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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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별도 달도 없는 이 밤을

걷는 건 저 검푸른 물에

모두 휩쓸려가 버렸기 때문일거야

나는 그대와 등을 맞대고 앉아

하염없이 하류로, 하류로,

몸을 내던지는 물줄기를 지켜보았던 것을 기억해.

 

속삭였어 있지 나는

자그마한 시냇물로 흐르고 싶었어

가만가만 노래를 부르며 논둑 사이로 춤을 추듯이

그대는 퍽이나 나이가 든 것처럼

말했어 아냐 어른이 된다는 건

저 검푸른 물에 섞여 휩쓸려가는 거야

소리 없는 노래를 부르며 움직임 없는 춤을 추듯이.

 

그대가 풀 먹인 저고리처럼 웃으며

아득한 하류를 바라보았던 것을 기억해.

어릴 적 보물 상자에 숨겨두었던

새파란 수채 물감 따윈 이미

시간에 내주었는걸 통행료로.

그래 어른이 된다는 건

저 검푸른 물에 새하얀 거품이 되어

 

우리가 별도 달도 없는 이 밤을

걷는 건 저 검푸른 물에

우리가 섞여가고 있기 때문일 거야

나는 그대와 손을 포개고 앉아

하염없이 하류로, 하류로,

팔을 내뻗는 물줄기를 올려다보았던 것을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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