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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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집에서 교원 능력 평가하고 싶다 하거든. 비번 좀 가르쳐줘."
쌤! 숨 쉴 시간은 주셔야죠. 저도 코가 있는 엄연한 사람입니다!
"그럼 내가 찍어서 반톡에 올려줄게."
급 당황. 반톡 안 하는데… 쟤(친구들이 붙여준 별명 아닌 별명)한테 말하기 쪽팔린 순가
"그건 안 돼. 개인정보잖아."
쌤 사랑해요.♡ nice 상황 catch!
쟤가 외투 안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는 동안 나는 부끄러운 듯 (지금과 다르게 초딩 때 남자애들 패고 다녔음. ㅡ ㅡ)쟤를 쳐다봤다. 큰 키에(150도 안 되는 나보다 크니깐.) 순한 얼굴(아무리 첫사랑이라 해도 잘생겼다고 하기엔… 쩝.), 마른 체형을 보고 있자면 멀쩡히 서 있는 게 감사할 정도다.
"음, 이걸 외워야 돼? 내가 쓸게, 잠시만."
빛의 속도로 포스트잇과 샤프를 들고 와 물었다.
"음, 뭐 써야 돼?"
"네가 몇 번이지?"
아무리 친구들이 눈치를 줘도, 아무리 계속 쟤를 쳐다봐도 나한테 관심 없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너무 슬프다. 난 네 번호 아는데… ㅜ ㅁ ㅜ
"1번."
언제 왔는지 정☐■이 (쟤 친구 ㅡ ㅡ)옆에서 알짱댔다.
"2번이거든." (찔려서 그러는데 키순은 아님)
"아, 그래?"
어, 그래. 정☐■, 니랑 있으면 이상할 정도로 편해져서(3년 연속 같은 반)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고. 다른 앤 몰라도 쟤 앞에선 절대 사양이야. ㅜ ㅁ ㅜ
"이거 쓰면 돼."
고마워, 송♡♥~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 잠만, 나 글씨 날려 쓴 거 쟤도 봤을 거 아냐? 안 돼~ ㅜ ㅁ ㅜ
"이거만 치면 돼?"
"응. 교원 능력 평가 들어가서 하면 돼. 학교 홈페이지에도 있고."
정☐■이 이렇게 말했으면 나도 안다고 말했을 테지만 쟤가 말해주니 너무 친절 서비스다. 고마워, 송♡♥~ 사실 짝이었을 땐 얘기도 많이 했는데 자리 바꾸니 이게 최근 얘기가 된다. 슬프네…
동생 데리러 간다고 바빠 보였는데 내가 너무 시간 끌었나? 내일 물어도 됐었는데 왜 이제 깨달은 건지, 그 핑핑 잘 돌아가는 뇌를 요런데다 좀 써보지. ㅜ ㅁ ㅜ
"○●이 좋겠네."
질투 날 정도로 쟤랑 잘 지내는 친구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그렇다고 친구가 쟤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어떻게 저런 앨 좋아할 수 있어?" 말하는 애니깐. ㅡ ㅡ) .
그리고 뒤이어
"역시 너도 안 되는구나."
'짝사랑' 선배다.
"너 포기한다며. 이게 포기한 거야?"
자, 자. 상황 설명 들어갑니다. 제가 쟤를 좋아한지 한 학기 가 다 되었는데 너~무 고맙게도 몰라주더군요. 혼자 쌩쇼하는데 지친 전 친구들에게 포기 선언을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상 복기 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나 얼굴 빨갰어?"
"응."
허걱! 설마
"티는 안 났지?"
"아니, 엄청 티 나던데. 아까 쌤이 쟤 불렀을 때 니 엄청 당황하던데."
"그래도 감사한 건 예전에 비해 나아졌다는 거지."
이거 은근 뿌듯한데?
"어딜 봐서?"
"좀 자연스럽지 않았어?"
이 질문에 마지막 희망을…
"아니 전~혀. 어색하던데."
하하. 뭐, 괜찮아. 쟤는 아직도 모르는 것 같던데, 뭘.

음, 그 뒤 어떻게 됐냐고요? 어떻게 되긴요. 설레면서 손 몇 번 잡고 끝냤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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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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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 40일째. 모래시계에 갇힌 듯한 갑갑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다.  원인은 콩알처럼 작은 것에서 시작 되었다.

"안녕?"
내가 먼저 다가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친구는 내가 투명 인간인 것처럼 무시했다. 등굣길이라 기분이 안 좋았다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친구의 표정이 평온했다. 같이 걸으면서 곁눈질로 친구를 바라본다. 나보다 조금 큰 키에 하얀 피부를 가진 여자애. 착한 성격과 귀여운 글씨체를 가지고 있는 그 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지만 가장 싫어하는 친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찾지 못했다. 다만 죽이 팔팔 끓듯 내 마음도 팔팔 끓을 때가 있었다. 나는 결국 그 불을 끄지 못하고 친구한테 절교를 선언했다. 목소리 들으면 마음이 흔들릴까 일부로 문자를 보냈는데 돌아온 대답은 "미안해." 분명 내가 원했던 일인데 독립 선언을 낭독하는 것처럼 기뻐해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마음이 뒤섞였다. 그래도 우리 둘은 자존심 때문에 서로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겨울방학이어서 친구 얼굴을 볼 일은 없었지만 하루하루가 숨을 못 쉬는 우주에 온 것처럼 답답했다. 나는 친구가 그리워서 자연스럽게 친구랑 문구점에서 같이 샀던 베프 프로필을 꺼냈다. 거기엔 친구가 붙여준 다람쥐 모양 포스트잇이 있었다. 그걸 보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한 때 친구의 별명이었던 다람쥐. 거기엔 친구가 써준 글이 적혀 있었다.
'Best Friend
Believe 항상 서로를 믿고'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비밀 일기장을 친구랑 1년 동안 열심히 썼다. 좀 두꺼워서 다 쓰지 못 하자 고맙게도 내가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 친구한테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물을 받게 되자 답례로 주었다. 나는 그때 그 선물처럼 먼저 다가와 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예전처럼 친구 따위 믿고 싶지 않았다.
'Enjoy 같이 즐길 수 있고'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를 처음 만났다. 그때는 반 친구로서 지냈는데 우연히 5학년 때 동아리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북 아트'라는 재밌는 활동이었는데 우리는 대화의 꽃을 피웠고 그 후로도 계속 같은 꽃을 키웠다. 그런데 나는 그 꽃을 꺾어 버렸다. 무참하게.
"띠링."
친구한테 텃밭 동아리로 끌려간 적이 있다. 시험 끝난 날이라 집에서 좀 뻗으려 했더니 도와 달라고 SOS 신호를 보낸 것이다. 솔직히 피곤해서 가기 싫었지만 '베프니깐 용서해야지, 뭐." 생각을 하며 따라 나섰다.
갑자기 메시지가 와서 확인해 봤더니 이런, 베프가 보낸 거였다. 바로 옆에 있는 데도 보내다니 역시 베프 다웠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Thanks 서로에게 감사하며'
내 방 창고 안에는 보라색 상자가 덩그러니 있다. 땡땡이 옷에 귀여운 리본 모양 머리띠를 한 그 상자는 6학년 때 친구가 "생일 축하해"라며 선물로 준 것이다. 안에는 각종 학용품이 들어 있었는데 손으로도 그 무게가 무겁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걸 학교에 들고 오려고 어깨가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이 절로 든다. 그건 내가 받았던 친구 선물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아했던 선물이다.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선물과 독특한 편지를 받았다. 덕분에 나는 친구 생일 선물을 준비하느라 분신술이 필요할 정도로 바빠졌지만.
'Feel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고'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다. 친구 방에 있는 조그만 책꽂이에 내 눈에 띄는 게 있었다. 깔끔한 표지의 새 책이었다. 그 책을 읽고 싶었지만 친구가 책을 읽고 있었는지 표시를 해두어서 감히 말을 못했다. 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친구가 선뜩 그 책을 나한테 빌려 주었다. 책 재미없나? 싶을 정도로 선뜩 빌려 주었다.
'Respect 서로를 존경하면서'
존경? 왠지 어른들한테 쓸 단어 같아 당황스러웠다. 국어사전에 찾아보니 '높이어 공경함'이라 써져 있었다.
"드실래요?"
장난치기 위해 썼던 그 말이 어쩌면 존경에서 우러나온 말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날 처음으로 생각해 본다.
'Idea 떨어져 있어도 생각하고'
"어제 친구 관련 TV를 봤는데 네가 생각나더라."
오글거리는 말일지 모르지만 나는 친구에게, 친구는 나에게 그 말을 들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고리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꿈에서도 나타난 게 아닐까?
'Excuse 잘못을 용서하고'
생각해보면 친구랑 나는 크게 싸워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에겐 싸울만한 주제가 없었고 사소한 일들은 그때그때 잘 넘어갔다. 그랬기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용서했는지도 모른다.
'Need 서로를 필요로 하고'
"나 너무 힘들어."
힘들었을 때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안식처가 되어 준 친구. 포기하고 그대로 엎어지고 싶었지만 친구가 있기에 나는 그럴 수 없었던 것 같다.
'Develop 서로의 장점을 개발해 주는 사람'
"만난 김에 책 추천 좀 해줘."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만난 친구. 그리고 대답을 원하는 나.
이게 바로 서로의 장점을 개발해 준다는 의미겠지?
마지막 남은 음료수 한 방울을 마저 마시듯 나도 마지막 용기 한 방울을 마셔 버렸다. 베프 프로필을 덮고 내 손에 든 건 휴대폰.
"지금 만나자."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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