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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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예린은~뱀파이어래요~뱀파이어래요~”

“저 아이 뱀파이어래…..”

“헐~그럼 사람 피를 막 뽑아 마시는 거야?”

“쟤한테 피 빨린 애 한둘이 아니라는데? 전부 다 토막살인 돼서 놀이터에 파묻혔대”

“헐~대박 개소름 돋았음”

 

“그만………..그만!”

 

예린은 오늘도 악몽에 뒤척이다가 힘겹게 눈을 떴다. (분명히 말하면 꿈은 아니었다. 그저 예전에 있었던 악몽 같은 시간들이 예린의 머릿속에서 꿈으로 재생되었을 뿐이었다) 예린은 땀 때문인지 악몽 때문인지 모를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속에 비친 예린의 모습은 누가 봐도 뱀파이어 그 자체였다. 하얗다 못해 창백하게 질린 피부며 , 새빨간 입술이며, 결정적으로는……….

 

“하…….이 송곳니 진짜 꼴 보기 싫어”

 

입을 벌리면 바로 알아챌 수 있을만한 뾰족한 송곳니 때문이었다. 이러한 생김새 때문에 예린에 대한 소문은 별의별 걸로 다 만들어져서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때문에 예린은 아이들의 경멸과 공포가 섞인 따가운 시선들을 다 받아내야 했다. 점점 더 이상한 구조로 바뀌어져 가는 상황을 바꾸어보려고 노력해 봤지만 소문이라는 녀석은 은근히 끈질겨서 쉽사리 놓아주질 않았다. 결국 소문은 예린에게 ‘무기력’ 이라는 녀석을 남겨줬고 오늘도 예린은 이 녀석을 데리고 등교를 해야 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등교부터 예린에게 따가운 시선들은 한 가득 쏟아졌다. 가까스로 무시하고(대항해 봤자 바뀌는 건 없었다) 교실로 들어왔다. 들어온 예린은 책상 밑부터 살폈다. 오늘은 쓰레기와 함께 구겨진 포스트잇들이 예린을 반겼다. 포스트잇들에는 역시 예린을 두려워하고 경멸하는 내용들이 담긴 문구가 가득 실려 있었다. 이런 문구들은 고등학교 들어오고부터 계속 받았지만 마음은 쉽사리 아픔에 무뎌지지 않았다. 마음은 왜 이리 예민해서 쉽게 상처를 받는지……..평소처럼 쓰레기 청소로 시작하는 오늘이었다. 아마도 오늘 하루도 역시 여유로운 척 쏟아지는 시선들을 무시해야 할 것이다. 예린은 담담한 척 책 한 권을 꺼내 읽었다. 책에 집중하다 보면 다행히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잠시 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평소보다 더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주제는 ‘전학생’이었다. 잘생겼냐느니 키가 크냐는 등의 시답잖은 얘기였다. 예린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시 책에 집중하려는 순간 어떤 애가 한 말이 귀에 들어왔다.

 

“맞다, 그런데 걔 약간 좀 뱀파이어 같이 생기지 않았냐?”

 

보통 사람이면 그냥 넘길 얘기였지만 예린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한 한 마디였다. 그날 점심시간. 예린의 눈은 자동적으로 뱀파이어 전학생(예린이 지은 임시 특징이었다)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뱀파이어처럼 생긴 아이는커녕 송곳니 하나 뾰족한 아이가 없었다. 대체 왜 꼭 찾으려는 것은 늘 안 보이는지……..그만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한 예린이 몸을 돌리자마자 누군가와 부딪혔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은 예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토록 찾아다니던 전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창백하게 질린 피부, 새빨간 입술. 입을 벌리지 않았기에 안 보이지만 뾰족한 송곳니도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예린과 같이 뱀파이어적(?)으로 생긴 남학생이었다. 하지만 뭔가가 달랐다. 적어도 이 아이는 자신과 다르다고 배척하는 이 사회에서 충분히 살아남고도 남을 정도로 강해 보였다. 자신을 훑어보는 예린의 시선이 불쾌했던지 이 남학생의 미간에 주름이 그려졌다. 그제서야 예린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기 위해 입을 열었는데 바로 그 순간 남학생이 예린의 이마를 가운뎃 손가락으로 짚었다. 무슨 짓이냐고 따져물을 겨를도 없이 그 남학생은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 순간 예린의 몸이 어느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 * *

 

“으으………여긴 어디야?”

 

예린은 신경질적으로 정신을 차리며 일어났다. 예린은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새까만 밤하늘에 별을 수놓은 듯 한 커튼, 선반 위의 여러 가지 영롱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신비한 유리병들, 한참을 정신 놓고 보던 예린은 갑자기 사고회로가 멈췄다. 내가 아는 장소가 아닌 이곳은 내가 모르는 곳이라는 걸……..언제부터 내가 이곳에 있었던 건지…………..이곳에서 예린이 감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딱 한 가지 밖에 없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것.

 

비명 소리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아까 예린이랑 부딪혔던 남학생이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내가 왜 여기 있어?”

 

그러자 그 남학생은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가 네가 있어야 할 곳이니까”

 

이건 도대체 무슨 소리인건지………알 수 없는 말 한 마디를 뱉고 그 남학생은 예린을 혼자 남겨두고 나갔다. 예린은 혼자 있는 게 싫어 남학생을 붙잡으려 따라 나갔다. 그러자 예린의 눈에 판타지 영화 촬영장을 CG까지 그대로 입혀서 갖다놓은 듯 한 광경이 펼쳐졌다. 등 뒤에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인간들부터 핏빛 와인을 송곳니로 마시는 뱀파이어들까지……….이 상황이 어색한 건 나뿐인가? 라고 생각한 예린은 그 남학생에게 물었다.

 

“저…….저기 여긴 어디야?”

 

그러자 한참을 예린에게 등을 보이며 걸어가던 남학생이 몸을 돌려 예린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내 이름은 카멜이야……….카멜레온처럼 변장이 뛰어나서 붙여진 이름이지…….그리고 여기는 네가 살던 곳이고”

 

“뭐? 난 여기서 산 적이 없어. 내가 살던 집은 주택이라고”

 

“흐음……….이곳에서 네 위치나 정보부터 확실히 설명해줘야겠네…..”

 

“너는 지금 이 뱀파 제국을 다스리는 최고 권력자인 이완 국왕의 딸이자 이 제국의 공주이지, 하지만 잘못한 일이 있어서 인간 세계로 잠시 쫓겨났고, 오늘이 너의 기간이 풀리는 날이기에 내가 데려온 거야”

 

“그럼……내가 이 나라의 공주란 말이야?”

 

“응. 나는 지금 너를 데리고 이완 국왕께 데려가는 거야”

 

“잠시만………..그러면 오늘 바로 데려와야지 왜 점심시간까지 기다리게 한 거야?”

 

“너 찾기가 쉬울 것 같냐?”

 

너무나도 쉽게 말을 뱉지만 이해 안 되는 말 투성이인 카멜의 말을 예린이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이곳의 뱀파이어들이나 이해하지 나 같은 정상인에게 그런 말이 곧이곧대로 들릴 리 없잖아! 라고 예린은 생각했다. 하지만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 예린은 일단 카멜이 가는 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이완 국왕님?”

 

“카멜 왔는가?”

 

‘응? 잠깐 나라도 아니고 제국 정도의 국가를 다스리는 왕한테 뭐가 그렇게 가벼워?‘

 

하지만 커튼을 걷어 올리자 예린의 그 생각은 바로 깨지고 말았다. 무게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국왕은 10대처럼 소년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나면 누나지 절대로 니보다 나이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예린은 국왕에게 인사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예린의 마음을 꿰뚫어 본 이완은 예린에게 말을 건넸다.

 

“이놈의 딸 자식 봐라? 아빠한테 인사도 안 올리네?”

 

꼭 어린아이에게 그런 말을 들은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진 예린은 이완에게 톡 쏘아 붙였다.

 

“아빠긴 누가 아빠에요? 딱 봐도 나보다 나이 적어 보이는 데 누나라고 부르시는 게 어때요? 그 대신 존댓말은 써 줄게요”

 

그러자 갑자기 이완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변신이 끝났을 즈음엔 이완은 호탕해 보이는 미 중년으로 변해 있었다.

 

“어때? 이래도 너네 아빠로 안 보이냐?”

 

“아…………..”

 

“딸 많이 변했네? 너도 인간들에게 물들어서 고작 이 시시한 외면 때문에 진짜 중요한 걸 못 보는 거야?”

 

“아…..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외모 지상주의가 얼마나 심한 사회에서 자라 왔는데 내면 따위를 중요하게 보겠어?

 

이런 말들이 목구멍부터 올라와서 입 밖으로 미친 듯이 나가고 싶어 했지만 예린은 가까스로 그 말을 삼켜냈다. (그 말을 하면 더러운 인간세상에서 왔다고 자신을 경멸할 게 뻔했다)

 

“안 되겠다. 카멜”

 

“네?”

 

“네가 지금부터 조금 더 잘 가르쳐줘라”

 

하……알겠습니다. 하고 말한 카멜은 곧바로 예린의 손목을 잡고 어느 상점으로 끌고 갔다. 가게는 마치 마법사의 상점처럼 신비로웠다. 그저 평범했던 외부와는 달리 내부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들 투성이였다. 예린을 한참을 그냥 넋 놓고 상점 안을 둘러 보았다. 그런 예린을 한동안 지그시 주시하고 있던 카멜을 옷을 하나 꺼내왔다. 그 옷을 받아든 예린은 순간 깜짝 놀랐다. 회색 옷의 뒷면에 구멍 2개가 숭숭 뚫려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멀쩡한 옷을 어떻게 했기에 구멍이 걸레처럼 숭숭 뚫린 건지………….하지만 더 황당한 것은 카멜의 태도였다.

 

“뭐해? 어서 안 입고?”

 

“지금 나보고 이걸 입으라고?”

 

“그럼 뭐하라고 줬겠냐”

 

“좀 더 정상적인 옷 없어? 이렇게 구멍 뚫린 거 말고”

 

“내가 생각 없이 그 옷을 가지고 왔겠냐? 됐고 저기 탈의실 가서 입고 오기나 해”

 

그리고는 손끝으로 보라색 커튼이 달린 탈의실을 가리켰다. 예린은 하는 수 없이 입을 삐죽이며 옷을 갈아입었다. 역시나 등의 피부는 윤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예린은 미간을 있는대로 구기며 물었다.

 

“이걸 대체 왜 입힌 거야?”

 

그러자 카멜은 대답 대신 검은색 목걸이를 예린의 목에 둘러 주었다. (목걸이는 검정색 바탕에 금색의 점들이 찍혀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예린의 등 뒤 구멍이 뚫린 부분에서 날개가 돋아났다. 처음 겪는 경험에 예린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도대체 이게 가능한 일이야? 내 조상님은 익룡과 결합한 인간이었나?’

 

하지만 익룡의 멋진 날개와는 달리 거울을 본 예린의 날개는 볼품없기만 했다. (게다가 크고 작은 상처들로 가득했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볼품없기만 한 날개의 상태에 예린은 실망하며 카멜에게 물었다. (카멜의 날개는 크고 부드럽고 멋드러진 날개였다)

 

“도대체 내 날개 상태는 왜 이런 거야?”

 

그러자 카멜이 예린의 날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 날개는 네 내면인 거야. 볼품없는 것보다 일단 먼저 상처부터 치료해야겠는데?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많이 다친 거야? 아예 날 수조차 없잖아”

 

“이 날개가 내 내면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카멜의 말에 예린은 그 동안 외면하기 바빴던 자신의 내면을 거울 앞에 제대로 서서 바라보았다. 예린의 눈에는 그제서야 여기저기 찢겨나가고 너덜너덜해진 날개가 보였다. 보기 싫은 상처에 그만 화가 솟구쳐 올라 예린은 제일 깊게 파인 상처를 찔렀다. 그러자 카멜이 깜짝 놀라면 예린을 저지했다.

 

“그만 둬! 뭐하는 거야?”

 

“왜 그래? 내 날개야”

 

말이야 방귀야…….카멜은 고개를 한번 가로젓더니 예린을 데리고 지하 치료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치료액 즙을 예린의 날개에 발라주며 말했다.

 

“너는 일단 감정을 제어하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겠다. 어떻게 어린애들보다 더 자신의 마음에 대해 몰라?”

 

“무슨 소리야?”

 

“여기 어린 뱀파이어들도 너처럼 그렇게 날개의 상처를 막 대하진 않아. 오히려 빨리 나으라고 잘 살피고 쓰다듬어 주면 모를까”

 

“하지만……….”

 

나는 감정을 제대로 직시하는 법을 못 배웠는걸…………오히려 감정을 무디게 하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 왔는지 알아? 언제나 쏟아지는 아픔들을 이기지 못하는 여린 마음을 가진 게 얼마나 큰 저주였는지 알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 동안 꾹꾹 참아왔던 눈물이 두 눈에서 하염없이 쏟아졌다. 카멜은 여기서 더 상처가 생기면 이젠 감정이 무뎌지는 단계에 들어가기 때문에 최대한 상처가 나지 않게 조심하면서 날개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별안간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예린 혼자 힘으로는 아무리 해 봐도 안 됐던 치유가 카멜의 손짓 하나하나에 점점 치유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점점 신기하게 서러운 감정들도 사그라져 갔다. 카멜이 쓰다듬는 것을 끝냈을 땐 예린의 날개 40%가 거의 치료가 되어 있었다. 카멜은 눈물 젖은 예린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얘기했다.

 

“치료란 이렇게 하는 거야. 그렇게 꾹꾹 참기만 하면 결국 아픈 건 네 마음뿐이라고”

 

누구에게도 드러내 보이지 않았던 예린의 상태였다. 드러낼 사람도 없었고, 무엇보다 너무 아플까봐 예린 자신조차도 외면했던 상처였는데 카멜은 그걸 아프지 않게 짚어 줬다.

 

 

* * * * * *

 

뱀파이어 마을에 온 지도 벌써 5달. 예린은 점차 마을에 적응해 나갔다. 처음에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탓에 뱀파이어들에게 쉽사리 다가서질 못했다. 그리고 다가서기까지는 서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예린의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음의 문을 연 날에 뱀파이어들은 파티를 열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모두 지나간 일이었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들은 전부 치료되었고 이젠 예린은 처음 보는 사람을(사람은 아니지만;;;) 의심없이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딱 한 사람만 빼고.

 

“진짜 말 안 해줄 거야?”

 

“대체 뭘 말하라는 건데”

 

바로 카멜이었다. 예전보다 더 말이 없어진 카멜의 모습에 예린은 답답해져만 갔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러진 않았는데 뭔가 비밀이 많아진 카멜의 모습에 예린은 그 비밀이 무엇이냐고 물어 봤지만 카멜은 대답을 얼버무렸다. 그 모습에 예린은 또 답답해지고, 하루하루가 뫼비우스의 띠 마냥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예린의 아빠인 이완이 예린을 불렀다. 거의 불렀던 적이 없었던 이완이기에 예린은 호기심을 품고 이완에게로 갔다. 카멜의 우울증이 이완에게 옮았는지 이완도 침울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예린의 눈에는 둘 다 이상하게 보일 뿐이었다)

 

“아빠 무슨 일 있어요?”

 

“예린아……..미안하다)

 

“네? 무슨 소리에요?”

 

“이젠 인간세상으로 돌아가렴”

 

그 말을 듣는 순간 예린은 차가운 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온 몸이 벌벌 떨렸다. 내가 잘못 들은 거지? 뱀파이어 세계를 인간 세계라고 잘못 말한거지? 예린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이완에게 물었다.

 

“지금 제가 제대로 들은 거 맞아요?”

 

“그렇단다………”

 

“도대체 왜요?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너는 원래 인간세계에서 살던 아이니까…….우리가 너무 보고 싶어서 너를 잠깐 불렀단다”

 

“대체 왜……..차라리 부르지나 말지……..왜 이렇게 이기적이에요”

 

“……..미안하다”

 

이완은 예린에게 사과를 했지만 그 말이 예린의 귀에 들어갈 리 만무했다. 예린은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이완의 방을 나섰다. 방문 앞에는 카멜이 서 있었다. 예린은 카멜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 말……..왜 나한테 안했어?”

 

“……..그 말을 전하기가 싫었으니까”

 

“뭐가 어려워! 다시 그 지긋지긋한 곳에 돌아가야 하는 나보다 더 싫어?”

 

“………미안해”

 

“됐어! 그딴 사과 따윈 집어 치우고 돌려 보낼거라면 빨리 돌려보내! 이딴 이기적인 곳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아!”

 

카멜은 무거운 목소리로 처음에 했던 것처럼 예린의 이마에 손가락을 짚어 주문을 외웠다. 처음처럼 예린의 몸은 어디 론가로 빨려 들어갈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예린의 감정이었다. 한참을 빨려들어가다 정신을 차리니 예린의 침대였다. 예린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젖어 있었다. (예린의 날개는 이제 없어져 있었다.)

 

“하…………진짜 이기적인 새끼”

 

물론 그 음성을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뱀파이어 마을로 끌고 가, 거기에 눌러 살고 싶게 한 카멜이 듣기를 원하며 예린은 일부러 못된 말만 골라서 했다. 예린은 기운 없이 축축 늘어지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학교로 갈 준비를 했다. 평소는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이 지배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가고 싶지 않은 마음보다 두려운 마음이 더 컸다. 지금까지는 잘 버텨 왔다면 뱀파이어 족에서 생활했던 시간 동안 마음이 더 여려져서 혹시나 마음에 더 아픈 상처가 더 깊게 배어들까 두려웠다. 죽어도 가기 싫은 학교였지만 그 동안 예린이 없었던 시간 동안 출석일수가 혹시 모자라졌을 까봐 예린은 꾸역꾸역 가방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저 멀리 교문이 보였다. 저 문을 통과하는 순간 쏟아질 시선들에 예린은 벌써부터 겁이 났다. 발걸음도 예린의 이성보단 감정을 따르는지 점점 느려졌다. 학교를 등지고 가려는 발걸음을 겨우겨우 재촉해 교문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예린은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교실에 들어섰다. 그런데 뭔가가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더 이상 예린에게 따가운 시선들이 쏟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예린을 반 구성원 중 한 명인 듯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게 좋은 거야? 널 무시하는 건데?’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동안 쏟아졌던 따가운 시선들보단 이런 조용한 무관심이 예린에겐 좋은 일이었다. 항상 쓰레기들로만 가득 차 있던 책상 서랍도 오늘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예린은 조용히 귀에 이어폰을 끼고, 책을 꺼내 읽었다. 이제 막 5장으로 넘기려던 순간 누군가가 예린을 건드렸다. 시원시원하게 생긴 예린의 반 반장 소영이었다.

 

“…….왜?”

 

“누가 너 점심시간에 학교 정원으로 보내달래”

 

나를? 도대체 왜? 조용히 넘어가나 했더니 이젠 신종 괴롭힘인가? 예린은 복잡한 생각들을 가지고 점심시간에 정원으로 나갔다. (안 나가면 무슨 화를 당할지 몰라서였다) 학교 정원에는 이상하리만큼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커녕 개미 뒷다리 하나조차도 없이 아주 깔끔했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예린의 눈에 누군가가 보였다. 혹시 저 사람인가? 싶은 마음에 예린을 그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뒷모습만 보여서 누군지 알 수는 없었다) 10cm 정도로 다가갔을 때 그 사람이 예린의 발걸음을 느꼈는지 뒤를 돌았다.

 

“너………”

 

“너 부를 만한 사람이 나 아니면 누굴 것 같은데?”

 

그 사람의 정체는 입가에 매력적인 호선을 그리며 웃는 카멜이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미소를 짓는 카멜과는 달리 예린의 표정은 점점 구겨졌다.

 

“너………이건 또 뭔 짓인데”

 

이렇게 네 맘대로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이유가 뭔데………도대체 얼마나 더 이기적으로 행동해야지 사람 마음을 그만 갖고 놀 건데

 

“그날………그렇게 간 거 해명하려고 불렀다 왜?”

 

“이미 아빠한테 해명 다 들었는데 굳이 나설 필요가 있냐?”

 

비꼬는 듯 한 말투와 표정으로 말하는 예린을 본 카멜은 입가에 있던 미소를 지우고 예린에게 물었다.

 

“도대체 뭐에 화가 난 건데……..”

 

“그걸 지금”

 

몰라서 물어? 기껏 데려와 놓고선 왜 다시 돌려보내려고 하는데! 사람 가지고 노는 거야 뭐야! 라고 말하는 예린의 말에 카멜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너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말하지 마”

 

“아빠한테 설명 다 들었는데 뭘 아무것도 몰라!”

 

이완 국왕님은 너에 대해 이 우주 어느 누구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하셨던 분이야 라고 말하는 카멜은 예린이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 * * * * *

[데려 올 당시]

 

“하아……..”

 

“왜 그러십니까?”

 

“그 아이를 데려오는 게 잘하는 일일까 카멜?”

 

잘 적응해 살고 있는 그 애의 인생을 내 개인적인 감정으로 망쳐 놓는 것 같단 말이지……..라고 말하는 이완의 모습은 평소에 늘 보여왔던 장난스러운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기운 없는 이완의 모습에 카멜은 위로의 말을 건넸다.

 

“괜찮습니다……….어차피 잠깐만 데려와서 날개의 상처만 확인하면 될 일이니까요 그리고 뱀파이어와 인간 세계는 시간이 다르지 않습니까? 5달 있어도 5시간 밖에 안 지났을 테니 별 문제 없을 겁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국왕이 더 자괴감에 시달릴 까 봐 카멜은 서둘러 인간세계로 떠났다. 한번 갔다 오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가 상당히 많아서 카멜은 한 번에 성공해야 했다. 다행히 행운의 여신이 카멜을 도와줬는지 예린의 학교에 맞게 도착시켜 줬다. 보통 인간들이라면 교무실에 공손히 들어가 물어보겠지만 안타깝게도 카멜의 생각은 거기까지 가지 못했다. (그저 인간들에게 최면을 걸어 전학생이라고 위장했을 뿐…………) 인간세계에 아무것도 모르는 카멜은 남녀합반이 아니라는 것도 모르고 여자 같이 생긴 애를 보면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당사자들은 카멜이 게이라고 망상을 펼쳤지만;;;) 그렇게 반 전체 이름을 묻다가 카멜을 주의 깊게 보던 반장이 결국 점심시간에 예린을 가리키며 네가 찾는 아이가 저 애라고 알려줬다. (뱀파이어처럼 생긴 생김새로 온 학교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쉽게 알려 줄 수 있었다) 반장의 손가락 끝이 가리킨 곳은 뱀파이어 같이 시크한 아름다움을 가진 여자아이가 있었다. 카멜은 저 여자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그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달달 외워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우며 여자아이한테 다가갔다. (혹시나 이 여자애가 아니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카멜의 생각에 없었다.) 그리고는 뱀파이어라면 누구나 이마에 지니고 있는 각인을 찾기 위해 가운뎃 손가락으로 그 여자아이의 이마를 짚었다. 다행히도 그 여자아이는 뱀파이어가 맞았다. 그래서 카멜은 손 쉽게 여자아이를 뱀파이어 세계로 데려올 수 있었다.

 

[그로부터 5달 후]

 

예린을 여기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졌다. 어릴 적 인간세계로 가고 싶다고 계속 졸라대서 어쩔 수 없이 인간세계에 보내줬다. 그러나 한번 보내진 뱀파이어는 다시 뱀파이어 세계로 돌아올 수 없었고, 돌아온다면 누군가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한번 정도 5달 머무를 수 있었기에 예린을 불러들인 것이다. 쳐다보면 금방 닳아져 없어질까 봐 감히 불러들이지도 못했다. (이완은 그 시간들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닳아 없어져도 예린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전하기 힘든 말을 이완은 전해야 했다. 그런 이완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카멜은 예린이 오기 전 이완의 상처 입은 날개(=마음)를 치료해줬다. (치료밖에 해 줄 수 없는 무능력한 자신을 원망했다.)

 

* * * * * *

 

“이제 알겠어? 너희 아버지께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는지? 혹시나 딸한테 피해 갈까봐 항상 노심초사 하셨던 마음밖에 없으셨어. 그런데 너는 그런 사람한테 하는 말이 고작 그거야?”

 

실컷 감정을 쏟아놓고 이성을 차린 카멜은 그제야 예린이 눈에 보였다. 예린의 고개는 숙여져 있었고, 작은 어깨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아차 싶은 카멜이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예린은 축 처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미안해 내가 아무것도 모른 채 나만 생각해서”

 

뒤 돌아서 가는 예린의 모습은 축 처져 있는 게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 ‘내가 설마 저 아이의 날개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 카멜은 곧 바로 예린이 사라진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늦어버려 예린을 붙잡을 수 없었다.

 

 

* * * * * *

 

“흐윽 흑”

 

텅 빈 집안에는 예린이 흐느끼는 소리만 가득했다. 분명히 내가 잘못한 게 맞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운……….머리로는 이해하는 데 마음은 따라가지 못하는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뒤섞인 흐느낌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비에 젖은 처량한 강아지를 연상 시켰다) 그렇게 예린을 한참을 울다 지쳐 잠들었다.

 

* * * * * *

 

“넌 정말 이기적이야. 왜 너만 생각하고 판단해?”

“너 같은 거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

“너 같이 이기적인 애를 누가 생각해 주겠어?”

“너는 그 어디에도 필요 없는 존재야”

“학교 애들이 너를 다 싫어하는 데 도대체 왜 거기에 가서 피해를 주는 거야?”

“사라져버려! 꺼지라고!‘

 

“그…….만 그만!”

 

예린은 또 다시 무기력이 만들어 낸 악몽 속에서 허우적대다 겨우 깨어났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다. 예전에는 그래도 견딜만한 악몽이었다면 이번에는 예린이 가장 아파하는 곳을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찔렀다. (실로 어마어마한 정신적 고통이었다.) 이 악몽은 예린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그 동안 억지로라도 가던 학교마저도 빠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예린은 침대에 기운 없이 축 늘어져 악몽을 계속 곱씹었다. 그렇게 계속 무기력하게 있는 예린을 갑자기 누군가가 확 잡아 일으켰다. 하지만 정작 예린은 강도라 해도 상관없었다. 예린은 자신을 잡아올린 상대방을 초점 없는 몽롱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상대방이 누군지 확인한 예린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 담겨졌다. 내 집을 어떻게 알고 온 건지 카멜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린은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카멜의 손을 쳐 내고 물었다.

 

“뭐야! 너 여기 왜 왔어!”

 

“내가 너무 상처 낸 게 아닌가 싶어서……….”

 

진심 어린 사과에 예린의 눈에 이유 모를 눈물이 차올랐다. 내가 이렇게 사과 받은 적이 있었던가………그 동안 예린의 기분은 상대방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상처를 받든지 말든지 상관 않고 자기 멋대로 내뱉는 상대방의 가시 돋친 말들에 상처 받기도 여러 번. 이렇게 진지하게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어 예린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였고 그런 예린의 마음을 눈물이 대신 전해주려고 눈 밖으로 흘러 내렸다.

 

“이…….이게 아닌데왜 이러지?”

 

“괜찮아 그냥 울어”

 

네가 받은 상처들을 네 눈물이 씻어주고 있으니까 마음껏 울어……..

 

우는 걸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위로해 주는 카멜의 행동에 예린은 오랜만에 실컷 울 수 있었다. 마치 그 동안 응어리진 것을 다 풀어내기라도 할 것 같이………..

 

* * * * * *

 

[외전]

(카멜)

 

“널 이제부터 내 호위무사로 임명하겠다”

 

5살 때 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궁궐에 들어서니 이 나라의 국왕이라는 사람이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아마도 내 잠재력인 방어 능력이 뛰어나서 그런가 보다) 그날부터 내 생활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꿨을 고급스러운 과자들이며, 내 취향대로 꾸며진 방, 또한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분을 모시게 된 것. 이 나라의 국왕은 어린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귀 기울여 줬다. 또한 내가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질 수 있게 해 줬다. (고아 소년에게는 꿈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을 상황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국왕이 날 불렀다.

 

“나는 이제 내 호위무사가 새로 생겼단다”

 

“절 버리실 건가요? 그 호위무사보다 제가 더 잘할 수 있으니 제발 버리지 마세요!”

 

거의 애원하듯 매달렸다. 하지만 그런 나를 보고 국왕은 빙그레 웃으며 말 했다.

 

“이제부터 너는 나보다 몇 배는 더 소중한 사람의 호위를 맡게 될 거야”

 

“이 나라에서 임금님보다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없는데요?”

 

“아니야, 분명히 있어 나보다 몇 배는 더 소중한 사람”

 

그렇게 말한 다음 날. 나는 나랑 같은 나이의 여자애 호위를 맡게 되었다. 자기 말로는 이 나라의 공주라는 데 하는 짓을 보면 영 공주가 아니었다. 천방지축 말괄량이에 막무가내 땡깡까지…….내가 아는 아름다운 공주님과는 이미지가 완전히 달랐다. 도대체 이 아이에게 아름다운 구석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뭐가 그리고 좋은지 국왕은 그 아이만 보면 얼굴에서 웃음이 활짝 피고,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그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그 아이의 유모에게 한번 물어봤다.

 

“도대체 예쁜 구석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을 수 없는 아이를 임금님은 왜 그렇게 예뻐하시는 거에요?”

 

그러자 유모가 기가 막힌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자신의 딸이니까 당연히 예쁘시겠지. 너도 엄마 사랑 받고 자랐잖아”

 

엄마에게 버려진 나로써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때만 해도 자식이란 부모가 버리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모의 한 마디는 내 가치관에 혼란을 주었다. 저렇게 못난 아이도 부모의 눈에는 예쁘게만 보이는데 나는 못생기지도 말썽쟁이도 아닌데 왜 부모는 나를 버린 거지? 도대체 왜? 어린 아기가 부모에게 큰 잘못을 할리는 없고……….그렇게 나는 한 동안 혼란스럽기만 했다. 마치 답이 없는 문제의 답을 찾으려고 끙끙대는 기분이었다. 나는 끊임없이 답을 찾으려고 했고 그 답을 찾았다.

 

‘엄마는 아무 이유 없이 내가 싫으셨던 거구나……’

 

이 답은 한창 사랑받고 자라야 할 어린아이에게는 감당할 수 없이 아픈 답이었다. 결국 마음의 상처가 몸에도 영향을 끼쳤는지 한 동안 앓아 누웠다. 그러던 어느 날 말괄량이 공주가 병문안을 왔다.

 

“너 괜찮아?”

 

평소의 장난끼라고는 싹 사라져 있었다. 처음으로 보는 그 아이의 내면이었다. 이 아이는 다친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구나………….그때부터였다. 그 아이가 좋아지기 시작한 건………..

 

* * * * * *

 

내가 다 나았을 때 다시 그 아이가 있던 방으로 갔다. (호위를 해야 하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방에 있을 그 아이가 없었다. 그 대신 유모가 슬픈 표정으로 그 아이의 물건들을 치우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유모를 붙들고 물었다.

 

“그 아이 어디 갔어요?”

 

“국왕께서 인간세계로 보내셨어…….”

 

내가 알지 못하는 이상한 세계였다. 나는 국왕을 찾아가 물었다.

 

“도대체 왜 보내셨어요?”

 

“그 아이의 고집은 나도 못 이기겠더구나 허허허”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국왕은 오히려 안쓰러워 보였다. 다시는 오지 못하는 딸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어린 아이였던 나도 눈치 챌 수 있을만한 커다란 슬픔이었다. 그 슬픔은 국왕의 날개에 커다랗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국왕의 날개를 내가 닦아 드렸다. (국왕의 슬픔을 전 호위무사였던 내가 위로해 주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이 들어서였다) 국왕은 그런 나를 보고 다시 자신의 호위무사로 삼으셨다. 그리고 전보다 나를 더 아껴주셨다. 어린아이의 마음을 보고 선택했는지 아나면 날개를 닦아 드려서 그랬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아끼신 건 사실이었다. 누가 보면 부자 사이로 오해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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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개월 8 일 전
* "전부 다 토막살인 돼서 놀이터에 파묻혔대." – "전부 다 살해 돼서 놀이터에 토막토막 파묻혔대." * 잘 읽었습니다. 중등부이심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꾸리는 솜씨가 있으신 분이라고 여겨집니다. 주인공들의 내면적인 갈등과 작품 전체의 얼개를 엮어가는 것에 별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환타지 장르를 많이 다루지는 않았지만 저는 환타지도 충분히 문학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아쉬운 점을 몇 가지 말씀드리자면 우선, 지나치게 뭐든 가능한 세상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이 작품을 읽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인 예린이 갖고 있는 현실 세계와의 갈등은 또래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고민이며 갈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내면의 갈등은 잘 그려지고 있는… Read more »
7 개월 7 일 전

잘 봤습니다! 뱀파이어의 세계-판타지 장르라는 점이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예린이의 마음도 이해가 되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내내 들었네요.
다만 조금 신경 쓰였던 부분이 있어요. 작품 내용과는 관련이 없지만, 말줄임표(…)를 필요보다 많이 쓰시는 경향이 있으신 듯 해요. 또 서술하실 때 괄호()를 사용하시는 때가 있는데 굳이 쓰지 않더라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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