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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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헛다리짚었다. 교회 주보에서 '김화영'이라는 이름을 발견했을 때부터 시작된 일이다.

 

나는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를 참 좋아해서 카뮈 관련 서적을 찾다보니 김화영 평론가의 <문학 상상력의 연구>를 읽게 되었고 카뮈 작품을 번역한 사람이 김화영 평론가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주보에 '김화영', 그 이름이 딱 적혀있는 것이다.

처음 봤을 때 설마 하고 넘어갔다. 동명이인이겠지, 김화영이라는 이름은 많으니까, 하고. 그런데 주일날 김화영 평론가를 무척 닮은 사람을 목격한 것이다. 전체적인 외관도 그렇고 눈 툭 튀어나온 것도 그렇고 머리숱 적은 것도 그렇고…… 김화영 평론가보다 약간 나이가 적어 보였지만 나는 사람 알아보는 눈이 꽤 있기 때문에(감히 자부해본다) 진정 김화영 평론가일 수 있겠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진짜 그럴 수 있잖아! 평론가가 글 쓰면서 교회 다닐 수도 있지!

이렇게 멋대로 추측하면서 나는 점점 말도 안 되는, 허황된 증거와 몽상을 이리저리 갖다 붙였다. 만약 김화영 평론가가 맞다면, 카뮈에 대해 궁금한 것을 마음껏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조언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김화영 평론가가 서울에 살 확률이 있으니, 내가 다니는 교회에 얼마든지 다닐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주보의 김화영에게 문자를 보내기로!(참 무식하다. 하필 택해도 그런 방법을 택하나) 만약 평론가가 맞다면, 그는 매우 놀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그가 아니라면 무시하거나 그냥 아니라고 하겠지.

 

그래서 보냈다. 아주 조심스럽게 써서. 한 10분 뒤 돌아온 말. 자기는 평론가는 아니란다. 내 추측과 망상은 그렇게 끝났다. 너무 섣불리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김화영이라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동시에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에이, 진짜 김화영 평론가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그는 그저 교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흑.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한 번 멋대로 추측해본다. 그 사람이 너무 겸손해서, 평론가 맞는데 그냥 자신은 교수일 뿐이라 생각해 '평론가는 아니다'고 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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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월 8 일 전

ㅋㅋㅋㅋㅋㅋ으아 너무 귀여우세요!! 교회 주보에서 '김화영'이라는 이름을 보고 얼마나 두근대고 궁금했을 지 여기까지 느껴져요. 저도 예전에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가다가, 제가 정말 좋아하는 평론가님과 닮으신 분을 보고 엄청 조마조마 했거든요. '헉! 미쳤다, 그분이신가? 물어볼까? 평론가님 맞으시려나, 으아아….' 이러면서요. ㅋㅋㅋㅋ 결국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그분은 다른 학교 선생님이셨어요. 그런면에서 직접 물어본 모로님께서는 참 용기있으신 것 같아요. 사실 읽으면서 제발 그분이어라, 하고 빌었는데 아쉽게도 아니네요…힝..ㅋㅋ 마지막에 '어쩌면 그 사람이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시는 것도 너무 귀여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로님의 귀여움으로 가득 찬 글이었습니다!! 저도 한 번 그 평론가님의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잘 읽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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