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체조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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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체조선수

 

나는 기계체조 선수다. 계속 도는 게 내 일상이다. 매달리고 180도 돌았다가 다시 착지한다. 기계체조는 절도 있어 보여서 생각을 먼저 하고 움직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몸보다 머린 항상 늦다. 몸이 움직이면 머리카락이 따라오는 것처럼 일단 몸을 던져야만 착지 타이밍을 안다. 어느 지점에서 내가 양팔을 벌려 중심을 잡을 건지 그리고 심사의원이 어디에 있는지 그 도는 순간에 무의식 적으로 모든 건 계산된다. 착지 후 웃으며 양팔을 들어 올리고 다시 덤블링 한다. 이번엔 360도로 한다. 머리카락이 내 뒤 따라 온다. 착지를 하면 땀을 머금은 머리카락이 내 뺨을 친다. 다시 나는 양팔을 쭉 뻗은 채로 머리 위로 올린다. 최대한 숨을 고르게 내뱉고 허공을 응시 한다. 여기서 내 의식이 하는 건 심사의원을 향해 바라보는 것. 삐죽 튀어나온 겨드랑이 털을 부끄러워하는 것. 마지막으로 기계체조가 싫다고 나는 생각 하면서 웃는다. 이 심사장 위에선 내 모든 행동이 평가 대상이다. 숨조차 거칠게 못 쉰다.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도 새가 날기 위해 날개를 들어 올리듯 팔을 펼쳐야 한다. 김기택 시인의 시처럼 바늘구멍 속에 폭풍이 친다. 포기 하고 싶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꿈을 포기하는 건 비겁 한 게 아냐 오히려 과거에 집착하는 게 비겁한 거지”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한 형이 내게 한 말이 였다. 그때 우린 기숙사에서 몰래 먹다가 감독님한테 걸려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었다. 형은 아직 감독님에게 운동을 관둔단 말을 하지 않았다. 형이 포기를 생각하는 걸 모르고 입시가 얼마나 남았는데 왜 이러냐고 화를 더 냈다. 주먹으로 만 땅을 짚으라고 했다. 형은 꽤나 힘들었는지 신음이 살짝살짝 새어나왔다. 형의 말을 생각해보니 나도 왜 하는지 잘 몰랐다. 처음에는 취미로 했었는데 학교 코치가 재능이 있다며 나를 억지로 기계체조부에 넣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던 나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부모님은 찬성했다. 그때 부모님께 글을 쓴다고 하기 싫다 했다. 속된 말로 뒤지게 맞았다. 화난 황소도 가만히 있으면 살려준다 했는데 가만히 있으면 있을수록 더 때렸다. 그때 아버지는 사내놈이 돼서 막아 볼 려 하지도 않느냐며 화를 냈다. 그리고 계집애들이나 하는 짓을 왜하냐며 집안에 있는 모든 공책을 찢었다. 운동을 하기 싫다 했지만 그냥 하라고 했다. 그래서 정말 그냥 했다.
형은 씩씩대면서도 웃고 있었다. 나갈 몸이라 그런지 더 높이 까치발 까지 들어 올렸다. 형의 온 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 눈,발,종아리 힘을 주는 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숨을 고르게 내뱉었다. 형은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머리에 피가 쏠렸는지 너무나 어지러웠다. 이랬던 적이 없었는데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쓰러졌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1940.12. 윤동주시인

 

이 시는 윤동주시인이 생체실험이 되시기 전에 쓰였던 한 구절 이다. 나는 병원 이야기가 나와서 생체 실험 때 쓰인 시 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시의 해석은 수천 가지로 되듯 이 시를 보며 나는 울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매일 물구나무를 서도, 360도 덤블링 해도 느낄 수 없는 피의 역류 였다.

형은 정말 기계체조부를 나갔다. 감독님은 단호 한척 3일의 시간만 준다 했지만 형은 3일 뒤에도 안들어 왔다. 그러지 않아도 인원이 없던 기계 체조부는 3학년이라는 기둥이 나갔으니 애들이 모두 흔들렸다. 사실 흔들리게 만든 건 주장이 강건 하던 감독님이 너그럽게 봐줌에 있었다. 소리도 안치고 운동부 상대로 일대일로 상담도 많이 했다. 감독님의 변화 짙어질 때마다 운동부 사이에선 이상한 기류 같은 것이 흘렀다. 단체전이 다가오기 때문이었을까  더러 관둘려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는 이 술렁임을 타고 몰래 시를 쓰기 시작했다.

 

기계체조선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저녁
아무도 없는 체육관에 벽에 기대서
선수는 물구나무를 선다
선수가 거꾸로 서도 그림자는
선수와 맞닿는다.
발에 앉았던 노을의 속살이 선수의 얼굴에 내려 앉는다
선수가 거꾸로 서도 세상은 거꾸로 보이지 않고
커튼의 틈에서 새어나온 햇살은 어두워져 간다
선수는 마지막으로 덤블링을 한다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천장과 매트
선수는 보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덤블링을 해야 자신의 바닥을 볼까
기계체조선수는 양팔을 들어 올리며 총,총 뛴다

 

기계체조선수. 2015 처음으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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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월 2 일 전

헉…. 어쩌다 수필란에 들어오게 됐는데 이런 글이….ㅜㅜㅠㅠ 정말 잘 읽었어요. 마지막에 실려 있는 시도 좋았어요. '얼마나 많은 덤블링을 해야 자신의 바닥을 볼까'라는 구절이 이상하게 와닿더라고요…….. 이런 글은 김지용님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해요. 기계 체조에 대해 생생히 아는 작가는 거의 없잖아요. 수요일 선생님 말대로 기계 체조 선수로서의 경험이 어떤 식으로든 김지용님만의 장점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잘 읽고 가요!!

여름좋아
2 개월 18 일 전

자신의 마음을 시로 쓴다는 것은 자신이 피할 수 없는 운명같은 사각지대안에서 느끼는 아픔일 겁니다. 움추리고 있는 고난안에서 밖으로 나갈 희망을 간절히 바랄때 시는 망울을 터뜨리고 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픔이 없이 어찌 시인의 꽃 망울 "시"를 쓸 수 있겠습니까? 자신을 다독이는 시가 김지용님에 벗이 될겁니다.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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