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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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에서는 방 안이 더 잘 보인다

고로 나는 나를 즐겁게 하는 아픔을 찾고 싶을 때

방 귀퉁이에 가서 웅크려 앉고는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곤 하는 것이다

 

방구석에서는 빛나는 표면을 가진 로봇이 더 잘 보인다

단단한 발을 딛고 빌딩마냥 높이 솟은 로봇

선반 위에서 방 안을 훑어보듯 거만한 자세로

방의 주인인 나마저 내려다보고 있다

 

방구석에서는 낡아 헤진 헝겊 인형들이 더 잘 보인다

일어나지도 못해서 찬 바닥에 등을 대고 살며

초롱초롱한 플라스틱제 눈으로 천장만을 보다가

끝내는 먼지와 함께 숨쉬게 된 것들이다

 

방구석에서는 모든 게 적나라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유일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내 등 뒤의 벽에 나 있는 창문이다

나는 굳이 고개를 돌리려 애쓰지 않는다

내 좁은 방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창문을 보는 순간 느껴질 너무 많은 고통에

정신을 잃고 향락하게 될까봐

조금은 두려운 것이다, 나는 그렇게 두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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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월 18 일 전

방구석에서 모든 걸 잘 볼 수 있다는 게 주변(외곽)에서 중심이 잘 보인다는 뜻처럼 다가옵니다. 시적화자는 '나를 즐겁게 하는 아픔'을 찾고 싶은 때 방구석에서 방 안을 봅니다. 방 안에는 로봇, 인형이 있어요. 이것들이 화자를 즐겁게 하는 아픔일까 싶기도 해요. 그런데 화자는 등 뒤의 창문을 보려고 하지 않아요. 고통에 정신을 잃고 향락하게 될까봐 두려운 것이라고 합니다. 표현이 어려운데 '고통'이 뭐고, 정신을 잃고 향락하는 게 뭘까 궁금해집니다. 밖에 나가서 정신 없이 놀고 싶은데 놀지 못해 고통스럽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구석에서 안이 잘 보인다는 인식은 시적이고 뭔가 궁금증을 유발시키지만 의도나 표현에서 모호한 게 많습니다. 사유를 잘 정리하고 표현을 다듬으면 좋을 듯해요.

2 개월 18 일 전

이 시를 보고 꼭 제가 쓴 것만 같아서 화들짝 놀랐어요!! 제 방에도 로봇 모양 시계가 선반 위에 있고 인형들이 구석구석에 놓여져 있거든요. 그래서 표현들이 더 공감 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를 즐겁게 하는 아픔' 이라는 표현이 참 좋았어요. 가끔씩 슬픔과 아픔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위안을 얻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생각나는 표현이었어요. 창문을 보지 않는 건 이미 내 안의 고통을 받아들이기에도 벅차서 그런 걸까요? 바깥에 있는 너무 많은 고통들을, 화자가 억지로 외면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어요. 시 잘 읽고 가요, 채연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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