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돼지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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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버지와 돼지고기

배정환

 

아버지와 어머니는 논밭에 가시고 혼자 남아있는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돼지, 돼지고기가 너무 먹고 싶다. 어떤 방법이라도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든, 삶아먹는 수육이든, 너무 돼지고기가 먹고 싶다. 나는 7살 때 이후로 돼지고기 그림도 못 봤던 것 같다. 아마도 아버지가 돼지공장에 들어가고 나서부터였을 것이다.

아버지는 돼지고기 소리만 들어도 구역질이 날 것 같다고 하신다. 나였다면 돼지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맨날 돼지를 보면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을까 생각을 한다.

그런데 아버지는 돼지 관련된 이야기만 들어도 어찌나 힘들어하시는지 모르겠다. 사달라는 말을 들어주신 적이 없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엄마도 야속하다. 내 맘은 알아주지도 않고 돼지고기가 싫다는 아버지 편만 들어주신다. 그래서 13살인 지금, 나는 6년동안 도시락에도, 밥상 위에도 돼지고기를 본적이 없다.

조금 더 이해 안 되는 것이 있다면 아버지는 2년 전에 돼지공장에서 나오셨다. 돼지고기와 멀어진 지 2년이나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아버지가 돼지고기를 못 드시는 것을 보면 혹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저 쪽 나라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돼지고기를 반대하신다고 해서 포기할 내가 아니다. 내일, 나의 생일이 온다. 이번 생일 때는 무릎을 꿇고 빌더라도 꼭 돼지고기를 맛보고 말 것이다.

아, 생각해보니 변수가 하나 생겼다. 이틀 후가 아버지의 생신이다. 나랑 생일이 하루 차이나서 돼지고기를 얻는 데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께 제안을 한번 하려한다. 내 생일 하루 동안 아버지가 일하셨던 돼지공장에 가보고 아버지와 달리 도축되는 돼지들을 보고 끄떡없거나 식욕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나에게 돼지고기를 사주고, 공장에 가본 후 나도 아버지처럼 혐오감을 가지게 된다면 돼지고기를 포기하겠다는 제안이다.

물론 내가 돼지를 보고 혐오감을 느낄, 그럴 일은 없지만 말이다. 밤이 되고 나는 안방 문을 조심히 열고 이불을 깔고 계시는 아버지께 아까의 내 생각을 여쭈어보았다.  아버지는 한동안 생각하시더니 알겠다고 해주셨다. 예상외의 답변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버지의 표정은 굳어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곧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그저 기대되기만 했다.

아침이 밝아오고, 마당에 있는 닭이 울자 나는 들뜬 마음을 부여잡고 일어났다.

옷을 갈아입고 마당에 나왔더니 아버지가 묵묵히 오토바이 시동을 걸고 계셨다. 아버지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공장으로 가는 길은 어느 때보다 행복한 기분이었다.

1시간쯤 달렸을까, 저 멀리 회색의 네모난 공장이 보였다. 가까워질 수록 나는 왠지 모를 긴장감과 기대감이 동사에 커졌다. 공장에 도착하고, 아버지는 오래된 공장 문을 여셨다. 아버지는 웃고 있는 나를 뒤로하고 앞의 한 아저씨와 이야기하셨다. 몇 분이 지나고 아버지와 이야기하던 아저씨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따라오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도저히 다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며 밖에서 기다리고 계신다고 하신다..

아버지 친구 분과 함께 첫 번째로 내가 갔던 곳은 살아있는 돼지들이 우글거리는 곳이었다. 조금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긴 하였지만 혐오감은 들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돼지하나가 기계위로 올라왔다. 몇 초 후 돼지가 전기 충격으로 기절하고 기계로 다음 장소로 이동 되었다. 다음 장소에서는 공장안의 사람들이 돼지 목 아래쪽을 칼로 베어 피를 뺏다. 그런 다음 차례로 부분을 절단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나는 조금씩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피식 웃으시며 말해주셨다.

“하루에 이런 과정으로 도축되는 돼지들이 수백 마리가 넘어. 좀 더 가볼래?”

예상했던 모습과는 너무 다른 공장안의 모습에 정신이 멍해졌다. 단지 마을 아래의 정육점에 있는 아름다운 모습의 고기들이 가득할 거라 생각했는데, 곳곳에는 돼지 피들과 널부러진 돼지시체들로 가득했다. 조금씩 올라오던 구역질이 결국은 터져버리고 말았다. 구석으로 달려가 조금씩 올라오던 것들을 뿜어내었다. 구역질을 겨우 멈춘 나는 아무 말 없이 공장 밖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공장 밖에서 기다리고 계신 아버지를 만나 오토바이에 다시 타고 집으로 출발하였다.

공장으로 오는 길에는 기쁨과 기대감으로만 가득 찼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너무 정반대가 되었다. 아버지는 이런 장면들을 하루에 수백 번씩, 몇 년 동안 참고 지켜봐 오셨다니……. 그 동안의 아버지에게의 투정이 후회되고 그제야 아버지가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왜 어머니가 몇 년 동안 돼지고기도 못 먹어본 나에 대한 이해대신 안된다고만 말하신 아버지의 편을 들었는지,  공장에 가자고 제안했을 때 왜 아버지 얼굴이 굳어계셨는지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동안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오갔다.

집으로 돌아온 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논밭으로 어머니를 도와주시러 가셨고 나는 마루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내일이 아버지 생신이니 깜짝 이벤트를 열어드려야겠다.

나는 마루에서 일어나 집에서 5분 거리쯤 있는 마을 회관에 달려갔다. 문을 열었더니 여러 마을 사람들이 모여 계셨다. 방금 밭에서 일하다 오신 아저씨들과 우리 마을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 수다 떨고 계신 아주머니들 모두 하나밖에 없는 에어컨을 쐬러 마을회관에 계셨다. 나는 에어컨 앞에 성큼성큼 걸어가 마을 분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모두가 에어컨을 바라보며 앉아계셨기에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기가 편리하였다.

“내일이 울 아버지 생신이신데 서프라이즈 파티 여는 거 도와주실 수 없나요?”

최고령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서프라이즈 파티가 뭐여?”

옆에 있던 아저씨가 말하셨다. “거, 당사자 몰래 잔치 여는 거 말하는 거유.”

마을 사람들 모두 나를 귀엽게 보셨는지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말해주셨다.

아주머니들은 요리를, 아저씨들은 생신 파티 때 사올 케이크를 사온다고 하신다.

약속시간은 7시. 그 때, 마을 사람들도 준비를 끝내고, 나도 아버지를 모시고 마을회관으로 오기로 하였다.

나는 마을 사람들이 준비 할 동안 아버지가 파티를 눈치 채지 못하시게 가족끼리 놀러 나가는 일을 담당하기로 하였다. 더 큰 놀라움을 위해 이 일은 엄마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밤이 오고 나는 기대가 커졌다.

“아버지가 몰래 연 파티를 보고 얼마나 기뻐하실까?”

“마을 분들은 얼마나 멋있게 파티를 꾸며놓으셨을까?”

돼지공장에 가기 전날 밤보다 설레이던 밤이었다. 아침이 되고 엄마는 아버지와 내 생일기념으로 치킨을 사주신다고 한다. 마을 안에는 치킨집이 없어서 마을 밖으로 가야 하는데, 오토바이에 3명을 태우기에는 위험하여서 걸어가기로 하였다.

아무렴 뭐 어떤가. 이따 밤이 되면 엄청난 서프라이즈 파티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30분정도 걷다보니 마을 밖의 시내가 보였다.  우린 앞에 있는 치킨 집에 들어가 누구보다 맛있게 치킨을 먹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아버지가 돼지고기만 반대 하신 게 아니라 닭까지 싫어하신 것이었으면 나는 죽을 때까지 풀만 뜯고 살아야 했을 텐데 말이다.  오늘 먹은 치킨의 맛은 너무나도 황홀하였다. 치킨을 먹고 우리는 하루 종일 시내구경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엄마와 아버지도 오늘만큼은 행복해보이셨다.  늘상 하던 밭일을 쉬는 것이니 해방된 기분이었을 것 같다.

하늘이 어두컴컴해지고 나와 아버지, 엄마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엄마와 아버지는 오늘 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계시는데, 내 머릿속에는 온통 약속시간뿐이다. 엄마와 아버지는 절대로 지금 내가 이 생각을 하고 있는 걸 모르실 것이다.

마을로 들어오고, 나는 조금씩 아버지에게 말할 준비를 하였다. 계속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거렸지만 마을 회관을 지날 때 말하는 것이 가장 놀라실 거라 생각했던 나는 억지로 입술을 깨물며 버텼다. 그리고 드디어 마을 회관 주변에 다다랐다.

“아빠!, 잠깐만 이리 와봐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는 엄마와 아버지를 마을회관 앞으로 모셨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버지가 어떤 표정을 하실지, 무슨 말을 하실지 너무 기대되어 사람들보다는 아버지 얼굴만 힐끗힐끗 바라보았다.

그 때, 아저씨들이 와서 아버지에게 술 한 잔을 건네셨다.

“서프라이즈! 김씨. 생일 축하하네. 자 네를 위해 우리가 특별히 삼겹살파티를 준비 했다네 ”

환해진 아버지의 얼굴이 다시 굳어지기 시작했다. 아, 마을사람들은 아버지가 돼지공장에서 일했는지 모른다. 아버지가 돼지를 싫어하신다는 사실을 모르니 마을사람들은 삼겹살만 이만큼 사와서 아버지를 보며 웃고만 계신다.

이건 나의 잘못이다. 엄마한텐 말했어야 했는데. 엄마한테 말했더라면 마을 사람들에게 돼지고기는 피해달라고 말해 주셨을 텐데. 이제 아버지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실까. 다시 정신이 멍해진다. 이 와중에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에게 어서 와서 삼겹살 좀 먹어보라고 하신다. 젓가락으로 삼겹살을 집어 아버지에게 건네주는 모습을 보니 발만 동동 굴러진다. 성의를 봐서인지 아버지는 감사하다고 웃으시며 돼지고기를 입에 넣으신다.

“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아버지가 고기를 입안에 물고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걱정되어서 따라가 보니 괴롭게 토하고 계신다.  돼지냄새도 못 맡으시는 아버지의 입에 돼지고기가 들어갔으니 얼마나 괴로우실지 내가 다 힘들다.

하지만 지금 내가 아버지의 곁으로가 괜찮으시냐고 말할 수도 없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아버지를 골탕 먹이기 위해 일부로 마을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삼겹살 파티를 열자고 한 것이라 믿고 계실 것이다.

한동안 구토를 하신 뒤, 아버지는 나와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셨다.

“저를 위해 파티를 열어주신 것은 감사한데, 제가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먼저 올라가보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하고 계신다. 아버지는 나에게 눈길조차 주시지 않고 집으로 엄마와 함께 올라가신다. 잠시 멈춰있던 나는 지금 아버지를 따라가고 있다.

이제 나는 아버지에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버지를 위해 연 이 파티가 삼겹살파티가 된 것이 고의가 아니었다는 것과, 앞으로의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또한 엄마조차도 나를 오해하고 계시는 상황에서 이제 나는 어떻게 될지 너무 막막하다. 나를 위해 돈을 모아 여러 가지 준비를 해주신 마을 분들에게는 무슨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눈물만 글썽글썽 생기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죄인이 되었다.  멀리 걸어가고 계시는 아버지와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그저 걷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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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월 18 일 전
* "어떤 방법이라도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 "예상외의 답변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소스라치다는 단어의 의미는 '두려움이나 놀라움 따위로 몸을 떠는 듯이 움직이다'는 뜻입니다. 이 문장에서 '소스라치게'는 조금 과장으로 읽힙니다. 예상했던 대답이 아닌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몸을 떨 상황은 아니니까요. "예상외의 답변에 나는 깜짝 놀랐다' 정도가 적당할 듯 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13살인 '나'의 캐릭터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 또래의 진솔함과 순수함이 읽혀서 좋았습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 작품 또한 시간의 순서대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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