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낮에는 모두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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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낮에는 모두가 잠에 들었다

―유계영 시인의 ‘온갖 것들의 낮’을 보며

 

 

 

“낮보다 밤에 빚어진 몸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병이 비치는 피부를 타고났다”「시작은 코스모스 中」이 문장을 보면 의학적으로도 증명된 꿈의 특성이 떠오른다. 꿈은 오로지 자의적인 것이고, 그건 타인의 구애를 받지 않는 일이다. 꿈속에서는 자신의 육체를 빌린 타인들이 나타날 수 있고, 잠든 이의 내면이나 앓고 있는 “병”같은 것들이 이미지로 나타날 수도 있다. 「1)〈정신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보다 수면 상태에서 신체 상태를 훨씬 더 깊고 넓게 지각한다. 그래서 깨어 있는 동안에는 전혀 깨닫지 못하는 신체 부위나 신체 변화에서 유래하는 자극 인상들을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밝힌 이론 중 하나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이라는 책을 집필하며 이 문장을 인용했다. 이러한 꿈의 논리를 유계영 시인은 잘 자각하고 있는 듯 했다. “나도 죽어서 신이 될 거야/ 그러나 버릇처럼 나는 살아났다”라는 문장에서는 생리적으로 깨어나고 잠에 들 수밖에 없는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꿈을 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꿈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의문을 품으면 그 답은 이미 나타나 있다. 꿈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꿈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이다.

 

“낮 동안 절망하고/ 누우면 기억하지 못했다”「유리 中」 이 시에서는 “낮 동안”의 “절망”이 꿈을 만들었다. 하지만 시인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나는 꿈을 꿔 본 적이 없다/ 밤, 또는 밤이라고 믿는 방”이는 언어유희처럼 읽힐 수도 있지만, 꿈꾸는 “방”이라고 할 때 “밤”은 자연스레 섞일 수 있다. 또한 꿈꾸지 않는 “방”이라고 할 때에도 우리는 “밤”을 맞이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유리”가 가진 투명성과 닮아 있다. 우리는 그 투명으로 밖을 보기도 하고 “밤”이면 안을 볼 수도 있다. “밤”만 되면 거울이 되기도 하는 그 거울에서 우리는 “방”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때 화자가 인식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인은 이러한 감정에도 의문을 품었다. “나의 기분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모형 中」 꿈의 종류 중에는 ‘자각몽’이라는 것이 있다. 본인 스스로 꿈을 자각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게 되는 것인데, 그렇다면 자각몽이 아닌 꿈은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는 것인가. 만약 나의 생각대로 이뤄지지 않아 무섭거나 고통스러운 꿈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악몽이라고 부를 것이다. “봉제선 안으로 꼭꼭 접어 둔 그림자만이/ 나의 유일한 의지라면”이는 화자의 깊은 내면을 이미지화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보았기 때문에, 꿈속에서는 비시각적인 감각 또한 시각적 이미지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는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나 의지하고 있지 않았던 감정들을 마주할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부정하고 외면한 감정이라고 다시 왜곡하는 일이 있을까. 아쉽지만 그건 “잘 죽지 않는” “기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내가 꿈을 마주하는 방법이 있다. 아예 나 자체를 부정하는 것. 시인은 그것 또한 인식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제 태어난 개의 꿈을 꾼다”「하루 종일 반복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목록 中」 같은 시구처럼 내가 나를 부정하고 그 비어 있는 나의 자리에 다른 이를 투영시키는 것, 그것이 악몽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가끔 잠 속에서 울던 울음이 깨어나고 난 뒤에도 이어진다면. 그날은 하염없이 슬퍼해야겠지. 실제에서도 내가 나를 부정한다면, 이는 위험한 일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영화 ‘인셉션’에서는 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어떤 장면에서는 꿈이 아님에도 꿈이라고 착각을 하는 바람에 자살을 시도하다 저지당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그들은 아마 버릇처럼 자신을 부정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꿈을 마주하되 자신을 부정하는 것. 그리고 “바깥으로 통하는 문이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아이스크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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