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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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흔들리는

 

이름을 절벽에서 밀고 의자가 된 자

 

아르마딜로를 찢자

그 속에서

걸어 나오는

 

아이

 

입을 꽉 다무는 악력에

짓눌리는

너를 만날 것이다

 

배수구에 물려가는

시체

 

건드리면 튀어 오르는 시간을 모아서

 

복어를 쓰다듬고

나는 손을 맞잡을 것이다

 

낡은 소파가

내 무릎에 머리를 대고 잠에 든다

 

그리하여 당신은

이름의 끝에 발가락이 닿고 있습니까

 

무릎을 반쯤 굽힌다

어린

 

눈을 맞추면

온전해진다

 

네가 걸어들어간 바위를

오랜 눈물의 최종 진화 양상이라 부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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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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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발가벗고

추하게 육즙이나 흘리지

 

악수하자

포크처럼

 

너에게서 짐승의 향기가 나도

 

너를 이해할게

살점 위로 그어지는 직선 처럼

 

은빛

 

이것이 교양인의 자세

 

나는 이빨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침을 흘린다

보호색처럼 표정을 지으며

 

레스토랑

 

나의 맨 몸이 이해되고 있었다

먹음직 하게 썰린 큐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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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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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시집도 궁금하네요!

저는 신해욱의 생물성을 가장 좋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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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tersw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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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집이 팔리는 일은
짜증나리 만큼 아름답고
나는 포즈를 취한다

 

나를 위해 침묵하는 그림자
이 순간을 위해 꿈밖의 모든 것들은 미동이 없다

 

잠시 느슨해진 시간에
꼬리가 살짝 길어지다가
나는 용서받지 못한다

 

침냄새를 풍기는

흰 공책과 샤프
미래라고 부르기로 한 세계에서 반신욕을 했다

 

같은 굵기의 시집
나는 샤프를 쥐어본다는 말을
샤프를 음미한다고 적어본다

 

미래에서 먹던 시럽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온 건 아닐까 하는 상상

 

bittersweet

 

내 앞에 놓인 공책은 2000원이고
중고는 팔리지 않는다
팔 수 없다

 

나는 살짝 웃고
이렇게
과거의 나는 모든 걸 알고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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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대본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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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15cm자로 좋아한다 말하면
나는 30cm자를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퍼즐처럼 끼우는 손 깍지
바둑판은 정교해서 사랑을 속삭이기 좋은 날씨

 

빨간불에서 초록불이 켜지고
우리는 나란히 걷기로 결심한다
얼음의자에 나의 온기를 내어줄 수는 없다
삐그덕 거리는 책상에 나의 머리를 박을 수는 없다

 

글씨체 없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자로 대고 쓴다
나는 60센티미터 만큼 슬프지만
너의 품은 40센티미터이므로
슬플 땐 39센티미터 만큼만 슬프기로 한다
21센티미터의 슬픔은 서랍에 잠궈둔다

 

외로운 감정을 자로 대볼 수 있었다
그런 날엔 계산적으로 외롭지 않았다
나는 4제곱미터만큼 너로 채웠다
그런 식이라서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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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너의 만약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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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정교해졌어 일방통행처럼
그때와 똑같은 거리에서
똑같이 잡은 손이 자꾸만 미끄러져
장난감처럼 녹슨 우리
라는 단어를 생각해
심장의 바퀴가 닳았다고

 

그런 시 읽어봤어?
너와 나의 시차
그때와 지금의 시차
시차의 눈

 

낡은 오르골이 오래도록
흐느끼는 것을 듣는다
만년설 같이 입김이 피어오르는 것을
잠시 본다

 

나는 너를 함부로 사랑할 수 없어서
너의 머리카락이 아름답다고 얘기했었지

 

만약 내가 너의 만약이라면
심장의 바퀴가 닳기 전으로 다시

너가 만약 이라고 말할 때 마다
나는 기꺼이 내가 아닌 영원한 멜로디
머리카락처럼 햇빛이 당도한다

 

이 멜로디는 너무 포근해서
그 속에서 죽기로 한다

그 때와 같은 거리에 서서
그 때에 우리는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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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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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한 마리가 자꾸만 달조각을 물어옵니다
투명한 계단을 층도 없이 올라갑니다
아무것도 나를 끌어당기지 않습니다
나는 달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입니까
간혹 무중력이 나를 너무 멀리 날려보내 돌아오지 못할 것도 같습니다
이제 그만 층을 내어주시죠

 

나의 발자국은 투명하게라도 남아있을까요
나는 투명한 양파 안에 갇힌 듯 합니다

 

왜 저만 달에서 태어난 겁니까
본 적 없는 제 고향이 그립습니다
만년쯤 투명한 계단을 걷는다면
가족들과 된장국을 푹 푹 떠먹을 수 있는 겁니까
이 제자리 걸음을 얼마나 사랑해야 합니까

 

꿈밖에서 꿈속으로 전화가 걸린다
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깃털이 힘없이 가라앉는다
사과가 툭 하고 떨어져 이쪽으로 굴러온다
쥐가 물어온 달조각에 발등이 짓눌린다
혼자서는 무겁습니다 체감상

 

이만 나는 잠에서 깨고싶습니다 라고
일기장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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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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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을 열었다
깃털이 사방에 흩날려져 있었다
깃털을 하나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 식으로 나는 잠시 멈춰섰다

 

날개가 부러진 새 한마리가 날아간 새떼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후가 그런 얼굴로 찾아와서

그림자가 길어질 때까지 그러다가 그림자의 꼬리가 날아간 것들에게 닿을 때 까지

 

웅덩이를 향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건조해지지 않는다
나는 주머니에 넣은 것을 빼지 못해
날아가는 것과 날아가야 하는 것
나는 구분하지 못해

 

가라앉은 낙엽이 있고 가라앉지 않은 가라앉은 낙엽이 있었다
차갑게 식은 웅덩이에 손을 반쯤 집어넣고
휘저으면
다시 떠오를 것만 같아서
너무 생생하게 떠오른다면
나무에 다시 붙일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아무것도 담지 못하고 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싶다
키가 자라지 않은 내 양팔을 벌리며 뛰어가고 싶다

 

날아간 새가 있고 날아가지 않은 날아간 새가 있었다
새의 형상이 남아 있는 둥지
나뭇가지는 다른 이름으로 나뭇잎을 다시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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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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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등

 

 

나 어둠의 맥을 끊은 것처럼

너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너는 미소를 지었다

뒤틀린 내장을 품지 않은 것처럼

 

나는 계속해 당신을 끌어안았고

당신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없었다

 

나의 손길이 따뜻하다고 말해줬다

내가 영웅이 되었다는 착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었다

 

빛을 따라 그림자는 더욱 은밀하게

응고되어갔다

 

나는 순진했고

너는 너의 뒤에서 아팠다

 

어린 나는 징그럽고 끔찍하게 신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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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구름범고래에서 닉네임 바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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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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