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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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영원한 고통인가, 영원한 해방인가.
따뜻한 안식처인가, 차가운 도망자의 시선인가.

왜 00 못하는가
아직 남은 삶에 대한 미련 때문에?
아니오. 남은 삼에 미련이란 고통에 무뎌버린지 오래요.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것 들에 대한 미련 때문에?
아니오. 힘들게 쌓아온 것도 그저 쌓여진 고통 앞엔 여느 모래등과 다를 것 없지.
그럼 대체 무엇 때문에 00 못하는 것이요?
두려움 때문이지. 남아질 것들에 대한 두려움.
남아질것들은 무뎌지지도 쌓이지도 않지.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영원.
00은 영원을 이길수 없어

하지만 영원을 이길수 있는것도 00 뿐이지

00을 달라 00게 쉬웠다면 수천번, 수만번도 더 00겠지
00을 달라 00을 달라 00을 달라 00을 달라
신도 악마도 존재하지 않는 나의 삶에
마지막 축복을 내려라 00을 달라

난 삶에 자비를 바란적도 따스함을 바란적도 없소
아니 아니지, 항상 내 삶은 어두운 진흙탕 속에서 빛났으면 했어
나는 한시라도 두려운적도 아쉬운적도 없었소
거짓말이지, 매일이 두렵고 악몽속이였어
마치 낮을 쫓는 맹인처럼
빛조차 어둠으로 밖에 보이질 않으니

아, 제발 나에게 00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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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관 히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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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다.
보충수업 후 식지 않은 패딩 속 핫팩처럼
뜨거운 바람이 눈을 계속 깜빡이게 만든다
뜨겁다.
퇴근 후 재 떨지 않은 담뱃불 처럼
뜨거운 바람이 내 살갗을 긁는다
뜨겁다.
데이트 후 지나지 않은 크리스마스의 저녁처럼
뜨거운 바람이 내 정신을 아득히 보낸다
뜨겁다.
수능 후 마르지 않은 자책의 눈물처럼
뜨거운 바람이 목을 졸라맨다

턱 하고 숨이 막힌다.

아무도 먼저 자리를 빼지 않는 것을 보니,

우린 아직 뜨거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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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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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하얗게 새어버린 것이 나와 같다.
너도 아마 목도리를 두른 소녀를 보기 위해
이 추운겨울을
하얗게 새어버렸겠지

눈, 바람에 두서없이 흩날리는 것이 나와 같다.
너도 아마 주어지지 않은 것 들을
넘치게 안으려다
두서없이 흩날렸겠지

눈, 비 아니 비, 눈
힘이 없는 내 손가락을 막아버린 것은 비
힘이 그득한 내 눈을 막아버린 것은, 눈

눈,
소녀도 늙은 노인도
주어지지 않은 것들도 주어진 것들도
영원함도 영원하지 않은것들도
젊음도 오늘도
다 눈 이다.

겨울, 가없이 멋지고 쓸쓸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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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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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둡다,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시멘트 바닥의 나락처럼
번뇌 고민 방황 그 모든것 들이 연기처럼 뒤엉켜
그득 그득 무거워져 내 발목을 잡아 당기는것이
그래, 추악하기 짝이 없구나
부끄럽기 짝이 없구나

나를 잡아먹을듯이 큰 널 억지로 내 뒤로 우겨넣으며
아무리 빛을 향해 달려도 사라지지 않는 널
나는 그저
바닥으로 잔잔히 가라앉아 주어라. 고요해져라.
더는 요동치지마라. 일렁이지 마라.
그 모든것 들에 달려 필사적으로 숨어라

넌 그렇다고 작아지진 말아라
꼭 우리를 죽여야만 완벽하게 살아지는것은 아니니
아무 일 없다는듯 막을내린 어제의 밤 처럼
없어지진 말아라

그리고 그 어둠속에 영원히 살아 외쳐주어라
아직 우린 존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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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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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니까
그제는 그저 마른모래가 되어 날아가고
어제는 그저 떨어진 꽃잎이 되어 날아가고
또 나의 과거는
한낱 낙엽과 같이
부서지고 으스러지고 그렇게 사라진다
꽉 끌어안아도 품 새로 새어나가는 것들이
그저 허망하고 원망스러워서
마냥 떨어지는 눈물로 웅덩이를 만들고 있을때면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향기에

눈을 뜨니까
나의 내일은 거기 있었다
날아간 그제가 모여 단단한 땅을 이루면
시들어 떨어져버린 어제가 씨를심고
부서져 으스러진 나의 과거는
그 전부의 거름이 되어
웅덩이옆 아름다운 정원이 되어있었다

나의 미래는
그렇게 아름다운 정원속 나무로
그 모든것들에 의지해 새푸른 잎을 내고

가만히 불어오는 바람 그것이 내 삶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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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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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따라 절절히 흐른 눈물이 말라 그것이 되었을까
아니면 그때 그 실패,
아니면 그때 그 좌절,
아니면 그때 그 무너짐,
아니면 그때 그 끝없이 밀려오던
파도처럼 강하게 내리치던
태풍처럼 강하게 몰아치던
한없이 강하게 나를 저 끝으로 밀어내었던

움켜쥐려하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가루가
하얗게 나를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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