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월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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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틴 벗님들.

2017년이 왔는가 싶더니 벌써 1월 중순이 다 되어갑니다.

2016년을 마무리할 12월 월장원은

두둥두둥두둥~

서윤호 님의 <개와 남자와 달리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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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이사 님의 <열여섯, 나의 짧은 여름>

자기 앞의 생에 대한 화자의 열정이 전해집니다. 중학교에 올라가 다른 학생들의 그림 실력에 좌절한 화자가 자만을 털고 새로이 나아가게 된 과정이 진솔하게 담겨 있어요. 인터넷에 그림을 올려 평가를 요청하고, 그 아래 달리는 아픈 댓글을 끝까지 읽어내는 모습에 뭉클했어요. 스스로를 깨고 다시 시작하는 화자의 내면이 생생합니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는 구절이 정신에 일으켰을 강렬한 화학작용에 충분히 공감되는 건, 여름 같은 삶에 대한 삼이사 님의 진지한 고민이 글에 배어나오기 때문일 겁니다.

다만 이 글에는 비문이 많아요. 한두 가지 지적으로 끝낼 수 없을 만큼 비문이 흘러넘칩니다. 원고를 어느 정도 완성했다면, 한 문장 한 문장 들여다보며 정성껏 고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문장이 문법적으로 옳은가, 이 표현이 나의 생각을 잘 담고 있는가, 이 단락이 내 글에 필요한 것인가 등을 생각하며 고치는데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길 바랍니다. 문장은 시간을 들인 만큼 좋아집니다. 좋아진 문장은 다음 글의 바탕이 됩니다. 반드시 퇴고를 통해 글을 정돈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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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별 님의 <채도 낮게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고>

윤별 님이 ‘나의 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쓴 글 같습니다. 이런저런 글을 시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도를 통해 자기 글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으니까요.

닫힌 학교 닫힌 교실 안에서 죽어가는 ‘우리’의 현재, 죽어가는 청춘의 고민 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정리해주세요. 무엇보다 문장이 걸립니다. 문장과 문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툭툭 끊어져요. 주어의 지나친 생략, 자연스런 흐름을 타지 않는 문장 등이 낯선 효과를 만들기보다 글을 이해하는데 불편함을 줘요. 예를 들겠습니다.

D-7이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뒤따라 책상에 새겨진 수많은 상흔들이 보인다. 상처보다 시간을 더 중요시한다. 책상 언저리를 쓸었다. 지우개가루와 샤프심의 감각이 낯설지 않다. 그러니까 패인 나무는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위의 여섯 문장은 본문의 일부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날짜가 적힌 포스트잇을 본 뒤에야 상흔이 새겨진 책상에 눈이 가는, ‘상처보다 시간을 더 중요시’하는 화자 자신에 대한 씁쓸함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아요. 뒤의 두 문장도 적절한 전달력을 지니지 못했어요. 글에 불필요한 묘사가 없는지, 정확하고 간결한 문장을 쓰고 있는지, 장식적인 문장이 많지 않은지 고민하고 점검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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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호 님의 <개와 남자와 달리는 사람>

어떤 내용일까, 절로 흥미진진해지는 제목이에요. 발랄하고 깔끔한 글입니다. 어느 날 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며 겪게 된 해프닝을 생생하고 간결하게 담아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서윤호 님의 <개와 남자와 달리는 사람>을 이 달의 월장원으로 선정합니다.

이 글 안에서 화자가 더 고민해볼 수 있는 평소의 생각이나 문젯거리를 꺼내어 볼 수 있을까요? 화자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순간만큼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고, 철봉을 하는 남자는 ‘교수대에 매달린 사람’ 같고, 개는 생생하게 ‘짖으며 나를 향해 달려’오죠. 이 사건 안에 살아있음, 살아감 등에 대한 서윤호 님의 생각을 담을 수 있을 듯해요. 그런 생각을 넣어 바꿔 쓰라는 말이 아니라, 어떤 글감을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글감이 내 내면의 무엇을 건드리는가에 대해 더 생각하고 그것을 독자에게 전달해달라는 말입니다. 싱거운 해프닝은 한바탕 웃음으로 끝나지만, 그 안에 화자의 독특한 생각이 더해지면 웃음 뒤에 긴 여운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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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님의 <작가의 변>

과거의 ‘나’와 ‘당신’ 사이에 있었던 상처와 현재의 ‘나’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스스로의 잘못을 돌아보는 일은 늘 어렵습니다. 과거의 실수를 솔직하게 고백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죠. 쓰기 쉽지 않았을 글입니다.

2인칭 시점을 사용했는데 그 덕에 이 글은 독자와 ‘당신’이라는 이중의 수신자를 가지게 되었어요. 미지의 독자를 수신자로 하는 글이기도 하고 ‘당신’을 수신자로 하는 사과의 글이기도 한 셈이죠. 그래서 나는 이 글이 ‘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당신’을 향한 고백같은 사과의 글이 되면 좋겠어요.  진정한 사과는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나부터도 그래요. 내가 아무리 명백한 실수를 했더라도, “사실은 이유가 있었어. 내 탓만은 아니었어.”하며 자기변명을 내놓곤 해요.

이 글이 자기변명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화자가 자신을 돌아보는데 더 집중하면 좋겠어요. ‘당신’을 위한다는 이유로 어떤 그릇된 행동을 했는지, ‘당신’에게 한 일로 상황이 어떻게 어긋나버렸는지 등을 더듬으며 억울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던 ‘나’ 자신의 복잡한 내면을 더 치열하게 보여준다면 어떨까요.

고교 불합격 이야기는 다르게 풀 수도 있을 듯해요. ‘당신’에게 사과할 기회를 잃어서 허탈한 ‘나’의 마음이 제대로 다가오지 않아요. 그보다는 사과할 기회를 잃어 허탈한 것을 표현하느라 ‘당신’이 밝히고 싶지 않아할 아픈 부분을 순진한 목소리로 드러내버리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 우려가 들어요.

여기까지 쓰고 나니 걱정이 됩니다. 나는 화자의 의도를 처음부터 오독했는지 몰라요. 글에 대한 내 생각은 모두 개인적인 견해이니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마음으로 평을 읽으면 좋겠어요.

 

곧 님의 글에 '본격문학'에 대해 나와 살짝 덧붙입니다. 동화, 아동 소설, 청소년 소설, 동시 등 아동문학 작품은 모두 본격문학에 속하며 성인문학과 대등한 관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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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개월 3 일 전

부족한 글 과분한 평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쓰고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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