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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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살 속에 안방이 있고
문을 열면
네가 서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그 방 한가운데에 내 요람이 있을 거고
너는 분유를 탄다 나는 그곳에 눕고 싶다고 생각한다

 

첫 기억은 컴퓨터 앞에서 혼자 밥을 먹는 장면
몸을 최대한으로 웅크려도 나는 내 몸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내 안에 있는 것은 전부 나보다 작았고
나는 너의 뒷모습도 본 적이 없다
네 품이 내 안에 있다

 

나는 내 안의 안방에 들어가기 위해 내 몸을 카피했다
나는 나의 흉부를 절개했다 그리고 나를 분석하고 조립했다
고등학교 1학년 방과 후에 공부를 하던 때의 일이다
갈비뼈를 벌리고 안방의 문을 연다
그곳에 머리를 넣고 나는
모성애를 느낀다

 

어른이다 젖을 빨아본 적 없이,
라면을 끓이듯이
분유를 탄다 꽤나 맛있다
분유를 타듯이
삶을 산다 그래도 나는
한 번도 엄마를 원망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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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예대 1차 붙으신분 면접 팁 좀 부탁드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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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은 생전 처음에다가 아무런 정보도 없네요 ㅠ 과외쌤도 면접은 잘 모른다고 하시고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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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대답했다
"선물할거에요"
종업원이 물었다
"좋아하는 사람인가봐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눈이 내렸다 그는 걸었다 허공에 말을 걸기 전 상황처럼 걸었다 없는 길을 따라 걸었다 없는 그녀에게로 갔다 무덤 앞에 꽃을 내려놓았다 눈은 문득 내리다가 문득 그의 손바닥 위에 불투명하게 쌓였다 꽃향기는 그가 아직 갈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갔다 그의 양말이 젖었다 그의 몸이 하예지고 있었다 그는 눈에 묻혀 녹고 싶다고 생각한다 손 위에 쌓였던 눈이 투명하게 녹았다 그는 피어오르는 입김을 잠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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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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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게밑에 몰래 입김을 감춰두기로 했다 우리는 자물쇠를 잠갔다 입김이 각자의 심장에 돌맹이로서 박힐 때 까지 잊지 않기로 했다 목이 축축했다 손을 찢으며 안녕의 기분을 표현한다 눈코입을 모두 닫았다 네가 나의 어둠 한 가운데에 서있었다 나의 어깨가 둥그래져간다 눈물에 몸을 풀어 저으면 몸이 투명해졌다 발목을 뜯어 입김에 던진다 내 몸의 절반을 잘라 입김에 던진다 투명하게 뼈대를 쌓아올리면 네가 완성될까 상처 사이로 네가 모두 빠져나간다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죽은 네가 나의 머리를 쓸었다 괜찮다고 말했다 너는 나의 바깥에서 살아있었구나 네가 나를 부축한다 나는 앞으로 걸어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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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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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아줘
이대로 집으로 들어가진 않을 거야

 

먹구름에 스미는 비둘기
새벽 4시가 되면 울릴 자명종
선생이 뱉은 침을 얼려놓은 것을 사랑이라고 쓰던 때
억울했지
누가 너의 하얀 깃털에 침을 발랐지? 누가 너의 막태사탕을 빨았지?

 

물구나무 떡두꺼비
그놈들이 씹던 껌을 이빨 사이에 끼운다
세계로부터 나를 가둔 뒤에
탄환을 입에 물테지

 

올라간다
없는 층을 누르며
증발한다
더 올라갈 거야
건물이 터져버릴만큼
재가 도시를 빨아들일만큼

 

기억해?
검은 파도가 우리의 조약돌을 녹이고
휘젓다가
흘러버린
그날
긴장하지마
이건 겨우 어금니에 불씨를 감춘 자의 메롱

 

두더지처럼 하늘을 팠지
눈을 감고
상공에 매달려 있는 어린 시체들
사이 연민의 감정을 뒤로 한 채
나는 줄을 놓지 않을게
웅덩이에 치마 끝단이라도 적시지 않을게

 

나는 화염
나는 불타오르는 마차
돼지에게 내 발목을 던져주며
돼지에게 내 그림자를 찢어주며

 

도시에선 나의 심장이 내릴테지
폭우가 되어 온 도시를 태워버릴만큼
나의 실핏줄 마디 마디에서 울리는 노래가
번개로서 학교를 잠식시킬만큼

 

모든 층을 지우며
모든 층을 지우며
책갈피를 찢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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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꿈이신 분들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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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인이 꿈이에요 저와 꿈이 같은 사람이 있다면 반가울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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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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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이 투명하게 우리의 다리를 물고 갔다 검은 개들이 우리의 다리가 되어준다 개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사탕… 달콤한 달… 시동을 거는 장난감들 이것은 아름다움과 슬픔을 조합해 만든 엿 우리 가족은 모두 넷이었고 모두 절름발이가 되어 검은 개들에게 업혀다녔고 그때마다 우리가 느낀 삶의 아름다움… 정과 사랑 하수구에서 흐르는 핑크빛 솜사탕들 댐에는 우리들의 팔다리가 둥실둥실 떠다니고 나는 검은 개들과 함께 사료를 먹으며 영화를 보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지 마치 공기에 내 몸을 싣듯이… 그리고 우리의 뒤로 피가 줄줄 흘렀어 아마 그것은 붉었겠지만 검은 개와 우리들의 깊은 우애로서 발자국을 더 깊게 찍어나갔지 아 사랑이여 가슴 한 곳이 따뜻하게 저려오고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순간들 엄마, 아빠… 이것이 핑크빛 오로라라는 것이구나 이것이 사랑이라는 것이 구나 공장으로 점점 들어서는 우리들의 머리통 우리의 팔다리가 되어준 검은 개들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팔다리를 물고 간 개에 대한 기억은 달콤한 사탕과 함께 스르르 녹아버리고 사라져 버리는 검은 개들 우리는 밤새 짖어대며 개를 찾는다 포근해지는 술병들 방울을 흔드는 검은 손들 나는 어둠이 무서워서 눈을 감았다 다시는 잊지 못할 검은 개들과의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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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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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허파
발자국과 그림자들이 숨을 쉬는 해변
조용히 수평선을 가르는
곡선의 수증기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린 당신의 외곽
자신의 몸을 두고 나를 두고 바다 속으로 들어간 포유류
유연하게 유영하는 곡선의 자세
당신의 몸이 자꾸만 가벼워진다
바닥에 닿지 않고 이동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불어터지는 노을처럼 흩어지는 언어. 형태가 없이 나의 살결에 닿는 말들 울컥 차올라 버리는 당신의 초음파 같은 것들이
파도처럼 쓸려 밀려온다

 

당신을 바라보는 내가 있고 등을 돌리는 내가 있고 당신을 바라보는 나와 등을 돌리는 나 사이의 내가 있고 당신은 고요하고 단단한 바위 같은 바다처럼 나와 함께 갈 수 없다

 

포유류
숨이 막힐 때 마다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아직 살아있다는 듯이
누구도 나를 잊을 수 없다는 듯이
하지만 자신과 이마를 맞대기 위해선 바다 속으로 몸을 던져야한다는 듯이

 

어제처럼 오늘도 당신이 솟구친다
회색
음지와 양지의 사이
몸을 반쯤 걸치는

 

검은 물이 나의 허리춤을 얼싸안는다
나의 발밑으로 점점 발자국이 찍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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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같은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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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자리를 잡은 너에 대해 생각해 나의 안에 스민 채로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을

우리는 내부에서 분리되어 있다 가장 가까이서 가장 멀리 나는 너를 만질 수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동일한 음악이 흐를 거야

 

나는 너를 만질 수 없지만 나는 너의 뜻에 따르기로 해 네가 누우면 나도 눕고 네가 뛰면 나도 뛰고

나는 너의 자세

 

너는 그때와 똑같은 여름을 품은 채로 있지

관절만을 움직이면서 끄떡도 안한 채

나를 붙들고 지탱하며

 

네가 없으면 나는 영혼처럼 흘러버리고 말텐데 나는 가끔 너처럼 죽어버린 다음에 너와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싶어

 

나는 왜 네가 드러날 때 마다 두려움을 느낄까

나는 점점 야위어 가고

네가 계속 드러난다는 것은 너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일까 너와 가까워진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뜻일까

 

살이 모두 찢어지고 땅 속에 묻힐 때 서야 나는 너와 만나

끝내 네가 나의 외곽이 될 때

내가 죽고 나서도 네가 내 곁에 남기로 할 때

나는 너의 안으로 들어가 영원한 잠을 청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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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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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위치에서 너를 내려다본다
직선의 자세. 나의 그림자가 너를 덮는다

 

빨강

 

나는 너의 목적을 부정한다 너는 나를 올려다보는가 내 발 근처에서의 너의 움직임은 반듯하다

 

파랑

 

너의 목적을 허락한다 너의 그림자가 짧아진다 너는 어디로 향하는가 너는 나를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는가
뒤돌아보지 않는다 나의 자세는 굳건하다
여전히 직각의 자세를 유지한다

 

보라

 

나를 지나친 너를 부정하고 싶다 나의 감정은 이 세계에 없는 색이다 뒤통수에 빨간불을 달고 구급차처럼 소리를 내며 너를 멈춰 세울 수 있다면

 

빨간불이 없이도 당신과 나란히 서고 싶습니다 자세를 낮추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막을 걷어내며 하나의 이름을 가질 수 있다면…

 

침묵

 

경적이 울린다

 

빨강 파랑 빨강 파랑 빨강 파랑 빨강 파랑 빨강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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