고, 나는 내가 얼마나 의존적인 사람인지 깨달았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 잦은 전학으로 인해 나는 그리움이 나의 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적응을 위해선 과거의 향수에 젖어 있어서만은 안 된다는 사실일 일찍이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나는 무서웠습니다.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겁을 먹었습니다. 꼭 흔들림 자체라기보다는, 내가 혼자라는 사실과, 앞으로도 얼마간 혼자로 남아 있을 거라는 그 사실이 두려웠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곁에 있을 사람은 필요했던 것입니다. 나는 참 이기적인 인간이지요. 그리움 없이 외로움을 타는 그런 사람.

 

공항에 내려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챙겨 공항을 나와 아빠의 지인 분들을 만나 그분들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집의 3층인 제 방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여행을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다른 나라에서의 나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나에게 길들여졌던 단어와 문장들이, 새로이 재구성되어 다른 방식으로 출력되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여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내가 글을 올리는 이 순간, 이곳과 달리 한국은 아침이겠지요. 여전히 아파트들이 높게 서 있겠지요. 한글이 쓰인 간판들이 상가마다 널려 있겠죠. 그 당연한 사실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지금 쓰고 있는 글처럼, 8년 전 한국 땅을 밟던 그 순간처럼, 참으로 멀고도 아득합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나는 조금 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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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에 썼고, 그때에 맞춰서 올리려 하긴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이제사 올리네요…연초에 어울리는 글은 아니지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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