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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생각으로 데려온 거야?”
계집애의 가느다란 목이 움찔하고 떨린다. 나는 울긋불긋하게 물든 계집애의 작은 손에서 시선을 거둔다.
“언성 높이지 마.”
되돌아선 아내가 문득 고개를 돌려 쏘아붙인다. 계집애는 내 얼굴과 아내의 뒷모습을 번갈아 둘러보더니 잔뜩 겁먹은 낯을 하고 허겁지겁 아내를 쫓는다. 제 다리를 붙잡는 계집애를 내려다보던 아내가 무릎을 굽혀 계집애의 어깨를 쓰다듬는 모양을 나는 우두커니 지켜보았다.
“당장 되돌려 주고 와.”
아내는 쏟아지는 머리칼을 귀에 꽂으며 내 쪽을 힐긋 하고 바라본다. 아내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들렸다 사라진다. 나는 아내의 초연한 뒷모습에 사무치는 울분을 느낀다.
남의 집 거실에서 등을 구부리고 허겁지겁 딸기를 집어먹던 그 계집애, 이름은 수희라 했다. 대체 이 아이가 누구냐고 윽박지르는 내게 아내는 고상한 몸짓으로 귀걸이를 빼내며 우리 딸아이, 라고 속삭였다. 아내는 아이가 딸기를 아주 좋아한다며 천연덕스럽게 실소를 머금었다. 마치 당연한 게 아니겠냐는 듯 아내는 거울 속 아내 뒤에 서 있는 내 눈을 들여다봤다.
“당신……. 당신은 아이를 가질 수 없잖아요. 나는 아이가 갖고 싶어. 참하고 귀여운 딸애로. 그래서 저 애가 내게 온 거야.”
나는 할 말을 잃고 아내의 야윈 등을 바라보았다. 결혼 후 내심 그녀에 대한 죄의식 속에 살아온 내 상처를 아내는 사납게 파헤치곤 했 다. 어렵게 가진 첫아이를 보내고 난 후 밝혀진 남편의 불임은 그녀에게 있어서 인생의 한 흠이며 수치였다.
그래서 아내는 추악을 택했나?
아내는 모른다. 계집애의 이름을 부르며 엄마, 라고 불러보라는 아내의 뻔뻔한 입술을 짓누르고 싶은 나의 무의식을. 계집애가 멀뚱거리며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모양을 아내는 사랑스러운 눈길로 연신 바라보고 있었다.
구역질이 났다.
“엄마, 어디 있니?”
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 아내는 사박스럽게 나를 흘겨보며 계집애의 몸을 제 쪽으로 돌려놓았다. 계집애는 고개를 푹 숙이고 주원빌라, 라고 중얼거렸다. 아내는 계집애의 어깨를 붙들고 구질구질한 주원빌라에 돌아가고 싶으냐고 악착스럽 게 물어왔다. 계집애가 울음을 터뜨리기 전까지.
계집애가 잠들고 나서 아내는 나를 이끌고 나와 내 두 손을 움켜쥐었다. 아내는 입술을 앙다물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내의 떨리는 팔을 밀어내자 그녀의 눈가가 표독스럽게 일그러진다.
“잘 생각해봐요, 저 애는 틀림없이 내 딸이니까.”
“곧 경찰한테 들킬 거야. 당신이야말로 잘 생각해.”
아내의 눈빛이 고요히 요동친다. 나는 뒤돌아선 아내의 야속한 어깨가 파르르 떨리는 모습을 건너다보았다.
나는 계집애를 끌어안고 잠든 아내의 자그맣고 위태로운 몸뚱이를 들여다본다. 파리해진 낯빛의 아내가 잔기침을 내뱉으며 온몸을 들썩이자 계집애가 몸을 뒤척인다. 배에서부터 들끓는 덩어리가 올라오는 것 같다. 나는 계집애를 아내에게서 끌어낸다. 칭얼거리는 계집애를 어르고 아내 옆에 눕힌 나는 떨리는 손길로 전화기를 집어 든다.
아내는 경찰이 집안에 들이닥쳤을 때 잠에서 깨어났다. 거실에 즐비한 형사들을 둘러본 아내는 흠칫 뒤로 물러났다. 아내가 불안에 잠긴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것을 나는 적적하게 마주보았다. 상황파악이 된 아내는 영문을 모르는 계집애를 필사적으로 숨겼다. 형사들이 계집애를 껴안고 웅크린 아내를 끌어내자 그녀는 괴성을 내지르며 온몸을 허우적거렸다.
“비켜, 비켜!”
아내의 붉어진 눈에 가랑가랑 눈물이 괴였다. 아내는 형사들 손에 이끌려 가는 계집애를 향해 소리쳤다.
“지연아. 엄마 여기 있어. 지연아, 지연아.”
아내의 외침을 들은 나는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며 천천히 그녀를 돌아보았다. 아내는 물기 섞인 목소리로 자꾸만 자꾸만 첫애를 부르고 있었다. 아내의 턱에 괸 눈물이 고드름 녹듯 떨어지는 것을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지 마, 지연아!”
형사들에게 붙들려 계집애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아내는 끅끅거리다 고꾸라졌다. 형사들이 아내를 부축했지만 아내는 물 먹은 솜처럼 흐트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아내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의 볼을 더듬거렸다. 창백한 살갗이 습하고 찼다.
“병원에……. 응급실에 가봐야 할 것 같은데요.”
아내는 정신을 아주 놓은 게 아니었다. 그녀는 배에 손을 얹고 계속해서 희미한 콧소리를 내고 있었다. 창밖을 내다보는 내게 아내는 가만히 속삭였다.
“지연이는요?”
“지연이는 죽고 없어.”
아내는 별안간 끽끽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숨통이 넘어갈 듯 껄떡거리는 아내에게 누군가 괜찮으냐고 물어왔다. 아내는 고개를 헤저으며 웃통을 들썩거렸다. 아내는 흰자위를 드러내며 떨다가 지친 듯 늘어졌다.
주섬주섬 검사를 받고 나온 아내가 빠듯하게 잠이 들었을 때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들겼다. 의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덤덤히 말했다.
“아내분이 무리를 많이 하신 것 같은데요, 임신 테스트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앞으로 조심해주셔야……”
의사의 말이 끝나기도 체 전에 나는 불쑥 아내를 내려다보았다.
아내의 입가가 묘하게 뒤틀어졌다. 아내의 입술이 말했다.
“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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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월 8 시 전
* "아내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들렸다 사라진다." – "아내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번지다 사라진다." : 엄밀히 말해 미소가 '들릴' 수는 없습니다. * "나는 아내의 초연한 뒷모습에 사무치는 울분을 느낀다." – "나는 아내의 뒷모습에 울분을 느낀다." : 형용사를 빼는 것만으로도 훨씬 분명한 문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시길. * "아내는 아이가 딸기를 아주 좋아한다며 천연덕스럽게 실소를 머금었다." – "아내는 아이가 딸기를 좋아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 '실소'는 '어이가 없어 자신도 모르게 짓는 웃음'입니다. 이 문장에서 '실소'는 어울리지 않는 듯 합니다. * "마치 당연한 게 아니겠냐는 듯 아내는 거울 속 아내 뒤에 서 있는 내 눈을 들여다봤다." – 간단한 문장처럼 보이지만 실은…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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