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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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아던. 세상 사람들의 돈을 몰래 빼 가는 악동이다. 아주 옛날에 나는 영문도 모르고 물 속에 잠겨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물 속에서 저항 한번 하지 않은 채로 가라앉아 있었다. 밀려들어오는 답답함에 나는 물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침 물 위에 누군가가 배를 타고 지나가고 있어서 나를 구해줬다. 나를 구해준 사람들의 정체는 인간 세상에 도움을 주는 헬퍼들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나는 그들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어? 내 돈! 어디갔지?”

 

오늘도 역시 나에게 돈을 털린 인간의 소리가 들려왔다. 인가들은 멍청하게도 자신의 손에 돈을 쥐고 있으면서도 다른 데 정신 팔려 있느라 돈을 빼 가는 것도 모른다. 그렇게 인간들에게서 빼앗아온 돈들이 벌써 내 보물상자를 빼곡히 채웠다. 이 돈들은 나에게 무엇이든지 가져다준다. 달콤한 초콜릿이든, 멋있는 표지의 마법책이든 못 하는 게 없는 만능 종이들이다. 한참을 그렇게 종이들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데 갑자기 헬퍼의 호통이 들려왔다.

 

“아던! 당장 나오지 못해!”

 

이런! 하필 나를 제일 싫어하는 헬퍼 헷이 찾아왔다. 마법책을 잔뜩 사서 왠만한 마법은 능숙한 내가 마법으로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헷이다. 그는 실드 능력 하나로 나를 제압해 버린다. 그 뿐만 아니라 성질이 더러워서 나는 그와 자주 마찰을 빚는다.

 

“아던!”

 

“목소리 좀 낮추죠? 낮잠 자는 주민들 다 깨우겠어요”

 

“네가 그렇게 배려심 있는 아이인 줄 몰랐구나 아던.”

 

“알면 됐어요”

 

“너랑 장난칠 기분 아니니까 말 장난 그만하고 빨리 내려오렴”

 

“싫다면요?”

 

“너를 묶어서라도 데려갈 거야”

 

결국 어쩔 수 없이 나는 그가 가는 대로 뒤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언제나 드나들었던 헬퍼실이었다. 보나마나 나를 데리고 있느냐 마느냐 하는 열띤 토로이 벌어질 것이다. 남의 싸움을 보는 것은 재미있지만 그 주제가 내가 되면 귀찮다 못해 화가 난다.

 

“왔느냐? 아던?”

 

헬퍼들의 우두머리 켈이 말했다. 겉보기에는 노인의 모습이다. 힘으로 그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팔팔한 청년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켈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손 쉽게 그들을 제압해 버린다. 그리고 왠지 모를 카리스마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와 나도 모르게 그 앞에만 가면 주눅이 들어버려서 그 모습을 숨기려고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내곤 한다.

 

“저 또 왔어요. 이번엔 얼마나 토론할 거죠? 최소한 하루는 걸릴까요?”

 

“그 문제는 우리가 하도많이 다루어서 우리조차 지치는구나”

 

“이제서야 지치다니 켈도 대단하네요”

 

“늙는다는 것은 참을성이 많지만 동시에 쉽게 체력이 소모되기도 한단다”

 

“됐고, 대체 당신들이 토론할 문제가 뭐죠?”

 

“이런. 아던 우리는 이미 네가 오기 전에 토론을 끝냈었다.”

 

“무슨 토론이요?”

 

“아무래도 너에게는 전생이 강하게 영향을 주는 것 같아서 말이야. 너에게 다시 전생을 되돌려 주마.”

 

“정말요? 드디어 제가 찾고 싶었던 전생을 주시는 건가요?”

 

“단, 조건이 있다”

 

“뭐,뭔데요?”

 

◇◆

 

밖에서는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 하필 이런 날씨에 떠나라니…….

 

‘너에게 길고 긴 여정을 딸려주마. 그것을 통과해야지만 넌 전생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여행은커녕 하루도 집을 떠나본 적이 없는 나에게 길고 긴 여정이라니…..심지어 몇 년이 몇십년이 걸릴지 켈 자신도 모르는 여정이었다. 나의 가능성에 달려 있다고는 하지만 마법도 쓰지 않고 떠나는 여정에 내 가능성이 있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나는 한숨을 쉬며 짐을 챙기고 여정을 떠났다.

 

◇◆◇

“헉헉”

 

나는 지금 여정길의 첫 번째 코스인 망각의 나라에 도착했다. 총 3코스가 있는데 그 중에 첫 번째 코스에 있는 것이다. 여기의 사람들은 인간들보다 바보 같았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조차 몰랐다. 그저 누군가에 의해 하루종일 기계를 돌리며 노예처럼 생활하고 있을 뿐이었다. 기계를 돌리는 이유조차 몰랐다. 누구 한 명이라도 ‘어?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라는 의문을 가지지 못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이들은 정말로 수동적인 사람들이었다. 내가 돈을 빼앗아 갈 때도 전혀 저항 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아주 수월하게 경비를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길을 찾을 때는 조금 고생했다. 이들 중 누구도 이동수단을 이용할 줄 몰랐다. 기계만 돌리느라 이동수단에 대한 생각을 못한 것이다. 나는 자동차는커녕 말이 있는 위치조차 몰라서 걸어가야 했다. 걸어가다가 시간이 흘러 밤이 되었고 마침 눈 앞에 집 같은 형태를 띄고 있는 곳이 보여 그곳으로 들어가 가장 푹신한 곳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깜짝 놀랐다. 눈을 뜨자마자 목 앞에 칼 끝이 겨누어졌기 때문이다. 칼을 겨누고 있는 사람은 내 또래로 보이는 미소년. 어른이라면 힘으로 제압할 수 없으나 또래 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목을 겨냥하고 있는 칼을 가볍게 쳐 내고 그 아이의 목을 잡았다.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었다. 그렇게 몇 초 동안 잡고 있다가 손을 탁 놓았다. 그 아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기침을 토해냈다.

 

“참나…..힘으로 이기지도 못할 걸 뭐하러 덤비냐?”

 

“콜록콜록 너 도대체 누구야”

 

“나? 지나가던 여행객이라고나 할까?”

 

순간 그 아이의 눈에 놀라움이 서렸다.

 

“여행객? 그럼 너 헬퍼들이 보낸거야?”

 

“어떻게 알았어?”

 

“가끔 전생을 찾겠다고 여기를 지나가는 아이들이 있거든. 그 아이들을 보낸 사람들은 전부 다 헬퍼들이었어”

 

한참을 그 아이와 이야기하던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 아이는 이 나라 사람들과는 다르게 지나가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나라 사람들과는 다르게 똑똑했다.

 

“너 누구야”

 

“참나…..그걸 이제야 물어보냐? 나는 이 나라의 주인인 리버라고 해”

 

“나라의 주인? 그럼 네가 왕이야?”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왜”

 

왕이라면 나라가 좋아지게 힘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왜 백성들이 저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되어 가는데 가만 놔두지?

 

“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무슨 소리야 그게?”

 

“백성들이 똑똑해지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단 말이지. 조금만 월급을 적게 줘도 노동착취니 뭐니 하면서 들고 일어난단 말이야. 그런 일이 계속 생기다 보니 귀찮아서 그냥 백성들에게 망각의 마법을 걸어놨어. 그러니 그냥 아무 이유도 모르고 일만 하더라고 내 입장에선 얼마나 편한지 몰라”

 

나는 그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어떤 점이 좋을지 계산해 보았다. 돈을 훔칠 때 망각을 걸어놓으면 수월하게 훔칠 수 있고, 여정길에 심심하지 않도록 말동무도 되어줄 것 같았다. 여러모로 이득이 많은 아이였다.

 

“리버 너 내 친구기 되어 여정길에 오를 생각 없나?”

 

“흐음…….네가 나를 설득시킨다면 가 주지”

 

“생각해 봐 백성들은 저렇게 일만 하니 탈출할 위험도 없고, 이렇게 매일 매일을 따분하게 보내는 것보다는 나랑 같이 스릴 있는 모험 한번 해보는 게 좋잖아 어차피 갔다와서도 따분하게 지낼 수 있는데..안 그래?”

 

그 아이는 잠시 고민했다. 아마도 나처럼 계산을 해 보는 듯했다. 계산의 결과는 만족스럽게 나왔는지 망각이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렇게 나는 한 명의 길동무를 얻었다.

 

◇◆◇◆

 

“야 여기가 맞아?”

 

“지도상으로 본다면 정확히 왔어”

 

우리는 2번째 코스인 ‘바람의 계절’에 와 있었다. 실력 좋은 작명가에게 돈 주고 이름을 지었는지 정말로 딱 맞는 이름이었다. 바람의 계절에 들어오자마자 매서운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들었다. 두꺼운 코트를 걸쳐 입으니 그나마 좀 나았다. 우리는 코트를 꼭 여며 쥐고 쉴 곳을 찾았다. 바람을 헤치며 헤메다 나무로 만든 아기자기한 집이 보였고, 우리는 그곳에서 짐을 풀고 푹 쉬었다. 깨끗하게 샤워하고, 허기진 배를 달랬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에 누워 잠에 곯아 떨어졌다.

 

-다음 날-

 

바람이 시끄럽게 창문을 두드리는 통에 잠에서 깨 버렸다. 잔뜩 예민해져 있는데 옆에서 리버는 얼어붙은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

 

“야 왜 그래?”

 

그는 대답 대신 손으로 앞을 가리켰고 손 끝에는 엄청난 토네이도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우리는 두려움에 비명을 질러댔다. 우리의 비명 소리에 놀랐는지 토네이도는 더 이상 앞으로 오지 않았고 대신 점점 작아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한 소년이 서 있었다.

 

“아나 진짜 시끄럽네 너네들 누구야”

 

“우, 우리?”

 

“내가 나라 둘러볼 틈에 몰래 잠입한 것 같은데 정보는 알아내셨나?”

 

“무슨 소리야? 우린 널 알지도 못하는데”

 

“그럼 내 집에 왜 있는거지?”

 

“우리는 바람을 피해서 잘 곳을 찾았을 뿐이야”

 

“바람을 피한다고? 그럼 너네 여행객이야?”

 

“응”

 

여행객이라는 사실이 뭐가 그리도 놀라운지 그 아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왠지 모르게 리버와의 첫 만남이 리플레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네…..그럼 나라 입구를 뚫고 왔단 말이야?”

 

“나라 입구?”

 

리버와 나는 동시에 물었다. 바람이 우리 시야까지 차단했는지 아니면 우리가 둔한건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들어올 때 입구는커녕 황량한 땅만 놓여져 있었다.

 

“나라 입구는 우리가 본 적이 없는데?”

 

리버가 그 아이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하”

 

“대체 뭐가 웃기는 거야?”

 

내가 진지한 어조로 묻자 그 아이는 웃음을 멈추고 설명해주었다.

 

“우리 나라는 조금 특별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어. 지나가는 여행객이 내 마음에 안 들 것 같으면 가차 없이 실드를 쳐서 튕겨 내보내거든”

 

“그럼…..우리가 네 마음에 든다고 생각해서 실드를 치지 않은 건가?”

 

이 아이는 뭔가 양파 같은 아이였다. 분명히 성격이나 외모는 시원시원해 보이는 데 은근히 소심한 구석이 있었다.

 

“야. 그런데 너네들 어디서 온 여행객이야?”

 

“나는 망각의 나라의 왕이고, 얘는 헬퍼들이 보낸 여행객인데 얘가 설득해서 나도 함께 여행을 하게 됐어”

 

“그래? 같이 다니니까 재밌나?”

 

“그럼”

 

“흐음……….”

 

갑자기 그 아이는 리버와 대화하다 말고 나를 쳐다 보았다.

 

“너네 나도 같이 모험에 껴 주면 안 되냐?”

 

나는 속으로 열심히 계산을 해 보았다. 이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뭐가 이득이 될까…….하지만 꼼꼼하게 계산하는 나와 달리 마음에 들면 같이 다니는 리버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리고는 그 아이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그러자 그 아이는 폼을 잡더니 멋있게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바윈. 바람으로 변신해 빨리 갈 수 있어. 물론 너희들을 바람에 태워 갈 수도 있지”

 

따져보니 여러모로 이득이 많은 애였다. 나와 리버는 바윈도 모험에 합류시키기로 했다. 처음 떠날 때보다 여정길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

 

바람의 계절을 지나고 곧바로 마지막 코스인 절망의 기억에 들어왔다. 절망의 기억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제일 이상했다. 시끄럽게 울음소리를 터트리거나 아니면 우울한 기운을 잔뜩 뿜어내면서 보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제일 짜증났던 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절망적인 과거를 털어놓는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은 우리에게도 절망적인 과거를 털어놓았다. 얘기를 듣고 있자니 지치고 짜증나서 한 대 때리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리버와 바윈이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여러 대 때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나중에는 점점 우울해졌다. 대체 내가 이 여정을 왜 하고 있으며, 켈이 과연 약속을 지킬 것이며, 전생으로 돌아간들 무슨 행복이 있을까 라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머릿속을 잔뜩 어질러 놓았다. 마음 같아선 리버에게 부탁해 절망적인 기억을 깨끗하게 지우고 다시 힘차게 가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여정을 하고 있는 이유조차 잊어버리고 방향을 잃은 배처럼 될까 봐 함부로 기억을 지우지도 못했다. 하루하루 힘든 여정이 계속되었지만 옆에서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친구들에게 안 좋은 추억을 선물할까봐 그러지도 못했다. (처음에는 계산하고 사귄 친구들이었으나 나중에는 점점 우정으로 바뀌어져 갔다) 그렇게 마음 속 으로만 식히고 있던 불만들이 계속해서 쌓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절망의 기억에서 가장 위험한 연못에 빠지고 말았다. (그 연못은 빠져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물풀을 다리를 휘감아서 놔 주지 않는 위험한 연못이었다.) 마음이 지치면 몸에게도 영향을 끼치는지 내 몸은 저항 한번 하지 않고 그대로 가라앉고 있었다. 빠져나올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연못 밑에 있는 물풀들이 점점 내 몸을 휘감아서 끌어내리고 있었다. 숨을 못 쉬니 답답했다. 하지만 내 몸은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았다. 분명히 내 몸인데 내 말을 안 듣고 있었다. 점점 답답해져 갈 때 갑자기 물이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와 동시에 내 몸도 함께 위로 솟아 올랐다. 연못 밖으로 나갔을 때 바윈과 리버는 내 손을 잡고 나를 끌어당겼다. 물 밖으로 나오니 안도감이 들어서인지 나는 바윈과 리버의 품에 안겨서 한참을 울었다.

◇◆◇◆◇◆

 

마지막 코스까지 끝내고 나오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세심하게 장식되어 있는 큰 욕조와 한 명의 여신이었다. 자신의 말로는 생명의 여신이라고 했다. 그 여신은 하늘하늘한 머리를 늘어뜨리며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갑자기 얼굴을 찌푸렸다. 마치 내가 자신에게 뭔가를 잘못한 것처럼…..그리고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너……전생을 그렇게나 원했었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헬퍼들과 함께 살 때부터 나는 오직 전생의 삶은 되찾는 것만 바래왔다. 그런데 지금 이 여신이 하는 말은 마치 내가 전생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들렸다.

 

“당연하죠. 전생을 되찾으려고 힘들게 온 건데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여신은 입가에 조소를 가득 머금었다. 너까짓 게 전생을 되찾을 자격이나 있냐는 듯이…..기분이 나빠진 나는 여신을 노려보며 말했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거죠? 내 여정은 그저 헛된 여정이었나요?”

 

여신은 세심하게 장식된 욕조를 가리키며 말했다.

 

“들어가 보렴….그럼 내가 왜 이런 표정을 짓는지 알게 될 거야”

 

내 여정 중에 물과 관련된 일이라고 하면 전부 다 익사해 죽을 위험밖에 없었다. 트라우마로 굳어져 두려울 법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듯한 느낌에 나는 겁 없이 욕조로 뛰어 들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깊이가 너무 깊었다. 그리고 물 속에 있을 때의 답답함이 없었고, 너무 졸렸다. 빨리 빠져나가야지만 산소를 들이마실 수 있는데 내 눈꺼풀은 자꾸만 내려왔고 결국 난 잠이 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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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던의 전생]

 

정신을 차렸을 때 제일 먼저 보인 건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갑자기 날카로운 마찰음이 내 귓속을 파고들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 보니 내가 누군가에게 맞고 있었다. 그것도 죽을 만큼……

 

“다시는 그거 할 생각 하지마!”

 

한참동안이나 나를 때린 그 사람은 그 장소를 떠나버렸고, 나는 바닥에 쓰러져 흐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다시 일어나 다락방으로 달려갔다. 다락방에는 기다란 상자가 있었고, 나는 그것을 열었다. 그 안에는 날카롭고 긴 검이 있었다. 게다가 손잡이 부분에는 세심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절도 있고, 유연한 동작으로 허공에 휘둘렀다. 내가 생각해도 멋있는 검술이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연습하고 있다가 누군가가 밥 먹으라고 소리쳤다. 내려가 보니 아까 때린 그 사람이랑 어떤 여성, 그리고 어떤 아기가 앉아 있었다. 아마 그 사람은 아빠, 여성은 엄마, 소녀는 여동생인 것 같았다. 나는 식탁에 앉았다. 그런데 밥 먹으라고 소리친 것과 식탁 위에는 자그마한 빵 한 쪽이 전부였다. 차라리 밥 먹으라고 하지나 말지……..하지만 식구들은 자그마한 빵 한 쪽을 나눠 먹었다. 한 입 정도밖에 안 되는 식사였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자 모두들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한참을 검술만 생각하다가 잠에 들었다.

 

-몇 년 후-

 

소년티를 완전히 벗은 나는 귀티 나는 청년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뭔가 생활이 조금 이상했다. 낮에는 검술 스승에게 검술을 배웠다. 소년일 때 보다 월등히 뛰어난 나의 검술에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낮에 나는 완벽한 검술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밤의 나는 이상했다. 어느 술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순간 내 손은 부딪힌 사람의 돈주머니로 빨려 들어갔다. 그의 돈주머니에는 금화가 두둑히 들어 있었다. 기뻐하는 나의 모습을 보니 요새 보기 힘들었던 어마어마한 액수였던 모양이었다. 나는 술 한잔을 시키고 그 집을 나섰다. 그리고는 여동생에게 줄 법한 예쁜 목걸이를 샀다. 그리고는 내 사진을 넣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 목걸이를 여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 그리고 금화 또한 여동생의 비밀창고에 넣어 주었다. 여동생은 그런 오빠의 모습이 이상했는지 무엇인가 꼬치꼬치 물어 보았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말해주지 않고 집을 나와 버렸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활 하나가 나에게로 날아왔다. 깜짝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 막았다. 그리고는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금화의 주인은 왕을 보좌하는 사람이었고 그 사람의 금화를 훔친 나는 현상 수배범으로 몰려 추격자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하지만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조차 나는 이상했다. 도망가면서 웃고 있었던 것이다. 뛰어난 검술을 가졌지만 돈이 없었기에 나는 더 이상 살기 싫었던 것이다. 부모님은 마차 사고로 작년에 돌아가셨고 남은 건 여동생뿐이었다. 그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을 해 주고 나는 화살이 꽃힌 채로 물 속에 뛰어들어서 죽어 버렸다. 내 몸에서 흘러 나오는 피가 물 속을 물들였다. 그렇게 나는 천천히 물 속에 잠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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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물을 잔뜩 뒤집어 쓴 채 나는 욕조 밖으로 나왔다. 이제야 기억났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내 몸이 왜 저항 한번 안 하고 가라앉고 있었는지……왜 그렇게 물 속만 뛰어들면 죽을 위험에 처했는지……..갑자기 눈물이 났다. 누군가에 의해서…아니면 자연스럽게 늙어 죽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단지 열악한 환경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던 것이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바윈과 리버는 그런 나의 곁에서 나를 조용히 위로해주었다. 그날 나는 불행한 나의 삶 때문에 하루종일 울었고, 다시는 전생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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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월 11 일 전
안녕하세요, SDO님. 오늘도 글 잘 읽었습니다! 언제나 환상이 들어간 이야기를 써주셔서 읽을 때 더 흥미가 생기네요. 이번 소설에서는 주인공 아던이 전생을 찾기 위해 여정을 시작하는데…사실 전 전생을 찾는 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요. 이 소설에서 전생이란 아던에게 그리고 다른 인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작중 묘사에 따르면 전생을 되찾는다는 건 그냥 예전에 자신이 겪었던 다른 삶을 체험하는 것 이상이 아닌 것 같아요. 아던이 전생을 되찾고 싶었던 이유가 나왔으면 훨씬 나앗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외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아던이 리버와 바윈을 진정한 친구로 여기게 된 것이 서술 한 문장으로 넘어갔다는 거예요. 계산적이고 이득을 보는 것만이 중요했던 아던이 그렇게 변하게 되는 것이, 비록… Read more »
2 개월 10 일 전
* 왠만한" – "웬만한" * 잘 읽었습니다. 스토리텔링에 재주가 있으신 거 같아요.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연결시켜 완결성을 준 것도 자연스럽고 아던이 여행을 떠나게 되는 과정도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서사를 가진 작품에 엄격한 개연성이나 플롯을 따지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요즘에는 다양한 장르의 문학들이 모색되고 있고 그 모색에 저는 늘 찬성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좀더 섬세한 서사를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각각의 여정에서 그려지는 상황들이 어떤 우여곡절도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사실 이런 환타지(혹은 모험) 소설들은 더욱 갈등을 통한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오딧세우스의 모험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영웅 서사는 물이 있으라 하면 물이 있고 불이 있으라 하면 불이…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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