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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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별도 달도 없는 이 밤을

걷는 건 저 검푸른 물에

모두 휩쓸려가 버렸기 때문일거야

나는 그대와 등을 맞대고 앉아

하염없이 하류로, 하류로,

몸을 내던지는 물줄기를 지켜보았던 것을 기억해.

 

속삭였어 있지 나는

자그마한 시냇물로 흐르고 싶었어

가만가만 노래를 부르며 논둑 사이로 춤을 추듯이

그대는 퍽이나 나이가 든 것처럼

말했어 아냐 어른이 된다는 건

저 검푸른 물에 섞여 휩쓸려가는 거야

소리 없는 노래를 부르며 움직임 없는 춤을 추듯이.

 

그대가 풀 먹인 저고리처럼 웃으며

아득한 하류를 바라보았던 것을 기억해.

어릴 적 보물 상자에 숨겨두었던

새파란 수채 물감 따윈 이미

시간에 내주었는걸 통행료로.

그래 어른이 된다는 건

저 검푸른 물에 새하얀 거품이 되어

 

우리가 별도 달도 없는 이 밤을

걷는 건 저 검푸른 물에

우리가 섞여가고 있기 때문일 거야

나는 그대와 손을 포개고 앉아

하염없이 하류로, 하류로,

팔을 내뻗는 물줄기를 올려다보았던 것을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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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월 19 일 전
시적화자의 담담한 어조가 시를 잘 이끌어갔어요. 나와 그대로 일컫는 '우리'가 폭포를 보면서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인지 진술합니다. 화자가 이상하게도 성숙하다는 인상을 준답니다. 그런데 등을 맞대고 앉은 나와 그대의 관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들이 물줄기를 봤던 것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 하류는 미래라는 느낌이 들어요. 앞으로 흘러가야 할 시간이겠죠. 그래서 나중에 지금 이 밤을 기억하라는 뜻인가 싶기도 해요. 또한 '이 밤'이 현재형이지만 '기억해'는 과거형을 쓰고 있답니다. 시점의 혼돈을 주고 있어요. 3연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릴 적 보물 상자에 숨겨두었던/새파란 수채 물감 따윈 이미/시간에 내주었는 걸 통행료로.' 대략 무슨 말을 하려는지 느껴지기도 하나 뜬금없기도 합니다. '풀 먹인 저고리처럼'라는 직유도 좋지만 연관성이…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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