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어(心海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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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깊다

깊은 것은 쉽게 끓지 않는다

 

날카로운 비늘을 가진 심해어야

네가 팔짝 뛰어오를 때마다

어째선지 아무도 바닷가에

놀러오지를 않는다

 

여기는 재밌게 생긴 조개가 있고

위태로운 모래성이 있고

서툴게나마 세상을 쓰다듬으려는 햇살이 있는데

 

너를 본 이들은 하나같이

발길을 돌린다

 

네가 그렇게 예쁘지 않아서일까

툭 튀어나온 이빨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번쩍거리는 비늘이 징그러웠나

아니면 잔잔하기만 한 줄 알았던 바다 속에

이처럼 커다란 물고기가

거품 아래 숨어있을 줄은 몰랐던 걸까

 

그러니 심해어야

아무리 뜨거워도 참아야지

바다가 팔팔 끓고 그래서 숨이 막혀도

조용히 엎드려서 너 자신을 죽였어야지

 

아무도 오지 않으니

파도 소리가 더 잘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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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월 9 일 전

왜 제목에 굳이 한자를 붙여 써 놓았을까 궁금했는데 다시 보니 심해어(深海魚)가 아닌 심해어(心海魚)였네요! 이중적인 표현의 묘미를 잘 살린 것 같아 좋았어요. '바다는 깊다/깊은 것은 쉽게 끓지 않는다'라는 첫 연이 인상적으로 다가와서 몰입감이 더해진 것 같아요. 동시에 소수를 억압하는 사회의 부조리를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 같았는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회적 문제들이 많아 하나씩 대입해 보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1 개월 20 일 전
심해어가 마음 바다에 사는 물고기군요. 제목을 유심히 보지 않았다면 깊은 바다에 사는 못생긴 물고기만 생각했을 겁니다. 눈이 멀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심해어! 이 시는 마음(바다)속의 못난 것이 물고기(심해어)로 비유된 게 좋았어요. 그래서 감정이 절제돼 있고 화자의 마음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바다가 팔팔 끓고 그래서 숨이 막혀도/조용히 엎드려서 너 자신을 죽였어야지'라는 구절은 마음을 아프게합니다. 저는 심해어가 안타깝게 느껴져요. 죽이지 말고 드러내면 안되나 싶거든요. 화도 참기만 하면 마음에 병이 생기잖아요.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생각해봐야 할 것은 누군가 심해어를 볼 수 있느냐입니다. 바다 깊은 곳에 가야 볼 수 있듯 마음속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참, 3연 '재밌긴 생긴'은 오타인듯…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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