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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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맺고 끊는 게 확실치 않았다. 그것이 사람 관계에 있어서든, 자아에 있어서든 언제나 두리뭉실하게 흘려보냈다. 그렇게 행복만을 쫓다 나는 한없이 가라앉는 배를 탔다. 그저 한없이, 그지없이, 끝없이, 그렇게 나는 가라앉고만 있었다.

살면서 속좁은 사람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을 지도 모르는 것이지만서도, 나는 정이 많은 성격이었다. 거절은 속에서 차오르는 한숨과 함께 하지 못했다. 싫은 소리를 누가 잘하겠냐만은 나는 나로써 회피했다. 나는 의사표현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옷을 고를 때, 저녁 메뉴를 고를 때, 좋아하는 음악을 고를 때. 나는 항상 얼버무렸다.

나는 어쩌면 나로 산 적이 없는 것이 아닌가. 나는 언제나 내가 아닌 행인으로 산 것이 아닌가. 끝없는 의문과 함께 한 배신은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다. 펑펑 우는 것이 속 편하다며 흔치 않은 울음을 속으로만 삼키는 걸 죽어도 싫어하던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슴 깊이 넘겼다. 사람 관계에서는 어째서 배신이 필요할까 하는 증오는 나 혼자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었다. 나는 나였던 적이 있었는가. 나는 나의 삶을 산 적이 있었는가. 나는 내 자아를 지켜낸 적이 있었는가. 나는 나의 삶을 방관했다.

나는 범죄자이다. 나는 그렇게 아파했음에도 피해자의 신분은 될 수 없었다. 그 아이가 나를 어떻게 배신했던, 나에 대해 어떻게 지껄였던 나는 한평생을 피해자로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하루 하루 나를 죽여만 갔고 나는 결국 배를 탔다. 내가 나였다면 나는 조금 더 불행하지 않은 나를 마주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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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월 5 일 전
황혜정 님의 「내가 나였다면」 “나는 나의 삶을 방관”한 범죄자라는 말이 아프게 다가와요. 모두에게 친절하게 맞추다 보면 어느새 ‘나’라는 사람이 사라져버린 듯한 느낌이 들게 돼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가 인생의 가장 빠른 순간입니다. 사십, 오십이 되어서까지 ‘나’를 뒷전에 두고 남에게 맞추느라 기진맥진하는 이들도 많아요. 지금부터 황혜정 님 스스로 변하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어요. 원치 않는 일, 싫은 일에 “싫어.”라고 답하려 노력해보세요. 처음이 가장 어렵고, 그다음부터는 점점 쉬워집니다. 작은 변화가 쌓여 삶에 큰 변화를 만듭니다. 이 글에는 불명확한 표현이 많습니다. 주의해서 문장을 수정해주세요. 나는 어쩌면 나로 산 적이 없는 것이 아닌가. 나는 언제나 내가 아닌 행인으로 산 것이 아닌가. 끝없는 의문과…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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