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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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가난하기에 불쌍한 사람이다.

왜 소년은 태어남과 동시에 발작하듯 울었는가.

그의 태생적인 불행함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소년의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의 수많은 형제들도 알려주지 않은, 어차피 살다가 언젠가는 알게 될 가난함. 가난함은 생각보다 여러 방면에서 그를 불행하게 그래서 불쌍하게 만들었다.

“이 놈의 집구석, 나는 당신들처럼 안 살라요.”

그의 수많은 형제들 중 하나가 양철 솥을 발로 차며 소리쳤다.

아무리 이 집구석에 건질 것이라고는 양철 솥뿐이라지만 어머니는 아들을 지나쳐 그 솥을 껴안고는 어여 꺼지라고 울부짖었다.

그리하여 녹이 슬어 삐그덕 거리는 대문을 열고 나간 형제는 제 말대로 이 놈의 집구석으로 다시 돌아오는 일이 없었고 해가 바뀌면 하나 둘 다들 먼저 간 형제 따라 이 집구석을 나가 그 역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벽 한 쪽은 이미 허물어진지 오래였고 쥐들마저 위험하다 노다니지 않을 지붕은 비가 올적마다 뚝뚝 눈물을 흘렸다. 비를 피하자고 옹기종기 모여 있자면 어머니는 남아있는 머리들을 하나하나 헤아렸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이곳에서 소년은 행복할 수 없었다.

“이제 갈랍니다.”

그 해도 어김없이 소년의 수많은 형제들 중 하나가 대문을 열었다.

이제 머리는 셋, 다음 해는 소년의 차례였다.

“형도 갈 것이여?” 한참 뒤에나 차례가 돌아올 고것이 애처롭게 소년에게 매달렸다.

“니는 평생 거지새끼라 불리는 것이 좋아?”

다음해, 턱수염만 덜렁 삐죽하게 나있는 소년은 “돈 벌러 갑니다.”하고는 대문을 열었다.

소년은 나지막히 이놈의 집구석 하고 중얼거렸다. 미역국 한번 먹이지 못한 채 자식을 내보내면서도 이 놈의 집구석은 손에 쥐어 주는 것 또한 하나 없었다.

달동네 중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있어 내려가는데도 한참이었다.

가파른 내리막을 남의 집 처마 부여잡고 가까스로 내려가는데, 눈이 밟히는 소리가 귀에 자그락자그락 거렸다. 떠나는 사람은 둘도 없이 후련해 보였겄만 하필 눈이 와서, 눈이 자꾸 밟히는 바람에 소년은 한동안 걸을 수 없었다. 양철 솥을 발로 찼던 형제가 무릎을 꿇었던 그 곳에서, 조용히 인사 없이 떠났던 형제가 뒤돌아 봤던 그 곳에서 삐죽한 턱수염 한-두 올에 이젠 사내라 불리는 소년들이 발걸음을 멈췄던 그 곳에서 소년은 한동안 어제까지의 불행함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했다.

가난함이 불러온 여러 방면의 불행과 그것이 또다시 불러온 불쌍함의 연쇄 고리.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그 기억이라는 것이 다시금 소년을 움직이게 했다. 다시는 돌아보지도 돌아오지도 않으리라. 가난한 소년들은 그렇게 자신의 고향을 떠나갔다.
달동네 아래, 세상에서 소년은 어느덧 스물, 사내가 되어갔다.

 

사내를 써주겠다 하는 곳은 많았다.

세상 물정은 모르지만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젊음은 꽤 쓸 만 했다.

막노동이니 배달이니 미숙함은 싼 값으로 채우고 딱 죽지 않을 정도까지 뛰어다녔다.

돈이 뭐길래 이렇게 까지 하냐? 누군가 물었다.

스물쯤의 사내는 돈이 모든 것이라 했다.

판잣집, 그 지붕에서 물이 샐 적부터 뼈에 새겨왔다.

스물은 인생의 진리를 깨우치기에, 그 진리를 누군가에게 전하기에도 너무 이른 나이지만 사내는 많은 것을 이른 나이에 깨우칠 수 밖 에 없었다.

가난함이 불러 일으켰던 연쇄 고리, 그 굴레가 그에겐 고행의 시간이자 수행이었던 것이다.

돈이 세상의 전부다. 그 굴레가 선물해준 진리 앞에 사내는 많은 것들이 당연해져갔다.

사내는 내리 쬐는 여름에도 그늘 한 점 없이 뻘뻘 거렸다.

곱상한 도련님들 제 머릿속만큼이나 텅텅 빈 책가방 메고 다닐 적에도 한푼 두푼에 아등바등 거렸다. 그것이 사내가 생각하는 당연한 자신의 모습이었다.

매미 붙은 고목의 그늘 아래 내세울 것은 허여멀건 얼굴뿐인 계집애가 제 옆자리를 두들길 적에도 아랑곳 않았다. 되려 그녀를 한심스럽게 쳐다봤다.제 뜻대로 되지 않자 한바탕 얼굴 붉히는 계집애 말이,

“너는 뭐가 그리 잘났냐? 기껏해야 너는 짱깨고 잡부고 나는 함바집 딸이고 그런데 너는 왜 혼자 고고한 척이냐 말이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니 억지스레 사내의 품에 안기려 하는 꼴이 사내에겐 너무나 당연하지 못했다.

조용히 돌아가라 경고하고는 사내는 다시 여름 아래를 뛰어다녔다.

그러나 그 날 이후로도 끈질기게 조르는 계집애는 밥 좀 먹자, 커피 좀 마시자, 술은 어떠냐. 보는 사람이 다 징할 정도로 쫓아다녔다.

그 허여멀건 얼굴이 하루는 벌겋게 하루는 시퍼렇게 사내의 말 따라 시시각각 변해 가는데, 그러던 어느 하루는 얼굴 뿐 만 아니라 흰자까지 벌게진 채로, “나 이제 시집간다.”하는 것이었다. 사내는 그 동안의 만행에 진즉 그리 할 것을 왜 귀찮게 했냐 따져 묻고 싶었지만 그 계집애, 농협 아들에게 시집간다더라 하는 말에 그간의 정도 있고 잘 살아라 했다.

그 와중에도 사내는 눈 한번 마주치지 않은 채 인부들 잔심부름, 새참이나 꼭꼭 챙기려 애쓰고 있었다.

그 계집애 시집가는 날, 축의금은 못 줄망정 되려 품삯만 받고 왔다고, 모두가 독하다 독해 하나같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못 배워먹은 잡부 새끼가 뭘 알겠어?”

인생의 지리를 향해 가는 사람을 현자라 부르거늘 제 나름대로의 진리를 깨우친 사내는 제 이름으로도 불리지 못했다.

그러나 사내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컨대, 단 한 번도 이를 부끄러워 한 적 없었다.

결국 끝에 웃는 것은 저 하나뿐이라고 굳게 믿던 사내였다.

자신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곱상한 도련님들에게 그 진리로 향한 길을 금방 따라 잡히리라는 사실을 몰랐던 사내는 그때까지만 하여도 순수했던 것이다.

 

서른쯤의 사내는 돈만이 신뢰할 수 있는 것이라 했다.

사내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신뢰할 수 있다 믿었고 돈은 그의 눈에 보였다.

그래도 서른쯤의 사내는 남의 돈을 빼앗거나 도박을 하진 않았다. 그저 악착같이 모을 뿐. 양심이나 도덕 탓이 아니라 제 돈 소중한 만큼 남의 돈 소중한 줄 알았다. 세상의 전부가 돈이니 그만큼 소중히 다룰 줄 알았다. 이때까지만 하여도 사람들은 그에게 장난스레 돈벌레라 불렀다. 거지새끼가 잡부, 짱깨에서 돈벌레로 불리기까지 만도 20년의 설움을 거쳐야했다.

손에 쥔 것은 잘 놓치지 않았고 돈은 그 손에 점차 쥐어지고 있던 터였다. 이런 것이 돈이 구나 할 때 쯤, 돈 냄새 잘 맡는 또 다른 돈벌레 하나가 말했다. 그의 중학교 동창이었다.

“우리 사업 한번 같이 해보지 않으련?” 동창이어서가 아니었다.

앞서 말했 듯 눈에 보이는 것이 신뢰 할 수 있는 것이었고 동창의 초롱한 눈에서는 돈이 보였다. 그 검은 홍채 샅샅이 박혀있는 돈의 모양새는 사내에게 확신을 안겨줬다. 그러니까 중학교 동창의 호탕한 웃음과 그 보다 더 호탕한 성격, 대게 사람들이 반하는 그런 것들이 아닌 그의 검은 홍채. 사내는 전 재산을 그 검은 홍채를 믿고 걸었다.

사업이 어찌 마냥 순탄할 수만 있겠는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자신의 세상을 지켜보는 것은 사내에겐 고역이었다. 그럴 때 마다 동창은 호탕한 웃음과 함께 소주 한잔, 위로 한마디 건넸는데, 사내는 그의 검은 홍채를 보는 것이 백번 천 번 더 낫다 여겼다.

웃음도 소주 한잔도 위로 한마디도 전부 투명해 사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다.

“돈벌레 둘이 만났으니 뭐든 돈 나오는 일이면 술술 풀리겠지!”

가끔 지나치게 정이 많아 탈이었으나 돈벌레는 돈벌레였다. 동창은 제 검은 홍채를 따라 자신의 역할을 잘도 수행해 나갔다. 빳빳한 명함을 길거리에 뿌리며 사내는 그 때 처음 눈물을 보였다. 동창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 했지만 판잣집 거지새끼의 시작치고는 성대했다.

 

마흔쯤의 사내는 세상의 전부가 돈이라 했다.

사업은 호황이었고 어엿이 사장님 소리도 들었다. 미안하지만 운 좋게도 그의 동업자가 이 시점에 딱 죽어버리는 바람에, 유서 쓸 겨를도 없었던지 혈혈단신의 돈들은 다 사내의 것이 될 수 있었다. 흰 꽃으로 둘러싸인 채 호탕한 웃음을 짓는 동창을 배웅하며 사내는 혀를 몇 번 끌끌 차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가난과 기침 그리고 사내의 웃음은 숨길 수 없는 것이었다.

사실 그의 동업자에겐 3년 된 동거녀가 있었고 아이도 있나보지만 사내가 신경 쓸 만한 것은 아니었다. 몇몇 직원들, 개국 공신이라 불리는 자들이 도의를 따졌으나 결국 도의는 각자 해결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장례식장과 사내의 회사에 각각 흰 봉투를 보냈지만 그에 사내가 반응하리라는 생각은 오산에 불과 했다 사내에게는 그 또한 관심 밖의 일이었다. 차라리 사내에게 전해진 흰 봉투가 사직서가 아닌 조의금이었다면 사내가 반응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내는 사장님이었고 제 돈 하나 건사하기도 바쁜 몸이었다.

여전히 10원짜리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는 일이 없고 내리쬐는 여름 밑에서 뻘뻘 거렸다.

어떻게 보면 그는 초심 그대로 변한 게 없다만 이젠 아무도 그에게 거지새끼니 잡부니 심지어는 한 때 그가 칭찬으로 생각했던 돈벌레 따위로 부르지 않았다.

그에게 그렇게 부를 만한 사람이 더 이상 그의 주위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진리를 깨우친 지 어언 20년 만에 그가 비로소 현자로 인정받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모자랐다. 돈이 모든 것. 세상이 돈이자 돈이 세상인 이곳에서는 모자라는 것이다. 진리를 깨우친 것과 도통하다는 것은 확연히 다른 차이였다. 싸구려 넥타이를 대충 풀어헤치고 사내는 다시 여름을 뛰어다녔다. 제 목의 땀띠 또한 그에겐 관심 밖의 일이었다.

 

오십쯤의 사내는 돈이 세상이라 했다.

돈이라는 진리 앞에서 모든 것들이 용서 되는 순간,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조금이라도 돈이 나오겠다 싶으면 짓이겨 밟아서라도 쥐어짰다.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그가 어느 성직자의 엄숙한 표정으로 이 주문을 되뇌이면 다들 죽겠다하면서도 어디선가 돈들이 찔끔 나왔다. 하늘의 뜻이나 돈의 뜻이나 다들 맹신하는 세상이었다.

어디서나 사내가 회장님이라 하면 현자구나 했다. 단지 인생의 진리를 실천했을 뿐이겄만 여기 저기 한 수 좀 알려 달라 난리들이었다.

“돈이 다가 아니잖아요?”

어느 강단에 선 사내에게 스물쯤의 앳된 아이가 질문했다.

사실 질문이라기보다는 따지는 것에 가까웠다. 그 아둔한 스물쯤의 아이가 그의 고행과 수행의 시간을 송두리 째 부정했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스물쯤의 아이는 자신의 젊음을 예로 들었다.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라 했다.

사내는 이제 분노할 지경이었다.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억만금을 주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것들을 예로 들어 자신의 인생을 부정하다니.

사내는 이미 그 아둔한 젊음들을 싼 값에 사들이고 있었다.

백번 물러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 해도 돈으로 전부를 살 수 있었다. 살아보니 그랬다.

사내가 지금 서있는 이 강단만 해도 그가 거지새끼나 잡부, 짱깨, 돈벌레 따위였다면 오를 수 없을 자리가 아닌가. 결국은 모든 것이 돈이었다. 곱상한 도련님처럼 굴지만 그와는 큰 차이점을 가진 스물쯤의 가난한 아이의 질문에 그는 모든 것이 돈이라 답했다.

네가 태어나기를 억만금을 물고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네 젊음의 가치는 억만금이 아니다.

처음으로 그는 자신의 돈과 관련하지 않고 화를 냈다.

세상 물정, 인생의 진리 따위에는 관심 없고 이상적인 이야기나 지껄이는 베짱이는 사내는 가장 혐오했다. “요즘 애들은 다 저 모양이야?”

회장님, 회장님. 차츰 사내는 회장님에 걸맞게 고급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넥타이도 명품으로 턱턱 매었고 여름을 뛰어다니기 전에 고급 세단을 이용했다.

돈 있는 곳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다만 오십 줄이 돼서야 그는 쓰는 맛을 알게 된 것이다.

한여름 18°C의 고급 세단을 몰고 다니는 회장님. 안타깝게도 사내는 자신의 인생이 비로소 고급이라 생각하게 된 그 쯤 자신의 몸의 이상을 깨닫게 되었다.

이는 사내가 스무 살 때부터 혹은 그 전부터 꾸준히 사내의 심장에서 시작되어 그의 혈관을 데운 열기에 관한 것으로 여름마다 유난하다 했던 그의 더위가 단순히 여름 탓이 아니란 걸 18°C의 고급 세단에서 그는 깨달을 수 있었다. 사내의 운전기사가 한여름에도 얇은 파카를 입고 감기를 달고 살았던 이유가 눈에 보이면서, 그는 이 망할 더위를 의식하게 되었다. 허나 아직은 우선 순위가 바뀌지 않았음으로 특별히 뭔가 조치를 취한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는데 다만 사내는 이 후 병적으로 얼음을 섭취했다.

 

살날이 스무 날 쯤의 사내는 주름진 옛 기억을 회고하며 말했다.

살아보니 돈이 전부더라. 사내는 벌써 서너번의 찬물 샤워를 거친 뒤였다.

머리 위에서 내뿜을 땐 얼음장 같던 물이 그의 가슴팍정도까지만 흘러내려도 금세 데워지기 일쑤였다.

집안은 항상 최저온도를 유지했고 이제는 제 돈 뿐만 아니라 제 몸또한 건사하기 버거운 그가 유일하게 돈 쓰는 구석이란 더위뿐이었다.

“그래 북극으로 가자!”

순간 든 생각이지만 안 될 것도 없었다. 가진 것이 돈 뿐인 사내, 가진 것이 세상 전부인 사내는 저 북극의 얼음을 다 사들인대도 부족하지 않으리라. 노망났군. 뭐라 수군댄대도 역시 그의 관심 밖의 일이이었다. 사내 또한 여느 사람들과 다름없이 저 살날이 앞으로 언제까지인지는 몰랐으나 시원해지고 싶다는 갈망에 앞날에 대한 불안감은 뒷전이었다.

골수부터 피어난 열꽃, 혈관 하나하나 차오른 열기는 거의 그가 살아온 모든 날들과 동반했다.

돈이 전부라는 인생의 진리는 여전하나 이 일생의 더위를 사가겠다면 재산의 절반이라도 기꺼이 내 줄 용의가 있었다.

사내는 도의를 따며 떠난 개국 공신 대신 그 자리에 앉아 자신과 함께 회사를 일궜던 몇몇 이들의 배웅과 그들의 숨길 수 없는 웃음을 뒤로하고 북극으로 가는 비행기, 일등석 좌석에 몸을 뉘였다.

그러나 사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얼음을 물어도 채 가시지 않는 열기에 해와 가까이 맞닿아있는 지금 이 순간을 저주했다.

 

살날이 열아흐레 남은 사내는 극에 다다라서도 돈이 다라 했다.

북극의 얼음물로 목욕하는 사내는 저 하나 뿐 일게야. 이따금씩 빙산의 잔해가 곤두박질 치는 그 얼음물로.

돈 몇 푼이면 안 된다 말리는 사람도 없길래.

그래서

사내는 훌렁훌렁 옷을 벗었다.

찌는 듯 한 더위에 북극의 푸른 혈액으로 곤두박질 쳤다.

 

일흔 여덟의 노인네는 더워 죽겠다했다.

그의 주름진 손끝이 제 몸을 담근 그 푸른색으로 물들어도 더워 죽겠다했다.

그는 제 일생의 더위를 사간다면 전 재산을 주겠노라 했지만 감히 현자의 심장을 빼내갈 용자는 없었나 본지. 그의 주름진 심장이 요동칠 때마다 도는 혈액과 함께 열기가 또 다시 울컥 그의 혈관, 그의 몸 곳곳을 데웠다.

더워죽겠다. 이 놈의 심장은 곧 죽어도 뛰겠다며 그를 괴롭혔다.

홀로 북극의 얼음물에 덜렁 빠져있으면서 일흔 여덟의 노인네는 그제야 혹시 싶었다.

살고 싶어 뛰는 심장이라면 그를 이 사지에 몰아넣지도 않았을 것이다.

죽을 날 세는 것이 빠른 노인네의 심장이 뛰는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여름의 그늘 한 점이, 자존심도 없던 그 계집애가, 친구의 검던 홍채가, 마지막 도의가,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내 심장을 때려왔구나.

억만금으로 얼룩진 자신의 인생을 보며 사내와 노인네, 그들은 억울해서 엉엉 울었다.

태어날 적이나 길거리에 제 명함을 뿌렸을 적과 비교할 수도 없이 엉엉 울었다.

억만금을 쥐었지만 억만금의 가치는 지니지 못한 자신의 젊음을 노인네는 되돌릴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이 흘린 땀은 정직했다 항변했지만 싼 값에 사들인 젊음 역시 이제와 되돌려 줄 수 없는 것이었기에..

어쨌거나

늙은 노인네의 열기는 이따금씩 빙산의 잔해가 곤두박질치는 북극의 얼음물 그 밑바닥으로 그렇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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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월 25 일 전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아마도 핵심 주제는 노인의 더위인듯 싶네요. 하지만 제가 부족한 탓인지 더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젊은 날의 열정인가요?

1 개월 20 일 전
* "막노동이니 배달이니 미숙함은 싼 값으로 채우고 딱 죽지 않을 정도까지 뛰어다녔다." – "미숙함을 막노동이나 배달 같은 싼 노동력으로 때우며 딱 죽지 않을 정도로 뛰어다녔다." : '막노동이니 배달이니 미숙함'이라는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지만 문장 만으로 보면 모호한 표현입니다. 소설의 문장은 분명하고 구체적인 것이 좋습니다. * "사내는 내리 쬐는 여름에도 그늘 한 점 없이 뻘뻘 거렸다." : 뻘뻘 거렸다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 표현인데요, '뻘뻘'은 땀이 걷잡을 수 없이 많이 나는 모양을 이르고 '거리다'는 접미사로 어떤 소리나 동작이 되풀이되거나 지속되다의 뜻을 더해 동사를 만드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뻘뻘거리다"가 맞겠죠. 그렇다면 이 문장은 "사내는 내리쬐는 여름에도 그늘 한 점 없이 뻘뻘거렸다"는 의미인데, 주어인… Read more »
16 일 4 시 전

약간 탁한 분위기?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몰입력이 엄청난 글 같아요. 읽을 때 눈을 못 떼겠더라고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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