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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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을 잃고 투명하게 남아
손 끝으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고요

 

긴 기다림을 응축해 만든 침묵
다리를 잃은 새끼 고양이의 낮은 숨결

 

무릎을 굽힌 지붕, 식어버린 자세
작은 발자국들이 찍혀 있는 폐허를 떠올린다

 

뼈대 안에 상한 물이 담겨 있다

 

투명 위에 미묘하게 이슬이 맺힌다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내두를 수록 더 끈적하게 엉키고

 

소리가 없는 것들은 어떻게 울까

 

냄새도 소리도 형체도 감춘 채
지나치는 것들을 보내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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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월 3 일 전

거미줄이 빈집의 연상케합니다. 끈질기게 기다리고 걸려든 것은 보내주지 않는 빈집이죠. 시적대상을 잘 표현해낸 듯해요. '기다림을 응축해 만든 침묵'은 표현이 맘에 듭니다. 전체적으로 인상을 남기는 시여서 좀 더 공을 들여 퇴고를 한다면 좋은 시가 될 가능성이 있어요. 일단 시작과 끝을 봤을 때 '주인을 잃고'도 살아 있는 듯한 거미줄이 '지나치는 것들'을 보내줄 수 없는 현실에 집중해 사유하는 게 좋을 듯해요. '페허' '상한 물' '냄새도 소리도 형체도 감춘 채' 등으로 이어지는 게 좋은데 '새끼 고양이의 낮은 숨결'은 다소 모호하고 '미묘하게 이슬이 맺힌다'는 것은 사족으로 다가와요. 오히려 '기다리는 것'에 대한 간절한 이유를 느낄 수 있는 이미지를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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