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상처 하나가 낳는 위험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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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름없이 시작했던 평범한 하루다. 평소와 같이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제일먼저 내가 하는일은 내 에스크 확인이다. 에스크는 익명으로 아무나 나에게 질문할수 있는 질문지이다. 내가 페이스북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미디어에 관심을 가진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미디어에 관련된 모든것이 다 신기하다. 특히 누군가가 나에게 익명으로 질문을 남기는 것 말이다. 들뜬 마음으로 내 에스크를 열었지만 내가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눈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린다. 누군가가 남기고 간 질문들이 나를 울게 만든 것이다. 수많은 질문들이 있었지만 그 중 단 하나도 나를 좋게 봐주는 질문은 없었다. 전부다 나를 욕하는 질문들 나를 무시하는 질문들 심지어는 우리 가족까지 무시하는 질문들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부모님한테 말해야 할지 아니면 나 혼자 울어야 되는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가 페이스북과 다른 미디어에 관련된것들을 하는걸 싫어하셨기 때문에 말하기가 겁이 났다. 그렇기에 나는 일단 내 슬픔을 혼자 가지고 있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이런 질문들을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나는 나랑 친한 친구에게 말해보기로 했다. 왠지 부모님보다는 친구가 편했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에게 내 에스크를 보여주며 ‘나 이런 상황이 처음인데 어떻게 해야될지를 모르겠어’ 라고 문자를 보냈다. 친구에게서 5분도 안되서 답장이 날라왔다. 친구의 대답은 내 예상을 확 깨는 대답이었다. ‘너 일인데 왜 나한테 물어봐. 너가 알아서 해’ 라는 친구의 대답에 나는 눈물이 다시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친구한테도 물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 친구한테서도 돌아오는 답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도..그 다음 친구도 마찬가지 였다.친구들의 대답을 듣고 난 나는 ‘그래도 우리 친구인데 걱정이 안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아무런 해답을 얻지 못한채 에스크에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는 속상한 마음에 질문들을 다 지웠다. 질문들을 지우는 동안 나도 모르게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나고 있었다. 별 다른 생각없이 하염없이 울고 나니 한시간이 지났다. 나도 모르게 내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하염없이 울고나니 속이 좀 편해진 느낌이다. 그렇게 남은 하루도 편하지는 못한 마음으로 보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삼일째 되는 날 나는 내 머릿속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에스크가 어느순간 다시 들어가 내 머릿속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는 몇주가 지나도 떠나지 않았다. 에스크가 내 머리속에 다시 자리잡은 이후로 내게 드는 생각은 ‘왜 내가 이런 욕을 들어야 되지’ 라는 생각과 ‘내가 이런 욕을 들을 만큼 가치가 없고 민폐만끼치고 다녔었나’ 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내가 잘못한 것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이정도 욕을 들을 정도로 잘못한건 없었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렇지만 과연 이 생각이 정말로 그냥 스치고 끝난것이었나? 아니다.  내가 잠시 스쳤다고 생각했던 것이 하루고 이틀이고 계속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한가지일에 이렇게 힘들어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한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지쳐간다. 그러다 문득 에스크에는 질문들을 신고할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것이 생각났다. 나는 바로 핸드폰을 들고 에스크에 들어가서 내가 전에 지운 질문들을 다시 복구하고 그 질문들을 신고했다. 신고한 후 보니까 내가 신고한 질문들을 남긴 사람들은 더 이상 내 에스크에 질문들 남길수가 없었다. 나는 이 사실을 알아낸 후 내 친구들에게 ‘내 에스크에 질문 하나씩만 남겨주면 안되?’ 라고 물어봤다. 친구들은 ‘알았어’라고 대답이 왔다. 나는 ‘알았다고 하는것 보니까 얘네들은 아닌가 보네?’하고 기뻐했다. 왜냐면 이 친구들은 나랑 가장 친한 친구들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대부분의 친구들 한테서 문자가 다시 날라왔다. ‘야 나 너 에스크에 질문을 못남기는데? 에스크가 이상한거 아니야?’ 라는 답장을 본 나는 잠시동안 가만히 있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보니까 ‘그럼 얘네들이 내 에스크에 욕한 사람들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억울함과 배신감에 몇일만에 눈물이 다시 흘렀다. 우선 친구들에게는 내색을 안하기로 했다.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는다. 힘들고 속상한 마음에 내 생각들은 점점 위험한 생각이 되어가고 있었다. 친구들이 내 에스크에 욕을 달았다는것을 알고난후 처음에는 ‘뭐 그럴수도 있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순 없지’ 라는 생각으로 내 자신을 달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생각들은 사라져간다. 그런 생각에 시달린지 일주일이 넘어가니까 ‘내가 이렇게 욕을 먹는데 굳이 사람들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나는 친하다고 느꼈던 친구들이 나에대해서 안좋게 생각하고 있네’ 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그럼 나는 이제 믿을 사람이 없네. 그럼 나 여기에 왜 살고 있지? 나는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네’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내가 갑자기 사라지면 그때는 나를 한번이라도 생각해 줄까? 아니면 진짜 자살을 해볼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되었다. 처음에는 에스크에 달린 욕이 이렇게 심각한 생각으로까지 번질줄은 몰랐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던 나는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 ‘자살까지는 내가 무서워서 못하니까 자해라도 해볼까’라는 생각이 내 머리속에 들어온 것이다. 이 생각을 바로 실행에 옮길 마음도 있었기에 더 무서운것이었다. 나는 ‘부모님이 언제 집에 안계시지’를 생각해보며 진짜 자해할수 있는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침 부모님이 집에 안들어오시는 날을 알게되었고 나는 그날 꼭 자해를 시도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내가 기독교인이지만 이때는 너무 힘들어서 하나님이고 뭐고 내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내가 사로잡힌 이 생각때문에 하나님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하나님이 나 이렇게 만들었는데 뭐 어때요’라는 마음으로 부모님이 들어오시지 않는 날에 커터칼로 내 손목을 그었다. 그 순간 손목에서 피가 뚝 뚝 떨어졌다. 내가 자해하기로 마음 을 먹었었지만 막상 피를 보고 놀란 나는 몸이 먼저 반응해 소독약과 붕대를 가지고 와서 내 팔을 치료했다. 나도 무서웠는지 깊게 넣지는 않았나 보다. 피를 닦고 붕대를 감은 나는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죽지 않아서 다행이다..살아서 다행이다..많이 안다쳐서 다행이다..’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들더니 갑자기 부모님이 생각났다. ‘부모님이 이렇게 열심히 나를 키워주셨는데 내가 내 잘못된 생각때문에 내 몸음 상하게 했네..’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어느때보다 눈물이 굵게 쏟아져 나왔다. 그때 ‘나는 내가 정말 미쳤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기에 더 슬펐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자, ‘내가 방금 한짓은 하나님의 법에도 어긋나는 것이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하나님께 회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눈에서는 또 다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이때 이후로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생각은 단 하나,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살자. 저런거에 상처받지 말자. 다른사람들은 몰라도 부모님과 하나님은 내편이라는 것만 믿고 가자’ 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모든것이라고 할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악플과 나를 안좋게 보는 시선들이 내 생각속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었다.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그 일로 인해서 내가 정말 큰 것을 배우고 가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모님, 하나님 죄송해요..그리고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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