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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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존재는 내부입니다 검은 색입니다 나는 나의 뒤를 모르는 힘으로 존재합니다 내가 품었던 모든 계절들은 전부 어디로 흘렀습니까 궁금해 하지 않겠습니다

 

무엇을 먹거나 뱉어도 부풀거나 쪼그라들지 않습니다

 

나를 향해 길어지던 손가락 나는 그림자를 늘리며 놀고 있습니다 나를 향했던 모든 하얀 손은 나를 향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당신은 그가 필요할때 나를 찾습니다

 

계절의 정거장. 검은 색. 귓속말의 발자국이 찍힌다

 

나의 입은 부정의 표정이 없습니다
열매를 던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위치는 항상 같은 어둠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나를 훑습니다

 

나는 붉은 색이 아닙니다 검은 색입니다 나를 붉은 색으로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하나의 이름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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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월 21 일 전
마지막 문장이 인상 깊어서 댓글 남겨요. 일단 "우체통의 감정"이라는 제목이 너무 좋았어요. "나의 존재는 내부입니다"라고 시작하는 첫 행도 그런 의미에서 잘 와 닿았구요. 시가 전개되는 방식이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가 진술이 많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진술들을 받쳐주는 이미지들이 생동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당신은 그가 필요할 때 나를 찾습니다"라는 문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더 좋았네요. 시가 객관성을 띄고 있지만 치밀하게 표현되는 움직임이 주가 되어서 좋았어요. "우체통"이라고 할 때 "계절의 정거장"이라고 나타낸 문장도 좋았구요. 끝없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과정 속에서 시가 구축되는 움직임이 안정적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조금 더 내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신"과 "나"그리고… Read more »
1 개월 21 일 전

저는 이제 우체통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 누구도 편지를 우체통에 넣지 않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우체통의 감정'을 봤을 때 반갑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어요. 우리에게 우체통은 잊혀진 존재니까요. 생동감 넘치는 진술은 우체통의 사유로 느껴질 만큼 강렬했어요. 진술의 설득력이 있고 집중도가 높았으나 한편으론 처연했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우체통,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외로운 우체통이 느껴져서 입니다. 4행 '계절의 정거장. 검은 색. 귓속말의 발자국이 찍힌다'는 종결어미가 다른데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지문(地文) 같기도 하네요. 그리고 '별처럼 서있습니다'는 항상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스스로 빛난다는 의미 같은데 '~처럼'의 직유를 자제하면 표현이 더 적확해질 수 있으니 고민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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