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과 고민: 상담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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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틴에 들어와, 마침 ‘문학 상담실’이라는 게 열렸다기에, 저도 몇 가지 고민을 털어놓으려고 합니다. 막상 한꺼번에 적으려니 너무 내용이 들쭉날쭉해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봤는데, 길더라도 끝까지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작가

 

저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학생이고, 갓 기역 니은을 뗀 꼬마에게 김소월 시집을 선물하신 할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했었습니다. 언젠가는 소설가가 되어 있을 거라고 늘 생각해 왔었고요.(제가 열 살 때 쓴 일기장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거기 내년(11살)의 목표랍시고 “소설책 출판하기”가 적혀 있더군요. 흠…..) 그러나 그 소망이자 확신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흐려졌습니다. 이제 저는 고2가 되었고, ‘학교의 유일한 내신 1.0’이라는 귀속지위에 구속되어 허덕이고 있습니다. 1학년 1학기 때까지만 해도 저와 함께 내신 1.0이었던 친구가 2학기에 성적이 조금 떨어지고, 제가 학교에서 유일하게 1.0 내신을 보유하게 되자 제게 거는 학교와 선생님들의 기대가 갑작스레 높아졌습니다. 지금 저는 의과대학에 진학해 신경학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데(위의 내용을 읽고서 제가 ‘의사 되서 잘 먹고 잘 살아야지’ 라는 마음으로 진로를 정한 게 아닌가 라는 의심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 중학교 때 올리버 색스 박사의 책을 접한 후로 신경정신과 의사나 연구자가 되는 게 제 두 번째 꿈이 되었습니다. 미래에는 누구나 서너개 직업을 전전한다고들 하니까요) 선생님들의 입에서 ‘S대 의대 생각은 안 해 보니?’라는 말이 나왔을 때 저는 두려워졌습니다. 그분들이 주목하시는 제 성적에, 속된 말로 ‘운빨’이 많이 작용했다는 걸 알고 있고 올해도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전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희 학교는 ‘2017학년도 체제’로 전환하여 문이과 분반과 새 반배정을 하였는데, 새로운 반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신학기의 들뜸이나 새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을 잃은 아이들이 고요히 자리에 앉아 자습을 하고 있더군요. 새 책상을 물티슈로 한 번 닦고 싶었는데 제 부스럭거림이 다른 친구들에게 행여나 방해가 될까봐 선배들이 남기고 간 풀썩한 먼지가 앉은 책상에 그대로 책을 폈습니다. 책장 넘기는 소리와 샤프 사각거리는 소리만 나는 그 교실이 저는 벌써부터 무서웠습니다. 그것보다 더 두려웠던 건, 제가 그곳에 앉아 수학 문제는 풀지도 않은 채 새로 쓸 시의 첫 구절이 될 문장을 곱씹고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남들은 다 피 터지게 공부하는데, 게다가 엄청 문이 좁은 진로를 희망하는 만큼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데, 글 쓸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너는 뭐냐, 뭐 그런 기분이었어요. 공부를 하려면 글쓰기를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 어쩌면 벌써 포기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가 되려면 어느 정도의 습작과 독서는 필요할 텐데, 사실 마지막으로 소설을 읽은 지도 꽤 되었고(모의고사 지문을 제외하곤요), 매번 글틴에 글을 쓸 때마다 이 글이 마지막 글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등단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내가 그것 목표로 수많은 실패를 견딜 경제적/정신적 능력이 될까, 그럴 재능이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들고요. ‘로그함수의 미분’이니 ‘지구가 생명가능지대인 이유’니 그런 것들에 고개를 파묻고, “전 정말 뼛속까지 이과랍니다~~!!‘라는 뉘앙스의 생기부를 만들기 위해 과학 영재교육원이며 수/과학 경시대회, 의생명과학교실 같은 곳을 쏘다니고, 리처드 도킨스와 칼 세이건의 책으로 생기부 독서기록란을 채우면서,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면서, 저는 과연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요?

 

2. 작품

 

저는 어릴 적부터 굉장히 빨리 읽고, 굉장히 빨리 쓴다는 평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은, ‘근데 글이 너무 길다’였습니다. 손이 키보드에 닿는 대로 글을 써 내리더니 쓸데없는 사족을 너무 많이 붙였다는 것이었지요. 이 글을 읽으시는 멘토 선생님께서도 이미 그런 느낌을 받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글의 분량과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학교의 국어 선생님들께도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받아왔고, 글틴 소설방의 멘토 선생님께도 받았습니다. 전체 내용을 감안했을 때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느슨하게 늘려 쓰는 경향이 있다는 말씀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고민스러운 부분은, 정작 저 자신은 그러한 ‘사족’들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는 주로 일상의 단면을 소재로 한 글을 쓰는데, 그 분들이 말씀하시는 ‘사족’이 저에게는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느껴집니다. 인물의 성격을 묘사하려면 그가 친구들과 떠는 수다를 들려주어야 하고, 인물이 우울증과 망상증을 앓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그의 어린 시절을 짚어주어야 하고, 인물이 ‘사물함 앞 벤치에 앉는’ 행위가 그가 그 벤치에게 동질감을 느낌을 의미한다고 말하려면 그 벤치에 얽힌 사연을 먼저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좀 빼고 줄이란 말야!”란 말을 들어도 무엇을 어떻게 빼고 줄여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고민 없이 적은 문장은 없고, 각 장면은 저마다 나름의 의미를 가지며 전체 스토리라인을 지탱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십년이 넘어가는 세월동안 똑같은 지적을 들으며, 그리고 언제나 목표량을 훌쩍 넘기고도 끝나지 않는 소설을 쓰며 제가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더라도 타인에게 난감함을 주는 글이라면 고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각각의 부수적인 스토리라인이 글 속에서 각자의 의미를 잃지 않은 채 간결하고 명료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추신) 지난 상담실 답변글을 보니, 글쓴이를 판단하기에 앞서 그의 작품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말씀하신 답변이 많아 여태껏 글틴에 올린 제 작품 몇 편의 링크를 첨부합니다. 부족하지만 한 번 읽어봐 주세요

http://teen.munjang.or.kr/archives/96925

http://teen.munjang.or.kr/archives/94791

http://teen.munjang.or.kr/archives/9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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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kafka
4 개월 26 일 전
이 글이 마지막 글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등단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내가 그것 목표로 수많은 실패를 견딜 경제적/정신적 능력이 될까, 그럴 재능이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들고요. ‘로그함수의 미분’이니 ‘지구가 생명가능지대인 이유’니 그런 것들에 고개를 파묻고, “전 정말 뼛속까지 이과랍니다~~!!‘라는 뉘앙스의 생기부를 만들기 위해 과학 영재교육원이며 수/과학 경시대회, 의생명과학교실 같은 곳을 쏘다니고, 리처드 도킨스와 칼 세이건의 책으로 생기부 독서기록란을 채우면서,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면서, 저는 과연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요? ========================== 답변>>>> 님의 글을 읽으면서 ‘괜한 투정’을 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제도권 교육 시스템 때문에 님의… Read more »
inkafka
4 개월 26 일 전
안녕하세요? 노경실 작가입니다. 님의 질문 중……. 이 글이 마지막 글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등단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내가 그것 목표로 수많은 실패를 견딜 경제적/정신적 능력이 될까, 그럴 재능이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들고요. ‘로그함수의 미분’이니 ‘지구가 생명가능지대인 이유’니 그런 것들에 고개를 파묻고, “전 정말 뼛속까지 이과랍니다~~!!‘라는 뉘앙스의 생기부를 만들기 위해 과학 영재교육원이며 수/과학 경시대회, 의생명과학교실 같은 곳을 쏘다니고, 리처드 도킨스와 칼 세이건의 책으로 생기부 독서기록란을 채우면서,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면서, 저는 과연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요? ========================== 답변>>>> 님의 글을 읽으면서 ‘괜한 투정’을 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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