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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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나는 독후감에서 퇴보하고 있는 것 같다. 일 년 전 글과 올해 글을 비교해보니 일 년 전 글이 더 뛰어나 보인다. 수필에서 실력이 향상된 것 같아도 내가 좋아하는 독후감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어려운 한자말만 더 활용하게 됐지 알맹이는 텅텅 빈 것 같다. 무엇보다 예전의 '읽고 바로 쓰기' 능력이 감소했다. 예전엔 감명 깊은 책을 읽고나서 머릿속에 영감이 떠올라 바로 썼는데,(끝내고 나면 결과가 좋게 나와 뿌듯했다) 지금은 그 기운이 휘발된 것 같다. 재미있는 책을 읽지 않아서인가… 며칠 전에 쓴 장정일 독후감도 성에 차지 않는다. 너무 대충 써서 그런가.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내 독후감은 죄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내용은 별 거 없었던 듯하다. 어디서 발굴한 한자말만 그럴싸하게 집어넣고 동생 말대로 '있어 보이는' 것처럼 꾸몄다. 나는 그 책들을 통해서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 무언가 화두를 던지려 했다 해도 다른 이가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동물농장>도, <서울역>도. 나만의 관점으로 성찰한 책(또는 영화)이 한 권이라도 있었던가? 나를 비판하거나 비관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간과하고 있었는지 반추해볼 뿐이다. 이 글이 부정적으로 보인다면 나 자신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 어떠랴. 나에게 시간은 많다. 지금 알면 지금 쓰면 된다. 지금이라도 제대로된 독후감을 쓰면 된다. 독후감뿐 아니라 다른 모든 글도 매한가지다. 생각하자. 어떤 글을 읽고 어떤 글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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