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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아껴듣고 사랑하는 팟캐스트 지대넓얕이 끝났습니다. 이 방송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저는 일년 반 정도 지대넓얕을 들어왔습니다. 중1 겨울방학 때,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평대에 놓인 이 책을 읽었고, 같은 이름의 팟캐스트를 접했습니다. 아주 우연한 선택으로 집어 들었던 책과 팟캐스트가 일년 반 동안 서서히 스며들듯이, 제 삶을 바꿔놓았습니다.

고요한 밤, 또는 아침에 이불 속에 파묻혀 베개를 끌어 앉고 이어폰을 꽂고, 네 사람의 수다를 듣고 있으면 가슴이 너무 벅찼습니다. 좋아하는 책 마지막 장을 덮고 책을 끌어 앉고 있을 때의 기분, 이랄까요.

나는 왜 이 방송을 좋아하는 걸까 생각해봤습니다. 네 사람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아서.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하던 제가 멈춰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이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처음 생각하던 즈음, 이 방송이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으니까요. 지대넓얕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괜히 혼자서 실실 웃고 있었죠. 친구들이 아이돌 좋아하듯이, 저는 지대넓얕을 좋아했습니다.

 

그런 지대넓얕이, 오늘 마지막 방송을 했습니다.

 

저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죽음에 대해 의식적으로 떠올려보려고도 했지만, 제 선천적인 기질이 그런 건지, 별로 궁금하지 않더군요. 그렇지만 소중한 사람이 죽는 것, 떠나가는 것,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가는 것,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큽니다. 저는 하루하루 날짜가 바뀌는 것이 싫습니다. 저는 전학이 싫고, 학년을 올라가는 게 싫고, 졸업이 싫습니다. 저는 곧 고등학생이 된다는 게 싫습니다. 새로운 변화는 저에게 설렘이라기보다는 두려움입니다.

 

그래서 제가 도서관을 좋아하는 걸까요. 그곳은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은 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익숙한 고요와 책 냄새. 책은 영원합니다. 사람은 세상에 잠깐 왔다가 가지만,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남만 있고 헤어짐은 없죠.

 

도서관이 있고 책이 있다는 것이,

그리고 내가 언제든 반복해서 다시 방송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 위안이 됩니다.

 

얼마 안 있으면 중학교 생활이 끝나겠지요. 익숙해진 교실의 공기와 학교를 떠나겠지요. 모든 것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겠지요. 저는 그동안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팟캐스트를 들을겁니다. 흘러가버리는 시간을 최대한 붙잡아보려는 저의 노력입니다. 아끼는 사탕을 한알한알 까먹듯이, 저는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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