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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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종이 쳤다 삼교시가 시작했다

중얼중얼 교과서를 외우는 목소리들이

잦아들고

 

정적

숨막히는 침묵

흑연이 종이에 갈리며 지르는

속삭이는 비명이 이명이 되어 귓가에 맴도는데

 

사각사각사각사각

문제를 풀어 제한시간 내에

숨을 죽이고 고개를 숙이고

사각지대를 경계해 뒷자리의 괴물이 네 답안지를 넘볼지도 몰라

 

다섯개씩 스무 줄 깔끔하게 정렬된 눈알들이 날 노려본다

하얗다 하얗다 하얗다

새하얗다

온통 하얗다

이건 내 머릿속이니 아니면 내 답안지니

 

다섯

종이 친다 3교시가 끝났다 내 미래도 끝났다 인생 종쳤다

나는 울었다 아니 울지 않았다 울 수 없었다 손이 떨렸다

애들이 웃었다 답을 맞췄다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오지선다형이었다 다섯 중에 하나 가끔씩 둘 이십퍼센트 확률이었다

내 답안지는 동그라미였다 완벽한 원형의 내부에 숫자가 든

동그라미

텅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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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월 21 일 전

3교시 시험을 보는 장면과 시적화자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재밌게 봤어요. '내 답안지는 동그라미였다 완벽한 원형의 내부에 숫자가 든/동그라미/텅 빈' 마지막 구절이 좋았어요. 동그라미에 대한 인식이 잘 드러났으니까요. 하나~다섯까지 동그라미의 다섯 문항처럼 시간 순으로 나열해놓은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과장된 표현들과 직접적인 표현이 아쉽기도 합니다. 시적정황이 실감나게 표현된 부분들이 좋은데 '뒷자리의 괴물' '눈알들이 나를 노려본다' '하얗다~' '내 미래도 끝났다 인생 종쳤다' '나는 울었다~' 등등이 너무 감정을 드러낸 게 아닌가 싶어요. 보다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타인의 시선으로 시를 찬찬히 읽어보세요. 조금씩 덜어내면 시가 더 좋아질 듯해요.

29 일 20 시 전

정말 재미있는 시인거 같아요! 시험치는 모습을 이렇게 시로 나타낼 수있다니! 저의 표현력이 많이 부족함을 깨닫고 갑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 예쁜 소낙님의 시 기대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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