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드래곤과 어느 한 외딴 섬나라의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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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과 어느 한 외딴 섬나라의 용사

제 1장.이야기의 시작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정적뿐이었던 마을을 깨운다.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동물들의 외침 그런 소리들이 바람을 타고 온다.하지만 마을에는 그저 고요함만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루해."
마을 내 중앙에는 괴이한 모습의 집이 하나 있었다.지붕에는수풀이 자라나 그 안에 새들이 둥지를 틀었고 벽에는 작은 나무가 자라나고 있었다.이상한 모습이었지만 어느 한 편으로는 신비로워 보였다.나무는 그 누가 물을 주지 않아도 힘차게 자라났고 수풀은 색이 영롱해 아름답다는 생각조차 들었다.하지만 그런 집조차도 마을의 고요함을 깨진 못했다.
"무슨 재미난 일 없으려나?"
그런 고요함에 싫증이 난 한 아이가 그 괴이한 집에 있었다.창밖으로 이미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마을을 바라보면서 그 아이는 바람이 가지고 오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렇게 쓸 데 없다고 여길 만한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그 순간 눈에 어떤 소리도 가져오지 못한 활기가 생겨났다.마치 신기한 것을 본 듯 그 아이는 밝게 웃었다.
"할머니!"
아이는 서둘러 집을 나와 그녀를 만나러 간다.할머니는 이상하리만치 큰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었다.얼굴은 노인이라고 못 믿을 정도로 젊어 보였다.허리만이 휘어져 있어 늙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오냐,마리포사야.잘 지냈니?"
"아니!지루해 죽는 줄 알았어!"
그 아이는 폭신한 망토에 안겨 온기를 느낀다.기분이 좋은 듯 방금 전의 지루함은 얼굴에서 사라지고 웃음만이 남겨져 있었다.할머니도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짓는다.
"자,이제 들어가자.좀 춥구나."
"알겠어요!"
힘차게 걸어가는 마리포사를 바라보자 할머니는 어딘가 슬퍼 보였다.하지만 이내 슬픔을 그 얼굴에서 지웠다.
"에..할머니 빨리,빨리!"
"오냐,들어가자."
그들이 들어가자 촛불에 불이 붙었다.그림자가 사라지자 집의 구조가 더 잘 보였다.안에 있는 가구라고는 식탁과 음식을 조리할 데 쓸 법한 아구미가 전부였다.나머지 공간엔 이상한 물건들이 놓여져 있었다.눈알을 담은 병부터 아름다운 나비를 잡아 넣은 병까지 신비로운 것들 뿐이었다.하지만 이런 물건들을 재외하고도 가장 눈에 뜨이는 무언가가 있었다.엄청나게 큰 문이었다.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자물쇠가 여러개로 잠겨져 있어 건들면 안 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마리포사의 할머니는 그곳을 바라보았다.그 눈가에는 무엇이라 정의하기 힘든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아,할머니 배고파?"
"아니다.바로 자자꾸나."
"힝..알겠어."
그녀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 주고 싶었는지 마리포사는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그녀는 무릎을 굽혀 눈을 맞혔다.
"오늘은 할머니 방에서 자렴.옛날 이야기 해 줄게."
"와!정말!"
마리포사는 엄청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의 방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그녀 역시 천천히 그곳으로 걸어갔다.문이 열리자 집에 있던 촛불은 한순간에 마법처럼 꺼졌다.
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하나뿐인 촛불을 키며 말했다.불이 붙자 방안에 온기가 생기면서 엄청난 빛으로 가득찼다.중앙에는 웅장한 침대가 하나 있었다.이미 마리포사는 그곳으로 뛰어가 누워 있었다.
"아..!그 이야기로 해줄까?"
"뭔데,뭔데?"
아이의 눈에는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었다.그녀는 침대에 힘겹게 누우면서 입을 열었다.
"너한테 곧 있으면 도움될 이야기일 테니 잘 듣도록 하렴."
"알았어!"
그녀는 망토로 마리포사를 안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 2장.용사의 이야기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방금 말했지 않소?당신의 그 검은 내가 가져가겠다고."
"아니!이 검은 절대로 줄 수 없네!"
호화스러운 저택 안에서 기품이 있어보이는 귀족은 자신의 탁자를 치면서 소리쳤다.그 탁자에는 엄청난 길이의 검이 하나 놓여 있었다.샹들리제의 빛을 반사하며 영롱하게 빛나는 그 검은 엄청나게 날카로웠고 만물을 뚫을 수 있어 보였다.그리고 이를 노려보는 사내가 있었다.그는 철갑옷으로 온몸을 두르고 있었다.
"도대체 왜지?당신처럼 아무 신념도 없는 귀족에게 그 검은 아무 의미도 없을 터이다."
"이것은 우리 어머니가 나에게 남겨주신 유일한 선물이다.이걸 너에게 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귀족은 화가 난 닭처럼 그 사내를 향해 쏘아붙였다.이 둘의 이런 다툼의 원인,그 자체인 검은 빛을 내며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가만히 있었다.갑옷을 두른 이가 말했다.
"그럼 이거 어떤가?우리 둘이 한 번 결투하는 걸세.아,검은 자네의 그것을 써도 괜찮네."
"결투?"
"그래.이긴 자가 검을 가지고 진 자는 사죄한다.이거 어떤가?"
둘이 하던 말다툼에 지친 시녀들은 좋은 생각이라면서 속삭였다.귀족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뜻을 보였다.이런 자신감 뒤에는 그의 엄청난 경력이 있었다.어릴 때부터 검싸움에 자신이 있는 그이기에 이런 남자에게는 질 리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
"좋네!"
경기는 순식간에 준비되었다.저택에 있던 하인들은 방에 있던 가구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싸울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다.이후 두 명의 검사가 갑옷을 벗은 뒤 검을 들고 하인들이 벽에 한 줄로 서자 결투는 시작되었다.
귀족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장검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선택은 어리석다고 볼 수 있으나 그에게는 하나의 비밀이 있었다.
"합!"
방안에는 그가 내지르는 함성으로 가득찼다.그와 동시에 그의 몸은 2배 가까이 부풀어 올랐다.이것이 유년 시절에 모든 대회를 이길 수 있었던 비법이었다.무식하다고 부를 수 있는 근력으로 엄청난 무게가 나가는 검을 섬세하게 움직이면 상대는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빠른 속도로 장검을 휘두르자 사내는 당황한 듯 검을 요란하게 흔들었다.모두들 그가 이겼다고 생각한 순간 사내의 눈빛이 바뀌었다.
"저건..!"
실내에 의심의 목소리가 울려퍼졌지만 이에 신경쓰지 않고 그는 검을 휘둘렀다.갑자기 빨라진 검에 귀족은 넘어지고 말았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사내는 자신의 검을 상대의 목에 두었다.
"이 반칙자!"
그 경기를 보고 있던 몇몇 하인들이 사내에게 외쳤다.모두들 자신이 오랜 기간 섬기던 주인이 부당하게 싸움에서 지자 화가 난 것이었다.하지만 반대로 왜 화를 내는지 이해가 안 된 하인들 일부는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상황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그 금지된 도구를 쓸 수 있나?이 경기 무효일세!"
하인 중 한명이 앞으로 나와 말을 하자 사내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 도구는 분명 사용자 근처 생명에게 마비를 시키는 효과일 터,이런 싸움에선 쓸 물건이 아니다."
설명을 듣고 모두가 이해한 듯한 분위기가 공기에 띄었다.하지만 그 공간에서 오직 한 명만이,귀족에게 검을 두고 있는 이 한 명만이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나는 공평한 싸움은 한다고 한 적은 없네,그저 싸움을 하겠다고 했지."
"뭐라고..?"
"그리고 내가 하나 가름침을 주지.인생에서 공평하단 거 꽤나 멍청한 단어야.한번 생각해봐.50년 전 나는.."
그는 기분이 나빠진 듯 얼굴을 찡그렸다.하지만 이내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이 검은 내가 가져가겠다."
"아니된다!그 검은!"
사내는 귀족이 놓친 검을 들었다.그리고 곧바로 하인들이 서있던 쪽으로 그것을 움직였다.그들은 입을 다물고 날카로운 검날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에 만족하며 자신의 갑옷을 챙기고 방을 나갔다.문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열리자 사태를 뒤늦게 알아차린 귀족이 그를 향해 외쳤다.
"제발 그 검만은..그 검은 내가 기억나지도 않은 어머니에게 받은 유일한 물건이란 말이다."
귀족의 외침에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그리고 사내는 놀란 듯눈을 크게 떴다.그의 표정에는 자신이 50년 전에 지은 그런 표정이 보였다.자신의 마음에 동정이라는 감정이 싹이 트자 무언가 깨달은 듯 고개를 흔들었다.그리고 생각했다.
'약해지면 안 돼.'
그리고 귀족의 목을 베었다.
그는 비명 소리를 뒤로 하고 그곳을 나왔다.
사내는 50년 전 왕국에 침입한 드래곤으로 부모를 잃게 된 어린 남자아이였다

제 3장.용사의 난투

왕국의 대문 앞에는 엄청난 크기의 시장이 있다.하루 종일 그곳을 돌아다녀도 전부 구경하지는 못 한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맑은 아침 시장 특유의 활기가 돌기 시작할 때 어두운 골목길은 빛을 잃기 시작한다.그림자가 자욱한 길가에는 무슨 목적인지 모르겠는 가게부터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곳까지 여러 건물이 있었다.하지만 그런 어둠에 철갑옷을 두른 한 명의 사내가 발을 디뎠다.자신이 찾는 곳이 있는 듯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그러다 마침내 찾던 곳을 발견했는지 걸음이 느려지기 시작한다.
그가 도착한 곳은 왕국에 존재하는 노예 상점 중 가장 큰 상점이었다.그 가게의 주인은 그를 기다렸는지 가게 밖에 서 있었다.주인은 덩치가 아주 컸으며 얼굴에는 지난 날동안 생겨난 상처들이 잔뜩 있었다.
"지금 왔냐?빨리 들어와,곧 문 닫을 거니까."
갑옷을 두룬 사내는 천천히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그의 뒤를 따라 주인도 걸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불쾌한 바람이 그들을 덮쳤다.그곳은 이상하게 열기로 가득했다.공간은 밖에서 보던 곳보다 넓었지만 이제 문을 닫을 예정인지 불은 꺼져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사람이 말이야,어,이름도 안 알려주고 그리 어려운 부탁을 할 수 있나?아 내 이름은 슬리브라네.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요즘 이 녀석들 구하는 거 힘든 거 알지?"
사내는 고개를 무겁게 흔들었다.
"그리고 목적도 안 알려주고 말이야."
그는 그저 고개를 무겁게 흔들었다.이런 곳에 있는 것이 불편해 보였다.그런 사내의 모습을 보자 주인 역시 불쾌한 듯 눈을 찌푸렸다.그리고 어느 문 앞에 다다르자 그는 사내를 막으며 험악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흉터가 주는 인상과 더불어져 위협적으로 보였다.
"이봐,나도 이 일이 자랑스럽다느니 그런 이상한 말을 하려는 게 아니야.하지만 네가 나한테 시킨 일이니 제발 그런 태도 좀 숨기지 그래?"
사내는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다.이를 보면서 상인은 의아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휴..근데 당신 도대체 누구야?방금 그 예의도 그렇고 이쪽에 손 담글 일은 없는 사람인 거 같은데 말이지.뭐,난 돈만 받으면 되니까."
그는 그런 말을 하면서 문을 열었다.그들 눈앞에 있는 것은 엄청나게 큰 우리였다.그 안에는 살아있는 어린 아이들이 있었다.모두 야위었고 눈에는 생기가 하나도 없었다.나잇대는 15세 정도인 듯했다.슬리브가 입을 열었다.
"요즘 그 사건 이후로 고아들이 많이 들어와서 말이지.알잖아?우리 왕국이 이 섬나라로 오게 된 사건."
사내에게서 살기라고 불릴만한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그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 아이들을 둘러보았다.그때 그들 중 한 명이 사내를 보고 입을 열었다.
"용사님..?"
목이 말라 목소리조차 사막처럼 메말라있었다.하지만 그런 텅 빈 듯한 분위기에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그리고 그것은 사내를 위로해주고 있었다.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숲을 지나갈 때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였다.하지만 아이들까지 희생해야 되나라는 질문이 생겨났다.그렇게 고민을 반복하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지금 이곳에 들어왔다.마치 이 아이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위로해줬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서 들었다.이런 감정이 들 때 슬리브가 말을 걸었다.
"그 녀석이 마음에 드냐?그 계집의 이름은 안젤라,그런데 우리는 선불제도이다만?"
참을 수 없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저지르는 이 녀석을 그는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단검을 들었다.

제 4장.정글

어느새 바다의 향이 가득했던 바람이 사라지고 육지의 향이 가득한 바람이 그녀를 덮쳤다.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배를 타고 대륙에 도착했다.자신의 친구들 앞에는 자신을 구해준 한 명의 용사님이 장검을 등에 매고 걸어가시는 중이었다.
우리가 노예로 팔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 머리가 터질 정도의 고민을 했다.하지만 그런 생각이 무색해질 정도로 멋진 용사님이 우리를 구해주셨다.몇몇 친구들은 그분에게 의문을 품은 듯했지만 나는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말했다.우리를 팔려고 한 상인을 통쾌하게 복수해 준 사람을 어떻게 나쁘게 생각하냐고 소리치기도 했다.갑자기 용사님이 발걸음을 멈추셨다.
"오늘은 여기에서 야영을 하지꾸나."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그분은 우리에게 준비를 하라고 말하면서 나무에 몸을 기대셨다.
나는 서둘러 나뭇가지를 주웠다.일단 우리들은 나뭇가지를 쌓아올려 그 위에 나뭇잎을 놓아 집을 짓고 음식은 주변 강가에서 낚시를 하기로 했다.그렇게 분주히 일을 해나갈때 내 옆에는 가만히 앉아있는 아이가 보였다.내가 알기로 이름은 데이브,귀족의 아들이였다.
"나,저 사람 마음에 안 들어.그러니까 이름이 안젤라였나?"
"응,안젤라 맞아.근데 왜?"
또 그 얘기라면서 화가 났지만 들어보기로 했다.
"사람을 죽였잖아.그리고 진짜 용사라면 우리를 부려먹을 게 아니라 풀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부려먹다니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는 거지.우리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 주셨잖니?"
"대가?용사는 그런 거 안 바라지 않아?"
"참나,그게 사람이냐?"
"그러면 사람을 죽인 거는?그것도 용사는 할 수 있어?"
"그건 아니지만 그 사람은 악당이었잖아."
"악당?악당은 용사가 죽여도 돼?"
당연한 거 아니야?난 싫증이 나서 대화를 중단한 채 다른 곳에서 나뭇가지를 줍기 시작했다.
그날 밤은 순조롭게 지나갔다.모두들 잠을 자고자 다시 한번나뭇잎을 모으고 있을 때에 어딘가에서 달콤한 고기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생선잡이는 성공했지만 대부분의 고기는 용사님이 드셨기에 우리 모두가 배고팠다.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그분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냄새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우리들은 그 뒤를 따랐다.
냄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벌이던 축제에서 나는 것이었다.하나 신경쓰이는 점이라곤 귀가 조금 길었고 모두들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용사님이 다가가자 그들은 우리를 알아차리고 째려보기 시작했다.그런 긴장감이 공기에 녹아들어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때에 그분은 그들을 향해 발을 디뎠다.
"나는 왕국에서 온 '용사'이요.안녕하십니까,숲의 엘프들이시여."
그들은 정중한 용사님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이내 기분이 좋아진 듯 미소를 지었다.엘프들 중 가장 키가 큰 이가 나와 입을 열었다.
"그래,잘 왔다.외딴 섬나라 왕국의 용사여.여긴 왜 오게 된 것이냐?"
그 사건이후론 왕국을 조롱하는 일종의 도발이었으나 우리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 사건의 범인,용을 잡기 위해서 왔습니다."
우리는 엄청나게 놀라 한순간 움추렸다.왕국의 본토가 용에게 잠식된 후 50년 후,왕은 섬으로 나라를 옮겼다.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흔적은 많은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우리들이 고아가 된 이유도 그것이었다.용사님의 목적을 지금 안 우리는 '역시 그분이야'라면서 감탄했다.엘프들 역시 놀란 듯 침묵했다.
"호,그 뜻은 참으로 기특하나 이곳을 지나기 위해선 우리에게 통행료를 내야 한다네.우리도 지금 힘들어서 말이야."
"네,알고 있습니다.그래서!"
갑자기 그분이 우리들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갑자기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이 아이들을 바치겠습니다."
그 말이 너무나도 현실같지 않아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아니,머릿속으로 들어오기를 거부했다.눈앞에 있는 불이 점점 사그라드면서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마지막까지 나를 지키던 엄마도 나타났다.그리고 그들은 바람이 불어옴에 따라 한 마리 개미처럼 사라지고 말았다.그 자리에는 노예상인에게 잡혀가 며칠간 아무것도 못 먹고 눈물만 흘린 그날만이 남아 있었다.그런 슬픈 기억들 위에 그분의 철갑옷이 보였다.하지만 이내 그 갑옷 위에 뱀 한 마리가 올라타더니 녹이 들어 고철이 될 뿐이었다.
엘프는 만족한 듯 우리들을 향해 걸어왔다.
"고맙네,용사여.우리 제사를 위해선 꼭 필요했는데 말이야."
"아닙니다."
그는 우리 모두를 천천히 둘러보았다.무언가 음미하듯 스쳐 지나가는 손은 엄청나게 소름끼치고 기분이 나빴다.한 마리의 독사가 우리들을 만지고 있는 듯했다.상황판단이 잘 되지 않았다.하지만 버림받았단 느낌만은 몸속에 넘쳐나 눈물이 되어 볼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런 순간에도 내 옆에서는 몇 명의 친구들이 도망을 시도하고 있었다.하지만 이내 어떤 엘프에게 잡혀왔다.
"그럼 이제 가도 되네,용사여."
"아,마지막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저 여자아이는 저에게 주십시오."
"흠..뭐,저렇게 많이 있으니 한 명쯤은 괜찮네."
"감사합니다."
갑자기 그가 나에게 다가왔다.눈물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그 사람이란 건 알 수 있었다.나에게 손을 뻗자 무심코 그 손을 잡았다.하지만 이내 내 친구들이 엘프들에세 잡혀가자 손길을 뿌리치고자 했다.근데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손이 움직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살아야한다는 본능이 새벽의 안개처럼 나를 잠식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와 나는 어두운 숲을 헤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친구들을 버렸다는 막연한 감각과 함께 내 눈앞에는 엄청나게 환한 햇빛이 보였다.그리고 그 빛을 본 순간 머리 속에 있던 안개는 서서히 걷어졌다.나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무슨 일이지?"
나는 용사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당신은 용사도,사람도 아니야.!"
데이브와 나눈 대화가 머릿속을 맴돌았다.그는 나를 원망하는 듯했다.그런 기분에 휩싸인 채 나는 어두운 숲으로 몸을 돌렸다.한 마리의 커다란 독사가 입을 벌리고 환영했다.

제 5장.결투

동굴 입구에 다다른 용사는 검을 꺼내들었다.그 귀족의 검이다.동굴은 그 드래곤이 잠들어있다고 알려진 장소였다.그는 가시처럼 튀어나온 바위를 부쉬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끊임없는 칠흑을 지나서 그곳이 나왔다.위에 달려있는 종유석에서 물 한 방울만이 작은 웅덩이에 계속해서 떨어졌다.그 소리만이 울려퍼진 작은 공간에서 한 마리의 드래곤이 바위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그것은 전설대로라면 몸통은 대륙만 하고 날개를 한 번 내리칠 때마다 태풍이 불었다.하지만 그의 앞에 있는 생물은 그런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었다.그는 검으로 바위를 튕겨 소리를 냈다.그 생물도 소리를 들었는지 몸을 일으켰다.그러자 그것의 끔찍한 몸이 더 잘 보였다.비늘은 이미 뜯겨져 있었고 그 자리에는 인간의 살점이 돋아나고 있었다.특히 이빨이나 발톱은 끔찍하게 뒤틀려 있었다.그리고 사람들을 두렵게 했을 날개는 그 빛을 잃고 너덜너덜했다.
"흠…누구지?"
목소리는 철을 긁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리와 인간의 목소리가 섞여져 있었다.용사는 드래곤이 아직은 살아있어 죽일 수 있다는 희망과 과거의 분노가 동시에 나타났다.그는 검을 높게 치켜들고 외쳤다.
"나는 용사다!네가 몇 년 전에 죽인 우리 부모의 원수를 갚겠다."
드래곤은 기분이 나쁜 듯 몸을 비틀었다.
"이봐,네 기분은 잘 알겠어.근데 마지막으로 내 말 들어봐.우리 왕국이 드래곤에 습격당한 건 여러번 있었어.다른 나라에 비교해도 이상한 수치지.왜 그렇다고 생각해?"
"그딴 건 필요없다!"
그는 검을 휘둘렀다.드래곤은 힘겹게 날갯짓을 하며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들어보라니까.나도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어.203년 전 드래곤이 우리 국가에 침입하기 전에는 말이야.그리고 분명 너처럼 그 녀석을 잡으러 갔지."
"필요없다고 말했지 않냐!"
검이 허공을 갈랐다.하지만 드래곤을 스치기만 할 뿐 치명적인 공격은 되지 못했다.
"그리고 말이야.내가 걔를 죽였을 때 어떻게 됐는지 알아?내가 이 꼴이 돼 버렸다고!"
"드래곤의 말 따위 믿을 게 안 된다."
그것은 엄청난 속도를 내며 용사에게 돌진했다.그 속도에 당황한 그는 이를 피하지 못했다.결국 드래곤은 그를 벽으로 밀어붙인 뒤 계속 힘을 가하였다.
"그래서 내가 알아낸 건데 말이지.우리 왕국에 어느 질병에 관한 책이 있더군.사회악을 행하면 이딴 모습으로 만들어버리는 병.해결책도 없는 그런 끔찍한 병.분명 이건 악마의 짓일 거야.이딴 모습으로 저주를…"
갑자기 그것이 괴로운 듯 몸을 흔들었다.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용사는 검을 휘둘러 목을 잘랐다.피가 쏟구치고 비린내가 퍼져나왔다.이제 모든 게 끝났다고 기뻐하는 것도 잠시 용사의 몸에 이상한 비닐이 생겼다.그리고 이는 온몸을 뒤덮었다.사회악을 저지르면 드래곤으로 변하는 질병.하지만 그는 악이라 불릴 행동은 하지 않았다.잘못된 것은 이 녀석이다.몸이 부풀기 시작하자 그것은 동굴을 나왔다.그리고 드래곤은 세차게 날갯짓을 하며 하늘을 날았다.

제 6장.파멸

드래곤은 푸른 하늘을 갈랐다.그리고 왕국으로 향했다.무언가를 잘못했다는 이상한 불안이 마음 속에서 생겨났다.갑자기 눈에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모두들 행복해 보였다.분명 자신 역시 누린 행복이었지만 엄청나게 분해서 그들을 공격했다.본능이 그것을 추구했다.
그 다음날 왕국은 멸망했다.이 광경은 멀리서 친구들을 찾아간 소녀가 보았고,자신의 주인을 묻는 하인들도 보았다.그리고 생각했다.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제 7장.결말

이야기를 마친 할머니는 자신의 품 속에서 잠들어버린 마리포사를 바라보았다.순진하게 코를 고는 그 아이를 보면서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눈물이 떨어졌다.창문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흐느낌이 방을 가득 채웠다.
"마리포사야,그 용사처럼 되면 안 된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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