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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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 알아? 에디슨이 한 유명한 말.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어디선가 들어봤지? 다들 이 말을 듣고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더라. 에디슨은 99%의 노력을 해도 딱 1%의 영감이 없으면 소용없다는 의미로 한 말인데. 몰랐지. 너 혹시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냐?

 번쩍 눈이 떠진다. 꽉 막혀 있던 호흡이 터져 나온다. 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떨어지는 감각이 생생하다. 축축한 이마를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불이 내 몸을 무겁게 누르고 있는 것만 같아 거칠게 이불을 젖혔다. 아직 창가는 새카맣다. 핸드폰 홀드키를 누르자 강한 빛이 눈을 찌른다. 03:01. 이대로 날을 샌다면 학교에서 제정신을 차리고 있을 수 없다. 다시 자리에 누워 묵직한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린다. 베개가 축축하다. 호흡을 진정시키기 위해 천천히 숨을 내뱉는다. 살기 위해 헐떡거렸던 것이 방금 전인데, 이젠 숨 하나하나가 질식할 만큼 무겁다. 악몽따윈 잊어버리는거다. 머리를 비우기 위해 눈을 감는다. 그러나 무시하려고 할수록 피아노 선율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레미레도레, 시레시솔파. 질색할 만큼 부드러운 흐름이다. 그래, 쇼팽 녹턴 제2번 내림마장조 작품번호 9-2. 감긴 눈 앞으로는 섬세한 손과 피아노 건반이 부딪힌다. 천천히 눈을 뜬다. 다시 잠들기엔 그른 것 같다.

 "미애야, 혹시 너 어디 아파?"

 수업시간 내내 졸음과 싸우는 나를 보곤 짝이 물었다. 많이 피곤해 보이나. 어지러움을 이겨내려 눈가를 꾹꾹 누르며 대답했다.

 "으응, 괜찮아. 어제 잠을 좀 못 자서."

 "어제 늦게 잔 거야?"

 "자다가 깼어. 무서운 꿈 꿔가지구."

 그랬구나. 짝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별것 아니라는 듯 웃어 보였다. 억지로 끌어올린 입꼬리가 부들거렸다. 다음 교시를 준비하려 교과서를 꺼냈다. 주섬주섬 필기구를 정리하는 나의 뒤로 남자아이들의 수다가 귀를 때렸다. 야, 김철수 콩쿨 1등 했대! 미친, 진짜? 헐! 축하해. 여기저기서 축하의 말이 쏟아졌다. 부러움과 동경이 섞인 눈빛들. 정작 당사자는 시큰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김철수의 옆에 있던 친구 한 명이 입을 열었다.

 "1등해서 뭐 받았냐. 그 콩쿨 돈 주지 않았어?"

 "어. 나 상금 받으려고 콩쿨 나갔잖아."

 큭큭 웃으며 말하는 김철수를 보고 반 아이들도 따라 웃었다. 나 혼자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다. 표정관리, 표정관리. 어색하게나마 흥미로운 척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상금 얼마 받았는데?"

 "백만 원."

 교실이 술렁거린다. 백만 원. 고등학생이 갖기엔 큰 돈이다. 지끈, 머리가 아파온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프게 고막을 찌른다. 축하해, 대단해, 부럽다. 호흡이 무거워진다.

 아아, 기절하고 싶어라.

 나는 아버지는 지휘를 하고, 어머니는 바이올린을 켜고, 언니는 오보에를 부는 집에서 자랐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체르니를 전부 끝낸 나를 사람들은 천재라고 불렀다. 쏟아지는 칭찬과 아버지의 만족스러운 미소 사이에서 나는 생각했다. 아, 나는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되면 되겠구나- 하고. 중학생이 되어도 주변의 칭찬은 변하지 않았고 나는 내가 천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피아노를 너무 잘 치는걸. 나는 언니처럼 예고에 입학했다. 합격하지 못 할 거란 불안은 한 조각도 없었다. 새 학기의 어색함이 가시기 전까지만 해도, 난 내 재능에 대한 확고한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여름이었다. 또래보다 큰 키 빼고는 눈에 띄는 구석도 없던 김철수가 내 앞에 들이닥친 순간은. 나는 여느 때처럼 피아노 연습실에서 일주일 뒤에 시험 볼 곡을 연습하고 있었다. 피아노 연습실엔 아이들이 많지 않아서 멀찍이서 들리는 피아노 소리 외에는 조용했다. 내가 잠시 굳은 손을 주무르고 건반에 손을 얹은 순간 바로 뒤의 연습실에서 연주가 시작됐다. 평소라면 연주가 시작되던 건반을 부수던 상관없이 나의 연습을 했는데 어째서인지 건반을 누를 수가 없었다. 숨을 죽였다. 쇼팽 녹턴 제2번 내림마장조, 작품번호 9-2. 중학교 1학년 때 쳤던 곡이다. 익숙한 곡인데, 내가 알고 있던 곡과 정반대의 분위기를 가진 선율이 벽을 뚫고 들려왔다. 감성적이고 섬세한 쇼팽의 녹턴 위로 강하고 거친 힘이 덧씌워졌다. 턱, 숨이 막혔다. 문을 열고 연습실을 나갔다. 작은 유리창문 너머로 연주를 하고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김철수. 눈을 감은데 다 구부정한 자세였다. 그런데도 알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가 흘러넘쳤다. 조용히 김철수를 노려보다 다시 연습실로 돌아갔다. 덜덜 떨리려는 손을 꽉 맞잡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등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전신의 신경이 귀로 몰린 것처럼 김철수의 녹턴에 귀 기울였다. 내 눈앞에 있는 악보를 집어 들었다. 손에 힘을 주었다. 종이는 힘없이 구겨졌다. 찢고, 던지고, 밟았다. 쭈그려 앉아 조각난 악보를 움켜쥐고 있는 내 모습이 스스로 생각해도 초라했다. 그런 나를 위로라도 하는지 야성적이던 녹턴은 연주자가 바뀌었다 생각될 만큼 부드럽게 변했다. 금방이라도 좋은 꿈을 꿀 수 있게 해주겠다는 듯이. 더 이상 연습실에 있을 수 없었다. 악보 조각을 거칠게 손에서 털어내고 연습실을 뛰쳐나갔다. 나는 그날 잠을 설쳤다.

 "이미애! 나 오늘 레슨 없는데 너도 없지? 같이 맘스터치 갈래?"

 8교시가 끝나고 영희가 뒤에서 어깨동무를 해오며 말했다. 자연스레 체중을 싣는 영희를 슬쩍 밀어내며 입을 열었다.

 "나 오늘 레슨 있어. 저번 달부터 금요일 빼고 매일 레슨 받는다구 했잖아."

 아쉬운 척 웃으며 영희의 손을 잡았다. 내가 얼마나 피아노에 매달리는지 아는 영희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친구에게 햄버거를 먹으러 가자고 이야기하는 영희를 뒤로하고 가방을 챙겼다. 내 가방은 단출하다. 필통, 노트, 악보, 악보, 그리고 악보. 악보를 구기듯 가방에 쑤셔 넣었다. 가방을 힘껏 던지고 어디론가 뛰어가고 싶은 욕망이 심장을 쿵쿵 울렸다. 당장이라도 가방을 집어던질 듯 덜덜 떨리는 손에 힘을 주고 가방을 멨다. 다른 친구와 반을 나가는 영희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나도 교실을 나왔다. 계단을 내려가는 내 앞으로 김철수가 지나갔다. 피아노 연습실 방향이었다. 당장 집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머리를 아프게 흔들었지만 다리까지 닿진 못했다. 나도 모르게 기척을 죽이고 김철수를 뒤쫓았다.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김철수가 익숙하게 연습실로 들어갔다. 아니, 들어가려 했다.

 "이미애?"

 "……."

 "너도 연습하게?"

 연습은 무슨. 무심코 화를 낼 뻔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웃음을 짓자 김철수가 궁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웃는 얼굴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확히 나를 응시하는 눈빛이었다.

 "연습하려고 온 건 아니구…."

 "그럼 할 거 해."

 순식간에 흥미가 사라진 얼굴로 김철수가 연습실로 들어갔다. 아무렇지 않은 김철수의 태도에 괜한 짜증이 목구멍을 메웠다. 내가 내뱉는 숨과 함께 우울과 열등감과 질투가 섞이는 감각이 생생했다. 웃는 얼굴을 지웠다. 충동적으로 연습실의 문을 열었다. 이제 막 피아노 덮개를 연 김철수가 놀란 얼굴로 나를 봤다. 불청객을 보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성큼성큼 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할 말 있어?"

 "아니."

 "그럼 왜."

 "……나 너 피아노 치는 거 구경해도 돼?"

 김철수는 피식 웃었다. 나를 비웃는 것만 같았다. 내가 우스워? 부루퉁하게 나오려는 말을 꼭꼭 눌러 담고 김철수의 대답을 재촉했다.

 "보던가."

 "너 뭐 칠 거야?"

 김철수는 무슨 말을 그렇게 많이 하냐는 듯 귀찮아하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구석의 의자를 끌고 와 김철수의 옆에 앉았다.

 "어떤 거 칠 거냐니까."

 "…과제 연습할 건데."

 "그래?"

 저번 주에 공지된 과제 곡은 총 3개. 그중에 하나를 선택해 테스트를 봐야 했다. 김철수는 무슨 곡을 선택했을까?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2? 아니면 라 캄파넬라? 어쩌면, 내가 선택한 쇼팽 발라드 2번?

 "나 이제 진짜 피아노 칠 거니까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라."

 김철수가 손을 가볍게 주무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척하며 김철수의 손가락을 힐끗 훔쳐보았다. 누가 보아도 피아노를 치는구나, 싶게 생긴 길쭉한 손가락이 유연하게 움직였다. 그때처럼 김철수는 구부정한 자세로 건반에 손을 올렸다. 옆모습이 아닌 손에 집중하라는 듯 김철수가 건반을 눌렀다. 높은 도. 금방이라도 사그라질 듯 미약한 첫 음을 듣고 단번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쇼팽 발라드 2번이었다. 딱딱해진 내 얼굴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철수는 연주를 계속해 나갔다. 쇼팽 발라드 중에서도 특히 2번은 도입부에 힘이 들어가 선율이 금세 죽어버리기 일쑤인데, 김철수의 손은 질량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가볍고 무기질적으로 움직였다. 저게 사람이야?

 "……."

 입을 달싹였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김철수의 연주에 압도당하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연주를 방해하기 싫어서? 끊어질 듯 잔잔하던 선율이 돌연 거칠게 바뀌었다. 힘을 실어 연주해야 되는 부분임을 알고 있었는데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입자들을 전부 파괴하기라도 할 것처럼 과격하게 몰아붙이는 김철수를 보자 나도 모르게 입술이 벌어졌다. 긴 손끝에서 나오는 선율이 돌연 멈췄다. 잔뜩 집중해있던 신경들이 뚝 끊어지는 것 같았다.

 "왜 멈춰?"

 "뒤는 아직 안 외웠어."

 김철수는 그렇게 말하곤 가방에서 악보를 꺼냈다. 새것처럼 깨끗했다. 밑줄과 조심해야 될 부분을 잔뜩 적어놓아 너덜너덜해진 나의 악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김철수에게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였다. 언제부터 피아노를 친 거야? 다들 너보고 천재라고 하지? 악보 한 번 보면 어떻게 쳐야 될지 바로 알겠어?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그냥 손이 움직이는 대로 치는 건가? 피아노 처음 칠 때부터 그렇게 잘 쳤어? 넌, 네가 천재인 걸 알긴 해?

 "너 왜 페달은 안 밟아?"

 "안 밟는 게 더 나아서."

 "밟아야 되는 데에서는 밟아야지."

 "…너 쌤이랑 똑같은 소리 한다."

 그렇게 말하는 김철수는 어쩐지 질린 듯했다.

 "안 밟아도 충분히 소리는 예쁘게 나와. 그리고 페달 밟으면 음 다 뭉개져."

 그렇구나. 나는 성의 없이 대답하며 김철수를 힐끗 보았다. 찰나였지만 눈이 마주쳤다. 순간 내 속의 추악한 열등감을 들킨 것만 같아 심장이 긴장했다. 조심스레 호흡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너 테스트 그걸로 볼 거야?"

 "어. 너는 뭐 칠 건데?"

 "나도 쇼팽 발라드."

 "그럼 너도 한 번 쳐봐."

 "뭐?"

 "나도 쳤으니까 너도 쳐봐. 너도 연습했을 거 아니야."

 하긴, 했는데…. 김철수 앞에서 피아노를 치라니. 차라리 쇼팽 앞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이 더 나을 것만 같았다. 김철수는 정말로 내 연주를 듣고 싶은지 피아노 앞에서 일어나 나를 톡톡 쳤다. 새카만 눈이 빨리 연주해보라는 재촉을 담고 있었다. 나는 축 처지는 몸을 간신히 이끌어 피아노 앞에 앉았다. 매일 보는 피아노지만 지금만큼은 망치로 건반 하나하나를 부수고 불에 태워버리고 싶었다. 허리를 곧게 펴고 김철수가 놓아둔 악보를 보자 마음 한구석에 방치되어있던 자존심 한 조각이 나를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게 만들었다. 악보를 펼치고 손을 한번 쥐었다 폈다. 건반에 손을 올리고 김철수와 눈을 맞췄다. 어서 해보라는 듯 김철수가 턱짓했다.

 "듣고 욕하면 안 된다."

 "잘 치면서 뭐래."

 김철수의 빈말을 뒤로하고 건반을 조심스레 눌렀다. 도입부는 느리지만 처지지 않도록 가볍게. 최대한 손에 힘을 빼고 사뿐사뿐 건반 위를 움직였다. 김철수에 비해 초라한 실력이 낱낱이 분해되어 방안을 떠다녔다. 아니야, 피아노를 치는 동안만은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자. 머릿속 수납장에서 어릴 적 처음으로 나갔던 콩쿨에서 모두가 손뼉을 치고 찬사를 아끼지 않던 기억을 끄집어 내었다. 눈을 감고 그때의 연주회장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미애는 정말로 재능을 타고났구나."

 맞아요.

 "어떻게 11살이 이 곡을 완벽하게 칠 수 있을까."

 그래요,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 거 같아.

 "부모님은 기쁘시겠다, 집에서 천재가 나왔으니까."

 엄마, 아빠. 듣고 있어?

 박수갈채가 귓가를 때렸다. 조명과 꽃다발 더미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김철수가 멈추었던 부분보다 딱 4마디를 더 연주하고 손을 물렸다. 김철수는 아까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 주변을 채우던 박수소리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김철수의 시큰둥한 동공 안에 일그러진 나의 얼굴이 보였다.

 "잘 치는 줄은 알았는데 진짜 잘 치네."

 거짓말. 가증스럽다 못해 혐오스럽다. 구역질을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아무 말도 없이 나가려는 나를 보고 김철수가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집 가냐?"

 "어. 레슨 있어. 내일 봐."

 김철수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문을 닫고 연습실에서 나왔다. 어떤 정신으로 학교를 빠져나왔는지 모르겠다. 김철수의 발라드 2번을 잊으려 안간힘을 썼다는 감각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김철수의 쇼팽 발라드가 도로의 소음을 뚫고 나와 귀를 떵떵 때렸다. 듣고 싶지 않아 거칠게 귀를 털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창가에 머리를 대고 귀를 만지작거렸다. 이대로 뜯어버리고 싶었다. 칼로 잘라야겠지. 과다출혈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다시 김철수의 연주가 들려올까 불안해하며 집으로 향했다.

 "미애 오늘 좀 늦었네."

 "죄송합니다. 학교에서 잠깐 할 일이 있었어가지구."

 선생님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방으로 들어갔다. 선생님을 따라 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고 바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쇼팽 발라드 2번 악보를 꺼내 보면대에 올려놓았다. '이 부분은 약하게', '박자 조금 끌면서', '손목 조심!'……. 작은 글씨로 쓴 메모가 악보를 가득 덮고 있었다. 내 악보 위로 깨끗한 김철수의 악보가 덧씌워졌다. 찌릿, 하고 귀가 아팠다.

 "한 번 치고 시작하자. 악보는 다 외웠니?"

 "네. 근데 아직 마지막 2장은 좀 어려워요."

 "2장은 아직 시간 있으니까 괜찮고, 일단 한번 쳐볼까?"

 고개를 끄덕이고 건반에 손을 올렸다. 손끝과 건반이 닿는 순간 귀가 욱씬욱씬 저려왔다. 귀와 뇌를 잇는 신경이 발작하는 감각을 무시하고 연주를 시작했다. 나도 김철수처럼, 가볍고, 무기질적으로……. 연주가 끝나고 선생님을 보았다. 선생님은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애 오늘 연주가 왜 이럴까."

 "……이상했어요?"

 "손목에 힘도 너무 많이 들어갔고 저번에 네가 해석했던 거랑 분위기도 바뀌었네. 선생님이 보기엔 다른 사람의 연주법을 무리해서 따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의 연주법. 정곡이었다. 김철수의 연주가 날카롭게 고막을 뚫고 들어왔다. 텁. 황급히 한쪽 귀를 막았다. 본능이 더 이상 소리가 들어오면 미칠 거라며 전신을 울렸다. 내 이상행동에 선생님은 눈썹을 찡그리더니 입을 열었다.

 "미애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보네. 오늘은 연습하지 말고 쉬는 게 더 낫겠다."

 "아니에요, 더 칠 수 있어요."

 "일단 오늘은 쉬고 다음 레슨까지 100번 완곡해야 돼?"

 "……네."

 비척비척 일어나 선생님을 배웅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선생님은 쉬라고 했지만 쉴 수 없었다. 어떻게 쉬어, 내가 김철수랑 동등해지려면 100번이고 1000번이고 연습해야 되는데. 건반 위에 손을 올리려 했지만 팔을 들 힘이 나지 않았다. 그대로 건반 위로 엎어졌다. 내 머리가 건반을 어지럽게 내리쳤다. 불협화음이 시끄럽게 공기를 밀어냈다.

 김철수의 쇼팽 발라드를 들은 지 딱 일주일 되는 날, 과제 검사를 했다. 아이들은 번호 순서대로 피아노 연습실에 들어가 검사를 받았다. 앞 번호 아이들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처럼 울상을 하고 연습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떠올렸다. 하루에 백 번 넘게 연주했다. 눈을 감은 채 레슨을 받았고, 틀리면 다시 백 번을 쳤다. 절대 실수할 리 없고, 절대 김철수보다 뒤처질 리 없다. 아는데, 아는데도 손이 자꾸만 떨렸다. 수전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무섭게 떨어댔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수행평가에 긴장한 적도 없었는데.

 "미애야, 쌤이 너 오래."

 내 앞 번호 아이가 연습실에서 나와 말했다. 벌써 내 차례구나. 자리에서 일어나자 김철수의 연주가 흐릿하게 들리는 듯했다. 일주일 전, 버스에서부터 자꾸자꾸 김철수의 연주가 들려왔다. 떨쳐내기 위해 양 귀를 세게 쳤다. 삐이-하고 이명이 울렸지만 그 이명을 비집고 쇼팽 발라드는 여전히 귓바퀴를 돌았다. 귀를 뜯고 싶어져 이리저리 만지며 연습실로 들어갔다. 피아노 옆에 앉은 선생님이 어서 앉으라고 눈짓했다. 순간 도망치고 싶어졌다. 연습실처럼 좁고 꽉 막힌 공간에 있으면 방안이 온통 김철수의 피아노 소리로 가득 차서 질식사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 얘기를 해도 선생님은 믿어주지 않겠지. 아직도 옅게 떨리는 손에 힘을 주며 피아노 앞에 앉았다.

 "미애는 뭐 칠 거니."

 "쇼팽 발라드요."

 "알았어, 시작하자."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건반과 닿은 손끝이 피가 안 통하는 것처럼 저릿했다. 쇼팽 발라드가 어떻게 시작하더라? 그래, 높은 도.

 띵-.

 조심스레 첫 음을 치자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높은 도 다음이 뭐였더라. 온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큰일 났다.

 "미애야? 악보 안 외웠어?"

 "아니요, 외웠어요. 외웠는데……."

 "한 번만 다시 해보자."

 "네."

 나답지 않게 왜 이럴까. 빠르게 머릿속 수납장을 뒤져 칭찬받은 기억을 모조리 끄집어내었다. 도중 김철수의 연주와 맞닥뜨렸지만 수납장 깊은 구석에 잘 처박아놓았다. 눈을 감고 다시 한번 건반을 눌렀다.

 띵 띠링-

 천천히 연주를 이어나갔다. 한번 시작하니 손이 기억하고 있는 대로 움직였다. 순조로웠다, 곡의 분위기가 바뀌기 전까진. 힘을 주어 세게 건반을 누르려 할 때 잘 넣어놓았던 김철수의 연주가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빠르게 귀를 막았다. 연습실을 울리던 내 연주가 뚝 끊겼다. 선생님이 왜 그러냐는 듯 인상을 썼다. 빨리 다시 연주를 이어나가라고 눈으로 말했다. 귀에서 손을 뗐다. 도로 김철수의 연주가 흘러들어왔다. 황급히 귀를 꾹 막았다.

 "귀가 아파서 연주를 못하겠니?"

 네, 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손과 함께 목구멍도 굳어버렸다. 고개를 끄덕이자 선생님이 들고 있던 명렬표에 무언가 적으며 말했다.

 "미애는 컨디션 안 좋으니까 다음 시간에 다시 보자. 오늘 이미 많이 실수해서 다음에 완벽하게 해도 만점은 못 받는 거 알지?"

 "……네."

 간신히 목구멍을 쥐어짜서 한 음절을 내뱉었다. 형편없이 갈라지는 소리가 나왔다. 한 손은 그대로 귀를 막은 채 연습실을 나왔다.

 완전히 망쳐버렸다. 지금까지의 학교생활 중 가장 최악이었다. 분함과 억울함, 서러움이 잔뜩 뒤엉켜 머리를 흔들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지만 참았다. 쪽팔리게 모두의 앞에서 울 순 없었다. 특히 김철수 앞에선 더더욱. 아무렇지 않게 음악실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옆 분단에 있던 영희가 내 옆자리로 왔다.

 "미애 잘 봤어?"

 순간 영희의 입을 틀어막고 목을 조르고 싶어졌다. 당장이라도 영희의 얼굴로 가려는 손을 맞잡고 책상 아래로 내렸다. 평소의 나처럼 웃어 보였다. 아니 웃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웃었는지는 모르겠다. 얼굴 근육이 바들바들 떨리는 게 느껴졌다. 꼴사나운 얼굴을 하고 있겠지.

 "오늘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다음 시간에 보기로 했어."

 "몸 안 좋아? 아까부터 표정 안 좋던 게 아파서 그랬던 거야?"

 "아, 응. 요즘 좀 피곤해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는 영희에게 괜찮다며 웃어주었다. 아무런 일도 없었던 척 하는 나 자신에게 소름 끼쳤다. 이제 보니 가증스러운 것은 김철수가 아니라 나였다. 다시 귀가 아파왔다.

 "영희야, 나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조퇴해야 될 거 같은데, 음악쌤한테 얘기 좀 해줘."

 "알았어. 교무실 혼자 갈 수 있겠어?"

 "응. 괜찮아."

 그대로 음악실을 나와 교무실로 갔다. 수업 도중 갑자기 내가 찾아오자 담임쌤은 놀란 눈치였다. 내가 조퇴해야 될 거 같다며 간신히 목소리를 내자 알았다며 손에 조퇴증과 핸드폰을 들려주었다. 얼마나 꼴이 말이 아니길래 한 번에 조퇴증을 내어주신 걸까. 거울을 보고 싶었지만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교실로 가 대충 가방을 정리해 학교 밖을 나왔다. 밝은 햇빛이 온몸을 짓눌렀다. 버스에 올라탔다. 일주일 전의 그날처럼 김철수의 연주가 잔잔히 들려왔다. 마치 나를 위로라도 하듯이. 나쁘지 않았다. 김철수의 쇼팽 발라드를 들으며 버스 창문에 기대어 생각했다.

 김철수를 죽여야겠다.

 집에 도착해 곧장 주방으로 갔다. 싱크대 아래를 열었다. 식칼 1개, 과도 2개. 칼 세 개를 모두 식탁에 꺼내보았다. 어떤 걸로 찔러야 단번에 죽을까? 그전에 어디를 찔러야 할까? 영화처럼 배? 아니면 목? 자살이라도 한 것처럼 손목? 이왕이면 큰 칼이 나을 것 같다. 과도 두 개는 도로 싱크대 아래에 넣었다. 아빠의 서재에서 신문지를 가지고 나왔다. 조심조심 식칼을 신문지로 쌌다. 신문지로 싼 식칼을 손에 들고 피아노 연습실을 머릿속에 그렸다. 김철수가 연습을 하고 있으면 그때처럼 구경하겠다며 들어갈 것이다. 김철수가 집중해서 연주를 하면 조용히 식칼을 꺼낸 뒤 김철수를 등 뒤에서 찌르는 것이다. 김철수는 놀라서 돌아보겠지. 아무래도 여자의 완력이니까 한 번에 죽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 재빨리 등에서 칼을 뽑고 목에다 다시 꽂아야겠다. 김철수가 칼을 뺏으려고 하면 어떡하지. 일단 되는대로 휘두르다 보면 틈이 생길 것이다. 목에 찔러서 김철수가 죽는다면 확인사살로 손을 조각내야겠다. 뼈가 있어서 잘 안 잘리려나. 그러면 손목의 힘줄을 끊어야겠다. 혹시나 다시 살아나더라도 피아노는 칠 수 없게. 완벽하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니 한층 기분이 나아졌다. 김철수의 연주가 고막을 터트릴 듯 크게 들려왔지만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일을 치르기 전, 애피타이저를 맛보는 기분이었다. 머릿속의 수납장을 뒤져 김철수의 녹턴도 끄집어내었다. 녹턴과 발라드가 집안을 떵떵 울리며 나를 흥분시켰다. 쇼팽 발라드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식칼을 가방 안쪽에 넣었다. 준비는 완벽했다.

 오랜만에 푹 잠을 자서 몸이 가벼웠다. 수업을 들으며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했다. 등을 찌르고, 목을 찌르고, 손을 자르고. 종례를 들을 때는 너무 흥분돼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비죽비죽 올라갔다. 종례가 끝난 후 김철수를 슬쩍 보았다. 아무래도 평소처럼 연습실에 가는 듯 했다. 느릿느릿 가방을 챙겼다. 오늘만큼은 악보를 책상서랍에 넣어두었다. 칼을 꺼내다 악보를 봤다면 계획이 틀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철수가 교실에서 나간 뒤 딱 10초를 세고 김철수를 따라나섰다. 예상대로 김철수는 연습실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내가 따라가는 것을 느꼈는지, 김철수는 돌연 멈춰 서서 나를 보았다.

 “왜 따라오냐.”

 “왜 따라간다고 생각해?”

 “……아님 말고.”

 “따라가는 거 맞아.”

 “뭐야.”

 김철수가 어이없다는 듯 비웃음을 흘리고 다시 발을 뗐다. 나는 싱글싱글 웃으며 김철수의 뒤를 쫓았다. 김철수가 연습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기 전, 다시 뒤를 돌아 나를 보았다.

 “너도 들어오려는 건 아니지?”

 “들어갈 건데?”

 “왜 이래. 미쳤냐?”

 “너 연주 좀 구경할라구.”

 한 번 구경한 거, 두 번은 일도 아니었다. 빨리 들어가라고 뻔뻔하게 눈짓하자 김철수는 나를 이상한 물건 보듯 바라보았다. 상관없다. 전이었더라면 속이 뒤틀렸겠지만 지금은 마냥 기분이 좋았다. 어차피 다시 볼일도 없으니까. 김철수가 찜찜하던 얼굴로 나를 보며 피아노 앞에 앉았다. 나는 김철수의 뒤로 가 느릿느릿 가방을 내려놓았다.

 “뭐 연습할 거야?”

 “내가 치고 싶은 거.”

 “그게 뭔데.”

 “스크리아빈 소나타.”

 “스크리아빈 소나타?”

 “어.”

 잘 못 들은 줄 알고 한번 되물었는데, 맞다니. 스크리아빈의 소나타는 조표 5개는 기본인데다 난해한 테크닉으로 유명하다. 나도 완벽히 쳐본 적이 없다. 김철수는 끝까지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몇 번.”

 “뭐?”

 “몇 번 소나타 칠 거냐구.”

 “9번.”

 김철수는 곧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쇼팽 발라드를 쳤을 때처럼 시작은 잔잔했다. 나는 조용히 가방을 열었다. 등 뒤로 고요하고 섬세한 도입부가 들려왔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가벼운 김철수의 손가락이 나를 충동질했다. 가방 안에서 조심스럽게 신문지를 걷어내고 식칼을 꺼냈다. 식칼을 든 손에 힘을 준 순간 현란하고 군더더기 없는 기교가 내 귀를 때렸다.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김철수의 연주에 집중했다.

 그래, 스크리아빈 소나타 작품번호 9-68 검은 미사. 들어본 적이 있었다. 어릴 적, 아버지가 들려준 호로비츠의 12년 만의 재기 무대 음반에 있던 곡이다. 호로비츠의 천재적인 연주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낭만주의와 고전주의의 정점에 있는 사람의 연주. 그것은 연주라기보다 신의 은총 같았다. 김철수의 연주를 듣는 순간 호로비츠의 연주가 떠올랐다. 몸을 일으켜 김철수의 뒤에 섰다. 김철수의 어깨 뒤로 그때처럼 가볍고 무기질적인 손이 보였다. 화려하게 연주하던 것이 무색하게 선율은 도로 잔잔해졌다. 온몸으로 느껴졌다. 나는 평생 피아노를 쳐도 김철수의 발끝만큼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김철수의 연주는 연주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호로비츠처럼 페달을 쓰지 않아 하나하나 또렷이 들리는 음, 날아갈 것 같이 가벼운 선율과 쉼표. 그래, 이것은 연주보다 종교적 의식에 가까웠다. 손이 덜덜 떨렸다. 질투와 열등감 따위는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연주다.

 순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너무 다행스러웠다. 죽기 전에 이렇게 대단한 연주를 한 번이라도 들을 수 있어서. 지금 김철수를 죽인다면 두 번 다시 이런 천재는, 자기 마음대로 곡을 해석해서 난폭하고 정교하게 연주하는 사람은 만날 수 없겠지. 그럼 나는 악보 그대로를 옮겨 놓은, 흔하디 흔한 선율 틈에서 질식사하게 되겠지.

 칼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손마디가 하얗게 불거졌다. 숨을 들이마시고 팔을 크게 휘둘렀다.

 숨 막히게 첨예한 연주가 귓바퀴를 타고 손끝까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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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월 21 일 전
이십님, 글 잘 읽었습니다! 미애의 생각이 너무 무서웠는데, 현실로 옮겨져서 소름이 끼쳤어요. 살인이라는 극한의 범죄행위를 간단하게 결심하고 시뮬레이션하며 기어코 실행해버리는 모습에서 싸이코패스를 연상할 정도로요. 내심 그만두기를 기대했는데, 미애는 기어이 칼을 휘둘렀네요. 그정도로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거겠죠. 하지만, 죽이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갈 수 있을 듯 하나 그걸 아무 망설임없이 실행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철수의 연주가 자꾸 들려와 귀를 뜯어버리고 싶다고 서술하는 점에서 미애가 정상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은 받았지만…. 예고나 내신 커트라인이 높은, 이른바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모두 나름대로 뛰어난 아이들이죠. 그래서 자기보다 뛰어난 아이들을 보고, 밑바닥을 기는 자신을 보고 좌절하는 경우도 있어요. 극단적인 경우 자살까지 가기도 하는데,… Read more »
4 개월 20 일 전
* "교실로 가 대충 가방을 정리해 학교 밖을 나왔다." – "교실로 가 대충 가방을 정리해 학교 바깥으로 나왔다.", 혹은 "교실로 가 대충 가방을 정리해 학교를 나섰다." * "화려하게 연주하던 것이 무색하게 선율은 도로 잔잔해졌다. 온몸으로 느껴졌다." – "화려하게 연주하던 좀전과 달리 선율은 놀랍도록 잔잔해졌다. 그 선율에 실은 감정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 잘 읽었습니다. 제가 읽는 이십님의 첫 소설인 것 같네요. 그러나 첫 소설은 아닌듯 싶어요. 비문이 거의 없고 문맥을 끌고 가는 힘도 있어 보여요. 다만 설명투의 문장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어요. 이를테면 "03:01. 이대로 날을 샌다면 학교에서 제정신을 차리고 있을 수 없다. 다시 자리에 누워 묵직한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린다."처럼요. 새벽 3시에…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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