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마지막에는 어떠한 짠맛도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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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마지막에는 어떠한 짠맛도 나지 않았다

 

 

미역과 함께

얕은 파도에 쓸려내려온 것은 고래의 마지막이였다

발자국 조차 새기지 못하는 노르웨이의 한 모래 해변가로

 

고래의 마지막은 자신의 치욕을 보여주기 위해 육지를 향했다

나체의 여인처럼

몸을 활짝 벌리고

자신의 비참함을 바다 바깥으로 내보이기 위해서

 

기자들의 시선이 고래의 베에 꽂혔고

이내 고래는 피냐콜라다처럼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음미 되었다

 

고래의 배를 가르자 잉태되어 있던 플라스틱 더미가 드러났다

전문가 말에 따르면 폐타이어의 잔해가 발견되었다고도 하고

폐스티로폼이 발견되었다고도 하고

고래의 둔한 항로를 따라 사람들의 이기심이 발견되었다고도 했다

 

바닷속에서는 오징어와 새우가 아닌 사탕 포장지와 비닐이 바닷속을 유영했다

파라솔 아래 선글라스에 비치는 수평선은 잔잔하고 고요하게 반짝였다

안락사 된 고래의 몸뚱어리는 쓰레기를 비우고 바다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는 듯이

무늬는 여전히 바다와 닮아있었고 바다는 일몰의 붉은 색으로 서서히 스며들어갔다

고래가 흘리던 피

 

해초가 길게 얹어진 지느러미는 어릴적 평안하던 바다를 헤엄치는 듯 그리고

증발하는 바닷물 사이로 흩어지는 고래의 마지막

어떠한 짠맛도

 

 

 

 

 

 

 

초고입니다만 퇴고의 방향성을 올바르게 잡고 싶어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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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4개월 만에 찾아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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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쯤에 시를 두 편 정도 올렸었는데 그 이후로 시작 활동을 하면서 혹평도 많이 받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지금까지 쉬었던 것 같아요 사실 날라오는 돌을 받침돌로 더 높이 올라가야 하는 것이지만 상처만 입은 채로 앉아있었네요 앞으로는 글틴에 자주 습작품을 올려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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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없는 닭 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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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없는 닭 마이크

 

 

도끼가 당신의 목을 그었다

호수보다 작은 해가 검은 땅에 머리를 쳐박고

학원 상가들이 분만기의 자궁처럼 부풀고

별들이 잿빛 대기를 뚫고 들어오지 못하고

혀가 잘린 꽃들은 소문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추고

비둘기가 사랑하는 암컷을 죽이고 장난감 새와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

뱀처럼 기어가는 오후를 따라 만개하는 침묵들

 

당신의 머리는 도마 위에 올려져있었다

당신의 눈동자는 느긋한 오후의 철장을 감지하듯이 미동 조차 없고

당신의 몸통은 여유로운 자세를 뽐내며 도끼 아래에 누워있다

도끼는 당신의 머리와 몸을 절단했지만 칼날은

당신의 삶 근처에는 닿지도 못했다

잘린 머리는 고통도 없었다는 듯이 연습된 무표정을 유지했고

피가 쏟아져 나와야할 자리를 익숙한 허공이 태연하게 매꿨다

 

죽지 않는 닭, 불사조? 당신의 뇌가 공중으로 흩날리네

당신은 움직인다 살아있다

당신은 없는 부리로 깃털을 속아내고

없는 입으로 주인장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없는 고개를 모이 앞에서 숙인다

친구들과 한껏 평화로운 담소를 나누고

원래 머리가 없었다는 듯이 길어진 손톱을 조금 짧게 깎아낸 듯이

 

머리 없이도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닭의 강박님 닭의 생존님 닭의 희망님 닭의 꿈님 닭의 한 점 살코기님 닭의 10분 남은 회사 지각 시간님 닭의 수능 d-214일 너 그러다가 대학 가겠어님

아니면 강박의 닭님 생존의 닭님 희망의 닭님 꿈의 닭님 한 점 살코기의 닭님 10분 남은 회사 지각 시간님 수능 d-214일 너 그러다가 대학 가겠어의 닭님 대답을 해주시지요

그렇다면 물렁한 뼈 뿐인 당신의 발가락이 철망을 꽉 움켜쥐고 지탱하던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을 냉동고에 얼리면 당신의 본능이 대신 죽고

당신을 끓는 기름에 튀기면 당신의 희망이 대신 죽고

당신을 파쇄기에 갈면 당신의 꿈이 대신 죽고 당신은 언제 죽나요

당신은

원래부터가 머리가 없었다는 듯이 원래부터 죽어있었다는 듯이 어쩌면 그것은 9시부터 5시. 수업시간 혹은 아빠의 야근. 지하철의 발자국. 텅 비어있던 목구멍. 무정란처럼 굴러다니는 마이크의 머리

 

 

 

*머리 없는 닭 마이크(Mike the Headless Chicken, 1945년 ~ 1947년)는 미국의 머리가 잘리고도 18개월을 살았던 와이언도트 품종의 수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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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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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12월 길거리의 초록나무에는 폭탄이 달려 있어요

밤이 오면 축제라도 시작한 듯 리듬에 맞춰 어둠을 폭격해요

지붕에 불이 붙었다 어둠에 갇힌 어른들은 불이 옮겨 붙기 전에 재빨리 몸을 움직여요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로 피신해요

이브날 폭격에 맞설 선물이 없는 부모들은 몸을 지팡이사탕으로 위장해요

상자 속으로 몸을 말아 넣고 어둠을 숨쉬는 크리스마스의 새벽

격투장의 심판처럼 시계의 팔이 십이를 향해 허공을 휘저었다

아이들이 있는 대피소의 양말 주머니는 지켜냈지만 계속 날라오는 섬광탄 앞에서 이 조그마한 선물들은 점점 작아져요

시끌벅적한 술집에서는 캐롤이 울린다 – Someday at Christmas there'll be no wars

With no hungry children no empty hand

 

 

성탄전(聖彈戰)이 시작되면

달에 매달린 산타는 순록과 함께 지구를 돌며 선물을 뿌려요

달이 비추지 않는 동네는 지나쳐버려요 저 빨간 옷이 꽉 끼는 돼지는!

하루종일 전세계를 뛰어다니지만 저 부피는 우리의 간절함을 짓누를 정도로 육중해요

길었던 25일 하루의 전쟁이 끝이 났어요

전쟁은 끝났는데 십자가 아래에 뼈가 앙상한 꼬마아이는

달에 키스를 하는 이리의 모습을 하고 소원을 빌어요

 

 

더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고 싶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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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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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폭탄이 펑펑 터지던 우리 마을의 야경이 눈을 감았다
진흙이 된 교실과 차도에는 군화로 도장이 찍혀있다
모든 건물들과 나무들은 땅개미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첨탑의 십자가는 머리를 바닥에 박은 채로 엎드려있다
유행에 민감한 친구들은 깔끔하게 블랙으로 옷을 맞춰 입고
식량과 형광등 앞에서는 벌레들과 친구를 맺는다

 

귀를 잡아먹던 7시와 22시 사이의
tacet과 도돌이표로 가득한 존케이지의 4 33 연주는
우리의 목소리를 훔치고 달아났다

그림자는 반짝여서 조용한 잿더미가 됐다
커튼 뒤에서 그림자극을 몰래 훔쳐보던 친구는
주인을 기다리는 선량한 강아지가 되었다
잿더미가 포근해진 사람들은 장롱 안에서 나와 어른들의 신발 지도를 헤맸다
한 발 한 발 따라 걷다가 한 발

장전소리가 들리면 안전벨트가 족쇄가 됐는데도

밖으로 나가려 하면 역시 안전벨트를 매고 어른들을 수소문 하네

 

학교가 끝나면 레퀴엠을 울려줘요 졸업식엔 국화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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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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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산책

 

별이 스며든 밤의 태반이 조기 박리 되어
새벽은 탯줄이 끊어진 사과처럼 태어났다

 

이불 밑에 깔려 있다가 눈을 뜨자
나는 안개 낀 새벽의 도로 위로 쫓겨나 있었다
나는 머리가 잘려나간 도로 위에 놓여있다
전신주는 이발을 망친 소녀처럼 전선이 끊어진 채로 서있고
텅 빈 도로에서는 자꾸만 클락션 소리가 난다
깜빡깜빡 거리는 신호등을 쳐다보다가
새벽이 내뿜는 담배연기 사이로 숨을 집어넣는다
말을 집어넣는다 손과 발을 뻗어본다
눈먼 벙어리가 되어 손발 없이 횡단보도를 걷는다

 

나는 어둠의 뿌연 안갯속에서 태어났다
발 밑에 그림자와 중심을 잡으며 발을 디뎠고
안갯속의 유령의 입모양을 따라하며 '엄마'하고 말을 시작했다
누군가 나를 안아주는 상상을 할 땐

 

안갯속으로 잡아먹혀 사라졌다

 

햇빛이 창이 되어 안개를 뚫고 나를 찌른다
뚫린 구멍 사이로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안개는 겁이 많은 외톨이의 은신처가 되었다
걸어온 길이 자꾸만 사라지는 태초의 핑계
더 깊은 안개 속으로 산책! 산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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