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월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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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 달 동안 모두들 안녕하셨는지요. 봄인가 싶더니 벌써 여름이 된 것 같습니다.

일제히 피었다가 앞다투어 지는 꽃들을 보며 시작과 끝 사이의 과정들, 그 과정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설에서도 그건 몹시 중요한 일이지요. 흔히들 소설의 첫 문장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저도 그런 말을 자주 하곤 하는데, 그건 단순히 첫 문장만 중요하다는 말은 아니예요. 첫 문장을 쓸 수 있다는 건 마지막 문장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라고 믿습니다. 즉, 첫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결정했다는 건 그 사이의 과정을 제대로 장악한다는 말이라는 의미죠. 시작과 끝은 단순히 시작과 끝이 아니라 그 단어들이 나란히 쓰이는 순간, 그 사이의 과정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세계의 전부라는 말과 같아요.

권선징악의 세계, 상투적인 기승전결의 세계, 이런 서사는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권선징악이나 상투성은 굳히 소설을 통하지 않고도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니까요. 문학에서의 새롭다는 말은 낯설다는 말과 동의어라고 생각합니다. 낯섦에는 어떤 매혹이 있어요. 그게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촉매제가 되죠. 그런 낯섦을 위해 여러 고민들을 하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런 고민들이 단순히 추상적이고 모호한 세계의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번 달에 올려주신 9편의 소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삶'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얘기들이 아닌가 하고 말이예요. 9편의 소설에는 9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지만 실제로 각각의 9명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령 여러분 또래의 9명이 있다고 생각해 보죠. 그들은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교복을 입지만 각각 고민도 다르고 상처도 다르고 습관도 다르고 추억이나 취향도 모두 달라요. 모두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 거예요. 어떤 사람은 비오는 날을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비오는 날을 싫어하겠죠. 왜? 라고 물으면 더듬더듬 자신의 얘기를 털어 놓을 거예요. 그런 '자신의 얘기'가 한 명의 개별적인 인물을 만들고 개별적인 서사를 만드는 것고 나아가서는 낯설고 매혹적인 얘기의 주인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비슷비슷하게 지나치게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에만 집중하고 계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에는 반드시 어떤 '존재'가 등장해야 하고 그 존재는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개별적인 존재여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걸 극복하는 방법은 타인의 삶을 관찰하는 끈기와 노력일 거예요.

 

이번 달에는 고등부 7편 (닭 한 마리-오태연, 기묘한 관계-리엔, 통조림-애기애타, 화해-상실, 생명의 땅-ssay, 멸망-애기애타, 파랑-구리)과 중등부 2편 (첩보요원에서 여고생으로-황태연어, 뱀파이어 소녀-sdo)이 올라왔습니다. 그 중 화해(상실)과 뱀파이어 소녀(sdo)는 전체적인 구성이나 인물들의 갈등이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있어 주목했는데요, 각각의 댓글에서도 밝혔듯이 각각 인물들의 갈등이 상투적인 결말로 치닫는 것이나 개연성을 배제한 글쓰기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아쉽지만 장원 작품 선정은 다음 달로 넘기겠습니다.

 

눈부신 날들이 계속 되겠죠. 고민도 눈부신 과정일 겁니다. 5월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김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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