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리고 아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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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그만두는 선택도 있다고 생각하자마자 삶이 뒤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내 인생에서는 전혀 가능성조차 두지도 않던 길인데, 갑자기 그 생각이 나를 지배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사실 내가 어쩌다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난 완벽한 걸 좋아해요. 예전에는 잘 몰랐지만 이제 보니 느껴져요.

 

어릴 때 나는 나에게 완벽한 아이였죠. 그림도 잘 그렸고, 글도 쓰기만 하면 상을 받았고, 악기도 많이 연주했었어요(경험이 많았다고 해둘게요). 그 뿐 이었나요? 별 노력 없이도 완벽한 점수를 받아왔고, 타고난 운이었던 건지 대회에 나가는 족족 상을 타내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받는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좋았고, 약간의 질투 섞인 부러움이 좋았죠. 물론 내 착각이었을 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그 때 나는 행복했던 것 같아요. 모두 나를 우러러 보는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그랬잖아요. 행복하기만 한 기억은 없다고. 시간이 지나자 마냥 좋았던 게 점점 바뀌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완벽한 아이로 대접받고 싶었지만 엄마 아빠도 아시잖아요, 모든 사람을 능가하는 ‘완벽한’ 아이가 되는 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어린 나의 눈에 비친 세상은 온통 뛰어 넘어야 할 것 뿐이었죠. 그들보다 더 잘나고 싶었어요. 아시다시피 난 어릴 때부터 노력 없이 성취를 얻었던 사람이잖아요? 나 스스로에게 완벽한 거짓말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죠. 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든 것들을-나에 관련된 모든 것, 이를테면 자소서, 수많은 글들, 성격 검사까지도- 완벽하게 무장하기 시작했어요. 난 열정이 넘치고, 내 꿈에 대해 흔들림이 없고, 모든 것을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해내는 아이라고요. 그런데 그 허풍이, 어찌나 치밀하게 했던지 그만 허풍쟁이까지 속이고 말았죠. 그렇게 나는 스스로에게 이상이 되었어요.

 

하지만 커 갈수록 진짜 내가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게으르고, 지나치게 낙천척이고, 뭐하나 꾸준히 하는 게 없는 나 말이에요. 거기에 거짓말을 빼면 내 안에 남은 내가 하나도 없는 거 에요. 이상과 나는 하늘과 땅 끝 차이였죠. 스스로를 속여 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두려웠어요. 어디까지가 거짓이지? 내 꿈? 어릴 때의 행복한 기억? 아니면 나?

 

스스로가 거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좀 슬퍼졌어요. 사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닐까? 나에게 그 열정이니, 꿈이니 떠벌렸던 그 말들이 나에게 단 1%도 없으면 어떡하지? 나를 부정해야 하니까요. 진짜 내가 없는 것 같았어요. 속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빈껍데기요. 그 와중에 나는 점점 원래 내 삶에 대해 가졌던 작은 의지들을 하나씩 놓기 시작했어요. 이 의지들도 거짓인지 몰라, 하고. 한동안은, 내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나는 노력한 적이 없었어요. 중학생 때까지는 성적, 걱정도 안했죠. 아이들이 성적 몇 점에 울고불고 할 때 난 그저 적당한 점수를 맞고, 이 정도면 된다하고 만족했어요. 그렇게 느리게 느리게 걸어왔어요. 그리고 고등학교에 왔고, 아이들은 이제 달리는데 나는 걸어요. 그들을 뛰어넘으려면 나는 달리다 못해 날아야 할 지경이에요. 아니, 설사 그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렇다고 ‘나는’ 여기죠. 내 마음 속에서 일종의 체념하는 자세가 생기는 거 에요. 뭐, 어때. 하는 마음이요. 꿈을 말하고 다녀도 그건 꿈이 아니에요. 나도 알아요, 괜히 쳐본 ‘큰소리’에요. 사람들이 나를 내 성적으로 평가하면 나는 괜히 큰소리라도 내봐요. 그렇지만 그건 큰소리일 뿐이에요. 꿈을 위해서 노력을 안 하는데, 어떻게 그게 꿈일 수 있겠어요?

 

네, 그게 지금까지의 나에요. 부정할 수 없어요. 게으르고, 많이 놀기도 했죠. 그러다가 시험이 닥치면 밤을 새며 열심히 하지도 않던 공부를 해요. 그래서 엄마 아빠가 쉽게 못 믿으실 것도 알아요. 하지만 너그럽게 이해하고 읽어 주셨으면 해요.

 

고등학교를 올라오고 나서 내 마음 한구석에는 덩어리가 하나 생겼어요. 무슨 덩어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앞에서 주구장창 해온 내 이야기에 답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내가 진짜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말이에요. 여태껏 거짓으로 뭉쳐 있던 진짜 나를 봤을 때,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속이 꽉 찬 사람이 아니었어요. 겉으로 부풀릴 줄만 알았고, 아이들과 떠들 줄만 알았고, 자기 생각도 없었어요.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본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여태껏 쌓아온 것이 없는 건 사실이잖아요. 책도 많이 읽지 못했지, 공부를 한 것도 아니지, 그림에 미친 것도 아닌데다 부정적인 감정들만 가져 왔어요. 나에게 있어 이상-한때는 나였던-에 조금도 미치지 못했죠. 나는 이제 나를 알아요. 나는 그냥 살았던 거에요. 그 사실이 나를 체했을 때처럼 먹을 때도, 숨을 쉴 때도 거치적거리게 하더라고요. 뭔지 모를 불안감, 왠지 모를 답답함에 내가 텅 빈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지난번에 아빠가 물어보셨어요. 넌 지금 공부를 왜 하니? 꾸미지 않고 솔직히 답한다면 내 대답은 하나에요. 시험 잘 봐서 대학 가려고요. 스스로 물었어요. 난 수업시간에 왜 수업을 듣지? 시험 잘 보려고. 넌 왜 시험을 포기하지 않지?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그게 솔직한 내 대답이에요. 지난 날 동안 나는 꿈을 위해서 걸어왔다고 생각했죠. 그게 엄청난 노력이 아니었어도, 마음속에선 꿈을 위해 이 길로 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보니 의미가 변질되었다고 생각해요. 나는 지금 어쩔 수 없이 움직이고 어쩔 수 없이 살아요. 그 마음을 바꾸기가 힘들어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을 위한 것도 아니죠. 수행평가와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생활기록부를 채우기 위해서 움직이니까요. 그러면 내 대학은 좀 더 나아질지 몰라요. 하지만 나는 그 시간에 나를 채우고 싶어요. 공부를 해도 나를 채우는 공부를 하고 싶고, 나를 꾸며내는 생활기록부 대신 나를 채워내고 싶어요. 매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요.

 

학교를 그만 두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어요. 학교를 포기하면 인생을 포기한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나는 그렇지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흘러가고 있을 때는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 결정을 내린 이유는 이런 것이에요:

 

첫 번째로, 흘러가는 시간들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아요.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보면 가끔 미치도록 괴로울 때가 있어요. 학교를 가면 식사할 때를 제외하고는 내 몸이 간신히 들어가는 좁은 공간에서, 미동도 없이 생활해요.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움직이지 않는 거에요.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내가 얻는 것은 뭘까요? 수업하다가도 그 질문이 나를 괴롭혀요. 수업을 전력을 다해 듣지도 않으면서 이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는 거에요. 시험이 끝나고 한동안 맨 뒷자리에 앉을 때였어요. 나는 수업을 ‘듣는다’고는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었고, 아이들은 전부 자고 있었어요. 그 때 내가 인생에서 이렇게 흘려보낸 시간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몇 백 시간? 몇 천 시간? 갑자기 토할 것 같더라고요. 지나간 시간들에 후회가 되었어요. 이대로 흘러간다면, 나는 미래에도 후회를 하고 있을 거에요. 지금처럼 어영부영하다가 결국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다가 끝날 거라고요. 그저 그렇게요.

 

(물론 엄마 아빠 생각에는 그 시간을 의미 있게 공부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그건 뒤에 가서 이유를 밝힐게요.)

 

두 번째로, 학교라는 시스템이 내 자신을 더 미워하게 만들어요.

 

내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나는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어요. 일종의 자기혐오라고 할까요? 내 이상과 나는 거리가 너무나도 멀었죠. 거의 반대에 가까울 만큼. 그걸 깨달은 날의 내 일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죠. 나는 모순이다.

 

그 뒤로 나를 더 미워하게 되었어요. 학교에서의 나는 여전히 포장된 존재였죠. 중학생 때는 그게 친구들 앞에서였지만, 고등학교를 들어와서는 학교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나를 포장하는 활동이었어요. 대학교를 가기 위해서, 생활 기록부에 나를 칭찬하는 말로 가득 채워야 해요. 자그마치 A4 다섯 장을요. 동아리 활동을 별로 안했어도 선생님들께서는 활동을 최대한 한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느낀 점이 없어도 독서교육종합시스템에는 그 책이 내 인생을 바꿨다느니, 감명을 받았다느니 느끼지도 않은 감정을 꾸며내요. 성적을 못 받으면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아세요? 이 성적, 어떻게 하면 올려볼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면접관에게 어떤 말로 변명할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어요. 내 주위의 어떤 아이들은 생활기록부에 실적이 올라가게 선생님들을 살살 구슬리기도 해요. 인맥을 만드는 거죠. 또 어떤 아이들은 일부로 선생님에게 다가가 괜히 질문을 하는 척 하면서 자기가 하는 활동을 이야기하기도 해요. 아이들이 많은 곳에서, 튀어보려고 애쓰는 거에요. 그걸 볼 때마다, 토할 것 같으면서도 나 역시 비슷한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내가 제일 잘하던 일이니까요. 그럴 때마다 내가 끔찍이 싫어져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닮아 있잖아요. 이제는,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는 것도 못하겠고, 스스로를 꾸미는 것에도 구역질이 나요. 예전이라면 완벽한 아이들을 부러워하고 그 아이가 되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거에요. 하지만 지금 나는 꾸밈없는 아이가 부러워요. 솔직한 친구 말이에요.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아요.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를 사랑하고 싶어요.

 

세 번째로, 불필요한 걸 끊고 내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중학교 때는 친구 만나기를 정말 좋아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모든 관계를 끊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너무 가볍고 부질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아마도 내가 내 안으로 굽어져 들어가고 싶나 봐요. 한동안 신나게 놀고 나면,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구석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 상태가 돌아오지 않아요.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행동하고 싶지도 않고, 약간이라도 불편하면 그냥 그만두고 싶어요. 그 상태는 단순히 인간관계에서만이 아닌 것 같아요. 과포화 상태처럼, 가장 본질적인 것-예술, 꿈, 그리고 나-만 빼고는 모두 끊어내고 싶거든요. 예술은 말 그대로 그림, 글, 음악과 같은 걸 의미해요. 그건 곧 숨 쉬듯 하는 것이 될 것 같아요. 꿈도 사실 그 일부에 속해요. 하지만 조금 더 이루는 과정에 가깝죠. 그걸 이루기 위해 배워야 할 것들,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 배움들 말이에요. 그러려면 나를 쌓아야 해요. 꿈과 예술이 있기 전에, 나를 쌓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것과도 같죠.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건 바로 그거에요. 책을 읽고, 철학을 알고, 생각을 하는 것.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나를 보는 것.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는 것 말이에요. 여기에서 내가 원하는 공부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자발성에서 나온 공부를 말하는 거죠. 나는 그런 공부를 하고 싶어요.

 

학교에서는 나에게 필요한 공부를 시켜요. 하지만 내가 원하는 공부는 아니에요. 어려운 수학 공식을 붙들고 앉아 있지 않고 책을 좀 더 읽을래요. 원자 기호를 외우거나 역사 년도를 줄줄 외우지 않고 미술관에서 더 많은 그림을 보고, 더 많은 생각을 할래요. 물론 수능 공부나 검정고시 공부처럼 이 길을 선택함으로써 꼭 해야만 하는 ‘필요한’ 공부도 있을 거에요. 그건 내가 이 길을 선택하기 위해서 ‘원하는’ 공부에요. 지금 해야 하는 필요한 공부가 아니라요.

 

나는 이런 이유에서 고등학교를 그만 두고 싶어요. 바로 지금 이 선택으로 내 인생을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어느 정도일지는 잘 모르지만, 나에게 어느 쪽이든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확신해요. 만약 학교를 그만두게 되지 않더라도 제가 가지는 이런 생각들은 알아 주셨으면 해요. 앞으로 그 생각들이 저를 떠나지 않고 머릿속에 머물러 있을 거라는 사실도요. 그렇게 된다면 꼭 저에게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꼭 저를 도와주세요.

 

이제껏 노력하는 삶을 살지 않았기에 나를 믿기 힘들 수도 있어요. 얘는 평소에도 안 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학교를 그만둔다고 해서 잘 해낼까? 하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엄마 아빠, 이건 내 인생이에요. 엄마 아빠는 나와 아주 깊이 밀착된 관계지만 결국 이건, 내 인생이에요. 내 인생이라서, 떨어지는 꼴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서 새로운 방법을 찾은 거에요. 앞으로도 이건 내 인생일 거에요. 학교처럼 시험 한 번 못 봐도 대학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그런 시스템이 아닐 거란 말이에요. 나는 평소에 시험을 볼 때 자꾸만, 내가 대학교 들어갈 때의 성적과 상관없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더 해이해지고, 내가 가지고 있던 핑계거리 중 하나인 ‘언젠가 잘하면 되지’를 자꾸 같다 붙였죠. 하지만 이제는, 바로 맞붙어 보겠다는 거에요. 똑바로 바라보겠다는 거에요. 내게 이제 시험이란 오로지 검정고시와, 수능 뿐 이에요. 이 시험 한 번을 못 보면 몇 번이고 다시 보는 사람이 있고, 밥을 굶고 잠을 줄여가면서 공부를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과 내가 같은 시험을 보는 거란 말이에요. 당장이라도 책을 펴야 할 것 같아요. 당장이라도 엉덩이를 딱 붙이고 일어나면 안 될 것 같아요. 내 인생을 떨어지게 내버려 두면 안 될 것 같아요.

 

학교를 그만 두게 되면 나는 이렇게 할 거에요.

 

1. 예술을 할 거에요.

고등학교를 들어와서 포기하기 가장 힘들었던 점 중 하나이기도 해요. 나는 그림을 더 그리고 싶어요. 단순히 집에서 낙서하듯 그리는 게 아니라 미술 학원에서처럼 몇 날 며칠 동안 계속 그리는 그림말이에요. 작은 스케치북 말고 더 큰 도화지와 캔버스에 그리고 싶고, 같은 그림만 계속 그려보고 싶기도 해요. 나는 아직 그림에 제대로 빠져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그림을 잘 그리는 것 같지도 않아요. 일주일에 두 번 미술학원에서 그리는 그림뿐이잖아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에 완전히 빠져서 같은 그림을 계속 그리고, 내가 원하는 작업을 질리도록 하고 싶어요. 글도 마찬가지에요. 고등학교를 들어가고 나서 나는 일기를 거의 쓰지 않아요. 핸드폰이나 넷북에 조금 끄적이는 게 다죠. 그렇지만 나는 글을 풍부하게 쓰고 싶어요. 앞으로 내가 할 작업들에서도 스토리의 힘은 어마어마해요.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싶고, 또 이야기를 직접 만들고 싶어요. 항상 느낀 거지만, 소재거리는 넘쳐나요. 그렇지만 그걸 이야기로 만들 방법이 없어 사람들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버려둔단 말이에요. 그 사람들 중 하나가 나이기도 해요. 어쩌면 내 마음 속에서는 이미 예술에 대한 갈망이 숨 쉬듯 자라나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2.스스로를 사랑하고 싶어요.

나는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 열두시에 잠을 자요. 정신없이 졸면서 학교를 가고, 아침을 여전히 시작하지 못한 채 수업 시작 전까지 열심히 자요. 그처럼 열심일 수가 없죠. 학교 주위에는 먹을거리 천지인데다 매점도 있어 자꾸 사먹게 되요. 그렇지만 고기만 있는 급식을 먹다보면 답답하고요. 아침 8시에 자리에 앉으면 점심을 먹을 때까지 일어나지 않고, 저녁 9시까지 장장 12시간 가까이 앉아서 움직이지 않죠. 그 시간동안 나는 자꾸 손톱을 물어뜯어요. 항상 많은 아이들이 나와 한 공간에 있어요. 그 소리에 귀가 먹먹하고 공황장애가 올 것처럼 머리가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을 때도 있어요. 그런가하면 답답한 공기에 숨이 막혀 밖으로 뛰쳐나갈 때도 있죠. 내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생활하지 않아봐서 그러는 건지, 그냥 답답해서 그러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나는 그런 삶을 그만두고 싶어요. 조금 더 건강하게 살고 싶어요. 더 조용하고 트인 곳에서 살고 싶어요. 그 모든 것에 조금 덜 신경 쓰면서 살고 싶어요. 오로지 나만 볼 수 있게요.

 

3.나를 쌓고 싶어요.

속이 텅 빈 느낌이 든다고 했잖아요. 진짜 생각이 없고,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지껄이며 잘난 척 하는 것 같은 기분 말이에요. 그게 바뀌려면 나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봐요. 더 깊고 폭 넓은 독서요. 여태껏 나에게는 책을 읽을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소설이라면 몇 번을 읽고 곱씹고 쉬는 시간을 쪼개면서까지 읽었죠. 그건 내가 영화를 볼 때 다큐멘터리가 아닌 액션을 골라보고 싶은 마음과도 같아요. 힘들게 살고 와서 다시 힘든 삶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생각이 없더라도 통쾌한 히어로물을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나에게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책을 통해서 아파하는 것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책뿐만 아니라 영화도 보고, 전시도 보고, 뉴스도 보고, 사설도 읽고 싶어요. 내가 살아가는 교실 좁은 공간이 아닌, 세상을 읽고 싶어요. 물론 공부도 그 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살아가기 위해서, 세상을 알기 위해서 필요한 존재죠. 내가 공부를 놓지 않는 이유이기도 해요. 나는 원하는 공부도 하고 싶고, 다른 의미에서의 원하는 공부도 하고 싶어요. 외국어나 미학, 심리학 같은 공부 말이에요. 그렇게 점차 내 이상에 가까워지고 싶어요.

 

엄마 아빠, 나는 완벽한 아이가 아니에요. 그래서 실패도 할 수 있고, 먼 길을 돌아 갈 수도 있어요. 나 역시도 내 선택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요. 하지만 나는 나를 믿어보려고요. 엄마 아빠는 어때요? 엄마 아빠가 이 글을 다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요. 화를 내실까요? 슬퍼하실까요? 하지만 나는 나를 꽉 끌어안고 이렇게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딸아, 우리는 너를 믿는다.”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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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개월 10 일 전

저도 매일매일 자퇴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속이 텅 빈 느낌을 항상 느끼거든요. 나를 채우는게 아니라, 그냥 시험을 목적으로 기계적으로 문제푸는 게 진짜 힘든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금이 작가의 벼랑이라는 책을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런 문제를 고민할 때 위로가 많이 됐던 책이라서요ㅎ

평범하게살기싫은K
4 개월 26 일 전

글 정말 잘쓰셨네용 저도 김바삭님처럼 자퇴를 생각하고 음악쪽으로 갈까 생각해서 심지어 부모님한테도 말해봤는데 오히려 자퇴하시라고 하시더라구요. 위로 받을줄 알았는데 부모님까지 그렇게 말씀하시니깐 정말 막막했죠.지금 자퇴하면 학교라는 기본 사회생활도 못한 내가 사회에 나가서 뭘 할 수 있을까?이런 생각들이 머리에 스쳐갔죠.그래서 이대로 살면 안되겠다 하고 계획도 세우고 학교다니면서 음대로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살아 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김바삭님도 자퇴하지마시고 참고 견디셔서 학교 졸업 하시고 좋은 미대들어 가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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